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기계 심장의 박동

밤은 강철 도시의 심장부로 검은 잉크처럼 번져 있었다. 수증기를 뿜어내는 거대한 굴뚝들은 마치 용가리의 콧구멍처럼 거친 숨을 내쉬었고, 그 잿빛 연기는 하늘을 가득 메워 달조차 감춰버렸다. 톱니바퀴의 불협화음과 증기 기관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도시 전체를 덮고 있었지만, 이 음산한 자장가 속에서도 고통받는 이들의 외침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지하수로를 따라 흐르는 오염된 물 위로, 낡은 증기 보트 한 척이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녹슨 쇠 냄새가 뒤섞인 어둠 속에서, 시아는 무릎에 놓인 지도에 시선을 고정했다. 기름때 묻은 손가락이 지도의 붉은 X표시를 짚었다. 황제궁 지하 깊숙이 위치한 ‘에테르 증기 배급소’. 제국의 모든 움직임이 이 거대한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동력에 의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봐, 시아. 계획은 변동 없어?”

선미에서 낡은 증기 엔진을 만지작거리던 두식 영감이 투박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얼굴은 평생 기계 기름에 절어 검버섯처럼 얼룩져 있었고, 한쪽 눈에는 작은 확대경이 박힌 안경이 걸려 있었다. 그는 이 반란 조직의 가장 노련한 기계공이자, 시아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시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났다. “물론이죠, 영감. 제국에 맞설 유일한 기회예요. 이곳을 멈추게 하면, 황제의 거창한 취임식도 멈출 거예요.”

“흥, 취임식 같은 건 관심 없어. 그저… 굶어 죽어가는 내 동포들이 이 빌어먹을 증기 기관의 노예가 되는 꼴을 더는 못 보겠다고.” 두식 영감은 툴툴거리면서도, 엔진의 압력 조절기를 정교하게 돌렸다. 보트의 속도가 미세하게 빨라졌다.

그들 주위에는 열 명 남짓한 반란군 동지들이 침묵 속에 각자의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모두가 낡은 작업복 차림에, 허리춤에는 개조된 스패너나 수제 폭탄 등이 매달려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제국의 거대한 그림자에 맞서는 작은 불씨와 같았다.

“거의 다 왔어.” 시아는 지도를 접으며 중얼거렸다. “잠깐. 조용히 해.”

보트가 좁은 수로의 모퉁이를 돌자, 강철로 된 거대한 격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격벽 위에는 증기 압력으로 작동하는 감시병 자동인형 두 대가 좌우로 느릿하게 움직이며 푸른색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움직임은 기계적이었으나, 둔탁한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위협적이었다.

“젠장, 저 빌어먹을 깡통들.” 두식 영감이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지난번엔 없던 건데. 제국 놈들이 경계를 강화했군.”

시아는 한숨을 쉬었다. “예상했던 일이에요. 하지만 방법은 언제나 있죠.” 그녀는 등 뒤에 매달린 기다란 자루에서 얇고 구부러진 금속 갈고리가 달린 줄을 꺼냈다. “두 명만 나와요. 제가 먼저 올라가서 녀석들의 시야를 가릴게요. 영감은 저 깡통들이 잠시 멈춘 틈을 타서 문을 열어줘요.”

세 명의 반란군이 조심스럽게 보트에서 내렸다. 시아는 갈고리를 격벽 위로 던져 올렸다. 쨍그랑! 둔탁한 금속 소리가 어둠 속을 가르자, 감시병 자동인형 중 하나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붉은색 감지등이 번쩍였다.

“들켰나?!” 한 동료가 속삭였다.

“아니, 아직.” 시아는 재빨리 줄을 당겨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은 마치 그림자처럼 가벼웠다. 자동인형의 시야 범위에 들어서기 직전, 그녀는 허리춤에서 작은 연막탄을 꺼내 던졌다.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격벽 위는 순식간에 자욱한 하얀 증기로 뒤덮였다. 자동인형들은 혼란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공중으로 팔을 휘저었고, 그 움직임은 멈칫거렸다.

“지금이야, 영감!” 시아의 목소리가 연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두식 영감은 기다렸다는 듯이 보트 옆에 숨겨둔 낡은 기계 장치를 꺼내 격벽의 잠금장치에 가져다 댔다. 틱, 탁, 징- 기계가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며 작동하자, 강철 격벽의 거대한 문에서 기압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울렸다. 이윽고 육중한 문이 안쪽으로 스르르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그들 앞에는 거대한 지하 공간이 펼쳐졌다. 수십 개의 파이프들이 복잡하게 얽혀 천장을 가로질렀고, 거대한 증기 압력 탱크들이 위용을 과시하듯 서 있었다. 공간을 가득 메운 금속의 열기와 웅웅거리는 진동은 마치 살아있는 괴물의 심장부 같았다.

“젠장, 예상보다 경비가 삼엄해.” 시아는 격벽 위에서 뛰어내리며 중얼거렸다. 감시병 자동인형들이 연막이 걷히자마자 다시 정상적으로 움직이며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두식 영감, 팀원들을 이끌고 바로 주요 제어실로 가요. 제가 저 깡통들을 유인할게요!”

“안 돼! 혼자서는 위험해!” 두식 영감이 소리쳤지만, 시아는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시아는 재빨리 가장 가까운 파이프 뒤로 몸을 숨겼다. 그녀의 심장은 쿵쾅거렸지만, 그보다 강한 것은 제국에 대한 분노였다. 그녀의 가족은 제국의 증기 광산에서 과로로 쓰러졌다. 그녀에게 이 반란은 단순한 혁명이 아니라, 개인적인 복수였다.

