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어둠은 얇은 비단처럼 공간을 감싸고 있었다.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낮고 일정한 윙윙거리는 소리만이, 고요함을 뚫고 심장박동처럼 울려 퍼졌다. 이곳은 ‘심연의 눈’이라 불리는 던전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임시 연구 기지. 지상에서 수백 미터 아래, 거대한 석회암 동굴 속에 건설된 요새였다. 붉은색 경고등이 번쩍이며 복도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울 때까지, 그 누구도 이곳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젠장, 이게 무슨…!”

경비대원 김철중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그의 손에 들린 탐사용 랜턴이 굴러떨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비명은 메아리치며 두꺼운 강철 문에 부딪혔고, 그 너머의 공기는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니, 너무 완벽하게 닫혀 있었다. 특수 합금으로 제작된 강철 문은 외부에서 어떤 물리적인 충격도 허용하지 않는 구조였다. 열쇠는 오직 한 명, 이 방의 주인인 강태준 박사만이 소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강태준 박사가 방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시체의 발견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정기 보고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강 박사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기지 관리팀은 불안감을 느꼈다. 지휘관의 지시로 비상 수단인 벽체 스캔을 시도했고, 그 결과 스크린에 비친 것은 의자에 기댄 채 미동도 없는 강 박사의 모습이었다. 강 박사는 목을 길게 늘어뜨린 채, 시선은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명백한 사망이었다.

강철 문이 굉음을 내며 열리고, 내부의 광경이 드러났다. 중앙에는 어지럽게 펼쳐진 각종 연구 장비와 알 수 없는 광석 샘플들이 가득한 책상. 그 뒤, 등받이가 높은 의자에 축 늘어져 앉아 있는 강태준 박사의 시신이 보였다. 그의 얼굴은 죽은 지 꽤 시간이 흐른 듯 창백했고, 눈은 공포에 질린 채 텅 비어 있었다. 시신에는 외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손에는 흉기가 될 만한 어떤 것도 쥐어져 있지 않았다.

“상황 보고!”

팀장 김민준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상황실로 뛰어들었다. 그는 거구의 몸집만큼이나 우직하고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은 혼란과 경악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강태준 박사님, 사망하셨습니다. 사인은 아직 불분명합니다. 방은 안에서 걸쇠로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다. 문은 저희가 비상 수동 해제 코드를 입력해서 열었습니다.”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 그럼… 밀실 살인이라는 건가?”

김민준 팀장의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이 던전 기지는 보안이 최우선이었다. 외부 침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만약 밀실 살인이라면, 범인은 이 안에, 우리 중에 있다는 의미였다.

불안한 침묵 속에서, 기지 내 모든 대원들의 시선이 서로를 향해 흔들렸다. 이곳은 지상과의 통신도 원활하지 않은 고립된 공간이었다. 이런 곳에서 발생한 의문의 죽음은 공포를 넘어선 생존 본능을 자극했다.

그리고 며칠 뒤, 지상에서 한 사내가 이 심연의 던전으로 내려왔다. 그는 기지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다른 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푹 눌러쓴 검은색 볼캡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앳된 인상이었지만, 눈빛은 예리하고 깊었다. 허리춤에는 탐사용 단말기 하나만 달랑 걸려 있을 뿐, 어떠한 무기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그의 등장에 기지 대원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팀장님, 오셨습니다.”

김민준 팀장이 심각한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이한결 씨,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상황은 대략 들으셨겠지만… 저희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한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이미 김민준 팀장의 뒤편에 늘어선 대원들 한 명 한 명을 훑고 있었다. 마치 그들의 표정, 미세한 떨림까지 읽어내려는 듯이.

“강 박사의 시신은 아직 현장에 있습니다. 저희가 최대한 원형 보존을 위해 애썼습니다. 부디… 이 미스터리를 풀어주십시오.”

김민준 팀장의 말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한결은 빙긋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오직 무언가를 예리하게 분석하는 학자의 차가운 시선만이 엿보일 뿐이었다.

