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챕터 1: 지하 마법 실험실의 아찔한 첫 만남
아르카디아 마법 학원, 1학년 실기 강의실. 나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마법사들에게 둘러싸여 숨 막히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비행 마법 실습’이라는 이름의 고문이었다.
“이진우! 네 녀석은 또 바닥에 붙어 있느냐!”
교수님의 우렁찬 호통이 내 뒤통수를 강타했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그래, 나는 또 바닥이었다. 아니, 바닥은커녕 겨우 무릎 높이에서 허우적거리는 새끼 새나 다름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반 아이들은 이미 능숙하게 마법 빗자루를 타고 강의실 천장을 뚫을 기세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금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우아하게 선회하는 한소은이었다. 우리 학년 수석, 아르카디아의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는 비행 마법조차 마치 고대 무도회에서 왈츠를 추듯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마법 재능. 나는 왜 이곳에 온 걸까. 마법 가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쩌다 보니 마법 적성 검사에서 ‘희귀 잠재력’이라는 알 수 없는 결과가 나와 덜컥 입학하게 된, 이른바 ‘잡초’ 같은 존재였다.
“이진우! 점심시간 전까지 비행 마법 1미터 이상 성공하지 못하면… 추가 실기 수업이다!”
교수님의 목소리가 마치 거대한 암석처럼 내 가슴을 짓눌렀다. 추가 실기 수업이라니! 그건 주말까지 반납해야 하는 지옥행 티켓이었다. 안 돼! 내 주말은… 내 소중한 웹툰과 게임의 시간은…!
초조함에 손에 땀이 흥건했다. 마법 빗자루의 손잡이가 미끄러웠다. ‘날아라, 날아!’ 속으로 백번을 외쳤지만 빗자루는 요지부동. 오히려 내가 빗자루를 들고 바닥에서 허둥대는 꼴이었다.
그때였다. 빗자루를 든 채 뒷걸음질 치다, 나는 그만 발을 헛디뎠다. 엉덩방아를 찧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내 몸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강의실 벽면에 장식된 고대의 낡은 태피스트리가 엉성하게 걸려 있었는데, 내가 부딪치자 그 태피스트리가 흔들리며 뒤편의 벽이 *스르륵* 하고 열리는 것이 아닌가!
“으악!”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비명과 함께 몸이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그 찰나,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은 ‘추가 실기 수업’에 대한 공포였다. 차라리 이게 낫겠다 싶을 정도였다.
**쾅!**
꽤나 높은 곳에서 떨어졌지만, 다행히 바닥은 마법으로 된 연착륙 장치라도 있었는지 푹신했다. 먼지가 풀풀 날렸지만 몸은 멀쩡했다.
“여… 여기가 어디지?”
코를 찌르는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낡은 지하실 같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 공간은 학원 지하의 어딘가인 것이 분명했다. 어두컴컴한 통로에는 낡은 양피지 문서 더미와 오래된 마법 실험 기구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어 있었다. 벽에는 정체 모를 마법진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 마법진 위로 희미하게 빛나는 마력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마치 오래전에 버려진 비밀 연구실 같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울렸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는 실수로 금지된 구역에 들어온 게 분명했다. 어쩐지 학원 내에는 이상하게 폐쇄된 구역이 많다고 하더니… 이런 곳이 있었을 줄이야.
그때였다. 등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진우. 너 지금 대체 뭘 하는 거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줄 알았다.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한소은이 서 있었다. 아까 내가 떨어진 벽면의 구멍 너머로, 그녀는 마법 빗자루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금빛 머리카락은 여전히 우아하게 흐트러짐 없이 빛나고 있었고, 맑은 녹색 눈동자에는 얼음장 같은 냉기가 서려 있었다.
“하… 한소은? 네가 왜 여기에…?”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녀가 나를 발견한 건가? 아니, 그녀는 왜 이곳을 알고 있는 거지?
