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 톱니바퀴 아래의 비명
**[장면 1]**
**배경:** 아르카나 마법 공학 학원, ‘증기 역학의 이해’ 강의실.
웅장한 강의실은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벽면에 박혀 주기적으로 움직이며 ‘쉬이이익,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증기를 뿜어낸다. 복잡하게 얽힌 구리 파이프들이 천장을 미로처럼 가로지르고, 마법으로 밝혀진 램프들이 어둠을 걷어낸다. 학생들은 증기와 오일 냄새가 섞인 공기 속에서 가죽 고글과 딱딱한 제복을 입고, 각자의 작업대에서 증기 동력 매개체를 조립 중이다. 금속 마찰음과 스패너가 부딪히는 소리가 낮게 깔려 있다.
**등장인물:**
* **시아 (Sia):** 주황빛이 도는 갈색 머리칼이 이마 위로 흐트러져 있다. 낡은 고글을 이마에 걸친 채, 호기심과 영리함이 공존하는 눈으로 자신의 매개체 조립에 집중하고 있다.
* **카인 (Kain):** 시아의 옆자리에서 은테 안경을 쓴 채, 침착하게 매개체의 내부 회로를 점검하고 있다. 기계 조립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능을 가졌다.
* **엘리엇 교수:** 백발의 엄격한 노교수. 학원의 전통과 규율을 상징하듯, 제복 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강단에 서 있다.
**대사:**
**엘리엇 교수:** (분필로 칠판에 복잡한 마법진과 기계 도면을 그리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명심하십시오. 아르카나 학원의 진정한 심장은 이 보잘것없는 ‘증기 동력 매개체’가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와, 그것을 증폭시키고 제어하는 ‘기계 공학’의 완벽한 조화, 그것이야말로 학원의 근간입니다.
**엘리엇 교수:** 그러나… 이 조화가 언제나 완전한 것은 아니죠. 모든 위대한 힘에는 그에 상응하는 ‘한계’가 따르는 법입니다.
**시아:** (자신의 매개체 조립에 집중하던 손을 멈추고, 살짝 찌푸린 얼굴로 고개를 든다)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이 매개체는 왜 항상 이 정도 출력 이상으로는 작동하지 않나요? 설계상으로는 훨씬 더 강력한 마나 흐름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데…
**엘리엇 교수:** (시아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의 시선은 차갑고 날카롭다) 좋은 질문입니다, 시아 양. 그러나 그 답은 여러분이 지금 배울 내용이 아닙니다. 이 학원의 안전과 존속을 위한 ‘절대적인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쓸데없는 호기심은 불필요한 재앙을 초래할 뿐입니다.
**카인:** (시아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최대한 낮게 속삭인다) 또 시작이다, 너의 그 탐구심. 교수님께 찍히지 마. 지난번 고대 마법 회로 분석하다가 징계받을 뻔한 거 잊었어?
**시아:** (카인에게 눈을 흘기며) 궁금하잖아. 그리고 학교 지하에서 가끔 들리는 저 진동 소리도 그렇고…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아. (말끝을 흐린다. 시아의 말처럼, 강의실 바닥에서부터 낮고 불길한 진동이 희미하게 울리는 듯하다.)
—
**[장면 2]**
**배경:** 밤, 아르카나 학원 도서관.
밤이 깊었지만 마법으로 밝혀진 램프들이 거대한 서가들 사이를 환하게 비춘다.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박힌 서가들은 마치 움직이는 성벽처럼 책들을 품고 있다. 낡은 고문서들과 희귀한 증기 공학 관련 서적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고, 먼지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여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등장인물:** 시아, 카인
**대사:**
**카인:** (고대 문헌 하나를 대충 훑어보다가 내려놓으며) 아니, 진짜로 그 ‘절대적인 한계’라는 게 뭐길래 그렇게 지하로 내려가는 걸 필사적으로 막는 거야? 학교 설립자들의 묘지라도 있나? 아니면 거대 보물이라도 숨겨놨나?
**시아:** (오래된 건축 도면이 잔뜩 쌓인 책상에 파묻혀, 먼지투성이의 양피지 도면을 뒤적이며) 묘지치고는 너무 비밀스러운걸. 엘리엇 교수님 말씀으로는 ‘재앙’이라고 했어. 그리고 이 학원의 ‘심장’이라고도 했고.
