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침입자들: 불씨를 찾아
고요해야 할 제국 수도의 뒷골목은, 어둠 속에서도 끈적한 긴장감을 머금고 있었다. 눅눅한 밤공기가 폐부를 찌르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순찰대원의 발소리가 심장박동처럼 울렸다. 허름한 망토를 뒤집어쓴 두 그림자가 벽에 바싹 붙어 숨을 죽였다. 잿빛 벽돌 틈새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등불만이 그들의 윤곽을 간신히 드러낼 뿐이었다.
“젠장, 류하. 순찰 간격이 평소보다 짧아졌어. 이 정도면 우리가 예상했던 경로로는 진입이 불가능해.”
서은의 낮은 목소리가 류하의 귓가에 맴돌았다. 평소의 냉철함은 온데간데없이, 그녀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짜증이 섞여 있었다. 손에 든 작은 망원경을 재빨리 접으며 류하를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처럼 날카로웠다.
류하는 그녀의 말에 반박할 새도 없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곰곰이 뜯어봤다. 저 멀리, 제국군의 식량 보급 창고로 이어지는 철문 앞을 지키는 그림자 두 개. 그들의 횃불이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니, 초병의 수가 예상보다 많았다.
“서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놈들이 코빼기에 더 많은 병력을 배치했군. 저번에 ‘검은 깃발’ 사건 때문인가?” 류하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검은 깃발’은 샛별단이 일으킨 작은 봉기였고, 제국은 그 이후로 수도의 경비를 눈에 띄게 강화했다.
“아니면, 놈들도 이 창고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았거나.” 서은이 류하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간에 잡힌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다. “이 안에 ‘그것’이 없으면 우리의 다음 작전은 물거품이 돼. 이번만큼은 실패할 수 없어.”
‘그것’. 제국군이 변경 지역에 파견할 대규모 지원 병력의 정확한 이동 경로와 보급 계획이 담긴 극비 문서. 샛별단이 제국의 막대한 병력을 흩트려 놓을 유일한 희망이었다.
“젠장, 서은. 네 말대로라면 정면 돌파는 미친 짓이고, 다른 통로는 이미 놈들이 막아놨을 게 뻔해.” 류하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의 눈은 빠른 속도로 주변을 스캔하고 있었다. 좁은 골목, 즐비한 상점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허름한 건물들의 그림자.
문득, 그의 시선이 한곳에 꽂혔다. 창고 옆에 붙어있는 오래된 제빵소.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는 곳이었다.
“서은, 저기 제빵소 보여? 아마 뒷문으로 연결된 통로가 있을 거야.” 류하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서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망원경으로 제빵소를 살폈다. “설마… 거기로 들어가서 창고로 연결된 통로를 찾겠다는 건 아니겠죠? 냄새도 역하고… 들킬 확률도 높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제빵소 주인이 엄청난 수다쟁이라는 거.”
류하는 씨익 웃었다. “수다쟁이라면 더 좋지. 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히 움직일 게 아니라, 오히려 시끄러운 데서 움직여야 하거든.”
서은은 한숨을 쉬었다. “당신 머릿속은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 죽겠어요. 로맨틱 코미디 소설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알겠네.”
“뭐? 로맨틱 코미디? 난 그저 평민들의 희망을 찾아 헤매는… 아니, 지금 농담할 시간이 없어!” 류하가 황급히 말을 돌렸다. 그녀의 놀림에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은 그만의 비밀이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제빵소 뒷문으로 향했다. 다행히 뒷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린 문틈으로, 구수한 빵 냄새와 함께 후끈한 열기가 훅 끼쳐왔다.
안은 예상보다 훨씬 혼잡했다. 수십 개의 반죽이 발효되고 있었고, 뜨거운 오븐에서는 금방 구워낸 빵들이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었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얼굴의 제빵사들이 바삐 움직였고, 그들 중 덩치 큰 주인장은 끊임없이 큰 소리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어이, 길드! 거기 반죽 좀 더 가져와! 오늘따라 주문이 밀려 터지는구먼!”
그들의 시선이 류하와 서은에게 향했다. 류하는 재빨리 웃음을 지으며 다가섰다.
“주인장님, 밤늦게 죄송합니다. 저희가 길을 잃어서요. 혹시… 이 근처에 샛길이 있을까요? 급히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
제빵소 주인장은 우락부락한 인상과는 달리,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손에 묻은 밀가루를 털었다. “아이고, 젊은이들. 이 밤중에 어딜 그렇게 급히 가려고 그러나? 샛길이라면… 저기 반죽실 뒤쪽으로 가면 작은 문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폐쇄된 통로라서 위험할 텐데.”
류하와 서은의 눈이 마주쳤다. 폐쇄된 통로. 그것은 제국군이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괜찮습니다, 주인장님! 너무 급해서요! 감사합니다!” 류하가 목청껏 소리쳤다. 제빵사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지만, 류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젠장, 류하! 내 손목 부러지겠어!” 서은이 아프게 속삭였다. 류하는 그녀의 항의를 무시하고 반죽실 뒤편, 어두컴컴한 구석으로 그녀를 밀어 넣었다.
