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제1화: 균열의 서재

**[장면 전환]**

**#1. 흐릿한 창밖, 눅눅한 편의점 안**

**[배경]** 늦은 밤. 빗방울이 유리창을 따라 미끄러져 내리고 있다. 낡은 편의점의 형광등은 위태롭게 깜빡이고, 계산대 뒤에 앉은 남자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현 (내레이션)**: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 삶은 완벽하게 ‘없는’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통장 잔고, 희망, 그리고… 다음 달 월세.

**[클로즈업: 이현의 손. 닳아빠진 지갑에서 몇 장 안 되는 지폐를 꺼내 세는 모습.]**

**손님**: (문을 열고 들어오며) 저기, 담배 한 갑이랑… 아메리카노 하나요.

**이현**: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들며) 네.

**[장면 전환]**

**#2. 대학 도서관, 고문서 열람실**

**[배경]** 낮. 시간은 흘러 다음 날,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하늘은 흐리다. 이현은 어둠침침하고 먼지 가득한 도서관의 한 켠, ‘특수 자료실’이라고 적힌 팻말 아래 앉아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고서 특유의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여 공기 중에 맴돈다.

**이현 (내레이션)**:
미술사 전공이라고 하면 다들 낭만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고색창연한 먼지와 씨름하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이런 곳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 백 년은 된 것 같았다.

**[이현의 시점: 책장 사이. 무수한 낡은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그의 눈은 그 중에서도 유독 이질적인 한 권에 멈춘다.]**

**이현**: (혼잣말) 이런 게 여기 있었나…?

**[클로즈업: 문제의 책. 다른 책들 사이에서 어둡고 칙칙하게 빛나고 있다. 겉표지는 나무 같기도 하고, 가죽 같기도 한 알 수 없는 재질로 덮여 있다. 철제 장식이 군데군데 박혀 있고, 글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상형문자로 빼곡하다. 책의 두께는 상당하다.]**

**이현**: (손을 뻗어 책을 만진다) 으음… 촉감이… 묘하네.

**[책을 만지는 순간, 이현의 손끝에 차가운 기운이 스친다. 동시에 희미한 ‘웅…’ 하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리는 것 같다.]**

**이현**: (미간을 찌푸리며) 뭐지?

그는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조용하고 고요할 뿐. 그는 단순한 착각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책은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다.

**[책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소리: 쿵.]**

**이현**: (책표지의 문양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건… 어떤 언어도 아닌데. 단순한 그림인가? 아니, 배열이 너무 규칙적이야.

**[클로즈업: 책 표지의 기묘한 문양.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촉수처럼 뒤틀리고 얽혀 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이현은 조심스럽게 책의 잠금장치를 풀어낸다. 낡고 녹슨 쇠붙이가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열린다. 책장을 펼치자, 고서 특유의 퀴퀴한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향이 코를 찌른다.

**이현**: (작게 기침하며) 으읍…

**[클로즈업: 책의 첫 페이지. 종이는 일반적인 종이와 달리 짙은 회색빛을 띠고 있으며, 그 위에 알 수 없는 기호와 그림들이 빽빽하게 그려져 있다. 그림들은 기하학적이면서도 생물학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 혼란스럽다.]**

**이현**: (내레이션)
나는 수많은 고문서와 고대 유물을 접해왔지만, 이런 것은 처음이었다. 그 어떤 문명권의 양식과도 일치하지 않는, 완전히 이질적인 존재.

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과 글자를 천천히 훑어본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현의 시점. 책의 글자들이 미묘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시야가 흐려졌다가 다시 선명해진다. 희미한 웅얼거림이 멀리서 들려오는 듯하다.]**

**이현**: (머리를 감싸 쥐며) 으윽… 머리야…

책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자, 익숙했던 자료실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낡은 책장들이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갈비뼈처럼 보이고, 그 사이사이에 어두운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착각이 든다.

**이현**: (심장이 두근거린다. 동공이 흔들린다.) 뭐지? 내가 피곤해서 그런가…?

그는 애써 평정을 찾으려 노력하며, 서둘러 책을 덮고 잠금장치를 다시 채웠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꿈틀거리던 그림자도, 갈비뼈 같던 책장도, 더 이상 이질적인 것은 없었다.

**이현**: (한숨) 하아… 과로했나 보다.

**[장면 전환]**

**#3. 대학 카페테리아**

**[배경]** 활기찬 카페테리아. 이현은 유진과 마주 앉아있다. 유진은 이현의 멍한 표정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유진**: 너, 안색이 왜 그래? 어제 야근했냐?

