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부서진 거울의 조각들**

지하의 습한 공기가 폐부를 찌르고 들어왔다. 곰팡이 냄새와 퀴퀴한 흙먼지가 뒤섞인 악취. 강태인은 낡은 철제 책상 위, 손때 묻은 고대 문헌 위에 얼굴을 파묻었다. 촛불의 희미한 불빛이 그의 앙상한 손가락 위를 불안하게 스쳤다. 손톱은 길게 자라 검은 때가 끼어 있었고, 손등에는 핏줄이 울긋불긋 튀어나와 있었다. 한때는 단정하고 깔끔했던 연구자의 손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보였다. 붉은 심연 속에서 꿈틀거리던 형체들. 무수한 눈들이 자신을 응시하던 그 순간. 그리고 그 너머, 차갑게 비웃던 최현우의 얼굴. 녀석의 배신은 단순한 기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태인의 모든 것을 찢어발기고, 영혼까지 더러운 심연에 던져 넣은 행위였다. 복수는 이제 삶의 유일한 이유가 되었다. 복수심은 그의 피를 끓게 하는 광물이었고, 그의 심장을 뛰게 하는 저주의 주문이었다.

“‘그는 심연의 가장 깊은 곳에서 깨어나… 찢어진 차원의 틈새로 기어 나온다…’”

태인의 목소리는 쇳소리가 났다. 갈라진 성대에서 억지로 쥐어짜낸 듯한 소리였다. 그는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낡은 칠판을 응시했다. 칠판에는 복잡한 기호들과 인물들의 관계도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최현우의 이름 옆에는 붉은색 원이 여러 번 그어져 있었다. 그 이름은 이제 태인에게 지워야 할 흉터와도 같았다.

“현우… 네가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는 상관없다. 네가 감히 나를, 우리의 우정을 제물 삼아 그 심연을 열었으니… 그 대가는 네 목숨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태인은 다시 고서에 집중했다. 고서는 가죽 표지에 알 수 없는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종이는 사람의 피부처럼 질겼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퀴퀴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이 책은 ‘카르코사의 저주받은 기록’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현우가 태인을 속여 얻어낸 금단의 지식 중 하나이자, 태인의 파멸을 부른 근원이기도 했다.

**“태인아, 걱정 마. 이건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진실을 보여줄 거야. 조금만 더 버티면 돼.”**

환영 속의 현우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의 미소는 언제나 태인을 안심시켰다. 태인은 그 미소에 현혹되어, 그가 시키는 대로 끔찍한 제의에 동참했다. 흐릿한 촛불 아래, 현우는 고대 언어로 속삭였다. 태인의 손목에서는 붉은 피가 제단 위로 흘러내렸다. 그 피가 알 수 없는 문양들을 채워나가자, 차가운 공기가 급격히 왜곡되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태인아. 이제 곧…”**

그리고 그때였다.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온몸의 감각이 마비되었다. 시야는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형언할 수 없는 존재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순간, 태인의 정신은 산산조각 났다. 그 혼돈 속에서, 그는 현우가 자신을 밀쳐내는 것을 보았다. 제단의 가장자리,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곳으로. 아니, 그것은 태인을 심연의 구렁텅이로 던져 넣는 행위였다.

현우는 태인의 희생으로 얻은 것을 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남겨진 것은 산산조각 난 정신과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심연의 흔적뿐.

“크아악!”

태인은 비명을 지르며 고서를 내던졌다. 책은 벽에 부딪히며 먼지를 흩뿌렸다. 머리칼을 쥐어뜯자, 두피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한때의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앙상한 뺨, 움푹 들어간 눈, 그리고 무엇보다도… 왼쪽 눈동자에 불길하게 새겨진 붉은 문양. 그것은 심연을 엿본 자에게 새겨지는 낙인이었다.

**‘현우는 그 낙인을 원했지. 나를 희생시켜서… 자신은 안전하게 그 힘을 손에 넣으려고…!’**

분노는 그에게 힘을 주었다. 죽지 않고 살아남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는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고서 앞으로 다가섰다. 찢어진 페이지들을 조심스럽게 맞추며 다시 읽기 시작했다. 현우가 찾으려 했던 힘, 현우가 자신을 제물 삼아 얻어내려 했던 그것. 그 존재를 소환하는 방법이 이 책에 쓰여 있었다. 태인은 그것을 역이용할 생각이었다. 현우가 파멸을 위해 열었던 문으로, 복수의 칼날을 들고 되돌아갈 생각이었다.

“‘…달이 일곱 개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별자리가 올바른 자리를 찾을 때… 차원의 균열이 열리고, 그를 부를 수 있으리라.’”

태인은 낡은 펜을 들어 양피지 위에 빠르게 글씨를 써 내려갔다. 복잡한 수식과 고대어들이 빼곡히 채워졌다. 그는 현우가 제의를 준비할 때 보았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현우가 감춰 두었던 자료들, 그가 중얼거리던 주문의 파편들. 태인은 그것들을 퍼즐처럼 맞춰가고 있었다.

**“현우는 어리석었다. 심연의 지식을 손에 넣으면서도, 그 깊이를 이해하지 못했어.”**

그는 덧붙였다.

**“네가 열었던 문을 통해… 나는 너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그의 시선은 칠판 한구석에 걸려 있는 낡은 단검에 닿았다. 녹이 슬어 검붉은 빛을 띠고 있었지만, 날카로운 칼날은 여전히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그것은 고대의 제의에 사용되던 단검이었다. 태인이 처음 심연을 엿보게 된 그날, 현우가 사용했던 바로 그 단검. 태인은 그것을 은밀히 훔쳐냈다. 복수의 제단에 바쳐질 첫 번째 제물은 바로 현우 자신이 될 것이었다.

태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하의 차가운 공기가 그의 몸을 감쌌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지하는 현우가 잠시 머물렀던 은신처였다. 태인은 현우가 남긴 단서들을 추적하며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현우는 자신을 죽인 줄 알았겠지만, 태인은 살아남아 놈의 그림자처럼 뒤를 쫓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낡은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알 수 없는 문양들이 표시된 지도는 현우의 다음 행적을 암시하고 있었다. 태인의 손가락이 지도의 특정 지점을 짚었다. 외딴 섬의 깊은 동굴.

**“때가 가까워졌다. 현우… 네가 무엇을 계획하든, 나는 너보다 한 발 앞서 있을 것이다.”**

그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과거의 다정했던 태인이 아닌, 심연의 광기와 복수심으로 가득 찬 새로운 존재의 미소였다. 촛불은 마지막 한 방울의 심지를 태우며 일렁였다. 이내, 촛불은 푸른 연기를 내뿜으며 스러졌다. 지하 공간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잠겼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태인의 붉은 눈빛은 더욱 선명하게 타올랐다. 다음 제의를 향한, 파멸의 길을 향한 그의 열망처럼.
그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현우, 네가 원했던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네가 소환하려던 것을 네 자신에게 돌려주리라. 네가 심연에 던져 넣었던 나의 고통을… 이제 네가 맛보게 될 차례다.”

그의 손은 어느새 낡은 단검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단검의 차가운 금속 감촉이 그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마치 단검 자체가 그의 복수심에 동화되어 그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그는 기다렸다. 복수의 칼날을 갈고, 증오를 쌓아 올리며, 마침내 최현우의 목덜미를 끊어낼 그 순간을. 시간은, 이제 그의 편이었다. 혹은, 그를 집어삼킬 심연의 편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