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독립적인 단편 소설

천공성(天空城)은 구름 위를 유영하는 거대한 기계 도시였다. 수천 개의 톱니바퀴와 강철 파이프, 증기 굴뚝들이 얽히고설켜 굉음을 토해내는 그곳은, 과거 무림(武林)의 대사들이 심산유곡에 숨어 도를 닦던 시절과는 완벽히 단절된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었다. 강철과 증기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 무림 또한 이 거대한 흐름을 피해갈 수 없었다. 내력(內力)과 검기(劍氣) 대신 증기압과 기계 장치가 무림인의 팔다리가 되고, 강철과 황동으로 만든 의체(義體)가 진정한 육신보다 강한 힘을 부여하는 기현상이 만연했다.

그러나 그 발전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무분별한 증기 기술의 남용은 대지를 병들게 하고 하늘을 검은 연기로 뒤덮었다. 끝없는 자원 쟁탈전은 크고 작은 전쟁을 불러왔고, 이제 천하의 패권을 결정짓는 거대한 분쟁이 목전에 다가와 있었다. 바로 그 위기의 순간, 천공성의 지배자인 ‘기계군주(機械君主)’는 오랜 무림의 전통을 들먹이며 ‘천공 무예 대전(天空武藝大戰)’의 개최를 선포했다.

“천하의 운명은, 단 한 명의 지존(至尊)에게 맡겨질 것이다. 이 대전에서 승리하는 자는 천공성의 모든 권능을 부여받아, 이 혼돈의 시대를 이끌 새로운 영웅이 될지니!”

기계군주의 목소리는 증폭기를 통해 천공성 곳곳에 울려 퍼졌고, 지상에서 그 소식을 들은 무림인들은 저마다의 기대를 품고 천공성으로 향했다. 그중에는 오래된 전통을 고수하는 문파의 장로들도 있었고, 최신 증기 기술로 무장한 신진 고수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 천공성 변두리의 낡은 증기 엔진 수리공으로 일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철비(鐵飛). 땀과 기름때에 절은 작업복을 입고 있지만, 그의 눈빛은 고요한 호수처럼 깊이를 알 수 없었다. 남루한 행색과는 달리 그의 손놀림은 기계 부품 사이를 미끄러지듯 유려했고, 낡은 증기 엔진을 다루는 솜씨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을 어루만지는 듯 정교했다. 그는 대전에 참가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할 뿐이었다.

***

대회는 천공성 중앙의 ‘강철 투기장’에서 열렸다. 거대한 강철판과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투기장은 심판의 지시에 따라 형태를 바꾸며 끊임없이 도전적인 환경을 만들어냈다. 첫날부터 엄청난 기세의 강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디, 이 ‘증기권사(蒸氣拳士)’의 위력을 맛봐라!”

우락부락한 체구의 한 사내가 외쳤다. 그의 양 팔에는 황동으로 만든 거대한 건틀릿이 장착되어 있었고, 건틀릿 뒤편의 증기통에서 끊임없이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압축된 증기압이 폭발하며 강철 기둥마저 찌그러뜨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에 맞서는 상대는 날렵한 체구의 ‘풍월녀(風月女) 아란(雅蘭)’이었다. 그녀는 등에 작은 증기 엔진이 장착된 비도(飛刀)를 들고 있었는데, 날아가는 비도에 증기압을 순간적으로 분사하여 예측 불가능한 궤적을 그리게 했다.

“흥, 그 육중한 쇳덩어리로는 나를 잡지 못할걸?”

아란의 비도가 허공을 가르며 증기권사의 건틀릿에 부딪혔다. 쨍그랑! 경쾌한 금속음과 함께 비도는 튕겨 나갔지만, 그와 동시에 증기권사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아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람처럼 움직여 증기권사의 뒤로 돌아갔다. 그녀의 발밑에서는 작게 압축된 증기 분사구가 뿜어져 나오며 그녀의 움직임에 가속도를 더했다. 증기 기술은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무림에 스며들어 있었다.

이러한 화려한 대결들 속에서 철비는 여전히 낡은 작업복 차림으로 강철 투기장 구석에 놓인 엔진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의 참가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그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예비 참가자 중 하나였다. 대회의 공정성을 위해 일반 시민들에게도 참가 기회를 주었을 뿐이었다.

“젠장, 저 거대한 강철 기둥이 파손됐군. 저걸 고치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겠어.”

