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심연의 그림자

### 에피소드 3: 잊혀진 시간의 문

**[장면 1]**

**#1**
**[배경]** 깊은 지하. 흙먼지와 부식된 금속 파편이 가득한 거대한 동굴 형태의 공간. 천장에서는 간헐적으로 물방울이 떨어져 작은 웅덩이를 만든다. 강휘와 유나가 각자 손전등을 들고 조심스럽게 전진하고 있다. 강휘는 낡았지만 잘 관리된 방탄 조끼를 입고 있고, 등에는 개조된 소총을 메고 있다. 유나는 좀 더 가벼운 장비를 착용하고 있으며, 한 손에는 태블릿 같은 구형 전자 기기를 들고 있다. 주변은 오래전 버려진 고대 문명의 흔적이 느껴지는 기계 잔해와 알 수 없는 문양의 벽화로 가득하다.

**강휘 (내레이션)**
몇 년을 땅 위에서 뒹굴었는지, 잿빛 하늘만 보고 살았는지도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땅 밑은 달랐지. 빛 한 점 들지 않는 이곳이야말로, 우리에게 진짜 ‘고대’가 뭔지 보여줬으니까. 허울뿐인 신문물 잔해가 아닌, 진짜 이 땅의 뿌리를.

**유나**
선배, 이쪽이에요. 아까 그 센서 반응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확실히, 우리가 찾던 ‘심장’과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강휘**
(앞을 주시하며)
어차피 이 지경까지 들어온 거, 돌아갈 수도 없지. 발밑 조심해. 저번처럼 천장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 할 거 아니냐. 한 번만 더 그랬다간 네 할머니 묘에 내가 묻히는 꼴이 될 테니.

**유나**
(피식 웃으며)
이번엔 제가 안전 검사 다 했잖아요. 괜찮을 거예요. 그보다, 이 벽 문양 좀 보세요. 분명 우리가 전에 발견했던 기록 파편에 나오는 것과 비슷해요. 이 지역이 정말 그 ‘태고의 균열’과 연결되어 있다면…

**#2**
**[배경]** 유나가 손전등으로 벽에 그려진 정교하면서도 낯선 문양들을 비춘다. 기하학적인 패턴과 알아볼 수 없는 상형문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문양 속에는 인간의 모습이라기엔 너무나 기괴한 형상들이 춤을 추듯 그려져 있다.

**강휘**
(한숨 쉬듯)
그래, 그 ‘태고의 균열’이 도대체 뭔지나 알면 좋겠군. 여기까지 와서 고대인들의 농담 따먹기에 휘말린 거면 내가 네 할머니 무덤에 가서 춤이라도 춰줄 테니. 그 무덤을 먼저 찾아야 하겠지만.

**유나**
(싱긋 웃으며)
그 정도는 아니길 바라요.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찾던 마지막 열쇠가 저 너머에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 모든 폐허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라거나…

**#3**
**[배경]** 그들이 도착한 곳은 거대한 절벽의 끝자락. 절벽 아래로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펼쳐져 있고, 맞은편에는 매끈하게 다듬어진 검은색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이 서 있다. 그 구조물 한가운데에, 마치 어둠을 삼킨 듯한 거대한 문이 육중하게 닫혀 있다. 문에는 다른 벽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더욱 복잡하고 위압적인 문양이 새겨져 있다. 문 주변의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듯하다.

**강휘**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바깥에서 썩는 게 나았을지도.

**유나**
이거… 우리가 봤던 그 어떤 유적보다도 규모가 커요. 그리고 이 재질… 대체 뭐죠? 빛을 전부 흡수하는 것 같아요. 표면에 손전등을 비춰도 아무런 반사 없이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것 같아요.

**강휘**
이런 건 본 적이 없어. 인간의 기술이라기엔 너무 완벽하고, 그렇다고 자연적인 구조물이라고 하기엔… (손전등으로 문을 비추며) …저 문양 좀 봐. 고대인이 만들었다기엔 너무 정교하고, 또 너무… 생경해.

**#4**
**[배경]** 문의 중앙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오목한 홈이 파여 있다. 그 주변으로는 복잡한 회로 같은 선들이 이어져 있고, 그 선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나**
아마… 열쇠가 필요한 거겠죠? 아니면… (손을 뻗어 홈에 가져다 대려다가 멈칫한다) 뭔가 섬뜩한 기운이 느껴져요. 마치 저 안에서 차가운 숨결이 흘러나오는 것 같아요.

