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에피소드 대본: 망각의 서고 (忘却의 書庫)
**장르:** 대체 역사물,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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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망각의 서고]**
**장면 1. 태화궁 별채 서고**
**#1**
**[컷 1]**
황량하고 오래된 별채 서고의 전경. 거미줄이 드리워지고, 먼지가 쌓여 온통 희뿌옇다. 창문 너머로 햇살이 겨우 비집고 들어와 공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 알갱이들을 비춘다. 아무도 찾지 않는 죽은 공간 같은 느낌.
**내레이션(이준):** (담담하게) 왕실 도서관의 묵은 먼지는 이제 나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되었다. 벌써 몇 년째인가. 내가 이곳에 유배된 것도, 이 망각의 서고에 갇힌 것도.
**#2**
**[컷 2]**
이준(20대 중반, 단정한 도포 차림이지만 먼지로 살짝 얼룩져 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총명한 눈빛). 그는 거대한 책장 앞에 서서 낡은 붓으로 책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그의 손길은 지루함 속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정성스럽다.
**내레이션(이준):** 사람들은 이 서고를 ‘버려진 책들의 무덤’이라 불렀다. 아무 쓸모없는, 존재해서도 안 될 금지된 지식들이 잠들어 있는 곳. 하지만 나는… 어쩌면 이곳에 진짜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알 수 없는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
**#3**
**[컷 3]**
이준의 시선이 책장 구석에 꽂힌, 다른 책들과 확연히 다른 형태의 물체에 머무른다. 검고 거친 나무 재질로 덮여 있고, 겉면에는 기이하고 복잡한 문양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교하다.
**이준:** (작게 중얼거린다) 음? 이건… 또 처음 보는 형태인데.
**#4**
**[컷 4]**
이준이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그 물체를 꺼낸다. 그것은 보통의 책이라기보다는, 얇은 나무 상자 같은 느낌이다. 손에 닿는 감촉이 차갑고 매끄럽다.
**이준:** (표면의 문양을 손가락으로 따라 훑으며) 표식이…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하군. 이런 조각은 본 적이 없어.
**장면 2. 미지의 고서**
**#5**
**[컷 5]**
이준이 탁자에 앉아 책을 조심스럽게 펼친다.
**SFX:** (바스락, 오래된 종이가 마찰하는 소리)
책 속의 페이지는 일반적인 종이가 아니다. 얇고 어딘가 모르게 금속성이 느껴지는 재질이다. 빛을 반사하는 각도에 따라 오묘한 색을 띤다. 글자 대신, 책 표면과 유사한 기하학적이고 복잡한 문양들이 가득 그려져 있다. 한자를 해독하는 데 능통한 이준도 전혀 알 수 없는 형태의 문자들이다.
**이준:** (경외심 가득한 눈빛) 이것은… 문자가 아니다. 그림인가? 아니, 너무 정교해.
**#6**
**[컷 6]**
책을 펼치자, 그 안에 끼워져 있던 작은 조약돌 같은 물체가 톡, 하고 떨어져 나온다. 검은색의 매끈한 돌인데, 빛을 받으면 미묘하게 푸른빛이 감돈다. 마치 흑요석 같기도 하다.
**SFX:** (톡, 작은 돌이 떨어지는 소리)
**이준:** (놀라서) 무엇이지…?
**#7**
**[컷 7]**
이준이 그 돌을 집어 든다. 손에 닿는 감촉은 처음엔 차갑지만, 이내 은은한 온기가 느껴진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책 페이지에 그려진 가장 중앙의 문양에 손가락을 짚는다. 그 순간, 돌에서 희미한 진동과 함께 아주 작은 빛이 뿜어져 나온다.
**SFX:** (웅-… 작게 울리는 진동)
**이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으음…?
**#8**
**[컷 8]**
이준의 손가락이 닿은 책의 문양에서도 비슷한 빛이 일렁인다. 돌과 책의 빛이 서로를 향해 미세하게 공명하는 듯하다. 서고 안의 먼지 알갱이들이 빛을 받아 잠시 허공에서 기묘한 패턴으로 춤을 추는 환각이 보인다.
**이준:** (입술을 살짝 벌린 채, 낮은 목소리로) 이게… 대체…?
**#9**
**[컷 9]**
빛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돌과 책은 다시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준의 손에 쥐인 돌에서는 희미한 온기가, 그리고 서고 안에는 어렴풋한 오존 향 같은 것이 남았다. 그는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 일어났다.
