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심연의 그림자: 잊혀진 노래 (7화)

밤은 깊고, 아벨의 방은 유난히 어두웠다. 창밖으로 보이는 마법학교의 첨탑들은 고요하고 위엄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그 모든 웅장함이 그저 거대한 감옥의 그림자로만 비쳤다. 어젯밤, 지하 깊은 곳에서 목격한 그 ‘풍경’은 망막에 달라붙어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뒹굴던 핏자국, 그리고 벽에 새겨진 기이한 문양들. 그의 심장은 불규칙하게 요동쳤고, 머릿속은 파편처럼 흩어진 질문들로 가득했다.

‘나는 뭘 본 거지? 설마… 설마 진짜였을까?’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은 이미 달아난 지 오래였다. 손끝이 저릿했다. 머릿속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려 했지만, 주문은 혀끝에서 맴돌 뿐이었다. 불안감은 마치 안개처럼 폐부를 죄어왔다. 자신이 미쳐가는 걸까? 아니면 이 학교 자체가 거대한 환영 속에서 기만적인 평화를 가장하고 있는 걸까?

방 한가운데를 서성이다, 아벨은 문득 어딘가로부터 시선이 느껴진다는 섬뜩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마치 학교의 벽돌 한 장 한 장이 자신을 꿰뚫어보는 눈동자인 양, 소름이 등골을 타고 올랐다. 그는 조용히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내다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만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 ‘없음’이 오히려 그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젠장…”

작은 욕설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알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어젯밤 보았던 것을 외면하고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한 번 발을 들인 심연은 더 깊은 나락으로 그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진실을 알아내야 했다. 그것이 그의 이성을 지탱해 줄 유일한 실낱 같았다.

결국 그는 다시 지하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는 더 깊이, 더 은밀하게.

자정 무렵, 아벨은 다시 몸을 숨긴 채 학교의 가장 오래된 서관 뒤편으로 향했다.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후미진 곳, 교칙상 폐쇄된 통로로 이어지는 비밀 문은 그의 은밀한 마법으로 부드럽게 열렸다. 눅눅한 흙먼지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인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어둠 속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던 중, 불현듯 그는 낯선 온기를 느꼈다. 그리고 희미한 발소리. 아벨은 재빨리 몸을 벽 뒤에 숨겼다.
“누구…?”
작게 속삭이는 소리. 곧이어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뜻밖에도 클로에였다. 그녀는 한 손에는 오래된 양피지 두루마리를, 다른 손에는 작은 마법 램프를 들고 있었다. 평소의 밝고 생기 넘치던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얼굴에는 미묘한 긴장감과 피로가 서려 있었다.

“클로에?”
아벨이 몸을 드러내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 마법 램프를 떨어뜨릴 뻔했다.
“아벨? 너… 네가 왜 여기에?”
클로에는 눈을 크게 뜨며 경계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너에게 물을 말인 것 같은데. 넌 왜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아벨은 냉정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의 직감은 클로에가 뭔가 알고 있거나, 혹은 뭔가에 얽혀 있다는 것을 속삭이고 있었다.

클로에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시선은 아벨의 얼굴과 그가 나타난 어두운 통로를 번갈아 응시했다. 마치 그의 뒤편에 숨겨진 진실을 꿰뚫어 보려는 듯이.
“난… 난 그저 도서관에서 희귀 서적을 찾다가 길을 잃었을 뿐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미약하게 떨렸다.

아벨은 코웃음을 쳤다. “희귀 서적? 이 시간까지? 이 폐쇄된 지하에서? 클로에, 우리는 어제까지 어울리던 평범한 학생들이었어. 나에게 거짓말할 필요는 없어.”

클로에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두려움, 망설임,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는… 경고.
“네가 뭘 찾고 있든, 아벨. 더 이상은 가지 마. 어떤 진실은… 영원히 묻어두는 게 나을 때도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벨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클로에는 움찔하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나는… 더 이상 말해줄 수 없어. 그저… 명심해. 호기심은 때로는 마법보다도 강력한 저주가 될 수 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서서 서둘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남긴 말은 아벨의 가슴에 또 다른 의문의 씨앗을 심었다. 클로에는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그녀는 누구로부터 그를 경고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녀 스스로가 그 ‘금기’의 일부인 걸까?

아벨은 그녀의 경고를 뒤로하고 더욱 깊은 곳으로 향했다. 이제 그의 발걸음은 멈출 수 없었다. 클로에의 말은 그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호기심을 불타는 불꽃처럼 지폈다. 그는 더 이상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늪에 빠진 사람처럼,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어둡고 축축한 통로를 한참 내려가자, 공기마저 변하는 것을 느꼈다. 흙냄새 대신, 미묘한 금속성 비린내와 알 수 없는 약품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다. 그의 마법 램프가 비추는 길은 점차 좁고 불규칙하게 변해갔다. 벽에는 기이한 부조가 새겨져 있었는데, 인간 형상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묘한 형태로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윽고, 그의 눈앞에 굳게 닫힌 강철 문이 나타났다. 육중한 문에는 녹슨 자물쇠와 함께 여러 겹의 봉인 마법이 걸려 있었다. 일반적인 마법으로는 풀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봉인. 하지만 아벨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그는 교내에서 금기시되는 고대 마법 주문을 조용히 외우기 시작했다. 그의 손끝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며 봉인에 닿자, 문에 새겨진 문양들이 번개처럼 섬광을 터뜨렸다.