**강휘**
만지지 마. 섣불리 건드리면 어떻게 될지 몰라. (배낭에서 낡은 전자기기 분석기를 꺼낸다.) 일단 스캔부터 해보자. 이 모든 게 단순한 함정일 수도 있어.

**[장면 2]**

**#5**
**[배경]** 강휘가 분석기를 작동시키자, 기기에서 여러 색깔의 빛이 나와 문양과 문 전체를 훑는다. 잠시 후, 분석기 화면에 알 수 없는 데이터와 함께 경고음이 울린다. 화면에는 기괴한 파형과 함께 알 수 없는 문자열이 깜빡인다.

**강휘**
(미간을 찌푸리며)
이럴 수가… 에너지 반응이… 측정 불가능 수준이야. 내부에서 엄청난 힘이 꿈틀거리고 있어. 그리고… 이 암호 체계는 내가 아는 어떤 것과도 달라. 모든 주파수 대역이 꼬여 있어.

**유나**
‘측정 불가능’이라니요? 그럼 이 문은… 대체 무엇으로 작동하는 거죠? 마법이라도 썼다는 건가요?

**강휘**
최소한 인류의 기술로는 만들어지지 않은 문이거나, 아니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차원의 에너지를 쓰는 문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분석기를 들고 홈 주변을 자세히 살핀다.) 홈 모양이… 이건 분명 특정 형태의 매개체를 삽입하도록 만들어졌어. 그리고 이 홈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약한 공명음…

**#6**
**[배경]** 유나가 들고 있던 태블릿 화면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그들이 이전에 발견했던 고대 기록의 단편적인 이미지와, 그 사이에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육각형 수정 그림이 있다. 그림 속 수정은 마치 별이 응축된 듯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유나**
혹시 이거 아닐까요? 우리가 지표면 폐허에서 어렵게 찾아냈던 ‘시간의 파편’이라고 불리던 그 수정. 기록에 따르면 ‘심연의 길을 여는 열쇠’라고 했었어요. 이걸 찾아 여기까지 왔던 거잖아요, 선배.

**강휘**
(무언가에 홀린 듯 수정을 받아 들고 홈에 맞춰본다.)
딱 맞네… 설마 이걸 위해 그렇게 고생했던 건가? 이 모든 고난이 고작 이 조그만 조각 하나 때문이었다고?

**#7**
**[배경]** 강휘가 망설임 없이 육각형 수정을 홈에 끼워 넣는다. 수정을 삽입하자, 문의 표면에 새겨진 문양들이 희미한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빛은 점점 강해지며 회로를 따라 문 전체로 퍼져 나간다. 웅- 하는 낮은 진동음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그 진동은 발아래 땅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져온다.

**유나**
(숨을 죽이며)
열리는 건가요? 정말… 열리는 거예요?

**강휘**
모르겠어… (자신도 모르게 소총을 단단히 고쳐 쥔다.) 어쩌면 재앙이 시작될지도. 고대인들이 괜히 이런 걸 봉인해 둔 건 아닐 테니.

**#8**
**[배경]** 거대한 문이 천천히, 그러나 육중하게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끽- 끽- 거리는 쇳소리가 귀청을 때리고, 문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주변을 비춘다. 빛은 단순한 빛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듯 일렁이며 형태를 갖추는 듯 보인다. 문이 열릴수록 더욱 기이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장면 3]**

**#9**
**[배경]** 문이 완전히 열리자, 그 안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 드러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수천 개의 작은 별들이 떠 있는 듯한 공간. 별들은 푸른색, 보라색, 금색 등 다양한 색깔로 반짝이며, 마치 은하수를 압축해 놓은 듯하다. 바닥은 투명한 크리스탈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아래로는 심연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공간은 마치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 듯하다.

**유나**
(넋을 잃은 듯,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린다.)
이게… 대체… 뭐죠? 꿈을 꾸는 것 같아요…

**강휘**
(말을 잇지 못한다. 그의 눈에도 경외감과 함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간다.)
…우리가 찾던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이런 건 그 어떤 기록에도 없었어.

