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디찬 지하의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축축하고 끈적한 어둠 속에서, 강태산은 조용히 숨을 죽였다. 오래된 석벽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릴 뿐, 이곳 ‘망각의 심연’이라 불리는 크라테르 지하 유적의 심층부는 살아 있는 것들의 온기마저 거부하는 듯했다.

수백 년 전, 고대 제국이 멸망하며 봉인되었다는 이 미궁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금기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태산에게 금기는 더 이상 의미 없었다. 그의 심장을 지배하는 것은 오직 단 하나의 목표, 복수였다.

손안에 든 마석 등불이 희미한 푸른빛을 내뿜으며 낡은 비석을 비췄다. 비석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 문자가 세계의 근원적인 힘, 즉 영력을 조종하는 ‘절대 주술’의 비밀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힘은, 이선우에게 복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쉬이익…”

어둠 속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림자 뱀이었다. 망각의 심연에서 태어난 영체(靈體)로, 생자의 영력을 탐하며 자라는 괴물. 일반적인 마법이나 무기로는 거의 피해를 줄 수 없었다. 태산의 얼굴에는 미동도 없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손바닥에서 검붉은 기운이 피어 올랐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영력도, 어떤 마나도 아닌, 오직 태산만이 다룰 수 있는 ‘어둠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었다. 배신당하고 죽음의 문턱에 내던져졌을 때, 알 수 없는 존재가 그에게 부여한 힘. 삶의 모든 희망이 사라진 절망의 끝에서 태어난, 저주이자 축복.

그림자 뱀이 이빨을 드러내며 덤벼들었다. 그 속도는 번개 같았고, 뱀의 눈은 생명의 불꽃을 향한 갈망으로 번들거렸다. 태산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림자 뱀이 그의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손바닥의 검붉은 기운을 뱀을 향해 뻗었다.

“크아악!”

영체가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은 인간의 귀로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림자 뱀의 형체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모래성이 무너지듯, 뱀의 몸을 이루고 있던 어둠의 입자들이 태산의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불과 몇 초 만에, 거대한 그림자 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태산의 검붉은 기운은 더욱 짙어졌다.

‘이선우… 네가 나를 이곳으로 내던졌을 때,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지.’

뇌리 속에서 과거의 잔상이 스쳤다. 함께 소환된 이세계. 낯선 환경 속에서 유일하게 의지했던 친구, 이선우. 그는 가장 먼저 이 세계의 영력에 적응했고, 가장 먼저 강력한 ‘성검’의 소유자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태산은, 이세계의 마나에 적응하지 못하는 낙오자였다.

* “태산아, 미안하다. 이건 모두를 위한 일이야.”

그의 등 뒤에서 들려온 선우의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러웠고, 그의 손에 들린 성검은 너무나 차가웠다. 등 뒤를 꿰뚫는 고통과 함께, 태산은 영력의 격류 속으로 던져졌다. 모두를 위한 일? 아니, 그것은 선우, 너 자신을 위한 일이었지. 네가 영웅이 되기 위해, 나라는 걸림돌을 제거한 것뿐.

그때의 고통, 그리고 이어진 절망 속에서 태어난 이 어둠의 힘. 태산은 이 힘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세상이 그를 버렸으니, 그는 세상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리라 맹세했다.

“흐읍…”

길게 숨을 내쉬며 잡념을 떨쳐냈다. 비석의 고대 문자는 그림자 뱀을 흡수한 덕분인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비석의 한 구절을 짚었다. ‘죽음의 속삭임은 영혼의 문을 열고, 망각의 심연은 진정한 깨달음을 선사하리라.’

그 순간, 비석의 문자가 격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바닥에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이 황금빛으로 번쩍이며 공간을 진동시켰다. 이내 마법진의 중앙에서 낡은 양피지 두루마리가 솟아올랐다. 태산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집어 들었다.

양피지에는 고대 문자와 함께 기괴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영력을 추출하고, 그것을 특정한 형태로 응축하며,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의지대로 대상을 조종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바로 그가 찾던, ‘절대 주술’의 파편이었다.

“찾았다… 마침내.”

피식, 씁쓸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힘이 너무나도 위험한 나머지, 고대 제국이 봉인해버린 금기. 하지만 태산은 망설이지 않았다. 선우의 성검이 휘두르는 영력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금기는 감수해야 했다.

그는 두루마리를 품속에 넣고 몸을 돌렸다. 이제 이곳에서 볼일은 끝났다. 다음 목적지는…

“거기까지다, 이단자.”

차갑고도 단호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태산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마석 등불이 비추는 곳, 유적의 입구에서 다섯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들의 가슴에는 태양 문양이 새겨진 은빛 갑옷이 번쩍였다. ‘성기사단’의 휘장이었다.

이선우가 수장이 된 바로 그 성기사단.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는 태산의 손에 들렸던 마석 등불을 응시했다. “망각의 심연 깊숙한 곳에서 금기를 탐하는 자여, 감히 태양의 빛을 거스르려는가?”

태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더니,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성기사단을 향해 뻗어나갔다.

“무엄하도다! 그림자를 다루는 주술사인가! 모두 경계하라!”

성기사단의 대장이 외쳤다. 그들은 즉시 자세를 잡고 검을 뽑아 들었지만, 태산의 그림자는 이미 그들의 발밑에 도달해 있었다. 그림자들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하여 성기사단의 다리를 묶고, 움직임을 봉쇄했다.

“크윽!”
“이… 이건 무슨 마법이냐!”

당황하는 그들을 뒤로하고, 태산은 냉정하게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그의 어둠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이 세계의 그 어떤 마법사와도 달랐다. 그의 주술은 영혼을 직접 파고들고, 생명을 갉아먹는 그림자의 속삭임이었다.

“네놈들의 영웅, 이선우에게 전해라.”

태산의 목소리는 차가운 얼음 같았다.

“내가 돌아왔다고. 그리고, 네가 빼앗아 간 모든 것을 되찾으러 왔다고.”

그의 손에서 검붉은 기운이 폭발했다. 유적의 어둠이 일순간 더욱 깊어졌다. 성기사단의 비명과 함께, 강태산의 모습은 어둠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졌다. 뒤이어 굉음이 울리며 유적의 입구가 무너져 내렸다.

바깥세상은 아직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피어난 복수의 칼날은 이미 그의 심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선우, 네가 구축한 모든 영광은 이제 무너질 차례였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지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