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매연과 오존의 시큼한 냄새가 제국 수도의 하층민 지구를 짙은 장막처럼 휘감고 있었다. 머리 위로는 제국의 거대한 비행선들이 별들을 가렸고, 상층 도시의 에테르 램프 불빛 아래 희미하게 빛나는 황동 선체들은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모든 것이 거대하고, 차갑고, 위압적이었다.
“거리 확보. 카이, 진입 준비.”
소형 증기 통신기를 통해 들려오는 세라의 차분한 목소리는 시끄러운 증기기관의 굉음 속에서도 또렷하게 카이의 귓가에 꽂혔다.
카이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에 들린 갈고리총은 묵직했다. 강철 와이어가 감겨 있는 릴에서는 증기압이 차오르는 소리가 쉭, 쉭, 하는 짧은 소음을 냈다. 이 도시의 모든 것이 증기기관의 맥박에 맞춰 움직였다. 그리고 그 맥박을 멈추게 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그들의 목표는 ‘강철 심장’이라 불리는, 제국 비행선 항구의 중앙 증기 동력로였다. 그곳의 핵심 부품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하면 거대한 비행선 함대의 출격에 차질을 줄 수 있었다. 작은 균열이라도 내는 것. 그것이 카이와 그의 동지들의 유일한 목표였다.
“리안, 우측 견제. 자동 순찰병이 온다.” 세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카이가 고개를 들자, 수십 미터 위, 녹슨 철골 구조물 사이로 거대한 기계 병사가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다리가 느리게 움직일 때마다 땅이 울렸다. 눈 부분에서는 희미한 붉은빛이 깜빡였다.
“확인.” 저격수 리안의 짧은 응답과 동시에, 먼 건물 옥상에서 빛줄기가 번뜩였다. 쉬이익, 하는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증기 압축식 저격총의 탄환이 자동 순찰병의 목덜미를 강타했다. 퉁! 둔탁한 금속음과 함께 스파크가 튀었고, 거대한 병사는 잠시 비틀거리다 작동을 멈췄다. 붉은 눈빛이 꺼지자, 거대한 쇳덩어리는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훌륭해, 리안. 카이, 지금이야. 30초 안에 진입.”
카이는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갈고리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퓨슈우욱! 굉음과 함께 강철 갈고리가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 수십 미터 떨어진 목표 지점 – 동력로 외부의 황동 파이프에 정확히 걸렸다. 쨍그랑! 날카로운 금속음이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젠장, 너무 시끄러웠나!” 카이가 중얼거렸다.
“괜찮아. 이 구역 순찰병들은 귀가 멀었거든. 빨리 올라가.” 세라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카이는 갈고리총의 옆면에 달린 증기 엔진 스위치를 눌렀다. 윙- 하는 작은 엔진음과 함께 와이어가 빠르게 감기기 시작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녹슨 철골 구조물을 따라 위로, 위로, 끝없이 이어지는 기계들의 숲을 향해 기어올랐다. 아래로는 빈민가의 낡은 건물들이 점처럼 작아졌다.
드디어 목표 지점, 거대한 증기 동력로의 외벽에 도착했다. 황동과 강철로 이루어진 육중한 벽은 열기로 뜨거웠다. 곳곳에서 김이 뿜어져 나왔고,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끊임없이 돌아가며 굉음을 냈다. 이 모든 것이 제국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심장이었다.
카이는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이 구역에는 순찰병이 없었다. 그는 허리춤에서 복잡한 기계 장치들을 꺼냈다. 증기압으로 작동하는 드릴, 작은 시한폭탄, 그리고 핵심 부품을 빼낼 특수 공구들. 모든 것은 낡았지만, 그의 손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그는 제국 아카데미를 나온 엘리트가 아니었다. 그저 뒷골목에서 온갖 고철을 주워다 만지고 고치며 자란 평범한 기계공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그 누구보다 정교하고 빨랐다.
“좌측 파이프 라인에 진입로 확보. 내부 온도가 높다. 조심해.” 세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카이는 특수 드릴을 꺼내 황동 파이프에 갖다 댔다. 퓨슝! 증기압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드릴이 육중한 황동을 뚫기 시작했다. 끽! 끽!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쇠 부스러기가 튀었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지만, 그는 흔들림 없었다. 그의 눈은 오직 목표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마침내 파이프에 구멍이 뚫렸다.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카이의 얼굴을 강타했다. 그는 특수 제작된 내열 장갑을 낀 채 파이프 내부로 몸을 밀어 넣었다. 좁고 뜨거운 통로는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시야는 어두웠지만, 그는 능숙하게 내부의 배관을 따라 핵심 동력 부품을 향해 나아갔다.