**콰직!**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봉인 마법이 깨지고, 녹슨 자물쇠가 산산조각 났다. 문이 삐걱이며 천천히 열렸다. 안에서는 차갑고 묵직한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내부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거대한 원형 공간. 하지만 그 안은 텅 비어 있는 듯 보였다. 아벨은 램프를 높이 들고 내부를 비추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숨을 들이켰다.

텅 비어 있지 않았다. 공간의 중앙에는 투명한 유리벽으로 된 구조물들이 여러 개 나란히 서 있었다. 마치 거대한 수족관 같기도 하고, 혹은… 수감실 같기도 했다. 각각의 유리방은 텅 비어 있었고,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하지만 몇몇 방의 바닥에는 미세하게 반짝이는 무지갯빛 잔해가 남아 있었다. 마치 비눗방울이 터지고 남은 흔적처럼, 묘하게 영롱하면서도 섬뜩한 잔재였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의 유리방 구석에, 작은 나무 조각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손으로 정교하게 깎아 만든, 날개를 펼친 작은 새의 형상이었다.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유리벽을 손으로 쓸었다. 차갑고 매끄러웠다. 작은 나무 새를 주워 들었다. 어설프지만 정성이 가득한 손길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이곳에 갇힌 채, 이 새를 깎았던 걸까?

그때, 그의 발치에서 뭔가가 밟혔다. 고개를 숙이자, 낡고 두꺼운 가죽 장정의 노트가 눈에 들어왔다. 먼지가 두껍게 앉아 있었지만, 겉면의 금빛 장식은 아직 그 광채를 잃지 않았다.
아벨은 노트를 펼쳤다. 안에는 빼곡하게 적힌 손글씨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해독 불가능한 기호와 숫자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몇몇 페이지에서는 익숙한 언어가 보였다.

『…적응 실험 07호. 초기 반응 양호. 마력 정제율 83% 달성. 하지만… 정신적 불안정성 증대. 꿈속에서 자꾸만 어머니를 찾는다고 보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 조치 필요.』
『…적응 실험 09호. 강한 거부 반응. 마력 결속에 실패.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 목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에 방해가 될 우려. 처리 예정.』
『…적응 실험 12호. 완벽한 마력 정제 성공. 순수한 힘의 결정체.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다음 단계로 이행. 다만… 이 실험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다. 내 자식에게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아벨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적응 실험? 마력 정제? 처리? 불필요한 감정 소모?
“이게… 대체…”
그는 온몸에 돋는 소름을 애써 억눌렀다. 이 학교가, 자신들이 다니는 이 영광스러운 마법학교가, 이런 끔찍한 짓을 벌여왔단 말인가? 그것도 ‘학생’들에게? 순수한 마력을 추출하기 위해, 그들의 정신을 파괴하고, 심지어는… 죽음으로 내몰았단 말인가?

그는 두려움과 역겨움으로 얼룩진 시선으로 유리방들을 다시 훑어보았다. 비눗방울처럼 영롱했던 잔해는 이제 섬뜩한 증거물로 보였다. 나무 새를 깎던 손은 어떤 절망 속에 있었을까?

그때였다.
**쿵-! 쿵-!**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울리는 둔탁한 소리.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듯한, 규칙적이면서도 위압적인 울림이었다. 소리는 이 지하의 더 깊은 곳에서, 미지의 공간에서 올라오는 듯했다.
아벨의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은 ‘누구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클로에의 경고와, 노트에 적힌 ‘처리 예정’이라는 글자로 가득 찼다.

**쿵-! 쿵-!**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차가운 공기가 그의 뺨을 스쳤다. 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닫혀 있던 강철 문이, 언제부터인가 아주 미세하게, 손가락 한 마디만큼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길고 어두운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스며들어 오고 있었다. 너무나 길고, 너무나 비정상적인 형태의 그림자였다.

아벨은 노트와 나무 새를 움켜쥔 채, 필사적으로 몸을 숨길 곳을 찾았다. 그림자는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그의 존재를 덮쳐오는 듯했다. 쿵-! 하는 소리는 바로 그의 등 뒤까지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심장은 터질 듯 뛰었고,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이 학교의 지하에 숨겨진 것은 단순한 금기가 아니었다. 살아 숨 쉬는, 아니, 살아있는 무언가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 괴물의 뱃속에 들어와 있었다.

**쿵-! 쿵-! 쿵-!**
그림자가 완전히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벨은 숨을 죽였다. 그는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이제는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