**카인:** 심장이라… 강력한 마나 증폭 장치 같은 거 아니야? 너무 강력해서 위험하니까 봉인해 둔다거나. 가끔 마나가 폭주해서 진동이 느껴지는 거고.
**시아:** 그럴 수도 있지만… 이 도면을 봐. (마침내 찾아낸 고색창연한 도면을 펼친다. 학원 지하 구조가 흐릿하지만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가장 깊은 구역이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고, 그 주위에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새겨져 있다.) 여기, 제일 아래층에 ‘심연의 심장’이라고 적혀 있어. 그리고 이 문양들… 어디서 많이 봤는데.
**카인:** (도면을 들여다본다. 안경을 고쳐 쓰며 집중한다) 음, 이건 고대 아르카나 마법 문자가 변형된 것 같은데? ‘닫힌 자’, ‘울부짖는 자’ 뭐 이런 뜻 같아.
**시아:** 울부짖는 자…? 그 지하 진동이 혹시… 설마?
**카인:** (손을 휘저으며) 설마. 그냥 노후된 증기 파이프 소리겠지.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시아:** 아니야. 이건… 뭔가 달라. 이 도면에는 지하로 통하는 비밀 통로 같은 게 그려져 있는데. 일반적인 접근은 불가능하게 되어 있어. 봉인된 문이야.
**카인:** 그걸 어떻게 알았어? 직접 봤어?
**시아:** 어제 밤에, 내 마법 공학 실습실에서 나만의 소형 비행 드론을 조립했는데… 그걸 지하 통풍구로 살짝 내려보냈거든. 희미하게 잡음이 섞인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도면의 이 부분과 일치하는 곳에서 이상한 마나 파동이 감지됐어. 일반적인 증기 파이프 소음이 아니었어. 뭔가 살아있는 듯한…
**카인:** (경악한 얼굴로 시아를 본다) 뭐? 너 진짜 미쳤구나! 학교 규정을 어긴 거잖아! 걸리면 최소 퇴학이야!
**시아:** 규정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지도 몰라. 이 학교의 명성은…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어두운 진실 위에 세워졌을 수도 있다고. 너도 그 진동을 느꼈잖아. 마법 에너지와는 다른, 섬뜩하고 차가운 진동.
**카인:** (한숨을 쉬며 고글을 고쳐 쓴다. 그의 표정에도 미묘한 불안감이 스친다) 그래, 인정해. 가끔 소름끼치는 진동이 느껴지긴 했어. 마치… 생명체가 고통받으며 내는 비명처럼.
**시아:** 우리가 직접 확인해야 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카인:** 미쳤어? 걸리면 바로 퇴학이야! 아니, 그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교수님 말씀대로 ‘재앙’이라면…
**시아:**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한 거야. 너는 기계 공학의 천재잖아. 이 잠긴 문을 열어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카인:** (고민하는 듯 입술을 깨문다. 시아의 눈에서 타오르는 불꽃 같은 호기심과 결심을 본다. 잠시 후,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젓는다) 하아… 알았어. 하지만 딱 한 번이야. 그리고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야 해. 약속해!
**시아:** (미소 지으며 카인의 어깨를 두드린다) 고마워, 카인. 역시 넌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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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배경:** 밤, 아르카나 학원 지하 1층, 사용 금지된 오래된 관리실.
두꺼운 강철 문 뒤에 숨겨진 관리실은 어둡고 퀴퀴하다. 먼지 쌓인 거대한 기계들과 녹슨 밸브들이 가득하다. 바닥은 축축하고, 벽에는 곰팡이가 검은 얼룩을 만들고 있다. 공기는 차갑고 습하며, 희미한 금속 냄새와 썩은 흙 냄새가 섞여 코를 찌른다. 낮은 증기음이 간헐적으로 들려온다.
**등장인물:** 시아, 카인
**대사:**
**카인:** (작은 휴대용 등불을 들고 벽의 희미한 문양을 살핀다. 그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굳어 있다) 도면대로라면 이 벽 뒤에 비밀 통로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구형 잠금장치는 처음 봐. 마나 잠금과 기계식 잠금이 복합적으로 걸려있어. 보통 전문가들도 해체하기 힘들어.
**시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발소리조차 조심스럽게) 시간이 없어, 카인. 곧 순찰조가 올 시간이야. 우리가 너무 오래 여기 머물면 안 돼.
**카인:** (눈에 집중한 채, 정교한 도구들이 가득 담긴 작은 상자를 꺼내 잠금장치를 해체하기 시작한다. 톱니바퀴들이 맞물리는 미세한 소리, 증기 새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손놀림은 정확하고 빠르다.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다.) 거의 다 됐어… 흐읍… 됐, 됐다!