“미스터리라… 세상에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란 없습니다. 다만,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만 있을 뿐이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한결은 곧장 강태준 박사의 연구실로 향했다. 강철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곰팡이와 쇠비린내, 그리고 희미한 시취가 뒤섞인 공기가 폐부로 스며들었다.

“상황실 보고대로 문은 안에서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까?” 이한결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모든 대원들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네, 그렇습니다. 안쪽에서 걸쇠까지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다. 저희가 밖에서 강제로 해제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을 겁니다.” 김민준 팀장이 단호하게 답했다.

이한결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고, 시선은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꼼꼼했다. 그의 눈에는 평범한 연구실이 아닌, 수많은 단서들이 얽힌 거대한 퍼즐판처럼 보였다.

벽면에는 난해한 기호들이 적힌 도면과 던전 탐사 지도들이 너저분하게 붙어 있었다. 중앙의 책상 위에는 실험 기구들과 분석 보고서, 그리고 이름 모를 광석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액체가 담긴 비커들은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만, 일부는 기울어져 내용물이 굳어 있었고, 현미경 아래에는 작은 광물 조각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한결은 시신 쪽으로 다가갔다. 강태준 박사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목은 옆으로 꺾여 있었고, 눈은 천장을 향해 굳어 있었다. 시신의 옷매무새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격렬한 저항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오른손은 책상 위에 놓인 두꺼운 연구 서적을 짚고 있었는데, 손끝이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이한결의 시선이 그 푸른빛에 닿는 순간, 그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그는 허리를 숙여 박사의 손을 자세히 살폈다.

“이것은… 이 던전에서 나는 특정 광물과 반응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옆에 있던 여성 연구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 정확히 어떤 물질인지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피부에 닿으면 이런 식으로 미세한 독성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한결은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박사의 손등을 살짝 건드려 보았다. 푸른빛은 그의 손끝에 묻어나지 않았다. 이미 굳어버린 흔적이었다.

그는 다시 일어나 방 전체를 둘러보았다. 천장에는 환기구와 소방 시설이 있었고, 바닥은 특수 합성 수지로 덮여 있었다. 창문은 당연히 없었다. 깊은 지하 던전 속에 있는 연구실에 창문은 불필요했다. 말 그대로 완벽한 ‘밀실’이었다.

“강 박사의 마지막 근무 시간은 언제였습니까?” 이한결이 물었다.

“어제 저녁 8시경입니다. 그 이후로는 아무도 박사님을 본 사람이 없습니다. 문은 항상 잠겨 있었습니다. 박사님은 연구에 몰두하시면 외부와 단절하는 경우가 많으셨습니다.” 김민준 팀장이 대답했다.

“그럼 어제저녁 8시부터 오늘 아침 9시 시신 발견 시간까지, 이 방에 출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모든 출입 기록이 그렇습니다.”

이한결은 다시 한번 강 박사의 시신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흥미롭네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흥미롭지 않은, 오히려 소름 끼치는 상황이었다.

“외상은 없습니다. 저항의 흔적도 없죠. 하지만 죽었습니다. 방은 완벽한 밀실. 그렇다면 범인은….”

이한결은 말을 잇지 않았다. 대신 그는 연구실 한쪽 구석에 놓인, 평범해 보이는 삽입형 환기 장치를 응시했다. 환기구는 작동 중인지, 희미하게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저 환기 장치,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는 용도입니까?” 그가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이곳 던전 공기는 외부와 다르기 때문에, 내부 공기를 정화하고 순환시키는 필수 장치입니다.” 연구원이 답했다.

이한결은 그 장치 앞에 서서 잠시 눈을 감았다. 마치 던전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무언가를 감지하려는 듯이. 그리고는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얼굴에는 이미 희미한 확신 같은 것이 떠올라 있었다.

“사건 발생 시각은 대략 언제로 추정됩니까?”

“사망 경직 상태로 보아, 어제 저녁 10시에서 자정 사이로 추정됩니다.” 옆에 있던 의료팀장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어제 저녁 10시에서 자정. 외부와의 모든 연락이 끊기고, 강 박사가 홀로 방에 갇혀 있던 시간.