거기에는 정말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 녹슨 경첩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들의 손길에 응답했다. 안은 습하고 축축한 흙냄새가 진동했다.
“이게 뭐야… 지하실인가?” 서은이 코를 막았다.
“제국군이 보급창고를 지을 때, 원래 있던 지하 통로를 메운 모양이야. 대충 메워놓은 것 같으니, 우리가 나갈 수 있는 구멍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류하는 품속에서 작은 등불을 꺼내 불을 밝혔다. 등불의 희미한 빛이 좁고 긴 통로를 비췄다. 벽은 흙과 돌로 불안정하게 쌓여 있었고, 천장에서는 뚝뚝 물이 떨어졌다.
그들이 통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을 때였다.
“잠깐.” 서은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눈이 등불이 닿지 않는 어둠 속을 응시했다. “무슨 소리 안 들려요?”
류하도 숨을 죽였다. 처음에는 그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규칙적인 발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젠장, 놈들이 이 통로도 알고 있었어!” 류하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이 통로는 완전히 잊힌 곳이라고. 아마… 다른 목적이 있는 걸 거야.” 서은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통로는 좁았지만, 한쪽 벽에 작은 틈이 보였다.
“류하, 저기!”
류하는 서은을 밀어 넣어 간신히 틈새로 몸을 숨겼다. 등불을 끄고 완벽하게 어둠에 몸을 맡겼다. 좁은 공간에 두 사람의 몸이 바싹 붙었다. 서은의 숨결이 류하의 목덜미를 간질였다. 묘한 긴장감과 함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그때, 저 멀리서 빛이 나타났다. 그들이 숨은 곳을 향해 다가오는 횃불의 불빛. 그리고 묵직한 발소리. 그들 앞을 지나가는 그림자는 세 명이었다. 그들은 제국군 병사가 아니었다.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쓴 채, 손에는 횃불 대신 작은 마법 등불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제국군 창고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발걸음은 통로의 더 깊은 곳, 샛별단조차 알지 못했던 미지의 공간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자들이… 대체 누구지?” 류하가 서은에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의문과 함께 미묘한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서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났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놈들이 가진 마법 등불이 예사롭지 않아요. 저건 황실 소속의 고위 마법사들만 쓸 수 있는 물건이에요.”
그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세 명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꼼짝 않고 숨죽였다. 통로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을 때, 류하가 조심스럽게 틈새에서 빠져나왔다.
“서은, 아무래도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그것’이 있는 창고도 중요하지만, 저자들이 향한 곳에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몰라.”
서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도 같아요. 일단 원래 목적을 달성하고… 저들을 쫓을지 말지는 그때 가서 결정하죠.”
그들은 다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샛별단이 목표로 했던 창고는 그리 멀지 않았다. 마침내 류하가 막다른 벽에 손을 얹었을 때, 벽 너머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찰 조! 이상 없음!”
류하와 서은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들은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른 것이다. 류하가 조심스럽게 벽의 틈을 벌렸다. 창고 안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물품 상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상자들 사이, 작은 탁자 위에 놓인 봉인된 양피지 두루마리가.
“찾았다!” 류하가 거의 소리치듯 중얼거렸다.
그가 양피지를 집어 들었을 때였다. 창고 바깥에서,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앙!*
땅이 흔들리고, 창고 천장에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이어지는 비명소리와 칼 부딪히는 소리.
“젠장! 대체 무슨 일이야?” 류하의 얼굴에서 희열은 사라지고, 극도의 긴장감이 번졌다.
서은이 재빨리 창고의 작은 틈으로 바깥을 내다봤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류하… 저자들이 다시 나타났어요! 아까 그 마법사들이 제국군을 공격하고 있어요! 그런데… 놈들이 노리는 건 보급품이 아니에요… 창고 저 안쪽 깊숙한 곳이에요!”
서은의 눈에 비친 것은, 검은 후드를 쓴 마법사들이 무자비하게 제국군을 제압하며 창고의 가장 깊은 곳, 평소에는 아무것도 보관되지 않던 은밀한 공간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섬뜩할 정도로 빛나는 푸른색 보석이 들려 있었다.
류하의 시선이 양피지 두루마리에서 마법사들이 향하는 창고 깊은 곳으로 옮겨졌다.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서은… 저들이 뭘 찾고 있는 건지 알아야 해. 이 보급 계획은… 잠시 뒷전이다!”
류하는 양피지를 품에 넣고, 서은의 손을 잡았다. 창고 밖에서는 혼란이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두 개의 거대한 세력이 충돌하는 한밤중의 창고에서, 샛별단의 두 주역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불씨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 불씨는 과연 희망의 등불이 될까, 아니면 제국을 더욱 혼돈 속으로 밀어 넣을 파괴의 불길이 될까. 그들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