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차가운 메탈릭 블루는 우주의 어둠 속에서 고고하게 빛났다. 인류가 달 너머, 화성 너머로 뻗어 나간 이 시대에도 달의 궤도를 유영하는 거대 연구 시설 ‘오르비스-7’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 미지 속에서, 또 다른 미스터리가 터져 버렸다.

“젠장, 서하 씨!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여기 방사능 경고등이 깜빡이잖아요!”

지수 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나는 그녀의 격앙된 반응에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오르비스-7의 엄중한 격리 구역 깊숙한 곳, 닥터 카엘의 개인 연구실 앞이었다. 비상등이 붉게 번쩍이는 복도는 불안감을 극대화했다.

“진정해요, 지수 씨. 미약한 잔류 에너지일 뿐입니다. 우리에게 해가 될 정도는 아니에요.”
“미약하다고요? 저 수치로는 특수 보호복 없이 10분만 노출돼도 몸이 맛이 갈 텐데요!”

내 옆에 선 지수 씨는 최신형 전투복 ‘하르파스’의 파일럿이었다. 평소라면 강철 같은 침착함을 유지했을 그녀지만, 지금은 얼굴에 당혹감이 역력했다. 하기야, 내가 특별히 이 연구 시설의 보안 시스템을 해킹해서 들어온 것도 아니고, 정식 요청을 받아 왔는데 상황이 이 지경이니.

시설 보안 책임자인 강 대위가 얼굴을 찌푸린 채 우리를 맞았다. “죄송합니다, 서하 탐정님. 닥터 카엘의 연구실은 예상보다 오염 수치가 높아서… 내부 진입을 잠시 보류하고 있습니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상황판을 응시했다. ‘밀실 살인’. 오르비스-7의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구역에서 발생한 사건. 피해자는 이 시설의 핵심 두뇌이자, 신형 전투 기체 ‘실라스(Silas)’의 개발자, 닥터 카엘. 사인은 ‘내부 에너지 폭주로 인한 신경계 파괴’.

“밀실인가요?” 내가 물었다.
“네. 외부 침입 흔적은 일절 없습니다. 모든 생체 인식 잠금장치는 정상 작동 중이었고, 강화 티타늄 세라믹 벽면에도 손상 흔적은 물론, 열 스캔조차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공조 시스템도 완벽하게 격리 상태였고요. 외부와 연결된 통로는 오직 하나의 에어록뿐이었지만, 그것도 내부에선 열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완벽한 밀실입니다.”

강 대위의 설명은 교과서적이었다. 완벽하다는 건, 항상 완벽하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닥터 카엘은 발견 당시 무엇을 하고 있었죠?”
“자신의 개인 메카닉 작업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옆에는 개발 중이던 실라스 프로토타입이 대기 모드로 정지해 있었고요.”
“시신을 볼 수 있을까요?”
“…현재는 내부 오염 수치 때문에 로봇 팔을 이용한 원격 촬영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희 의료팀의 의견은 확고합니다. 외부 충격 흔적은 전무하며, 그의 신경계만이 말끔히 타버렸습니다.”

나는 강 대위가 건넨 태블릿을 받아들었다. 화면 속에는 닥터 카엘의 시신이 클로즈업되어 있었다. 평소 연구에만 몰두하던 그의 얼굴은 미라처럼 말라 있었지만, 눈은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 부릅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 검은 그림자처럼 거대하게 웅크린 프로토타입 메카닉 ‘실라스’. 그 기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희미한 푸른빛이 화면을 채색하고 있었다.

“사건 발생 시각은 언제로 추정됩니까?”
“어제 자정부터 오늘 새벽 4시 사이입니다. 닥터 카엘은 그 시간대에 연구실에 혼자 있었고, 그 누구도 들어오거나 나간 흔적은 없습니다.”

나는 지수 씨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 씨, 경고 수치에 상관없이 내부 진입하겠습니다.”
“네?! 서하 씨, 잠시만요! 이건 말도 안 돼요! 당신은 전투복도 없잖아요!” 지수 씨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강 대위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서하 탐정님, 저희가 특수 보호복을 준비해 드릴 순 있습니다만…”
“필요 없습니다. 방해만 될 뿐.”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수 씨, 당신은 하르파스를 대기시켜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요.”

지수 씨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쳤군, 저 인간’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 있는 듯했다. 강 대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내부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쉬이이이이이익.*

에어록이 열리자, 내부의 탁한 공기가 훅 하고 쏟아져 나왔다. 퀴퀴한 쇠 냄새와 함께, 희미한 오존 향이 코끝을 스쳤다. 마치 오래된 발전소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 경고등이 번쩍이는 가운데, 나는 망설임 없이 발을 들여놓았다.

