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쿵, 쿵, 쿵, 마치 오래된 증기기관의 피스톤처럼 불규칙하게 울렸다. 차가운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주변의 열기 때문에 닦아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카이의 시야는 희미한 아크등 불빛 아래 흔들리는 그림자들로 가득했다. 축축하고 기름 냄새가 섞인 공기는 폐부를 찌르는 듯했다.
“젠장, 리나. 여기 공기는 마치 썩은 금속을 녹인 것 같아.” 카이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손에 든 에테르 랜턴이 파르르 떨렸다.
옆에 바싹 붙어 걷던 리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푸른색 작업복은 이미 먼지와 눅진한 기름때로 얼룩져 있었다. “숨 쉬는 걸 포기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 적어도 악취는 덜할 테니.” 그녀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그들은 지금 아르카나 학원 지하,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금지된 통로를 걷고 있었다. 오래된 설계도를 해독하고, 숨겨진 레버를 찾아내 벽난로를 통째로 돌린 지 벌써 몇 시간째.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나선형 계단을 내려오고, 거대한 기어 장치로 움직이는 육중한 철문을 겨우 열고 들어온 곳이었다.
**철컥, 쿵!**
뒤편에서 우리가 들어온 문이 굉음을 내며 닫혔다. 먼지가 폭풍처럼 일었다.
“젠장!” 카이가 욕설을 내뱉었다. “이제 되돌아갈 수도 없게 됐잖아?”
리나는 심드렁하게 랜턴을 들어 문이 닫힌 곳을 비췄다. “돌아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잖아? 우리가 여기까지 내려온 이유가 뭔데.”
그래, 그녀의 말이 옳았다. 얼마 전 학원 도서관 고문서 보관소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도면. 거기엔 아르카나 학원의 심장부라 불리는 마력 중추 아래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잠들어 있다는 암시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학원의 ‘존재 이유’이자 동시에 ‘끔찍한 금기’라고 했다. 호기심은 참을 수 없는 마법이었다.
통로의 벽면은 거친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그 위로는 녹슨 증기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파이프 틈새에서는 쉬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왔다. 바닥에는 정체 모를 윤활유와 진흙이 섞여 질척거렸다. 발을 디딜 때마다 척, 척, 하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유난히 크게 울렸다.
카이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봐, 저기 좀 봐.”
리나가 랜턴을 카이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거대한 파이프들이 교차하는 복잡한 구조물 사이로, 녹슨 강철 케이지들이 보였다. 케이지 안은 텅 비어 있었지만, 바닥에 말라붙은 어두운 자국들이 섬뜩한 상상을 자극했다.
“뭘 가뒀던 곳일까?” 리나의 목소리가 옅게 떨렸다.
“글쎄… 이 크기라면 사람 같지는 않고.” 카이가 중얼거렸다. 그 순간, 그의 발이 무언가에 걸렸다.
**쨍그랑!**
카이가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랜턴이 바닥에 떨어져 한 바퀴 구르며 어둠 속을 짧게 밝혔다가 다시 카이의 손에 잡혔다.
“조심해!” 리나가 소리쳤다.
카이는 주저앉아 발에 걸렸던 것을 집어 들었다. 낡고 부식된 금속 조각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기계 부품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그 안쪽에는 가늘고 얇은, 마치 생체 조직의 일부 같은 것이 엉겨 붙어 있었다. 피부 조직… 혹은 근육 조각.
“이게 뭐야…?” 카이의 얼굴이 굳어졌다. “기계인데… 살아있는 것 같아.”
리나가 가까이 다가와 랜턴을 비췄다. 조각난 금속 표면에 새겨진 미세한 글자들이 보였다. ‘프로젝트명: 아드라스테이아. 단계: 육체 활성… 실패…’
“아드라스테이아? 이게 대체 무슨….” 카이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저 깊은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이이익… 쿵… 쿵… 쿵…!**
금속이 비명을 지르듯 갈리는 소리, 그리고 뒤이어 땅을 울리는 둔탁한 진동. 마치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 같기도 했고, 어떤 거대한 존재가 발걸음을 옮기는 소리 같기도 했다. 소리는 규칙적이었지만, 불길했다.
“저 소리… 저건….” 리나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카이는 랜턴을 들고 망설임 없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가보자. 어차피 이 지경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순 없어.”
