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에피소드 1: 잿빛 평원의 불씨

**[장면 1]**

**#1**
(어두침침한 하늘 아래, 잿빛 먼지가 휘몰아치는 황량한 벌판. 낡은 건물 잔해들이 뼈대만 남은 채 듬성듬성 솟아 있다. 폐허 속을 헤치고 나아가는 두 그림자. 한 명은 작고 민첩해 보이며, 다른 한 명은 덩치가 크다.)

**[내레이션]**
세상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태양이 뜨겁게 타오르던 시절은 이제 희미한 전설이 되었다. ‘제국’의 그림자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고, 남은 것은 폐허와 절망뿐. 숨 쉬는 것조차 사치인 시대.

**#2**
(서리가 낡은 철골 구조물 사이를 능숙하게 기어오르고 있다. 그녀의 손에는 닳았지만 튼튼한 장갑이 끼워져 있다. 얼굴에는 방진 마스크가, 눈에는 고글이 착용되어 그녀의 표정을 가린다.)

**서리:**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작게 읊조리듯) 오늘따라 먼지가 지독하네. 폐가 찢어지는 것 같아.

**#3**
(강철이 서리 아래에서 그녀를 올려다보며 기다리고 있다. 그의 어깨에는 낡은 배낭이 메어져 있고, 한 손에는 묵직한 쇠지렛대가 들려 있다. 그의 몸은 거칠고 단단해 보인다. 말없이 서리를 응시한다.)

**강철:** (짧게, 무뚝뚝하게) 서리, 조심해. 저번처럼 발 헛디디지 말고. 저기 위는 더 불안정해 보여.

**서리:** (피식 웃음) 걱정 마, 강철. 그 사고 이후로는 발 밑만 보며 다닌다니까. 이번엔 ‘붉은 구역’까지 들어왔으니, 뭔가 건져야 할 텐데. 동생의 약값이…

**#4**
(서리가 무너진 건물 옥상에 도착해 고글을 살짝 올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멀리 제국의 거대한 첨탑들이 희미하게 보석처럼 빛난다. 폐허 속에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는 듯한 낡은 주거 구역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서리:** (독백) 제국의 심장부가 저렇게 찬란하게 빛나는데, 우리는 왜 이 잿더미 속에서 숨죽여야 하는 걸까. 저들의 빛은 우리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할 뿐인데.

**#5**
(강철이 서리가 있는 곳으로 올라온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녹슨 금속 더미와 부서진 가구 잔해들. 그 흔적들 사이로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금속 조각들이 보인다.)

**강철:** (한숨 쉬듯) 폐기물 더미군. 쓸 만한 건 없을 거야. 매번 그랬듯이.

**서리:** (무릎을 꿇고 앉아 녹슨 기계 부품들을 뒤적인다) 아니, 강철. 노인이 말했어. 이 구역엔 아직 ‘구 시대’의 ‘전기석’이 남아있을 거라고. 제국이 모조리 회수하긴 했지만, 분명 놓친 게 있을 거야. 그들은 모든 것을 가져갔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작은 틈이 있기 마련이지.

**#6**
(서리의 손이 먼지 쌓인 틈새에서 작은, 푸른 빛을 띠는 조각을 찾아낸다. 그녀의 눈이 순간 빛난다.)

**서리:** 찾았어! 이것 봐, 강철! ‘푸른 섬광’ 전기석! 이 정도면 며칠은 식량을 구할 수 있을 거야! 동생의 약도 살 수 있겠어…!

**강철:** (그 조각을 보며, 굳었던 표정이 살짝 풀린다) 다행이다. 이걸로 당분간은 숨통이 트이겠군.

**#7**
(서리가 조심스럽게 전기석을 품 안에 있는 작은 주머니에 넣는다. 그들의 뒤편에서 갑자기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둔탁하고 규칙적인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효과음]** 쿵, 쿵, 쿵-! (제국군이 발걸음을 맞춰 걷는 묵직한 소리)

**서리:** (화들짝 놀라며) 제국군?! 여기까지 왜…! 이 구역엔 올 이유가 없는데!

**강철:** (표정이 굳어지며 쇠지렛대를 고쳐 잡는다) 숨어! 당장!

**[장면 2]**

**#8**
(두 사람이 급히 낡은 벽 뒤에 몸을 숨긴다. 세 명의 제국군 병사들이 쇳소리를 내는 강화복을 입고 폐허를 수색하며 지나간다. 그들의 어깨에는 에너지 소총이 걸려 있다. 그들의 발걸음은 폐허의 적막을 거칠게 찢어 놓는다.)