“카이, 5분 남았다. 순찰병들이 재가동될 거야.” 세라의 경고는 그의 심장을 더욱 빠르게 뛰게 했다.
그때였다. 귓가에 윙- 하는 낮은 기계음이 들렸다. 설마?
카이가 고개를 돌렸다. 좁은 통로 저편에서 희미한 붉은빛이 깜빡였다. 제국 자동 순찰병! 리안이 무력화시킨 건 외부의 병사였고, 내부는 따로 관리되고 있었다!
“세라, 내부 순찰병이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라!” 카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젠장! 피해! 놈들은 단순하지만 수가 많아. 리안, 지원 가능해?”
“이 각도에서는 어려워. 카이, 최대한 버텨!” 리안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붉은 눈빛의 기계 병사가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카이는 손에 든 공구들을 내려놓고 허리춤에서 작은 스패너를 꺼내 들었다.
“버틸 거야! 하지만 시간이 없어!”
기계 병사가 다가오자, 카이는 재빨리 몸을 숨겼다. 육중한 기계팔이 그가 방금까지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콰앙! 금속 파이프가 찌그러지는 소리가 통로를 뒤흔들었다.
카이는 기계 병사의 뒤로 돌아가 허리에 찬 작은 자석식 폭탄을 꺼냈다. 칙! 안전핀을 뽑자, 시계추가 딸깍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는 망설임 없이 폭탄을 기계 병사의 등판에 던졌다. 철썩! 자석이 찰싹 붙는 소리가 났다.
“빌어먹을!” 카이는 파이프 틈새로 몸을 던지며 외쳤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통로 전체가 흔들렸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뜨거운 증기가 더욱 거세게 뿜어져 나왔다. 기계 병사는 산산조각이 나 바닥에 쓰러졌다.
“성공했어?” 세라가 급하게 물었다.
“겨우. 하지만 이제 겨우 하나 처리했을 뿐이야. 시간은?”
“1분 30초 남았다. 서둘러!”
카이는 다시 핵심 부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정신없이 뛰어 도착한 곳에는 거대한 증기 압력 밸브가 복잡한 파이프라인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것이 바로 ‘강철 심장’의 핵심 제어 장치였다.
그는 가져온 특수 공구를 꺼내 능숙하게 밸브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틱, 탁, 틱. 작은 톱니바퀴들이 그의 손끝에서 분리되었다. 그는 마치 심장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처럼 정교하게 움직였다. 이 부품 하나만 제거하면, 동력로 전체의 증기 압력이 불안정해지고, 결국 일시적으로 작동을 멈출 터였다.
“카이, 외부 순찰병들이 재가동된다! 네가 뚫고 들어온 구역으로 향하고 있어!” 세라의 목소리가 절박하게 울렸다.
카이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지도 못한 채, 마지막 부품을 분리했다. 딸깍! 작은 부품이 그의 손안에 들어왔다. 승리감과 동시에 엄청난 압박감이 몰려왔다.
“성공했다! 부품 확보!” 카이가 외쳤다.
“좋아! 이제 철수다! 서둘러! 빠져나와!” 세라의 목소리에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긴박함이 서려 있었다.
그가 다시 외부로 나가기 위해 몸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쉬이이익-!
등 뒤에서 거대한 증기 분사음이 들렸다.
카이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대한 기계 병사가 파이프라인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서고 있었다. 방금 터뜨린 것보다 훨씬 크고 위협적인, 마치 인간의 형상을 한 증기 골렘 같았다. 그 붉은 눈은 카이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젠장, 저건 뭐야?!” 카이의 입에서 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카이! 저건 신형 증기 병기 ‘아이언 가디언’이다! 어떻게 저게 내부에… 피해! 절대로 상대하지 마!” 세라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찢을 듯 울렸다.
아이언 가디언은 육중한 금속 주먹을 들어 올렸다. 콰앙! 밸브를 고정하고 있던 강철 기둥이 산산조각 났다. 카이는 간발의 차이로 몸을 날려 피했다.
이제 동력로는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놈들의 함정에 빠진 것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제국은 이 작은 반란의 불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카이는 부품을 꽉 움켜쥐었다. 살아남아야 한다. 이 부품을 동지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 안에는 결코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몸을 돌려, 뜨거운 증기가 가득한 미로 속으로 다시 몸을 던졌다. 뒤에서는 거대한 증기 골렘의 굉음이 그를 추격하고 있었다.
“카이! 서둘러! 우리가 엄호할게!” 리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가 느낀 것은 이 고요하고 거대한 기계 도시의 냉혹한 숨결이었다. 제국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바꾸기 전까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