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심연의 속삭임

어둠 속을 헤치며 나아가는 발걸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김민준은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 세간에는 ‘버려진 폐광 던전’으로 알려진 곳은 정말이지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곳이었다. 값나가는 광석은 진작에 동났고, 몬스터들조차 희귀한 저급 개체들뿐. 겨우 몇 푼 벌자고 들어온 곳에서 시간만 축내고 있는 기분이었다.

“젠장, 꽝이네. 오늘도 헛걸음인가.”

주머니 속 남은 포션은 단 한 병. 어깨에 멘 낡은 배낭은 텅 비어 있었고, 손에 든 강철 검의 날은 희미한 마나석의 빛을 받아 힘없이 반짝였다. 다른 탐험가들이라면 진작에 발길을 돌렸을 터. 하지만 민준은 어쩐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늘 그렇듯, 무언가에 홀린 듯, 다른 이들이 지나쳐버린 좁은 틈새나 무너진 바위 더미를 기웃거렸다.

그때였다.
날카로운 칼날이 긁고 지나간 듯한 섬뜩한 소리가 발밑에서 들렸다. 그는 멈춰 섰다. 낡은 부츠의 굽이 바닥을 스치며 난 소리였다. 평범한 바위바닥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어딘가 달랐다. 무릎을 굽히고 손전등의 마나석을 가까이 가져갔다.

“이건…?”

바닥은 균열이 가 있었다. 아니, 균열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마치 거대한 덩굴이 땅속을 파고들다가 석화된 듯한 무늬였다. 그 틈새로 아주 희미한, 푸른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너무나 미세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 정도의 빛이었다.

“뭐지? 다른 사람들이 못 본 건가?”

민준은 검을 칼집에 꽂고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거친 바위 질감 사이로 매끄럽고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빛이 새어 나오는 부분은 인위적으로 가려진 듯 얇은 돌 조각으로 덮여 있었다. 그는 주저 없이 손가락을 걸어 그 돌 조각을 떼어냈다.

**지이잉…!**

돌 조각이 떨어져 나가자, 아래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일순간 강렬해졌다. 빛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위로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찌르르 떨려왔다. 무언가 거대한 힘이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기분.

“크윽…!”

갑작스러운 변화에 민준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바닥의 균열은 더욱 선명해졌고, 그 사이에서 푸른빛이 스며 나오며 주변을 은은하게 비췄다. 마치 거대한 푸른 심장이 땅속에서 맥동하는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가 서 있던 곳은 단순히 무너진 폐광의 일부가 아니었다. 빛이 드러낸 것은 잊힌 문양으로 가득한 낡은 석판과, 그 석판으로 이어지는 길게 뻗은 마력의 선들이었다. 다른 모험가들이 지나쳐버린 수많은 길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곳이, 사실은 겹겹이 숨겨진 고대의 입구였던 것이다.

숨겨진 문을 찾기 위해 그는 주변의 흙과 잔해를 걷어냈다. 낡은 돌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에는 알 수 없는 상형문자와 기괴한 그림들이 새겨져 있었다. 고대의 유적에서나 볼 법한 문양이었다.

“이런 곳에… 진짜로 뭔가 있었단 말이야?”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흥분과 약간의 두려움이 뒤섞인 채, 그는 문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크으으으… 콰르르릉!**

수백 년은 족히 닫혀 있었을 법한 돌문이 굉음을 내며 서서히 열렸다. 묵은 먼지가 폐부를 찔러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을 헙 들이켰다.

문 안쪽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좁고 답답한 통로가 아니라, 거대한 원형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천장은 아득히 높았고, 푸른빛을 내는 알 수 없는 광물들이 박혀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면은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었고, 그 위로 역시 고대의 상형문자와 그림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공간의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제단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제단 위에는…

“이게… 뭐지?”

민준은 홀린 듯 제단으로 다가갔다. 제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그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돌 제단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아까 바닥에서 보았던 푸른빛이 이곳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졌다. 그의 눈에만 보이는 건가 싶어 손을 뻗었다.

**스르륵…**

손끝이 제단 표면에 닿는 순간, 차가운 돌의 감촉 대신 물속에 손을 담그는 듯한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제단 중앙에서 잔잔한 파문이 일더니 투명한 막이 걷히듯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푸른빛 수정이었다.
완벽하게 투명했지만, 그 안에는 은하수가 압축된 것처럼 셀 수 없는 푸른 광점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빛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수정은 아무런 받침대 없이 공중에 떠 있었고, 주변의 공기를 미약하게 일렁이게 만들고 있었다.

“고대의… 유물인가?”

온몸의 세포가 짜릿하게 반응했다. 직감이 외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네가 찾아 헤매던 것이다.*
민준은 조심스럽게 숨을 고르고, 떨리는 손으로 공중에 떠 있는 푸른 수정을 향해 다시 한번 손을 뻗었다. 손끝이 수정에 닿는 순간…

**쿠우우우우우우우웅-!!!**

온 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격렬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푸른 수정에서 거대한 빛의 파동이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은 순식간에 원형 공간 전체를 집어삼켰다.
민준의 몸은 빛에 휩싸였다. 수백, 수천 개의 환영이 그의 의식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고대 문명의 잔해, 알 수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목소리들, 거대한 마법진의 섬광…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지만, 동시에 뇌 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한 기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경고! 미지의 고대 에너지와 연결되었습니다!]**
**[잠재된 마력이 각성하고 있습니다!]**
**[던전의 심장, ‘에테르 코어’와 동기화 중… 1%… 10%… 50%…]**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몸 안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피부 위로 푸른빛의 문양이 선명하게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의 시야는 순간적으로 흐릿해졌다가, 이내 세상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벽에 새겨진 고대 문자들이 더 이상 무의미한 그림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하나의 ‘언어’였다. 제단의 돌 틈새에서 흐르는 마력의 흐름, 공기 중에 부유하는 보이지 않던 에너지 입자들, 심지어 발밑의 땅속을 흐르는 거대한 힘의 줄기까지. 모든 것이 마치 투명한 실타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동기화 완료! ‘심연의 인도자’ 각성!]**
**[고유 능력 ‘에테르 시야’를 획득했습니다.]**
**[고유 능력 ‘마력 조율’을 획득했습니다.]**
**[특성 ‘고대 마력 친화’를 획득했습니다.]**

민준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손바닥에는 이제 희미한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 빛은 마치 그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

**쉬익-**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푸른빛의 작은 마력 구체가 형성되었다. 그의 의지만으로.
놀라움과 경외감,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이것은 자신이 평생 바라던, 평범한 모험가에게는 허락되지 않던 진정한 ‘힘’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그르르르릉… 콰앙!**

갑자기 원형 공간의 저 깊은 곳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바닥이 진동했고, 천장에서 돌가루가 쏟아져 내렸다.
어둠 속에서 붉고 사나운 두 개의 눈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육중한 발걸음이 울릴 때마다 공간 전체가 흔들렸다.

“젠장… 내가 이놈을 깨웠군.”

그것은 이 던전에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저주받은 마력으로 뭉쳐진 고대의 수호자였다.
방금 얻은 힘이, 새로운 위협을 불러온 것이다.
푸른빛이 감도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심장이 다시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고대의 힘을 얻은 대가는, 이제부터 치러야 할 싸움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