이한결은 강 박사의 손에 남아있는 푸른 흔적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시선이 천천히 책상 위에 놓인 여러 광석 샘플들과, 그 중 유독 한곳으로 쏠려 있는 돋보기 쪽으로 향했다. 돋보기 아래에는 아직 분석되지 않은 듯한, 미세한 검은색 결정체가 놓여 있었다.

“강 박사는 이 검은 결정체를 연구하고 있었군요.” 이한결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네, 심연의 눈 던전 깊은 곳에서만 발견되는 특수 광물입니다. 저희가 ‘어둠의 심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직 성분 분석이 완료되지 않아 위험성을 알 수 없습니다.”

“위험성이라….” 이한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천천히 방을 가로질러 벽에 붙어 있는 대형 모니터 앞에 섰다. 모니터에는 강 박사가 마지막으로 열람했던 것으로 보이는 복잡한 화학식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화학식들 사이에,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글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마치 암호처럼 보였다.

“이 방은 완벽한 밀실입니다.” 이한결이 다시 한번 선언하듯 말했다. 그의 시선은 이제 더 이상 시체나 주변 사물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공기, 시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했다.

“하지만 범인은 분명히 이 방에 침입했고, 강 박사를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김민준 팀장과 다른 대원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한결을 바라보았다. 완벽한 밀실에서 범인이 어떻게 침입하고 사라졌단 말인가? 그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범인은 이 방을 나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이 방에서 살인을 저지른 후에,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사라질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이한결은 말을 멈추고 방 한가운데를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차가운 논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트릭은, 이 심연의 던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난제를 풀어낸 천재의 만족감 같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제 막 풀기 시작한 거대한 미스터리의 서막에 불과했다. 밀실 살인. 던전 한가운데서 벌어진 기묘하고도 완벽한 살인 사건의 그림자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한결은 그 그림자 속으로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심연의 눈: 01. 완벽한 밀실의 서막

어둠은 얇은 비단처럼 공간을 감싸고 있었다.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낮고 일정한 윙윙거리는 소리만이, 고요함을 뚫고 심장박동처럼 울려 퍼졌다. 이곳은 ‘심연의 눈’이라 불리는 던전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임시 연구 기지. 지상에서 수백 미터 아래, 거대한 석회암 동굴 속에 건설된 요새였다. 붉은색 경고등이 번쩍이며 복도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울 때까지, 그 누구도 이곳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젠장, 이게 무슨…!”

경비대원 김철중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그의 손에 들린 탐사용 랜턴이 굴러떨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비명은 메아리치며 두꺼운 강철 문에 부딪혔고, 그 너머의 공기는 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니, 너무 완벽하게 닫혀 있었다. 특수 합금으로 제작된 강철 문은 외부에서 어떤 물리적인 충격도 허용하지 않는 구조였다. 열쇠는 오직 한 명, 이 방의 주인인 강태준 박사만이 소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강태준 박사가 방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시체의 발견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정기 보고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강 박사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기지 관리팀은 불안감을 느꼈다. 지휘관의 지시로 비상 수단인 벽체 스캔을 시도했고, 그 결과 스크린에 비친 것은 의자에 기댄 채 미동도 없는 강 박사의 모습이었다. 강 박사는 목을 길게 늘어뜨린 채, 시선은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명백한 사망이었다.

강철 문이 굉음을 내며 열리고, 내부의 광경이 드러났다. 중앙에는 어지럽게 펼쳐진 각종 연구 장비와 알 수 없는 광석 샘플들이 가득한 책상. 그 뒤, 등받이가 높은 의자에 축 늘어져 앉아 있는 강태준 박사의 시신이 보였다. 그의 얼굴은 죽은 지 꽤 시간이 흐른 듯 창백했고, 눈은 공포에 질린 채 텅 비어 있었다. 시신에는 외상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손에는 흉기가 될 만한 어떤 것도 쥐어져 있지 않았다.

“상황 보고!”