리나는 한숨을 쉬었지만, 그를 막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의 등 뒤를 지켜주며 어둠 속을 헤쳐 나갔다. 복잡하게 얽힌 파이프들과 거대한 증기 압축기들이 즐비한 공간을 지나자, 그들 앞에 거대한 동굴이 나타났다.
그것은 자연 동굴이 아니었다. 거대한 기계 장치들로 가득 채워진, 인공적으로 파낸 공간이었다. 웅장함과 기괴함이 뒤섞인 광경이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천장에는 거대한 황동색 기어들이 맞물려 쉴 새 없이 회전하고 있었다. 쿵, 쿵, 쿵. 바로 그 소리였다.
동굴 중앙에는 거대한 원통형 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수많은 증기 파이프와 에테르 전도체들이 그 구조물에 연결되어 있었다. 구조물 표면에는 복잡한 마법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 문양들 사이를 따라 푸른색 마력이 전류처럼 흘러 다니고 있었다.
“세상에…” 리나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때, 카이의 시선이 원통형 구조물 아래쪽으로 향했다. 투명한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원통의 일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저건… 인간이야…?” 카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원통 안에 잠겨 있는 것은 분명 인간의 형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창백하고 뼈만 남은 몸뚱이는 수많은 기계 부품과 억지로 연결되어 있었다. 금속 케이블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 있었고, 척추 부위에는 거대한 황동색 톱니바퀴가 박혀 있었다. 눈은 텅 비어 있었고, 입은 벌어져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한 형상이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 몸뚱이들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투명한 원통 안에는 여러 개의 인간 형상들이 뒤엉켜 있었다. 서로의 사지를 억지로 꿰매 붙인 것처럼, 기계와 살점이 뒤섞여 하나의 거대한 흉물스러운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그 덩어리 안에서, 기계 부품들이 불규칙하게 **움찔**거렸다. 마치 잠시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려는 듯.
**쿵… 쿵… 쿵…!**
기어의 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푸른색 마력 전류가 강렬하게 빛났다.
그리고 그 덩어리들 사이에서,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히 들려왔다.
**흐으으으으읍…**
나직하고 쉰 목소리의 숨소리. 그것은 죽은 자의 것이 아니었다. 불완전하게 되살아난, 기계와 마법으로 뒤틀린 생명의 소리였다.
카이와 리나는 공포에 질려 얼어붙었다. 이것이 바로 아르카나 학원의 심장부 아래 숨겨진 ‘금기’였다. 죽은 자를 되살리려는 끔찍한 시도, 혹은 인간의 육체를 기계와 융합하여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려는 광기 어린 실험.
“이건… 미쳤어…” 리나의 목소리는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그때, 카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소리가 들렸다.
**딸깍!**
어둠 속에서, 누군가 기계 장치를 조작하는 소리였다. 그들은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랜턴 불빛이 흐릿하게 비추는 동굴의 가장자리, 거대한 원통형 구조물 뒤편에서, 검은색 망토를 두른 실루엣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나의 어린 학생들.”
낮고 차분한 목소리. 그러나 그 속에는 등골을 타고 흐르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망토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다름 아닌, 모두에게 존경받는 학원의 역사학 교수, 엘드릭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 대신, 섬뜩한 광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복잡한 마법 기계장치가 들려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이 모든 것을 제어하는 핵심 장치 같았다.
“교수님… 이건… 대체…” 카이가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엘드릭 교수는 빙긋 웃었다. “놀랐나? 이 아르카나 학원의 진정한 비밀을 마주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이것은 단순한 금기가 아니란다. 이것이야말로, 죽음을 넘어선 진정한 ‘진화’의 열쇠이자, 학원의 모든 마력을 지탱하는 ‘영원한 심장’이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동굴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원통 안의 기괴한 ‘덩어리’들이 더욱 격렬하게 꿈틀거렸다. 마력 전류는 더욱 강렬한 푸른빛을 뿜어냈고, 끔찍한 숨소리는 이제 동굴 전체를 가득 채우는 듯했다.
엘드릭 교수는 한 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푸른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이제, 너희도 이 위대한 실험의 일부가 될 시간이다.”
카이와 리나는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끔찍한 진실의 가장 깊은 심연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그 심연이 그들을 삼키려 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