다크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42장. 역린(逆鱗)의 발톱

피 비린내가 옅은 안개처럼 아레나를 감쌌다. 핏자국은 이미 수없이 많은 다른 핏자국 아래 겹겹이 스며들어, 마치 검붉은 대리석 무늬처럼 바닥을 물들이고 있었다. 침묵이 깊어질수록 관중석에 앉은 이들의 심장은 더욱 거칠게 요동쳤다. 이 침묵은 경외가 아니었다. 그것은 공포였다.

류원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레나 중앙에 섰다. 며칠 밤낮으로 이어진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싸움은 그의 육체와 정신을 모두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왼팔에는 아직도 어제의 독수가 남긴 검푸른 흔적이 선명했고, 갈라진 입술에서는 짠 피 맛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맹수처럼 번뜩였다. 저 안개 너머, 어둠의 틈새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존재를 직감했기 때문이다.

정적이 깨진 것은 한 줄기 검은 그림자가 아레나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였다. 그림자는 느릿하게,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며 류원의 시야로 들어섰다.

묵천.

그 이름 석 자는 이미 무림 전체에 저승사자의 서늘한 기운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는 검은 도포를 입고 있었다. 도포는 빛을 빨아들이는 듯 어두웠고, 그의 형체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다. 얼굴은 깊은 후드에 가려져 그림자 속에 잠겨 있었지만, 그 아래로 섬뜩하게 빛나는 두 개의 붉은 눈이 보였다. 마치 피로 빚어낸 보석처럼.

“…묵천.”

류원의 입술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단순히 상대의 이름을 읊조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고였고, 절망이었으며, 동시에 비릿한 희열이었다.

묵천은 말없이 아레나 중앙으로 걸어왔다. 그의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검은 그림자가 미끄러지듯 다가올 뿐이었다. 류원과의 거리가 십여 장으로 좁혀지자, 묵천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후드 아래에서 드러난 얼굴은 인간의 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차가운 암석에 조각된 악마의 형상에 가까웠다. 피부는 잿빛이었고, 입술은 얇게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두 눈은… 끝없는 심연을 담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류원.”

묵천의 목소리는 칼날이 뼈를 긁는 듯한 섬뜩한 소리였다. 류원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묵천이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는 않았다. 이 죽음의 대회를 설계한 이들의 사냥개나 다름없는 존재였으니까.

“네놈의 피 냄새는 여전히 역겹군.”

묵천의 입가에 얇은 미소가 걸렸다. 그것은 비웃음이었다.

“네놈 피가 역겨운지 달콤한지는, 오늘 알게 되겠지.”

류원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는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검은 이 대회의 시작부터 단 한 번도 칼집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류원은 언제나 맨손으로 싸웠다. 하지만 묵천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검이 필요했다. 아니, 검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몰랐다.

묵천은 류원의 손길을 비웃듯이 바라보았다.

“그 녹슨 고철이 너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나? 어리석군.”

“너의 오만함이 너를 베리라.”

“오만함? 아니, 이것은 확신이다. 나는 너희 인간들의 나약함과 오만함을 수없이 목도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것은 나의 승리로 귀결되었지.”

묵천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손가락이 길고 가늘게 뻗어 나왔다. 손톱은 짐승의 발톱처럼 날카로웠고, 끝부분은 검은 독기를 머금은 듯 섬뜩한 빛을 발했다. 그의 손끝에서 희미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너희가 생각하는 단순한 무림 대회가 아니다. 류원. 이곳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심연의 입구다.”

묵천의 말과 함께 아레나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묵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두운 기운이 아레나를 뒤덮고, 관중석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삼키며 뒤로 물러섰다. 몇몇은 이미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그 더러운 목적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을 희생시켰느냐!”

류원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내부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그는 검을 뽑아 들었다. 챙! 맑고 날카로운 쇳소리가 어둠의 기운을 잠시나마 갈라놓았다. 류원의 검은 달빛처럼 희미하게 빛났다.

“희생? 이것은 필연이다. 새로운 질서를 위한 대가. 너희는 너무 오랫동안 썩어버린 하늘 아래 갇혀 있었다.”

묵천의 붉은 눈이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거대한 발톱 형상으로 변하더니, 류원을 향해 찢어질 듯이 날아들었다.

콰아앙!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묵천의 공격이 류원이 서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검은 발톱은 아레나 바닥을 깊이 파헤쳤고, 단단한 대리석 조각들이 파편처럼 튀어 올랐다.

하지만 류원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그의 몸은 그림자처럼 흩어지며 순식간에 묵천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그의 검은 한 줄기 빛이 되어 묵천의 옆구리를 향해 쇄도했다.

“헛된 몸부림!”