**내레이션(이준):** 수많은 밤을 고서와 씨름하며 지냈지만, 이런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치 잊힌 시간의 문이 살며시 열린 듯한… 기묘하고도 생생한 감각.
**장면 3. 감시의 시선**
**#10**
**[컷 10]**
이준이 서둘러 책을 덮고 돌을 소매 안으로 감춘다. 그때, 서고 입구에 굳은 표정의 박대감(50대 중반, 권위적이고 냉철한 분위기)이 나타난다. 그는 서고 안을 훑어보며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박대감:** 이 서고는 여전히 그대로인가? 이선비, 자네는 아직도 그곳에 박혀있는가?
**#11**
**[컷 11]**
이준이 황급히 몸을 돌려 고개를 숙인다. 그의 표정에는 미세한 긴장감이 스친다.
**박대감:** (낮고 굵은 목소리로) 쓸데없는 호기심은 자네의 명줄을 재촉할 뿐이다. 이곳의 책들은 모두 잊혀야 할 것들이야. 알겠나?
**이준:** (고개를 숙인 채) 예, 대감. 명심하겠습니다.
**#12**
**[컷 12]**
박대감이 혀를 차며 발걸음을 돌린다. 그의 뒷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이준은, 소매 안의 돌을 움켜쥔다. 그의 눈빛은 아까의 놀라움 대신, 깊은 호기심과 알 수 없는 결의로 빛난다.
**내레이션(이준):** 쓸데없다고? 과연 그럴까…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뒤바꿀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장면 4. 밤의 시도**
**#13**
**[컷 13]**
이준의 작은 초가집 방. 밤늦은 시간, 호롱불 하나에 의지해 책과 돌을 펼쳐놓았다. 그는 책 속의 문양들을 종이에 옮겨 그리고 있다. 그의 주변에는 해독을 시도했던 수많은 고서들이 널려 있다.
**SFX:** (밤벌레 소리, 잉잉)
**이준:** (중얼거린다) 이 문양들… 분명 어떤 규칙이 있어. 단순한 그림이 아니야.
**#14**
**[컷 14]**
이준이 다시 돌을 손에 쥐고, 아까처럼 책의 문양에 손가락을 짚는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다. 그는 눈살을 찌푸린다.
**이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이 부족한가…? 그때와 똑같이 했는데…
**#15**
**[컷 15]**
이준이 집중하는 사이, 종이에 베인 그의 손가락 끝에서 아주 작은 핏방울 하나가 맺힌다. 그 핏방울이 무심코 돌 위에 톡, 하고 떨어진다.
**SFX:** (톡, 작은 물방울 소리)
**#16**
**[컷 16]**
핏방울이 닿자마자, 검은 돌에서 강렬하고 영롱한 푸른빛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다. 돌에 새겨진 미세한 금속성 문양들이 빛을 따라 선명하게 드러난다.
**SFX:** (휘잉-! 강렬해지는 빛의 파동)
**이준:** (숨을 들이켜며) 헙…!
**#17**
**[컷 17]**
돌의 빛은 책 페이지의 문양들로 이어진다. 책 속의 모든 문양들이 돌과 함께 빛나기 시작하고, 이내 방 안의 모든 공간으로 빛의 파동이 퍼져나간다. 허공에 빛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문양들이 아른거린다.
**SFX:** (웅장하게 퍼지는 빛의 기류음)
**이준:** (떨리는 목소리로) 이… 이럴 수가…
**#18**
**[컷 18]**
빛의 문양들이 이준의 주변을 맴돈다. 그 빛 속에서 흐릿하게나마 고대의 거대한 건축물이나 알 수 없는 풍경들이 스쳐 지나가는 환영이 보인다. 이준은 압도적인 에너지에 몸이 휩싸이는 것을 느낀다. 고통스럽기보다는, 너무나 거대해서 감당할 수 없는 경이로움에 가깝다.
**내레이션(이준):** 나는 망각된 역사의 심연에서 솟아나는 태초의 힘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마법이 아니었다. 이 세계의 근원, 숨겨진 진실이었다.
**#19**
**[컷 19]**
빛은 더욱 강렬해지고, 이준의 몸과 방 전체를 집어삼킬 듯이 확장된다. 모든 것이 흰빛으로 뒤덮여 눈부시게 빛난다.
**내레이션(이준):** 그리고 나의 세계는…
**#20**
**[컷 20]**
방 안의 모든 것이 빛으로 가득 찬 클로즈업. 이준의 얼굴은 경악과 환희, 그리고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물들어 있다.
**내레이션(이준):**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에피소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