닥터 카엘의 연구실은 생각보다 넓었다. 온갖 첨단 장비들과 함께, 실험용 기계팔들이 천장에서 늘어져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강 대위가 말했던 대로 ‘실라스’가 거대한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그 기체는 단순한 전투 메카닉이 아니었다. 유려하면서도 기묘한 곡선을 가진 은빛 외장,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이는 관절 부위. 그것은 아직 미완성이었지만, 그 존재감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방을 둘러봤다. 바닥에는 아주 미세한 먼지들이 얇게 깔려 있었고, 그 위로 닥터 카엘의 발자국과, 내가 방금 남긴 발자국만이 선명했다. 어떤 유리 조각도, 흩뿌려진 서류도, 격렬한 싸움의 흔적도 없었다. 완벽한 고요, 완벽한 밀실.

“서하 씨, 수치 상승합니다! 빨리 나오세요!” 지수 씨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울렸다.

나는 그녀의 경고를 무시하고 닥터 카엘의 시신에 다가갔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놀라움과 함께, 아주 미묘한, 어딘가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시신의 손가락 끝을 자세히 살폈다. 그의 오른손 검지 끝에는 아주 미세한, 눈에 거의 띄지 않는 검은 얼룩이 묻어 있었다. 마치 그을음 같기도 하고, 어떤 액체가 말라붙은 것 같기도 한.

그리고 그의 시선이 향했던 곳, ‘실라스’의 조종석 디스플레이 패널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패널은 꺼져 있었지만, 표면에는 아주 미세한 흠집 하나가 있었다. 손톱으로 긁은 듯한, 극도로 미세한 상처.

나는 ‘실라스’의 거대한 팔을 올려다봤다. 실험용 기체답게 여러 가지 센서와 장치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특히, 팔뚝 부분에 위치한 에너지 방출 코어는 특이한 형태로 돌출되어 있었다. 그 코어 표면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주 작은 금속 가루가 묻어 있었다.

지수 씨가 다시 소리쳤다. “서하 씨! 이건 정말 위험해요!”

나는 고개를 돌려 지수 씨를 향해 미소 지었다. “이제 됐어요. 범인을 찾았습니다.”

강 대위와 지수 씨는 동시에 벙찐 표정을 지었다.

“네? 벌써요? 서하 탐정님, 단 몇 분 만에… 게다가 아직 증거 수집도 제대로 안 됐는데요!” 강 대위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나는 실라스의 조종석 패널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이 사건은 완벽한 밀실 살인이 맞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이 방에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럼 대체 누가… 유령이라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강 대위가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아니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유령 기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하겠군요.”

지수 씨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유령 기체… 설마 실라스가 스스로 움직여 닥터 카엘을 죽였다는 건가요? 하지만 실라스는 아직 개발 중이고, 자율 AI 기능은…”

“아닙니다.” 나는 실라스의 거대한 팔뚝에 붙어 있는 에너지 코어를 가리켰다. “실라스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닥터 카엘을 죽인 건… 닥터 카엘의 바로 옆에 있던, 이 ‘실라스’의 특정 기능입니다. 그리고 그 기능을 조작한 범인은 ‘밖’에 있었습니다.”

강 대위가 경악했다. “외부에서요? 하지만 모든 통신망은 격리되어 있었고, 실라스는 외부 통신에 연결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 연구실 내부의 모든 무선 신호도 차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직접 연결했을 가능성은 없나요?” 내가 되물었다.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지 않고, 원격으로 제어할 방법 말이죠.”

나는 닥터 카엘의 시신을 다시 한 번 쳐다봤다. 그의 오른손 검지에 묻어 있던 검은 얼룩. 그리고 실라스 조종석 패널의 미세한 흠집. 실라스 팔뚝 코어의 금속 가루.

“닥터 카엘은 죽기 직전, 이 조종석 패널의 특정 버튼을 누르려 했습니다.” 나는 검지에 묻은 얼룩과 패널의 흠집을 가리켰다.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고, 비상 정지 버튼이나 기능을 끄기 위해 몸부림쳤던 겁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죠.”

“하지만 외부 조작이라뇨? 어떤 식으로도 접근할 수 없었을 텐데요!” 지수 씨가 반문했다.

“닥터 카엘의 연구는 무엇에 중점을 두었죠?” 내가 물었다.
강 대위가 대답했다. “실라스는 초고밀도 에너지 집속 기술을 이용한 신소재 개발 및 특정 물질 변환 연구를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소형화된 블랙홀 생성 기술이었습니다만…”

“초고밀도 에너지 집속… 특정 물질 변환.” 나는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이 실라스의 에너지 코어는 어떤 형태로든 물질에 간섭할 수 있겠군요. 심지어 벽 너머의 물질에도.”