묵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왼팔을 휘둘렀다. 팔이 휘둘러지는 순간, 그의 피부가 마치 비늘처럼 딱딱하게 변하며 검은 기운을 뿜어냈다. 류원의 검이 묵천의 팔에 부딪치자, 금속이 긁히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즈즈즈즉!

류원의 검이 묵천의 팔을 파고들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오히려 그의 손목이 엄청난 충격에 저릿해왔다. 묵천의 육체는 평범한 인간의 그것이 아니었다.

묵천은 비웃듯이 류원을 밀쳐냈다. 류원의 몸이 휘청거리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묵천의 오른손이 뱀처럼 유연하게 뻗어 나왔다. 손가락 끝에서 다섯 개의 검은 발톱이 류원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쉬이이익—!

공기를 가르는 섬뜩한 소리. 류원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젖혔다. 발톱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살갗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뺨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발톱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운이 류원의 뺨에 스치자마자, 피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독이었다.

“크윽…!”

류원은 고통을 참으며 뒤로 물러섰다. 묵천의 공격은 단순한 무력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사악한 기운과 독기가 함께 실려 있었다. 이대로는 순식간에 모든 힘을 잃게 될 터였다.

묵천은 류원의 고통을 즐기는 듯, 서서히 그에게로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아레나에 길게 드리워졌다.

“네놈의 모든 기개가 이 독기 앞에서 무너지리라. 네 영혼마저도 이 심연에 잠식될 것이다.”

“개수작 부리지 마라!”

류원은 피 묻은 손으로 뺨을 훔쳐냈다. 그의 눈동자에 격렬한 분노가 타올랐다. 이 대회의 진정한 목적을 알고 있는 자는 드물었다. 하지만 류원은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묵천의 배후에 있는 존재들이 이 대회를 통해 세상의 질서를 송두리째 뒤엎으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그는 검을 양손으로 고쳐 잡았다. 독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류원은 한 걸음 내디뎠다. 그의 검에서 푸른 기운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류원의 내면에 잠재된 마지막 힘이었다.

“심연이 무엇이든… 내가 너를 베어 막을 것이다!”

묵천은 류원의 발악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다른 경계심이 스쳐 지나갔다. 류원의 푸른 기운은 단순한 내공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의지, 그의 삶, 그의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투지였다.

“하찮은 발버둥…!”

묵천의 오른팔이 다시금 거대한 검은 발톱으로 변했다. 역린의 발톱. 그것은 묵천의 가장 강력하고 치명적인 기술이었다. 발톱이 하늘을 가를 듯이 솟아오르더니, 아레나의 모든 기운을 빨아들이는 듯한 기세로 류원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류원은 고통과 독기에 눈앞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모든 힘을 검에 집중했다. 그의 검은 푸른 빛의 용처럼 꿈틀거렸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이다!”

그는 땅을 박차고 솟아올랐다. 검은 발톱과 푸른 용이 아레나 중앙에서 격돌하려 했다.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거대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

쿠우우우웅-!

아레나 전체가 충격으로 들썩였다. 바닥이 갈라지고, 관중석의 몇몇 구조물에서 돌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희뿌연 먼지와 검은 기운이 뒤섞여 아레나를 집어삼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침묵.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류원의 검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들렸다.

쨍강!

먼지가 걷히자, 아레나 중앙의 광경이 드러났다. 묵천은 여전히 서 있었다. 그의 검은 발톱은 희미하게 빛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완벽한 형태로 유지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류원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몸은 검은 독기로 뒤덮여 있었고,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져 있었다. 손에는 부러진 검의 손잡이만 쥐여 있었다. 그의 눈은 초점을 잃었고, 몸은 힘없이 흔들렸다.

묵천은 천천히 류원에게 다가갔다. 그의 그림자가 류원의 무릎 꿇은 몸을 완전히 덮었다.

“결국, 이리 될 운명이었다. 네놈의 나약한 의지는 이 심연을 막을 수 없다.”

묵천의 발톱이 류원의 목을 겨냥했다. 차가운 금속성 독기가 류원의 목덜미를 스쳤다.

“새로운 세상은… 너희의 피 위에서 피어날 것이다.”

묵천의 발톱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들어 올려지는 순간, 류원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번뜩였다. 그것은 그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마지막 생명의 불꽃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류원의 입술에서 피와 함께 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의 눈이 다시금 희미하게 빛을 되찾았다. 부러진 검의 손잡이를 든 그의 손이, 묵천의 심장을 향해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것은 너무나도 무모하고, 절망적인 마지막 저항이었다.

묵천의 붉은 눈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그의 발톱이 류원의 목을 찢기 직전, 류원의 손에 들린 부러진 검의 손잡이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 섬광은… 평범한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세상의 모든 어둠을 단번에 갈라버릴 듯한, 순수한 **정신**의 빛이었다.

***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