“네가 갑자기 벽 속으로 사라졌는데, 누가 안 따라와 보겠어? 이진우, 너 혹시 몰랐나 본데, 이 구역은 학원에서 *절대 접근 금지*로 지정된 곳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차가웠다. 마치 얼음 결정이 부딪히는 소리 같았다. 벌써부터 머릿속에서 ‘징계위원회’라는 단어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 나는 그게… 실수로 발을 헛디뎌서…”
나는 변명하려 했지만, 그녀는 내 말을 가로막았다.
“실수로 발을 헛디뎌서 비밀 통로를 열고 금지된 지하 연구실로 떨어진다고? 그게 더 어려운 마법이겠네.”
그녀의 비꼬는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 나도 내가 이해가 안 간다.
“그럼 넌 왜 들어왔어? 너도 징계받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나는 네가 무슨 문제를 일으킬까 봐 확인하러 온 것뿐이야. 그리고… 이곳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나도 궁금했거든.”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궁금했다고? 학년 수석인 그녀조차도 이 금지된 구역에 대해 자세히는 모른다는 말인가?
“여기는 뭔가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져.”
소은은 주위를 둘러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낡은 마법진들이 새겨진 벽으로 향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시선을 따라 벽을 바라봤다. 벽 한가운데에는 큼지막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는데, 다른 마법진들과는 달리 유난히 어둡고 깊은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건… 금지된 ‘감정 증폭 마법진’ 아냐?”
소은의 목소리에 미묘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마법진에 손을 뻗었다.
“감정 증폭 마법진? 그게 뭔데?”
내가 묻자,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학원 역사에 기록된 가장 끔찍한 금기 중 하나야. 인간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증폭시켜 조작하려 했던… 실패한 마법 실험의 흔적이지.”
그녀의 손가락이 마법진의 중앙을 스치자, 갑자기 마법진에서 붉은빛이 번쩍하고 터져 나왔다.
**콰아앙!**
순식간에 붉은 마력이 공간을 뒤덮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의 감각이 이상하게 증폭되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의 낡은 실험 기구들이 흔들리고, 천장에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진우, 조심해!”
소은이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붉은 마력은 거대한 파도처럼 우리를 덮쳤고, 우리는 서로에게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듯 휘청거렸다.
**쿵!**
“으악!”
나와 소은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서로에게 부딪쳤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그녀의 몸 위로 넘어졌다.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내 코끝을 간질였고, 등에서는 그녀의 체온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허리에 감긴 내 팔과, 내 목을 감싼 그녀의 팔… 우리는 거의 완벽하게 서로를 끌어안은 자세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소은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내 얼굴도 화끈거렸다. 이 상황은… 너무나도 아찔했다.
“이… 이진우…! 당장… 떨어져!”
그녀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묘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했다. 나 역시 그녀에게서 떨어지려 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강력한 자석에 이끌리듯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었다. 오히려… 이상하게도 그녀의 눈빛이 마치 나를 갈망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내 심장이 발광하듯 요동쳤다. 머릿속에서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지만, 몸은 묘한 기운에 사로잡힌 듯 말을 듣지 않았다. 게다가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향기는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몽롱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단어가 있었다.
*‘감정 증폭 마법진’.*
그래, 그녀가 말했던 그 끔찍한 금기. 어쩌면 이 마법진은 단순히 감정을 증폭시키는 것을 넘어, 특정 감정을 강제로 유발하는 장치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지금, 우리 둘에게 강제로 증폭되고 있는 그 감정은…
“너… 너 이진우… 내가… 내가…”
소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그녀의 손이 천천히 내 뺨으로 향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이건 한소은이 아니었다. 도도하고 차가운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젠장, 우리가 방금 활성화시킨 ‘감정 증폭 마법진’이 증폭시키고 있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그 대상이 하필이면, 지금 내 품에 안겨 있는 한소은이라니!
“이…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당황해서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소은의 손가락이 내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진우… 넌… 넌 정말… 멋진 남자야…”
그녀의 속삭임에 나는 뒷목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학년 수석, 아르카디아의 여신 한소은이 지금 나에게 고백… 아니, 주술에 걸린 듯한 몽롱한 눈빛으로 멋진 남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 학원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아찔한 금기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이 금기는… 앞으로 나의 아르카디아 생활을 송두리째 뒤흔들 것이 분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