지수 씨와 강 대위의 눈이 동시에 휘둥그레졌다.

“설마…!” 지수 씨가 숨을 들이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실라스는 단순한 전투 메카닉이 아닙니다. 이 기체는 ‘공간 간섭’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극도로 정교하게 조작하면, 강화 티타늄 세라믹 벽면조차 투과하여 특정 물질에 에너지를 전달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죠.”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돼요! 그런 기술은 인류의 영역을 넘어선…” 강 대위가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요. 닥터 카엘이 그 기술의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여기 있습니다.” 나는 실라스의 에너지 코어에 묻어 있던 미세한 금속 가루를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였다. “이것은 벽면의 강화 티타늄 세라믹 성분입니다. 극히 미세하게 떨어져 나온 거죠. 범인은 이 실라스의 ‘공간 간섭’ 기능을 원격으로 조작했습니다. 아주 약한 에너지로 벽면을 미세하게 ‘뚫고’ 들어와, 실라스 자체의 시스템에 간섭한 겁니다.”

지수 씨의 눈이 번뜩였다. “그럼 범인은 실라스의 개발 코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거네요! 그리고 그 기술을 역으로 이용해서 닥터 카엘의 신경계를 표적으로 삼아 에너지 폭주를 유도한 거고요!”

“정확합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는 이 방의 오염 수치에 있습니다.”

“오염 수치요?” 강 대위가 의아해했다.

“닥터 카엘은 에너지 폭주로 사망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해당 에너지가 한꺼번에 방출되면서 막대한 잔류 방사능이나 오염 물질을 남기죠. 하지만 이 방의 오염 수치는 일정했습니다. 마치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에너지가 방출된 것처럼요.”

“그게 무슨 의미죠?”

“범인은 닥터 카엘이 마지막으로 남긴, 그의 피와 같은 연구 기록들을 회수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밀실은 너무나 완벽했죠. 그래서 범인은 실라스의 공간 간섭 능력을 이용해 벽을 투과하여 내부 시스템에 접속했고, 닥터 카엘의 신경계를 직접 표적으로 삼아 죽였습니다. 그 후, 죽은 닥터 카엘의 연구 자료를 복사하기 위해, 실라스의 ‘공간 간섭 에너지 전송’ 기능을 활용하여 외부에서 내부 데이터에 접근하려 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불안정하게 누출되었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감지하고 있는 미약한 잔류 방사능의 원인입니다.”

강 대위는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범인은 이 연구실 내부의 모든 데이터에 접근하여 닥터 카엘의 연구 기록을 복사하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내부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여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겨진 에너지 잔류물이, 범인이 이곳에 있었다는, 그리고 무엇을 하려 했는지를 알려주는 유일한 단서가 된 거죠.”

나는 고개를 돌려 실라스의 거대한 몸체를 응시했다. “범인은 닥터 카엘의 연구 파트너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은 닥터 카엘의 기술을 탈취하려던 외부 세력의 스파이거나요. 그리고 그들은 닥터 카엘의 연구실 내부 시스템에 완벽하게 침투할 수 있을 만큼, 실라스의 핵심 코드를 이해하고 있었을 겁니다.”

지수 씨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렇다면 이 오르비스-7 내부에도 범인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네요?”

“네. 아니면, 이 시설의 특정 관리 권한을 가진 누군가일 수도 있고요.” 나는 말했다. “이제 강 대위는 시설 내부 통제 시스템의 접근 기록과, 실라스의 개발 프로젝트에 접근할 수 있었던 인물들의 기록을 대조하면 됩니다. 유령 기체를 조종한 유령 조종사를 찾는 건, 이제 당신들의 몫입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닥터 카엘의 시신을 다시 한 번 쳐다봤다. 그의 억울해 보이던 표정은, 이제 막 풀린 밀실의 비밀처럼 허공에 떠 있었다.
누군가 닥터 카엘의 연구를 탐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그를 죽였다. 그리고 그 살인에 사용된 도구는 다름 아닌, 그가 평생을 바쳐 만들던 꿈의 메카닉, 실라스였다.

밀실은 깨졌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정한 어둠은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참이었다.
지수 씨는 내 말을 들으며 이미 ‘하르파스’의 파일럿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불타는 듯했다.

“좋아요, 서하 씨. 다음은 제 차례네요. 그 유령 조종사가 어디에 숨어 있든, 하르파스가 박살내 줄 테니까요.”

강철의 유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