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심연의 틈새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곳은 단순한 지하 동굴이 아니었다. 동우가 켜든 탐사용 라이트가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거대한 공간의 윤곽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솟아난 기둥들은 그 어떤 인간의 손으로도 조각될 수 없는 형태를 하고 있었다. 직선과 곡선이 불가능한 각도로 뒤틀려 있었고, 보는 것만으로도 두통이 일렁이는 기하학적인 무늬들이 표면을 가득 메웠다.

“이건… 정말…”

지아의 목소리는 경외와 함께 미미한 전율을 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헤드램프 불빛이 닿는 모든 곳을 탐색하듯 움직였다. 우리가 발굴해왔던 고대 유적들은 대부분 인류의 문명이 낳은 것이었다. 아무리 신비롭고 난해하다 해도 결국은 ‘인간의 손’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처음부터 달랐다.

이현은 굳게 다문 입술로 라이트를 멀리 비추었다. 그의 시선은 이 거대한 챔버의 중앙을 향했다. 우리를 이곳으로 이끈 고서에 ‘고대의 문’이라 불리던, 바로 그 장소였다.

“측정 결과, 이 공간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지하 공동 중 가장 거대해요.” 지아가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녀의 어깨에 매달린 장비들이 둔탁한 소리를 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라이트가 미치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마치 살아있는 듯한 그림자들이 꿈틀거리는 착각에 사로잡혔다. 벽면에는 불규칙하고도 기묘한 형상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문자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상형문자라고 하기엔 전혀 알아볼 수 없는 뒤틀린 그림들이었다. 그 그림들은 마치 우리의 시선을 붙잡고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듯, 깊은 어둠 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 박사님, 저길 좀 보세요.” 동우가 나직이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함께 분명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우리 모두의 시선이 동우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거대한 챔버의 정중앙,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 있던 거인이 서서히 깨어나는 듯한 모습으로, 거대한 석조 구조물이 솟아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기둥이나 제단이 아니었다. 높이만 해도 수십 미터에 달하는 직사각형의 거대한 문이었다. 표면에는 방금 보았던 기하학적 무늬들이 훨씬 더 정교하고 밀도 높게 새겨져 있었다.

“이런… 이런 건 상상조차 해본 적 없어.” 지아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손이 저절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 거대한 문은 분명히 ‘닫혀’ 있었다. 하지만 그 닫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끔찍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무엇을 가두기 위해, 혹은 무엇을 막기 위해 이런 거대한 문이 필요했을까? 그리고 문 너머에는 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

나는 알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천천히 그 문을 향해 걸어갔다. 발소리가 넓은 공간을 메우며 울려 퍼졌다. 주변의 기이한 건축물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듯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문에 새겨진 무늬들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신경망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가끔씩 흐릿한 잔상처럼 번뜩이는 빛이 그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이 박사님, 너무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동우가 조심스럽게 만류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마치 고대의 마법에 홀린 듯, 그 문이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오라. 보라. 진실을 마주하라.*

손을 뻗어 차가운 석조 표면에 닿았다. 피부에 닿는 순간, 찌릿한 전류가 온몸을 관통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동시에 뇌리를 강타하는 섬뜩한 영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검은 우주, 무수한 별들이 뒤틀린 채 사라지고 나타나는 모습. 그 사이를 유영하는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 그리고 그 존재에게서 뻗어 나오는 촉수 같은 어둠이 지상의 모든 것을 뒤덮는 광경.

“윽!”

나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내뱉으며 손을 거두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심장이 광란적으로 뛰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이 박사님?” 지아가 달려와 내 어깨를 잡았다. 그녀의 얼굴에도 당혹감과 걱정이 뒤섞여 있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애써 침착한 척 했지만, 내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방금 내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환각? 아니면… 문이 내게 보여준 어떤 ‘기억’ 혹은 ‘경고’였을까?

그 순간, 거대한 석조 문 전체에서 낮게 깔린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주 미약했지만, 분명하게 바닥을 통해 발로 전해지는 울림이었다. 그리고 문에 새겨진 기하학적 무늬들이 마치 숨을 쉬는 듯, 희미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푸른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기이한 빛이었다.

“뭐… 뭐야? 장비 오작동인가?” 지아가 자신의 손목에 찬 계측기를 확인했다. 하지만 계측기는 아무런 이상도 보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고요한 상태였다.

진동은 점점 더 강해졌다. 이제는 귓속까지 울리는 듯한 소음이 되었다. 주변의 기둥들과 벽면에서도 같은 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챔버 전체가 기이한 빛으로 일렁였다.

“이건… 비활성 상태가 아니었어.” 나는 중얼거렸다. “잠들어 있었던 거야. 우리가… 우리가 깨운 거야.”

동우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깨우다니요? 뭘요?”

문에서 나는 빛은 이제 더 이상 희미하지 않았다. 강렬하게 번뜩이며, 그 안에 새겨진 복잡한 선들을 따라 움직였다. 마치 거대한 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처럼. 그리고 그 빛이 가장 강렬해지는 순간, 문 중앙에서 아주 작은 틈새가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삐이이익…’

귀청을 찢을 듯한 금속성의 마찰음이 챔버 전체를 뒤흔들었다. 먼지가 폭풍처럼 흩날렸다. 틈새는 아주 느리게, 하지만 멈추지 않고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빛도, 소리도 아니었다. 존재 자체가 거부되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그것은 감각을 마비시키는 듯한 불쾌한 기운이었다.

“안 돼! 뒤로 물러서! 모두 후퇴!” 나는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내 이성은 경고하고 있었다. 저 틈새 너머에 있는 것은 인류가 절대로 마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틈새가 더 벌어지고, 그 안에서 스며 나오는 어둠은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액체처럼 흘러내리며, 챔버의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수많은 눈동자가 동시에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우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고대의 어둠 속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던 존재가, 마침내 우리를 통해 깨어나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