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둑한 밤의 장막이 드리워진 도시, 낡은 아파트 단지 틈새에서 희미한 불빛들이 깜빡였다. 그중 한 불빛 아래, 열아홉 살 유리는 책상에 엎드린 채 깊은 숨을 내쉬었다. 시험 기간은 끝났지만, 늘 그렇듯 엄마는 야근이었다. 빈집의 고요함은 익숙했지만, 오늘은 왠지 모르게 평소와 다른 기운이 감돌았다.

“후우…”

피곤한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킨 유리는 삐걱거리는 의자 소리에 살짝 몸을 움츠렸다. 거실에서는 텔레비전이 저 혼자 켜져 있다가, 다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꺼졌다. 유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 또 접촉 불량인가.’ 이 아파트는 지은 지 꽤 된 터라 이런 일이 잦았다.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향하던 유리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식탁 위에 놓여 있던 과일 접시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접시 안의 사과가 한 바퀴 빙그르르 돌더니, 이내 정지했다. 유리는 눈을 비볐다. 피곤해서 헛것이 보였나 싶었다.

“내가 요즘 너무 예민한가…”

중얼거리며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유리컵에 물을 따랐다. 맑은 물이 컵에 찰랑이는 소리만이 정적을 깼다. 그때, 설거지통에 놓여 있던 플라스틱 수세미가 스르륵 움직이더니, 싱크대 아래로 떨어졌다. ‘툭’ 하는 소리가 유리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만들었다.

“어어?”

유리는 황급히 몸을 숙여 수세미를 주웠다. 아무런 바람도 없었는데, 어떻게 저게 떨어졌을까. 스멀스멀 올라오는 싸늘한 기운에 유리는 팔을 문질렀다. 다시금 부엌을 둘러봤지만,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었다.

이상함을 뒤로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 유리는 침대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데, 갑자기 방 안의 스탠드 등이 미친 듯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다다닥, 다다다닥! 마치 누군가 전원 스위치를 장난스럽게 껐다 켰다 하는 것 같았다.

“젠장, 대체 왜 이래!”

유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스탠드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순간,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전공 서적이 스르륵 밀리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소리가 꽤 컸다. 유리의 심장이 발작적으로 뛰었다. 이건 더 이상 착각이나 고장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분명, 뭔가 이상했다.

유리는 숨을 죽이고 방 안을 살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창문 또한 잠겨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저기, 책상 의자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누구… 있어요?”

겁에 질린 목소리가 겨우 흘러나왔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 방 안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유리는 느꼈다. 마치 한여름에 한기가 스며든 듯, 소름이 돋아났다.

그때, 침대 옆 협탁에 놓여 있던 작은 인형이 붕 떠오르더니,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유리의 눈동자가 공포에 질려 커졌다. 거짓말처럼 인형은 공중에 멈춰서 있었다.

“흐읍…!”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꿈일까? 아니, 생생한 공포가 온몸을 조여 왔다. 인형은 마치 유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녀의 얼굴 앞에서 좌우로 흔들렸다.

“꺄악!”

결국, 유리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인형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동시에 방 안의 모든 물건들이 일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벽에 걸려있던 포스터가 너덜너덜하게 찢어지듯 펄럭였고, 책장 위의 책들이 하나둘씩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와장창!’

유리컵이 깨지는 소리, 액자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뒤섞여 방 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거대한 invisible 손이 모든 것을 뒤엎고 있는 것 같았다.

유리는 침대 구석으로 몸을 웅크렸다.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제발 사라져 달라고 속으로 빌었다. 하지만 폴터가이스트 현상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격렬해졌다.

거대한 책장이 기우뚱거리더니, 마치 유리를 향해 쓰러지려는 듯 천천히 기울어졌다. 유리는 눈을 뜨자마자 그 광경을 목격했다. 죽음의 공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안… 안 돼…!”

그 순간, 유리의 손목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평소 유리가 늘 착용하고 다니던, 할머니가 주신 팔찌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온 것이다. 팔찌는 유리의 심장 박동에 맞춰 강렬하게 빛났다.

푸른빛은 강렬한 파동을 일으키며 방 안을 휩쓸었다. 그 빛이 닿는 곳마다, 격렬하게 움직이던 물건들이 멈칫했다. 유리를 향해 쓰러지던 책장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왔다. 깨진 조각들이 바닥에서 멈췄고, 흔들리던 의자도 정지했다.

방 안의 모든 소란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방금 전까지 요동치던 공간은 다시금 정적에 휩싸였다. 다만, 바닥에 흩어진 파편들과 찢겨진 포스터만이 방금 전의 참상이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유리는 팔찌를 쥔 손을 멍하니 바라봤다. 푸른빛이 서서히 사그라들더니, 팔찌는 다시 평범한 은색 팔찌로 돌아왔다. 하지만 팔찌가 있던 자리에서는 은은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 이건 대체… 뭐야…?”

유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에 대한 혼란과 두려움이 더해졌다. 아파트는 다시 고요했지만, 유리는 알고 있었다. 이 밤의 사건은, 이제 막 시작된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녀의 평범했던 일상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