**이현**: 아니, 그냥… 자료실에서 좀 이상한 책을 봤거든.

**유진**: 또 네 ‘오컬트 취향’ 발동한 거야? 맨날 기묘한 것만 찾아다니더니. 그래서? 뭔가 대단한 거라도 발견했어?

**이현**: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좀… 기분이 묘했어. 표지에 처음 보는 글자들이랑 그림들이 잔뜩 그려져 있었는데, 그걸 보니까 갑자기 머리가 아프면서… 자료실이 좀 이상하게 보이더라.

**유진**: (피식 웃으며) 야, 너 잠 부족해서 그래. 밤새 게임이라도 했어? 아니면 드디어 대작 논문이라도 쓰는 거냐? 환각까지 본다는 걸 보면.

**이현**: (시무룩하게) 환각은 아니야… 진짜 이상했어.

**유진**: (손을 흔들며) 됐고, 밥이나 먹어. 이상한 책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졸업 논문이나 신경 써, 인문대생의 숙명 아니겠어?

유진의 현실적인 말에 이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어색하게 웃어넘길 뿐이었다. 아마 유진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저 피곤해서 헛것을 본 것이겠지. 하지만 그의 가방 속에 든 책의 무게는 이상하리만치 무겁게 느껴졌다.

**[장면 전환]**

**#4. 이현의 자취방, 한밤중**

**[배경]** 좁고 낡은 자취방. 창문 밖에서는 자동차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이 들린다. 이현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잠이 오지 않는다.

**이현 (내레이션)**:
유진의 말처럼, 단순한 피로였을까. 하지만 그 책의 이질적인 느낌은 여전히 생생했다. 마치 내 머릿속에 각인이라도 된 것처럼.

그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그 책을 다시 꺼냈다. 조심스럽게 책장을 펼치자, 희미한 빛이 책에서 새어 나오는 듯했다.

**[클로즈업: 책의 글자들. 이현이 손가락으로 글자를 따라 훑는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선명하게, 그의 머릿속에서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울리는 듯했다. 그것은 언어라기보다는 순수한 개념의 흐름 같았다. 혼돈, 공허, 영원… 그리고 거대한 그림자.

**이현**: (머리를 움켜쥐며) 으으…

그는 다시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은 마치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장면 전환]**

**#5. 악몽 혹은 현실의 틈새**

**[배경]** 암흑. 완전한 어둠 속에서, 이현은 스스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중력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공간.

**이현**: (외침) 여기가 어디야…?

그때, 어둠 속에서 거대한 형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건물 같기도 하고, 살아있는 생명체 같기도 한, 기하학적으로 불가능한 형태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촉수들, 어둠을 삼키는 듯한 칠흑 같은 색깔,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무한한 공포.

**[클로즈업: 이현의 눈. 공포에 질려 동공이 한없이 확장되어 있다.]**

**알 수 없는 목소리**: (머릿속에서 직접 울려 퍼지는 듯한)
*…잊혀진 자들의 지식… 현실의 틈새… 존재의 경계…*

이현은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동시에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필사적으로 눈을 감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클로즈업: 이현의 침대 위.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격렬하게 몸부림친다. 손이 떨린다.]**

**이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하아… 하아… 꿈… 꿈이야…

그는 벌떡 일어났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좁은 자취방의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 밖은 아직 새벽녘인지 어둑했다.

**이현**: (내레이션)
꿈이었다. 그래, 끔찍한 악몽. 하지만…

**[클로즈업: 책상 위, 그 고대의 책. 책 표지의 알 수 없는 문양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책 주변의 공기가 미세하게 일렁이는 듯하다.]**

이현은 눈을 비볐다. 피곤해서 헛것을 본 것이라고 애써 자신을 다독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벽에 닿는 순간, 그는 얼어붙었다.

**[클로즈업: 이현의 방 벽. 희미하게, 방금 꿈에서 본 것 같은 기하학적인 문양의 잔상이 벽에 아른거린다. 마치 벽지가 찢어져 현실의 틈새가 드러난 것 같은 모습.]**

**이현**: (떨리는 목소리) 이게… 이게 뭐야…?

문양은 희미했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그 문양에서, 아까 자료실에서 들었던 그 웅얼거림이 다시금 들려오는 듯했다.

**[클로즈업: 이현의 얼굴. 공포와 혼란이 뒤섞여 있다. 그의 시선은 다시 그 책으로 향한다.]**

이현은 더 이상 이 모든 것을 단순한 우연이나 피로 탓으로 돌릴 수 없었다. 그 책은… 분명히 무언가를 불러오고 있었다. 현실에 존재해서는 안 될 어떤 균열을.

**이현 (내레이션)**:
그때 깨달았다. 나는 그저 낡은 책 한 권을 발견한 게 아니었다. 나는… 내가 살던 세상의 끝을 보았다.

**[클로즈업: 책.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알 수 없는 문양들.]**

**[장면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