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균열

이현재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숨 가쁜 도시의 비명 속에서, 그는 간신히 제 몸 하나 누일 공간으로 기어들어 왔다. 낡고 좁은 7층짜리 아파트, 그의 작은 보금자리는 한숨과 피로가 켜켜이 쌓인 곳이었다. 벽지는 누렇게 바랬고, 바닥의 장판은 군데군데 들떠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닫자, 밖에서 들려오던 소음들이 거짓말처럼 희미해졌다. 온종일 사람들 틈에 치여 다닌 후의 정적은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동시에 눅진한 고독의 무게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다. 밤늦도록 깜빡이는 형광등은 낡은 아파트의 흔한 고질병이었고, 현관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웅얼거리는 소리는 윗집 아이들의 장난이거나 옆집 노인의 텔레비전 소리일 터였다. 퇴근 후 냉장고에서 꺼낸 맥주 한 캔을 홀짝이며, 현재는 그런 사소한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의 삶은 이미 충분히 지치고 팍팍했기에, 신경 쓸 만한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달랐다.

냉장고 문을 닫았는데, 분명히 탁자 위에 올려두었던 컵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있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이 뒀던 자리를 착각했겠거니 생각했다. 외출하기 전 잠그고 나갔던 거실 창문이 활짝 열려있거나, 주방에서 설거지를 마친 쟁반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저절로 떨어지기도 했다. 처음엔 강풍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 다음엔 고양이라도 들어왔나 의심하며 집 안을 뒤졌지만, 그 흔한 먼지 한 톨 날리지 않았다.

현재는 자신의 피로가 극에 달해 착각을 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겹치면 환각을 보거나 비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그는 일찍 잠자리에 들거나, 휴일을 이용해 교외로 나가 바람을 쐬곤 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잠시, 기이한 현상들은 횟수만 늘어갈 뿐이었다.

어느 날 새벽, 잠결에 그는 섬뜩한 감각에 눈을 떴다. 침대 발치에 놓아둔 협탁 위의 작은 도자기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가, 마치 보이지 않는 주먹에 얻어맞은 것처럼 정확히 반으로 쪼개져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소리는 없었다. 오직 잔상이 그의 망막에 선명히 박혔을 뿐. 희미한 달빛 아래, 도자기 파편들이 차갑게 빛났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잠이 확 달아났다.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꿈인가? 환상인가? 그는 눈을 비볐지만, 도자기의 깨진 파편들은 선명하게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파편 하나를 집어 들었다. 매끄럽게 잘린 단면이 그의 손끝에 닿았다. 누군가 날카로운 칼로 단번에 베어낸 듯한 모습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아니었다. 접시가 미끄러지거나 문이 삐걱거리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누군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그 물건을 다루고, 파괴하는 듯했다. 그 ‘누군가’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현재의 심장은 불안하게 쿵쿵거렸다.

그날 이후, 밤은 현재에게 지옥이 되었다. 침묵 속에서 사물이 움직이는 소리, 벽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 그리고 가끔은 그의 머리맡에서 속삭이는 듯한 낯선 목소리까지. 그의 일상은 조금씩 붕괴하고 있었다. 잠을 자려 해도, 눈을 감으면 천장에서 그 무엇인가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는 잠들지 못하고 새벽까지 깨어 있다가, 겨우 잠에 들면 악몽에 시달렸다.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그 모든 현상들이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그저 무작위적인 파괴가 아니었다. 때로는 식탁 위에 놓인 물컵의 물이 바닥에 쏟아지는 대신, 공중에서 춤을 추듯 휘돌다가 정확히 그의 얼굴에 뿌려졌다. 마치 조롱하듯이. 그때마다 현재는 욕설을 내뱉었지만, 공허한 메아리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그는 점차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듣는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병원에서 자신의 아파트에서 유령이 물을 뿌린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어느 날 밤, 그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맥주 대신 뜨거운 차를 홀짝이며 억지로라도 평온함을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드라마가 흘러나왔지만, 그의 시선은 자꾸만 허공을 향했다. 아파트 안의 모든 사물이 언제라도 자기 의지를 가지고 돌변할 수 있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싸늘한 기운이 덮쳐왔다. 마치 겨울날 얼음물이 그의 등골을 타고 흐르는 듯한 오싹함. 동시에, 그의 오른쪽 어깨를 강타하는 강렬한 충격에 그는 소파에서 굴러떨어졌다.

“크헉!”

현재는 고통에 신음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고통보다 더한 것은 공포였다. 그는 몸을 비틀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그의 어깨를 가격했다. 옷 위로도 느껴지는 뼈가 울리는 듯한 통증.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전신의 기운을 모아 그를 내리친 듯한 충격이었다. 그의 어깨는 한참 동안 마비된 듯 아무런 감각도 없다가, 이내 욱신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엎드렸다. 흐트러진 호흡 사이로 비명 같은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의 아파트는 더 이상 그의 집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감옥처럼 그를 조여왔다. 그의 작은 보금자리는, 거대한 존재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나 다름없었다.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왜 하필 나에게? 수많은 질문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답은 없었다. 그저 차가운 공포만이 그의 심장을 잠식할 뿐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쥐었다. 이 모든 현상을, 대체 누구에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친구에게? 가족에게? 아니면 정신과 의사에게?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터였다.

오늘 밤도, 이 기묘한 현상과 함께, 길고 긴 싸움이 시작될 참이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이 싸움은, 어쩌면 그의 평범했던 인생에 거대한 균열을 내며, 그를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이끌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