철비가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이 잠시 대전장을 향했다. 그때였다. 한 거대한 그림자가 투기장에 들어섰다.

“저분은! ‘기관장(機關長) 묵천(默天)’이 아니신가!”
“천공성 최고의 기계술사이자, 증기 무술의 정점에 선 강자!”

관중석에서 술렁임이 터져 나왔다. 기관장 묵천. 그의 전신은 검은 강철과 황동으로 이루어진 갑옷으로 뒤덮여 있었고, 그의 등 뒤에서는 거대한 증기 엔진이 규칙적인 굉음을 내며 연기를 뿜어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로봇처럼 부자연스러웠지만, 그 하나하나에 엄청난 힘이 실려 있었다. 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강철 투기장 한복판에 있던 낡은 증기 엔진을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엔진은 굉음을 내며 폭발했고, 그 파편들은 강철 투기장의 벽에 박혀버렸다.

“기관장 묵천, 너무 과하시지 않으십니까?” 심판이 그의 행위에 당황하여 물었다.

묵천은 낮은 기계음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낡은 엔진은 효율이 떨어진다. 나는 보다 완벽하고 강력한 힘을 원할 뿐이다. 감히 나의 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가 있다면, 그 또한 이 엔진처럼 파괴될 것이다.”

그의 오만함과 압도적인 힘은 모든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철비는 묵천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 아주 희미한 감정이 스쳤다. 경멸? 연민? 아니면 그저 단순한 흥미였을까?

***

시간이 흘러 예선전과 본선이 진행되었다. 수많은 고수들이 탈락하고, 마침내 결승에 오를 두 명의 강자가 가려졌다. 한 명은 기관장 묵천. 그는 압도적인 증기 출력과 기계 장치로 모든 상대를 부숴버렸다. 다른 한 명은 뜻밖에도 철비였다. 그는 초반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그의 진가가 드러났다.

철비는 어떤 증기 장치도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맨몸과 그의 ‘비영각(飛影脚)’이라는 독특한 무술로 상대를 제압했다. 그의 발차기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빨랐고, 때로는 상대의 기계 장치의 약점을 파고들어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어떤 이는 그의 발차기가 마치 바람처럼 가볍다고 했고, 어떤 이는 강철을 꿰뚫는 쇠망치 같다고 했다. 그의 무술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였지만, 가장 첨단화된 기계 무술조차 파훼하는 놀라운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결승전 당일, 강철 투기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천하의 운명을 건 대결, 전통과 현대, 육신과 기계의 대결.

묵천이 먼저 투기장에 들어섰다. 그의 전신 갑옷은 더욱 거대하고 위협적으로 변해 있었다. 등 뒤의 증기 엔진은 마치 살아있는 괴물처럼 굉음을 토해냈고, 그가 발을 디딜 때마다 강철 바닥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어리석은 자. 기껏해야 그 낡은 육신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나? 허나, 나의 ‘증기강권(蒸氣鋼拳)’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묵천의 기계음이 투기장을 가득 채웠다.

철비가 조용히 투기장에 올랐다. 그의 작업복은 깨끗하게 세탁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평범한 옷이었다. 그의 몸에는 아무런 기계 장치도 없었다.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유목민 같았다. 그는 묵천의 위압적인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요한 눈빛으로 상대를 응시했다.

“그대의 힘은 대단하다, 묵천. 하지만, 그대의 힘은 육신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그 육신을 기계에 종속시킨 것일 뿐.” 철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투기장 전체에 명확히 울려 퍼졌다.

“건방진!” 묵천이 포효하며 거대한 주먹을 날렸다. 압축된 증기압이 폭발하며 주먹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졌고, 강철 투기장 바닥에 작은 크레이터가 생겼다. 철비는 종이처럼 가볍게 피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바람과 같았다.

묵천은 멈추지 않고 연속해서 주먹을 날렸다. 증기압이 터질 때마다 쾅, 쾅! 하는 굉음이 투기장을 뒤흔들었다. 철비는 마치 춤을 추듯 그 모든 공격을 피했다. 그는 묵천의 주먹이 휘두르는 바람조차 이용하는 듯했다.

“도망만 치는가! 진정한 무인은 정면으로 맞서는 법!” 묵천이 분노했다.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현명함이라 착각하지 마라. 흐름을 읽고, 허점을 파고드는 것이 진정한 무(武)의 지혜.” 철비가 낮게 읊조렸다.