(카인의 손끝에서 마지막 기어가 풀리자, 벽면의 일부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다. 어둠 속으로 통하는 좁고 가파른 통로가 드러난다. 거대한 냉기가 확 밀려나오며 두 사람의 몸을 감싼다.)
**시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휴대용 등불을 높이 든다. 등불 빛이 닿는 곳은 끝없이 내려가는 돌계단이다) 이봐, 저기 봐! 이 계단은… 전부 돌로 되어 있어. 기계 장치 하나 없어. 학원 본관과는 완전히 다른 건축 양식이야. 훨씬… 오래된 것 같아.
**카인:** (긴장한 표정으로 시아의 뒤를 따른다.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의 작은 공구 상자를 움켜쥔다) 말했잖아. 위험하면 바로 도망친다고. 뭔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져. 아래쪽에서… 아주 오래된, 무거운 마나가 느껴져.
(두 사람은 좁고 어두운 돌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는 더욱 차가워지고, 희미했던 진동은 점점 더 선명해진다. 벽에는 끈적한 이끼가 끼어있고, 알아볼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듬성듬성 새겨져 있다. 등불이 비추는 곳마다 섬뜩한 그림자가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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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배경:** 지하 깊은 곳.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시아의 휴대용 등불 불빛만이 겨우 발밑의 돌계단을 밝힌다. 퀴퀴한 흙냄새와 함께 비릿한 쇠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찌른다. 습기와 냉기가 피부를 파고든다.
**등장인물:** 시아, 카인
**대사:**
**시아:**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로, 숨을 헐떡이며) 대체 어디까지 내려가는 거야…? 끝이 없어. 마나의 기운이 점점 더 강렬해져.
**카인:** (떨리는 목소리로, 뒤에서 등불 빛에 의지하며) 아무래도… 지상으로부터 엄청나게 깊은 곳까지 연결된 것 같아. 이 정도면 우리가 아는 학원 지하가 아닐지도 몰라. 아예 다른 시대의 유적 같아.
(갑자기 계단이 끝나고 발밑에 평평한 돌바닥이 나타난다. 등불을 비추자 거대한 원형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간의 중앙에는 농축된 어둠처럼 검은색의 거대한 수정 같은 것이 박혀 있고, 그 주위로 복잡한 금속 장치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수정에서는 희미하게 붉은빛이 깜빡이며, 그 빛이 깜빡일 때마다 낮고 불길한 진동이 심장 박동처럼 느껴진다.)
**시아:** (숨을 헙 들이킨다. 등불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이… 이게 대체 뭐야…?
**카인:** (입을 벌린 채 거대한 기계 장치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건… 마나 증폭 장치인데… 내가 아는 어떤 것보다도 거대하고, 복잡해. 그리고 이 수정은…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마나가 흘러넘치다 못해… 고동치고 있어.
(수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빛이 점점 더 강해진다. 진동은 낮은 울림에서 점차 격렬한 비명처럼 커지고, 공간의 공기가 무겁게 짓누르며 숨쉬기조차 힘들게 만든다.)
**시아:** (무언가에 홀린 듯, 손을 뻗어 수정에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수정의 표면에는 복잡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지만, 그 안에서는 불안정한 기운이 끓어오른다.)
**카인:** (시아의 옷자락을 붙잡아 당긴다) 시아! 안 돼! 위험해!
(그 순간, 수정에서 섬뜩한 울림이 터져 나오며, 공간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한다. 천장에서 흙먼지와 작은 돌멩이들이 쏟아져 내리고, 거대한 금속 파이프들이 비명을 지르며 흔들린다.)
**시아:** (충격에 눈을 크게 뜨고, 무언가에 홀린 듯 중얼거린다) …심연의… 심장… 울부짖는 자…
(수정의 가장 큰 균열 사이로, 차갑고 끔찍한 녹색 빛이 섬광처럼 터져 나온다. 빛은 시아의 얼굴을 정통으로 비추고, 그녀의 눈동자에 공포가 가득 찬다. 그 빛 속에서, 마치 금지된 무언가의 수많은 눈동자 혹은 촉수 같은 형상이 희미하게 움직이는 듯하다. 시아는 비명을 지르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수정의 심장이 거대한 포효를 토해내는 것만 같다.)
**[에피소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