**제국군 병사 1:** 이 구역에도 잔존 세력이 숨어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시민이라 불리는 하등 존재들을 색출하고 남은 자원도 모조리 회수한다. 제국의 위엄을 보여줘라!

**제국군 병사 2:** 이 더러운 곳에서 뭘 건진다고 매번 같은 명령입니까, 상관. 차라리 저들에게 총알을 쓰는 게…

**제국군 병사 1:** 입 다물어! 제국의 자원을 회수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반역자들의 씨를 말리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고. 저들에게 숨 쉴 틈조차 주지 마라.

**#9**
(병사들이 폐허 속을 헤치고 나아가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노인 한 명을 발견한다. 노인은 낡은 천 조각으로 몸을 가리고 작은 불을 피워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그의 마른 기침 소리가 폐허에 울린다.)

**노인:** (콜록이며, 몸을 웅크린다) 콜록… 콜록… 여긴 사람이 살 곳이 못 돼… 제발 그냥 지나가 주시오…

**제국군 병사 3:** (총구를 노인에게 겨누며, 거친 목소리로) 거기 노인! 뭘 숨기고 있나? 즉시 소지품을 내놔라! 제국의 자원을 탐하려 드는 불순분자는 용서받지 못한다!

**노인:** (겁에 질린 표정) 없소… 아무것도 없소… 이 낡은 옷가지가 전부요… 제발…

**#10**
(서리가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본다. 그녀의 눈빛에 분노가 스친다. 노인의 손에는 낡은 나무 인형 하나가 들려 있었다. 때가 탔지만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아마도 손주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일한 추억의 조각.)

**서리:** (주먹을 꽉 쥔다) 저 썩어빠진 놈들…! 아무것도 없는 노인에게까지…!

**강철:** (서리의 어깨를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움직이지 마. 들키면 끝장이야. 저들은 살인에 거리낌이 없어.

**#11**
(제국군 병사 1이 노인에게 다가가 발로 그의 작은 불을 끈다. 노인이 움찔거린다. 병사 3이 노인의 낡은 옷을 뒤져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짜증 섞인 표정으로 노인의 손에 들린 나무 인형을 빼앗아 바닥에 던져 발로 짓밟아 부순다.)

**노인:** (경악하며, 비명을 토하듯) 안 돼! 그건… 그건 내 손주가 남긴 유일한…! 이 할애비에게 남은 유일한 추억이란 말이오!

**제국군 병사 3:** (비웃듯이, 노인을 향해 침을 뱉는다) 낡은 쓰레기 따위에 집착하지 마라, 노인. 네겐 제국만이 전부다. 쓸모없는 놈은 죽는 게 마땅해. 추억 따위가 배를 불려 주나?

**#12**
(병사 1이 노인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들어 올린다. 노인의 앙상한 몸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흔들린다. 그의 눈빛은 절망으로 가득하다.)

**제국군 병사 1:** (낮게 으르렁거린다) 아무것도 없으면 쓸모라도 있어라. 제국에 반항하는 자는 누구든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다음부터 이 구역에서 발견되면 바로 처형이다. 알아들었나, 늙은 쓰레기!

**[내레이션]**
분노가, 심장을 짓눌렀다. 저들은 언제나 그랬다. 가진 것을 빼앗고, 희망을 짓밟고, 인간의 존엄마저 부스러뜨렸다. 숨 쉬는 것조차 빼앗아 갈 듯한 폭정.

**#13**
(서리의 눈이 이글거린다.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몸을 일으키려 한다. 그녀의 손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강철:** (굳은 얼굴로 서리의 팔을 강하게 잡아챈다) 안 돼, 서리! 자살 행위야! 저들을 상대로는… 우리가 상대가 안 돼!

**서리:** (강철의 손을 뿌리치며, 목소리가 떨린다) 더는 못 참아, 강철! 저들은… 저들은 사람도 아니야! 저들의 세상에선 숨 쉬는 것도 죄가 되는 건가!

**#14**
(바로 그때, 서리의 시선이 노인의 등 뒤로 향한다. 노인의 낡은 옷깃 아래,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문양 하나가 보였다. 마치 꺾이지 않는 풀잎처럼, 가늘지만 강인한 형상. 그녀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한다.)