감시병 자동인형들이 그녀가 숨은 곳을 향해 느릿하게 다가왔다. 시아는 허리춤에서 작은 쇠구슬 몇 개를 꺼내 반대편 구석으로 던졌다. 쨍그랑! 하는 소리에 자동인형들은 일제히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아는 그 틈을 타 파이프를 타고 벽을 기어올랐다.

발밑으로는 두식 영감과 동료들이 재빨리 에테르 증기 배급소의 미로 같은 통로를 헤쳐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숙련된 인원들이었다. 두식 영감의 지휘 아래, 그들은 거대한 기계 장치들 사이를 능숙하게 통과하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시아는 천장 가까이에서 움직이며 자동인형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녀는 때로는 연막탄을 던지고, 때로는 쇠구슬을 뿌리며 자동인형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삐걱거리는 금속음과 증기 분출 소리가 가득한 공간에서,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유령과도 같았다.

마침내, 두식 영감 일행은 중앙 제어실 문 앞에 도달했다. 거대한 강철 문은 증기 압력으로 단단히 잠겨 있었다. 두식 영감은 주저 없이 가방에서 여러 개의 공구와 복잡한 모양의 해체 장치를 꺼냈다. 그의 늙은 손가락은 놀랍도록 민첩하게 자물쇠를 만지작거렸다.

“이 빌어먹을 제국 놈들은 뭐든지 튼튼하게만 만들 줄 알지, 정교함이라고는 없어.” 두식 영감은 투덜거리며 작은 철사를 자물쇠 구멍에 넣어 미세하게 조작했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때, 저 멀리서 시아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영감! 빨리! 지원 병력이 오고 있어요!”

쿵, 쿵, 쿵! 이전과는 다른, 더욱 육중한 발걸음 소리가 지하 통로를 울렸다. 제국 근위병들의 증기 동력 갑옷 소리였다.

두식 영감의 손이 더 빨라졌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풀렸다. 강철 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리자, 그들 앞에는 거대한 다이얼과 레버들로 가득 찬 제어반이 나타났다. 방 한가운데에는 붉은 에테르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코어가 웅웅거리고 있었다.

“목표다!” 한 동료가 외쳤다.

두식 영감은 재빨리 제어반에 달려가 가장 큰 압력 조절 레버에 손을 댔다. “이걸 완전히 올려버리면… 모든 증기 파이프가 과부하로 터져 나갈 거야. 적어도 며칠은 제국의 심장이 멈추겠지.”

“그 전에 우리가 멈출 수도 있어요, 영감!” 시아가 통로 저편에서 달려오며 소리쳤다. 그녀의 뒤로는 세 명의 증기 갑옷 근위병이 쫓아오고 있었다. 근위병들의 팔에는 거대한 증기 해머가 들려 있었고, 갑옷 틈새에서는 붉은 에테르 증기가 위협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망할!” 두식 영감은 레버를 최대한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익-! 하는 날카로운 경고음이 제어실을 가득 채웠다. 코어의 붉은 에테르 증기가 더욱 격렬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시아는 제어실 안으로 뛰어들어 문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근위병 한 명이 이미 문틈에 거대한 해머를 들이밀어 막고 있었다.

“모두 물러서!” 시아는 외치며 품에서 마지막 남은 수제 폭탄을 꺼냈다. 그녀는 지체 없이 안전핀을 뽑아 근위병의 증기 갑옷 발치에 던졌다.

콰앙! 굉음과 함께 섬광이 터졌다. 폭발의 충격으로 제어실 안의 모든 것이 흔들렸다. 근위병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그 틈을 타 시아는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내렸다.

밖에서는 근위병들이 강철 문을 두드려 부수려 하고 있었다. 쾅! 쾅! 쾅! 거대한 해머가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온몸을 울렸다.

“영감! 아직 멀었어요?!” 시아가 문을 필사적으로 막으며 소리쳤다.

두식 영감은 마지막 레버를 돌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땀과 기름때로 얼룩져 있었지만, 그의 눈은 불타는 듯한 결의로 빛났다. “거의 다 됐어! 자, 이제… 이 빌어먹을 제국의 심장을 뽑아버릴 시간이다!”

그가 마지막 레버를 꺾어 내리는 순간, 제어실 전체를 감싸고 있던 기계음이 더욱 거세지더니,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에테르 코어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내, 공간을 진동시키던 모든 기계음이 거짓말처럼 뚝 멈춰 버렸다.

적막.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침묵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쾅! 쾅! 하고 문을 두드리던 근위병들의 해머 소리마저 멈췄다.

“성공했다…” 한 동료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두식 영감은 숨을 헐떡이며 레버에서 손을 뗐다. “젠장, 다리가 후들거리는군.”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제 이 빌어먹을 도시 전체가 암흑 속에서 허우적거릴 거야. 황제의 취임식 따위는 개나 줘 버려야지.”

시아는 무너지는 듯한 안도감에 문에 기대섰다. 밖에서는 다시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혼란스러운 외침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임무를 완수했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제국의 분노는 끓어오르는 증기처럼 맹렬하게 터져 나올 것이었다.

“이제 도망쳐야죠, 영감.” 시아는 문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희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우리가 할 일은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요.”

그들은 어둠 속에 잠긴 거대한 제국의 심장부를 등지고, 또 다른 밤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작은 불씨가 언젠가 이 거대한 강철 도시를 집어삼킬 거대한 불길이 될 것이라는 예감처럼, 차가운 공기 속에서 뜨거운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