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34화: 미소 짓는 거미

밤의 장막이 서울의 고층 빌딩 숲을 감쌌다. 도심의 불빛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지만, 이곳, ‘넥서스 타워’의 최상층은 암흑에 잠겨 있었다. 단 한 곳, 회장실의 대형 모니터만이 차가운 푸른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빛은 한 남자의 얼굴을 섬뜩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지혁. 한때 나의 전부였던 남자. 지금은 내 손아귀에 잡힌, 파멸 직전의 사냥감.

“크… 큽… 말도 안 돼…!”

이지혁의 거친 숨소리가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울렸다. 그는 땀으로 축축한 손으로 마우스를 쥐고 필사적으로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했다. 온통 빨간색 그래프와 경고 메시지뿐이었다. 회사 주가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그가 필사적으로 구축했던 모든 것들이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중이었다.

나는 회장실 맞은편에 있는, 이지혁 전용의 작은 접견실 안 그림자 속에 서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특수 제작된 방음 유리벽은 그의 모든 절규와 좌절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이곳은 내가 직접 설계한 공간이었다. 그가 나의 심장을 도려낼 때, 내가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릴 때, 그는 이곳에서 축배를 들었겠지. 이제 그에게 그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누구야… 누가 이런 짓을…!”

이지혁의 목소리가 절규에 가까워졌다. 그는 비틀거리며 책상을 짚었다. 그의 눈은 광기로 번들거렸다. 나는 그의 얼굴을 찬찬히 응시했다. 3년 전, 그가 나를 배신하고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을 때, 그의 얼굴엔 이처럼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미소가 얼마나 역겨웠던가.

“내가 누구냐고?”

나는 천천히 그림자에서 벗어나 유리벽에 다가섰다. 내 그림자가 회장실 안의 이지혁에게 길게 드리워졌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눈이 유리벽 너머의 나를 발견하고는 순간 얼어붙었다. 처음엔 유령이라도 본 듯, 경악과 공포로 가득 찼다.

“강… 강민준…?”

그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렸다. 죽은 줄 알았던 자가 눈앞에 나타난 충격이었겠지. 그래, 이지혁. 바로 나다. 네가 죽여버렸다고 생각했던, 강민준.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복수극의 서막을 알리는, 잔인하고도 해묵은 미소였다.

“오랜만이네, 친구.”

나의 낮은 목소리가 유리벽을 뚫고 그의 귓가에 닿았는지, 그는 온몸을 경련하듯 떨었다. 그의 얼굴은 피가 빠져나간 듯 새하얗게 질렸다.

“말도 안 돼… 넌… 넌 죽었어…! 내가 그렇게 만들었잖아!”

그의 외침 속에는 당혹감과 함께 끔찍한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래, 네가 날 그렇게 만들었지. 내 모든 연구 성과를 가로채고, 나를 회사 자금 횡령범으로 몰아 세상에서 매장시켰던 비열한 짓. 나는 모든 것을 잃고 폐인이 되어, 차가운 강물 속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죽진 않았지만.

“죽었어야 했겠지. 네 계획대로라면.” 내가 한 발짝 더 유리벽에 다가서자, 이지혁은 뒤로 주춤하며 의자를 붙잡았다. “하지만 운이 없게도, 나는 살아 돌아왔어. 널 위해.”

“네가… 네가 이 모든 짓을 벌인 거야? 이… 이 회사를… 내 모든 걸…?”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이제는 공포와 함께 희미한 분노가 깃들기 시작했다.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아갔던 것처럼. 나는 네가 가진 모든 것을 뺏고, 네가 가장 아끼는 것을 부술 거야. 네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내 눈빛은 흔들림 없는 강철 같았다.

“기억나? 3년 전 이맘때쯤. 네가 내게 ‘성공은 결국 배짱 있는 자의 것’이라고 했던 말.” 나는 비웃듯이 덧붙였다. “네 덕분에, 나도 배짱이 꽤 두둑해졌어.”

이지혁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경호원이라도 부르려는 모양이었다.

“소용없어.” 내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 건물은 통째로 전산 마비 상태야. 경비 시스템도, 전화도, 엘리베이터도. 지금 이 빌딩에서 살아있는 건 너와 나, 그리고 저 모니터 속에서 춤추는 네 파멸뿐이야.”

이지혁은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쨍그랑! 하는 소리가 고요한 밤의 회장실에 퍼졌다. 그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주저앉았다.

“대체 왜… 왜 이런 짓을…! 우린 친구였잖아! 내게 대체 뭘 바라는 거야?!”

친구? 그 단어에 나의 비웃음이 더 깊어졌다.

“친구? 그 가면을 쓰고 내 등에 칼을 꽂은 게 누구더라? 네가 내 꿈을, 내 노력을, 내 삶을 짓밟았을 때,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어. 오직 죽음만을 바랐지. 하지만 이제 달라. 나는 너의 모든 것을 파괴할 거야. 네가 이뤄놓은 모든 업적을 허상으로 만들고, 네가 쌓아 올린 명성을 먼지로 만들겠어.”

나는 넥서스 타워의 불빛으로 가득 찬 창밖 풍경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저 모든 화려함 뒤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

“네가 훔쳐 간 나의 ‘신경망 알고리즘’은 이미 전 세계 금융 시장을 교란시켰고, 네 회사의 핵심 서버는 내가 심어둔 바이러스에 의해 내부에서부터 곪아 터지고 있어. 모든 재무 데이터는 위변조되었고, 너의 비자금 내역은 이미 검찰의 손에 들어갔을 거야. 네가 날 모함했던 그 방식 그대로, 아니, 훨씬 더 완벽하게.”

이지혁은 경악에 질린 표정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의 어깨가 격렬하게 떨렸다.

“안 돼… 안 돼…!”

그는 마지막 발버둥이라도 치려는 듯 소리쳤다.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나? 내가 무너지면 너도 자유롭지 못해! 너도 같이 망하는 거야!”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잃어봤어, 지혁아.” 나는 그의 발버둥이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에게 두려움이란 없지. 하지만 너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거야. 네가 그토록 갈망했던 부와 명예, 그리고 자유마저도.”

나는 주머니에서 작은 USB 하나를 꺼내 유리벽에 붙였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이지혁의 눈에 그 USB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 안에는 그의 모든 범죄 행위가 담긴, 마지막 증거들이 들어있었다.

“이건 네가 나를 배신하고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가 꾸준히 기록해 온 너의 ‘성장 일지’야. 네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짓밟고, 얼마나 많은 불법적인 거래를 했는지. 이걸 세상에 공개하는 순간, 너는 끝장이야.”

이지혁의 눈빛은 완전히 초점을 잃었다. 그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은 이제 공포와 절망, 그리고 체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난 이제 떠나야겠어. 할 일은 끝났으니.” 나는 유리벽에서 멀어지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네가 꾸었던 악몽이, 이제 현실이 될 거야. 그리고 그 악몽은… 매일 밤 너를 찾아올 거야.”

나는 뒤돌아섰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둠 속으로 녹아들듯이 조용히 사라졌다. 회장실 안에는 파멸의 푸른빛과 함께, 이지혁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이지혁은 아직 몰랐을 것이다. 내가 그의 파멸을 위해, 단순한 복수를 넘어 얼마나 더 정교하고 잔인한 계획을 세워왔는지. 이지혁의 지옥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복수의 거미는, 마지막까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거미줄을 조여왔다.
그리고 그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은, 결코 벗어날 수 없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