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잿빛 도시의 반란

### 챕터 1: 검은 그림자 아래에서

해가 질 무렵의 잿빛 도시는 언제나 거대한 짐승의 굶주린 입 같았다. 삭막한 벽돌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선 골목길은 습기와 곰팡이 냄새, 그리고 썩어가는 음식물 쓰레기의 악취로 가득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제국의 황궁은 마치 다른 세계의 것처럼 빛났지만, 이곳, ‘붉은 벽가’의 하늘은 언제나 희뿌연 먼지와 매연에 가려져 있었다.

카인은 녹슨 철제 창살에 걸린 너덜거리는 천 조각을 조심스럽게 걷어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지만,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번뜩였다. 저녁 식사를 위한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어제 주워온 빵 부스러기와 쥐똥만 한 감자 조각으로는 하루를 버티기 어려웠다.

“젠장, 오늘은 아무것도 없잖아.”

낮은 욕설이 터져 나왔다. 낡은 상자들이 쌓여 있는 뒤편을 샅샅이 뒤져도 쓸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버려진 천 조각, 깨진 병 조각, 녹슨 깡통들만이 가득했다. 제국은 날마다 막대한 식량을 소비하며 화려한 연회를 벌였다지만, 붉은 벽가의 사람들은 굶주림에 허덕였다. 한때 제국의 번영을 상징했던 이곳의 이름마저 이제는 고통과 절망의 다른 이름이 되어버렸다.

카인의 머릿속에는 며칠째 열에 시달리는 어린 동생, 리안의 마른 기침 소리가 맴돌았다. 약이라곤 꿈도 꿀 수 없었다. 그저 잘 먹고, 따뜻하게 쉬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었지만, 그것조차 사치였다.

어스름이 깔리자 골목은 더욱 어두워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제국 병사들의 발자국 소리가 붉은 벽가의 침묵을 깨뜨렸다. 단단한 군화 소리는 언제나 공포를 동반했다. 그들은 세금을 걷으러 오거나, 쓸만한 젊은이들을 던전 노동자로 끌고 가기 위해 왔다. 어느 쪽이든, 이곳 사람들에게는 죽음을 의미했다.

카인은 본능적으로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의 등 뒤에서는 낡은 천막 안에서 움츠리고 있던 사람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봐! 거기 숨은 놈들! 안 나오면 이 천막째로 불태워 버릴 줄 알아라!”

병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제국 병사들은 붉은색 제복에 번쩍이는 강철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길고 날카로운 창이 들려 있었다. 한 명, 두 명, 셋… 족히 열 명은 넘어 보였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숫자였다.

천막 안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려다, 어미의 손에 급히 막혔다. 병사들은 그런 소리쯤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거칠게 천막을 걷어찼다.

“이 구더기 같은 놈들! 다들 나와! 오늘은 세금이 아니다! 제국을 위한 대업에 참여할 기회를 주러 왔다!”

병사들의 말에 붉은 벽가 사람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함께 희미한 의문이 떠올랐다. ‘대업’이라니. 그들에게 대업은 언제나 죽음이었다.

한 병사가 늙은 여인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여인의 마른 몸은 병사의 손아귀에서 흔들렸다.

“어머니! 놓으세요!”

어린 청년이 달려들어 병사의 팔을 잡았다. 병사는 귀찮다는 듯이 청년의 뺨을 후려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청년은 바닥에 고꾸라졌다. 입술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쓸데없는 짓 마라, 애송이! 오늘은 던전 징집이다! 스무 살에서 서른 살까지, 건강한 남자들은 모두 나와!”

던전 징집. 그 말에 골목은 순식간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던전. 그것은 제국이 힘의 원천으로 삼는 마석과 희귀 광물을 얻는 곳이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목숨을 집어삼키는 저승의 입구이기도 했다. 한 번 던전에 끌려가면 살아 돌아오는 이는 거의 없었다.

카인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스무 살에서 서른 살. 그가 정확히 그 나이대였다. 그리고 리안을 돌보기 위해 억지로라도 몸을 단련해 왔던 터라, 겉보기에는 꽤 건강해 보였다.

“숨어라… 제발…!”

누군가의 절박한 속삭임이 들렸다. 카인은 숨을 멈췄다. 그의 옆 천막에서 늙은 에반의 얼굴이 보였다. 주름진 얼굴에는 깊은 체념과 함께, 알 수 없는 분노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에반은 한때 제국의 변방에서 작은 용병대를 이끌었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저 굶주린 노인일 뿐이었다.

“거기! 저 그림자 속에 숨은 놈! 네놈도 나와!”

가장 거칠어 보이던 병사가 카인이 숨어있던 방향을 정확히 지목했다. 카인의 몸이 굳어버렸다. 피할 수 없었다. 어설프게 저항했다가는 리안에게까지 해가 미칠지도 몰랐다.

카인은 천천히 그림자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시선은 병사들을 향하는 대신, 주위에 흩어져 있는 붉은 벽가의 사람들을 훑었다. 공포와 체념, 그리고 희미한 분노가 뒤섞인 눈빛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운명을 짊어진 채, 거대한 제국의 그림자 아래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흐음, 꽤 쓸만한 몸이군. 이름은 뭐냐?” 병사가 그의 턱을 거칠게 치켜들었다.

“카인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떨리지 않았다.

“좋아, 카인. 오늘부터 너는 제국을 위해 일하게 될 것이다. 영광으로 알아라!”

영광? 카인은 속으로 비웃었다. 이건 영광이 아니라 노예의 길이었다.

그때, 늙은 에반이 병사들을 향해 낮게 중얼거렸다.

“아직… 씨앗이 다 죽진 않았다… 제 아무리 검은 그림자라 할지라도… 언젠가 빛을 보게 될 터….”

병사들은 노인의 중얼거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카인은 에반의 눈빛을 보았다. 그 눈빛 속에는 체념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은, 꺼져가는 불꽃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 같은 것이었다.

수십 명의 남자들이 병사들에게 끌려 나갔다. 그들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카인 역시 그 무리 속에 섞여 걸어가면서, 리안의 희미한 기침 소리가 귓가를 맴도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끌려가면 리안은 어떻게 될까. 홀로 남겨진 어린 동생은 굶주림과 병마 속에서 서서히 시들어갈 것이다.

카인의 주먹이 저절로 꽉 쥐어졌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체념에 물들지 않았다. 붉은 벽가의 잿빛 하늘 아래, 그는 결심했다. 던전이 죽음의 구덩이라면, 그곳에서 살아남아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만약 제국이 자신들의 생명을 값싼 소모품으로 여긴다면… 그 소모품들이 모여 거대한 불꽃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리라.

검은 제국의 그림자가 드리운 잿빛 도시의 골목을 따라, 수많은 이들의 절망 속에 작은 칼날 하나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칼날이 무엇을 벨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지만, 그 끝에는 분명 새로운 세상의 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반란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카인의 심장을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