**#10**
**[배경]** 그들 앞에는 투명한 크리스탈 바닥 위에 홀로그램처럼 떠 있는 거대한 구조물이 보인다. 복잡한 기계 장치 같기도 하고, 살아있는 생명체의 내부 같기도 한 형상이다. 그 중앙에는 기둥 형태의 빛이 솟아오르고 있으며, 빛 속에서 알 수 없는 문자들과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흘러 지나간다. 이미지 속에는 멸망 이전의 문명, 그리고 알 수 없는 재앙의 모습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유나**
(조심스럽게 한 발 내딛는다. 크리스탈 바닥이 발밑에서 은은하게 빛난다.)
이건… 고대인들의 기록 장치인가요? 아니면… 그들의 심장? 저 이미지들은… 재앙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강휘**
(소총을 내려놓고 분석기를 다시 꺼낸다.)
이건 내가 아는 어떤 기술로도 설명할 수 없어. 너무… 이질적이야. 하지만… (화면에 나타나는 에너지 파형을 보며) …이 막대한 에너지. 이게 바로 이 폐허 전체의 근원이었나? 이 모든 지하 미궁을 작동시키는 힘…

**#11**
**[배경]** 강휘가 홀로그램 기둥에 가까이 다가간다. 기둥에서 흘러나오던 문자 중 일부가 갑자기 의미 있는 형태로 조합되기 시작한다. 고대어로 보이는 글자들이 유나의 태블릿에 자동으로 번역되어 표시된다. 태블릿 화면은 번역된 문자를 표시하며 경고음을 울린다.

**유나**
(태블릿 화면을 보며 경악한다. 그녀의 얼굴은 삽시간에 새하얗게 질린다.)
선배! 이봐요, 이거… 큰일 났어요!

**[번역된 텍스트 (태블릿 화면)]**
**[경고: 존재 증명 실패. 균열의 심층부 불안정. 보호막 해제 됨.]**
**[원문: ERROR: EXISTENCE PROOF FAILED. FISSURE CORE UNSTABLE. SHIELD PROTOCOL DEACTIVATED.]**

**강휘**
(텍스트를 읽고 경직된다.)
‘균열의 심층부 불안정’이라고? ‘보호막 해제’? 그게 무슨… 우리가 이걸 열면서 뭔가를 건드린 건가?

**#12**
**[배경]** 그 순간, 홀로그램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갑자기 폭주하듯 강렬해진다. 주변에 떠 있던 작은 별들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투명한 크리스탈 바닥에도 균열이 생기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공간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굉음이 울려 퍼진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깨어나는 듯한 소리다.

**유나**
(비명을 지르며)
선배! 위험해요!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해요!

**#13**
**[배경]** 강휘와 유나가 몸의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그들의 등 뒤, 방금 열고 들어왔던 거대한 문이 굉음과 함께 저절로 닫히기 시작한다. 빛을 발하던 수정이 문에서 튕겨져 나와 허공으로 솟아오른다. 동시에 크리스탈 바닥 아래 심연에서도 어두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강휘**
(이를 악물고 소총을 다시 쥔다.)
젠장! 문이 닫히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탈출로는 여기밖에 없는데!

**유나**
(수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보며)
수정이… 반응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 기둥에서 뭔가 튀어나오고 있어요! 심연에서… 올라오고 있어요!

**#14**
**[배경]** 홀로그램 기둥의 빛이 더욱 강해지더니, 그 속에서 덩어리 같은 검은 형체들이 빠르게 형성되기 시작한다. 형태는 마치 연기처럼 유동적이지만, 점차 거대하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 모습은 고대 벽화에 그려진 괴물과 흡사하다. 문은 완전히 닫히고, 그들을 가두어버린다. 공간을 가득 채운 괴물의 불길한 기운이 그들을 덮친다.

**강휘**
(괴물을 향해 소총을 겨눈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다.)
젠장, 젠장, 젠장! 이게 바로 ‘심연의 그림자’인가?! 고대인들이 봉인하려 했던 존재가!

**유나**
(겁에 질린 표정으로 강휘의 팔을 붙잡는다. 그녀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린다.)
선배, 저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발! 도망쳐야 해요!

**강휘 (내레이션)**
오랜 세월 동안 잊혔던 비밀은, 때로는 영원히 묻혀 있었어야 하는 법이다. 우리는 그 금기를 깨뜨렸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를 순간이 온 것 같았다. 저 너머에 도대체 무엇이 있었기에, 이토록 철저히 봉인되어 있었을까.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과연 어디였을까. 그 질문의 답은, 이제 우리의 목숨을 걸고 찾아야 할 숙명이 되었다.

**[에피소드 끝]**
**다음 에피소드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