**[효과음]** (서리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소리)

**서리:** (눈을 가늘게 뜨며 그 문양을 응시한다) 저건… 설마…

**#15**
(노인을 놓아준 제국군 병사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노인은 부서진 인형 조각들을 부여잡고 흐느낀다. 그의 울음소리는 폐허 속으로 스며든다.)

**제국군 병사 2:**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상관. 이 구역은 깨끗합니다.

**제국군 병사 1:** 좋아. 다음 구역으로 이동한다. 혹시라도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시 보고해라. 단 하나의 반항도 용납치 않는다!

**#16**
(제국군 병사들이 떠나고, 주변은 다시 고요해진다. 강철이 서리에게 다가간다.)

**강철:** 괜찮아? 너무 무모했어. 위험했어.

**서리:** (여전히 노인과 그의 등 뒤에 있던 문양에 시선을 고정한 채, 흔들리는 목소리로) 강철… 방금 노인 등에서 뭔가 봤어. 낡은 옷 아래에 숨겨진 문양… 전에 ‘그림자 조직’에 대한 소문에서 들었던… ‘새벽 풀잎’ 문양…

**강철:** (미간을 찌푸린다) 그림자? 그건 단순한 소문일 뿐이야. 허황된 희망을 좇지 마. 그런 헛된 이야기에 매달리다 제국에 걸려 사라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야.

**[장면 3]**

**#17**
(서리와 강철이 폐허 속 어딘가로 이동한다. 그들의 발소리만이 낡은 잔해들 위에서 울린다. 서리의 표정은 결연하다. 그녀의 고글 너머 눈빛에 불꽃이 깃들어 있다.)

**서리:** 아니, 강철. 이번엔 달라. 더 이상 눈 감고 살 수 없어. 저들이 우리에게 남긴 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잿빛 세상뿐이야. 동생은 언제까지 약에만 의존해야 하고? 우리는 언제까지 이 썩어가는 폐허를 뒤져야 해?

**#18**
(서리가 품에서 아까 찾은 전기석을 꺼내든다. 푸른 빛이 그녀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춘다. 그 빛은 그녀의 작은 희망처럼 보인다.)

**서리:** 이 작은 빛 하나로 하루를 버티는 게 지긋지긋해. 나는 더 큰 빛을 원해. 이 모든 잿빛을 태워버릴 불꽃을. 동생에게도, 우리에게도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강철:** (침묵하다가 길게 한숨을 내쉰다) 그 불꽃에 네가 타버릴까 두렵다. 수많은 사람들이 제국에 맞서다 사라졌어. 모두 잿더미가 되어 버렸지.

**#19**
(서리가 강철을 똑바로 바라본다. 그녀의 눈동자에 흔들림 없는 결의가 담겨 있다. 그녀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의지가 강철을 압도한다.)

**서리:** 그럼에도, 누군가는 시작해야 해. 강철, 그 노인의 등에서 본 문양… 나는 그게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해. 어쩌면… 그림자들이 보낸 신호일지도 몰라. 어쩌면 그들이 정말로 존재하고, 우리 같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강철:** (그녀의 눈빛에 결국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그의 굳건한 표정에도 미세한 동요가 인다) 그래서… 뭘 하겠다는 거야? 뭘 어떻게 찾겠다는 거지?

**#20**
(서리가 손에 든 전기석을 꽉 쥔다. 그녀의 표정은 비장함마저 감돈다.)

**서리:** 노인이 있던 곳으로 다시 가봐야겠어. 그리고… 그 문양의 의미를 찾아야 해. 만약 정말로 저항의 불씨가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불꽃 속에 뛰어들겠어. 더 이상은 도망치지 않아.

**[내레이션]**
절망의 끝에서 피어나는 작은 의지. 그것은 잿빛 평원을 뒤덮은 침묵을 깨고, 새로운 폭풍을 예고하는 첫 번째 불씨가 될 것이었다. 그녀의 심장 속 작은 불꽃은 이미 잿빛 세상을 태워버릴 듯 이글거리고 있었다.

**#21**
(달빛 아래, 폐허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제국의 첨탑들. 그 거대한 그림자가 세상을 짓누르고 있지만, 서리의 작은 그림자 속에서 강렬한 의지가 솟아오른다. 그녀는 돌아서서 노인이 있던 곳, 그리고 미지의 희망이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강철은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른다.)

**[에피소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