팀장 김민준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상황실로 뛰어들었다. 그는 거구의 몸집만큼이나 우직하고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은 혼란과 경악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강태준 박사님, 사망하셨습니다. 사인은 아직 불분명합니다. 방은 안에서 걸쇠로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다. 문은 저희가 비상 수동 해제 코드를 입력해서 열었습니다.”

“안에서 잠겨 있었다고? 그럼… 밀실 살인이라는 건가?”

김민준 팀장의 목소리가 격양되었다. 이 던전 기지는 보안이 최우선이었다. 외부 침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만약 밀실 살인이라면, 범인은 이 안에, 우리 중에 있다는 의미였다.

불안한 침묵 속에서, 기지 내 모든 대원들의 시선이 서로를 향해 흔들렸다. 이곳은 지상과의 통신도 원활하지 않은 고립된 공간이었다. 이런 곳에서 발생한 의문의 죽음은 공포를 넘어선 생존 본능을 자극했다.

그리고 며칠 뒤, 지상에서 한 사내가 이 심연의 던전으로 내려왔다. 그는 기지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다른 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푹 눌러쓴 검은색 볼캡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앳된 인상이었지만, 눈빛은 예리하고 깊었다. 허리춤에는 탐사용 단말기 하나만 달랑 걸려 있을 뿐, 어떠한 무기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그의 등장에 기지 대원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팀장님, 오셨습니다.”

김민준 팀장이 심각한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이한결 씨,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상황은 대략 들으셨겠지만… 저희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한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이미 김민준 팀장의 뒤편에 늘어선 대원들 한 명 한 명을 훑고 있었다. 마치 그들의 표정, 미세한 떨림까지 읽어내려는 듯이.

“강 박사의 시신은 아직 현장에 있습니다. 저희가 최대한 원형 보존을 위해 애썼습니다. 부디… 이 미스터리를 풀어주십시오.”

김민준 팀장의 말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한결은 빙긋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오직 무언가를 예리하게 분석하는 학자의 차가운 시선만이 엿보일 뿐이었다.

“미스터리라… 세상에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란 없습니다. 다만,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만 있을 뿐이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한결은 곧장 강태준 박사의 연구실로 향했다. 강철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곰팡이와 쇠비린내, 그리고 희미한 시취가 뒤섞인 공기가 폐부로 스며들었다.

“상황실 보고대로 문은 안에서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까?” 이한결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모든 대원들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네, 그렇습니다. 안쪽에서 걸쇠까지 완벽하게 잠겨 있었습니다. 저희가 밖에서 강제로 해제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을 겁니다.” 김민준 팀장이 단호하게 답했다.

이한결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고, 시선은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꼼꼼했다. 그의 눈에는 평범한 연구실이 아닌, 수많은 단서들이 얽힌 거대한 퍼즐판처럼 보였다.

벽면에는 난해한 기호들이 적힌 도면과 던전 탐사 지도들이 너저분하게 붙어 있었다. 중앙의 책상 위에는 실험 기구들과 분석 보고서, 그리고 이름 모를 광석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액체가 담긴 비커들은 가지런히 놓여 있었지만, 일부는 기울어져 내용물이 굳어 있었고, 현미경 아래에는 작은 광물 조각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한결은 시신 쪽으로 다가갔다. 강태준 박사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목은 옆으로 꺾여 있었고, 눈은 천장을 향해 굳어 있었다. 시신의 옷매무새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격렬한 저항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오른손은 책상 위에 놓인 두꺼운 연구 서적을 짚고 있었는데, 손끝이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이한결의 시선이 그 푸른빛에 닿는 순간, 그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그는 허리를 숙여 박사의 손을 자세히 살폈다.

“이것은… 이 던전에서 나는 특정 광물과 반응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옆에 있던 여성 연구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 정확히 어떤 물질인지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피부에 닿으면 이런 식으로 미세한 독성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한결은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박사의 손등을 살짝 건드려 보았다. 푸른빛은 그의 손끝에 묻어나지 않았다. 이미 굳어버린 흔적이었다.

