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장: 칠성루 아래, 봉인된 숨결

청운학원의 아침은 언제나 영롱한 영기(靈氣)의 파동으로 시작되었다. 학원 중앙에 우뚝 솟은 칠성루(七星樓)의 옥룡(玉龍) 조각상 위로는 갓 떠오른 태양빛이 부서져 내렸고, 그 빛을 받아 반짝이는 비검(飛劍)들이 학사들을 태운 채 창공을 가르며 훈련장으로 향했다. 축기(築氣) 초입의 학사부터 금단(金丹)을 바라보는 고참 학사들까지, 각자의 도복 색깔처럼 다채로운 영기의 흐름이 대지를 휘감았다. 이곳은 천하 제일의 선학(仙學) 명문, 청운학원이었다.

한유(韓裕)는 칠성루 북쪽, 낡은 기록각의 끄트머리에 매달린 자신의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햇살이 창을 뚫고 들어와 그의 붉은 도복 위로 쏟아졌지만, 왠지 모르게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학원 내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기록각. 그 중에서도 한유가 기거하는 곳은, 마치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듯한 고요함 속에 잠겨 있었다.

“벌써 3년째인가…….”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한유는 그리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 영근(靈根)은 평범했고, 도법(道法)의 이해도 남들보다 느렸다. 그가 이 명문 학원에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명문가의 서자(庶子)로 태어난 덕택이었다. 허나 그 후로도 그는 빛나는 형제자매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다른 학사들이 비검을 타고 하늘을 날고, 오색 영기를 다루며 도법을 익히는 동안, 한유는 주로 낡은 기록들을 정리하고 학원 곳곳의 영맥(靈脈) 흐름을 점검하는 잡무에 시달렸다. 그래도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애썼다.

오늘 그의 임무는 학원 최하층에 위치한 영맥 조정실의 점검이었다. 청운학원은 그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복잡한 영맥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대지로부터 솟아나는 영기를 효율적으로 학원 각지에 분배하고, 혹시 모를 이상 흐름을 감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업무였다.

한유는 침상에서 내려와 간단한 세안을 마치고 붉은 도복을 고쳐 입었다. 어깨에는 영맥의 흐름을 감지하는 수정 구슬과 몇 가지 도구를 넣은 배낭을 메고, 허리춤에는 은은한 영기가 흐르는 목검을 찼다. 기록각을 벗어나자마자, 칠성루 주변을 가득 메운 학사들의 활기찬 기운이 그를 반겼다. 그러나 그는 그 무리 속에 섞이지 않고, 칠성루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는 샛길로 접어들었다.

길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좁아졌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 이끼 낀 돌계단을 한참 내려가자, 마침내 지하로 이어지는 거대한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육중한 문에는 녹이 잔뜩 슬어 있었고, 고대 신선들이 사용했다는 상형문자들이 음각되어 있었다. 문을 열자, 마치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듯한 싸늘한 공기가 한유의 뺨을 스쳤다.

내부는 온통 흙과 돌로 이루어진 미로 같았다. 횃불 대신, 천장에 박힌 야광석(夜光石)들이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습한 공기 속에서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흙냄새가 진동했다. 그는 수정 구슬을 꺼내 영기의 흐름을 살피며 발걸음을 옮겼다. 대부분의 영맥은 일정하고 평온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원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갈수록, 수정 구슬의 빛이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상하군…….”

한유는 의아한 표정으로 수정 구슬을 들여다봤다. 기록에 따르면 이곳 영맥은 학원의 가장 안정적인 기운이 모이는 곳이어야 했다. 하지만 구슬의 빛은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마치 영기가 일시적으로 솟구쳤다가 다시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그는 더욱 깊은 곳으로 향했다. 길은 점점 더 좁아졌고, 천장은 낮아져 허리를 숙여야 할 정도였다. 거미줄이 얽히고설킨 낡은 벽면에는 과거 학사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낙서와 기호들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붉은색 영기가 잔뜩 묻어 있는 듯한, 기이한 형태의 문양이었다.

“이게 대체…….”

문양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형상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한유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섬뜩한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것 같았다. 그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영맥 조정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 통로를 지나자, 거대한 지하 공간이 나타났다. 수십 개의 굵은 영맥 관들이 얽히고설켜 있었고, 그 중심에는 거대한 영기 응집 장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장치에서는 규칙적인 영기 파동이 느껴져야 했지만, 지금은 미세한 진동과 함께 알 수 없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분명히…….”

한유는 영기 응집 장치에 다가가 수정 구슬을 가까이 댔다. 구슬은 마치 격렬한 폭풍에 휘말린 듯 맹렬하게 흔들렸다. 영기의 흐름이 정상 범위를 한참 벗어나, 격동적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이 정도면 학원 전체의 영기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그는 배낭에서 비상 보고용 부적을 꺼내려 했다.

그때였다.

영기 응집 장치 바로 옆,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벽면에 희미하게 빛나는 틈새가 보였다. 마치 억겁의 세월 동안 감춰져 있던 균열처럼. 한유는 자신도 모르게 그 틈으로 다가갔다. 틈새 안쪽에서는 아까 그 붉은 문양과 비슷한, 묘한 기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단순히 영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차갑고 섬뜩한 기운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틈새에 드리워진 얇은 먼지를 걷어냈다. 먼지 아래에는 세밀하게 새겨진 고대 진법(陣法)의 흔적이 드러났다. 그 진법은 무언가를 ‘봉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진법의 가장 중심부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 옥(玉) 조각이 박혀 있었다. 옥 조각에서는 한유의 심장을 옥죄는 듯한 불길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런 곳에… 봉인진이 있었다니.”

학원의 어떤 기록에도, 이런 봉인진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그는 홀린 듯 검은 옥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차가운 옥 조각이 그의 손끝에 닿자마자, 검은 기운이 옥에서 솟구쳐 나와 그의 손목을 휘감았다. 동시에 그의 귓가에 알 수 없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수많은 목소리가 뒤섞인 듯한, 고통스럽고 슬픈 외침이었다.

**”……해방…… 해방시켜라……”**

지하 공간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영기 응집 장치가 미친 듯이 진동하며 굉음을 냈고, 천장에 박힌 야광석들이 위태롭게 깜빡였다. 봉인진이 새겨진 암반 벽면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더니, 거대한 균열이 지평을 갈라놓는 것처럼 ‘파직!’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한유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의 손에 닿은 검은 옥은 이제 불덩이처럼 뜨거워졌고,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은 그의 영혼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균열 사이로 흘러나오는 것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끔찍한 검은 안개였다.

그리고 안개 속에서, 두 개의 붉은 눈동자가 한유를 향해 번뜩였다. 그 시선은 수천 년의 증오와 원한을 담고 있는 듯, 한유의 영혼을 꿰뚫는 듯했다.

“크윽!”

한유는 본능적으로 손을 떼어냈다. 그 순간, 봉인진의 균열은 더욱 커졌고, 검은 안개는 마치 굶주린 짐승처럼 지하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이것은 단순한 영맥의 이상이 아니었다.
학원 지하에 감춰져 있던, 끔찍한 금기의 존재.
그리고 그 금기의 봉인이, 지금 막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