그 순간, 묵천의 등 뒤에서 거대한 증기포가 튀어나왔다. 굉음과 함께 묵천의 몸에서 수십 개의 강철 팔다리가 솟아나오며 투기장을 가득 채웠다. 강철 투기장 자체가 묵천의 연장선이 된 듯했다. 증기 포화가 쏟아졌고, 수십 개의 강철 주먹이 동시에 철비를 향해 날아들었다.

철비는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그의 발바닥에서 순간적으로 증기가 분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 또한 증기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묵천의 육중한 장치와는 달랐다. 그의 작업복 밑에는 아주 작고 정교하게 설계된 미세 증기 분사구가 숨겨져 있었다. 그는 그 작은 증기압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을 공중에서 더욱 자유롭게 제어했다. 그의 비영각은 허공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철비는 묵천의 복잡한 기계 장치 사이를 마치 살아있는 그림자처럼 파고들었다. 묵천의 공격은 너무나도 강력했지만, 너무나도 거대하고 느렸다. 철비는 묵천의 갑옷 사이의 미세한 틈을 찾아냈다. 그의 발차기는 번개 같았고, 정확히 묵천의 증기 장치와 기계 연결부를 노렸다. 팍! 파직! 묵천의 팔에서 불꽃이 튀었고, 거대한 강철 팔이 삐걱거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이런 꼼수로는 나를 이길 수 없다!” 묵천이 더욱 강력한 증기포를 발사했다. 투기장의 공기가 증기압으로 가득 찼다. 시야가 하얗게 가려지는 순간, 철비는 그 증기 안으로 사라졌다.

묵천은 자신의 증기 출력을 최대로 올렸다. 강철 투기장 전체가 굉음을 내며 진동했다. 그때, 묵천의 등 뒤, 핵심 증기 엔진에서 작은 폭발음이 들렸다. 펑!

“크윽!” 묵천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다. 그의 눈에, 희미하게 빛나는 철비의 발이 스쳐 지나갔다. 철비는 묵천의 거대한 증기 분사에 몸을 맡겨 가속도를 얻었고, 그 혼란 속에서 묵천의 등 뒤로 파고들어 핵심 엔진의 약점을 정확히 노린 것이다.

묵천의 강철 갑옷에서 스파크가 튀었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철비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공중으로 솟구쳐 묵천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발끝에는 마지막 남은 증기압을 집중시켰다.

“이것이… 진정한 무(武)의 지혜다!”

철비의 발이 묵천의 머리 갑옷을 강타했다. 묵천의 전신을 감싸던 거대한 증기 엔진과 강철 갑옷이 산산이 조각나며 투기장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육중한 금속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투기장은 폭발음과 함께 먼지로 뒤덮였다.

먼지가 가라앉자, 강철 투기장 중앙에는 쓰러진 묵천과, 그 앞에 고요히 서 있는 철비의 모습이 보였다. 묵천의 갑옷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그는 그 안에서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드러났다. 그는 눈을 감고, 고통에 찬 숨을 내쉬고 있었다.

철비는 묵천에게 다가갔다.
“그대의 재능은 분명 위대하다. 하지만, 그대의 힘은 오직 기계에 의존했고, 그 기계는 결국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었다. 진정한 무는 육신과 정신의 조화에서 나오는 법.”

묵천은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패배를 인정하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인정한다… 나의 패배다. 허나, 이 혼돈의 시대를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이 부서진 세상의 운명을 어떻게 돌릴 셈이냐?”

철비는 고요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공성 위로 드리워진 검은 연기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나는 무인이지만, 동시에 한낱 증기 수리공이기도 하다. 나는 고장 난 것을 고칠 줄 안다. 세상 또한 다르지 않다. 부서진 것을 고치고, 조화롭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의 무가 가리키는 길이다.”

그의 말에 강철 투기장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그리고 곧, 열광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철비의 승리는 단순히 한 무인의 승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계 문명에 압도당했던 무림에, 인간 본연의 힘과 지혜가 결코 잊혀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천공성의 운명, 아니 천하의 운명은 이제 철비의 어깨에 놓였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개척자가 될 것이었다. 기계의 강철 심장이 아니라, 인간의 따뜻한 심장이 세상을 이끄는 시대를 향해. 그리고 그의 발밑에 숨겨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던 미세한 증기 분사구는, 인간의 지혜가 기계와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를 조용히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오래된 무림의 혼을 간직한, 가장 혁신적인 협객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