그는 다시 일어나 방 전체를 둘러보았다. 천장에는 환기구와 소방 시설이 있었고, 바닥은 특수 합성 수지로 덮여 있었다. 창문은 당연히 없었다. 깊은 지하 던전 속에 있는 연구실에 창문은 불필요했다. 말 그대로 완벽한 ‘밀실’이었다.

“강 박사의 마지막 근무 시간은 언제였습니까?” 이한결이 물었다.

“어제 저녁 8시경입니다. 그 이후로는 아무도 박사님을 본 사람이 없습니다. 문은 항상 잠겨 있었습니다. 박사님은 연구에 몰두하시면 외부와 단절하는 경우가 많으셨습니다.” 김민준 팀장이 대답했다.

“그럼 어제저녁 8시부터 오늘 아침 9시 시신 발견 시간까지, 이 방에 출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모든 출입 기록이 그렇습니다.”

이한결은 다시 한번 강 박사의 시신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흥미롭네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흥미롭지 않은, 오히려 소름 끼치는 상황이었다.

“외상은 없습니다. 저항의 흔적도 없죠. 하지만 죽었습니다. 방은 완벽한 밀실. 그렇다면 범인은….”

이한결은 말을 잇지 않았다. 대신 그는 연구실 한쪽 구석에 놓인, 평범해 보이는 삽입형 환기 장치를 응시했다. 환기구는 작동 중인지, 희미하게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저 환기 장치,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는 용도입니까?” 그가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이곳 던전 공기는 외부와 다르기 때문에, 내부 공기를 정화하고 순환시키는 필수 장치입니다.” 연구원이 답했다.

이한결은 그 장치 앞에 서서 잠시 눈을 감았다. 마치 던전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무언가를 감지하려는 듯이. 그리고는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얼굴에는 이미 희미한 확신 같은 것이 떠올라 있었다.

“사건 발생 시각은 대략 언제로 추정됩니까?”

“사망 경직 상태로 보아, 어제 저녁 10시에서 자정 사이로 추정됩니다.” 옆에 있던 의료팀장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어제 저녁 10시에서 자정. 외부와의 모든 연락이 끊기고, 강 박사가 홀로 방에 갇혀 있던 시간.

이한결은 강 박사의 손에 남아있는 푸른 흔적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시선이 천천히 책상 위에 놓인 여러 광석 샘플들과, 그 중 유독 한곳으로 쏠려 있는 돋보기 쪽으로 향했다. 돋보기 아래에는 아직 분석되지 않은 듯한, 미세한 검은색 결정체가 놓여 있었다.

“강 박사는 이 검은 결정체를 연구하고 있었군요.” 이한결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네, 심연의 눈 던전 깊은 곳에서만 발견되는 특수 광물입니다. 저희가 ‘어둠의 심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직 성분 분석이 완료되지 않아 위험성을 알 수 없습니다.”

“위험성이라….” 이한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천천히 방을 가로질러 벽에 붙어 있는 대형 모니터 앞에 섰다. 모니터에는 강 박사가 마지막으로 열람했던 것으로 보이는 복잡한 화학식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화학식들 사이에,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글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마치 암호처럼 보였다.

“이 방은 완벽한 밀실입니다.” 이한결이 다시 한번 선언하듯 말했다. 그의 시선은 이제 더 이상 시체나 주변 사물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공기, 시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응시하는 듯했다.

“하지만 범인은 분명히 이 방에 침입했고, 강 박사를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김민준 팀장과 다른 대원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한결을 바라보았다. 완벽한 밀실에서 범인이 어떻게 침입하고 사라졌단 말인가? 그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범인은 이 방을 나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이 방에서 살인을 저지른 후에,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사라질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이한결은 말을 멈추고 방 한가운데를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차가운 논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트릭은, 이 심연의 던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난제를 풀어낸 천재의 만족감 같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제 막 풀기 시작한 거대한 미스터리의 서막에 불과했다. 밀실 살인. 던전 한가운데서 벌어진 기묘하고도 완벽한 살인 사건의 그림자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한결은 그 그림자 속으로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