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낡은 태엽 인형의 심장

아스피라의 하층 구역, ‘녹슨 골목’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카인의 작업장은 늘 증기와 기름 냄새로 자욱했다. 가스등이 삐걱이는 천장 아래서 희미하게 깜빡였고, 벽에는 온갖 종류의 톱니바퀴와 황동 파이프, 스패너들이 거미줄처럼 걸려 있었다. 고철 더미 속에서 부품을 찾아내려는 듯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의 그림자가 육중한 기계음과 함께 춤을 추었다.

카인은 이 도시에서 가장 숙련된 기계공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손끝에서 죽어가던 증기 기관이 다시 숨 쉬고, 멈춰선 태엽 장치들이 생명을 되찾았다. 그러나 오늘 그의 작업대 위에 놓인 의뢰품은 여느 때와 달랐다. 낡고 해묵은 태엽 인형이었다. 키가 사람만 한 이 인형은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나, 그 기계 심장은 완전히 멈춰 있었다. 의뢰인은 상류층의 한 귀부인이었고, 그녀는 이 인형이 “돌아가신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이라며 특별히 공들여 고쳐달라고 부탁했다.

“젠장,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카인은 땀으로 번들거리는 이마에서 고글을 살짝 올리고 중얼거렸다. 벌써 며칠째였다. 보통의 태엽 인형이라면 하루면 고쳤을 고장. 하지만 이 인형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고장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모든 태엽은 멀쩡했고, 증기 압력도 적정했으며, 에테르 통로 역시 막힌 곳이 없었다. 마치 인형 스스로 움직이기를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숨겨진 결함이 틀림없어.”

그는 작업대 위에 널브러진 도구들 사이에서 작은 정밀 드라이버를 집어 들었다. 인형의 가슴팍, 그러니까 인간으로 치면 심장이 있는 부분의 황동 판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복잡하게 얽힌 톱니바퀴와 스프링,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증기 피스톤들이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보였다. 카인은 익숙하게 부품 하나하나를 살폈다. 그의 눈은 미세한 흠집 하나 놓치지 않았다.

그때였다. 삐져나온 작은 황동 핀 하나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너무나 미세해서 일반적인 작업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부분이었다. 카인은 의아한 얼굴로 핀을 눌렀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그저 빈 공간이리라 생각했던 곳에서 작고 은밀한 격벽이 열렸다.

“이런… 세상에.”

카인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격벽 안은 텅 비어 있어야 마땅한 공간이었다. 태엽 인형의 제조 방식으로 보아, 여기에 무언가를 숨길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작은 결정체가 박혀 있었다.

그것은 황동도, 강철도, 심지어 이 시대의 가장 희귀한 합금도 아니었다. 은은하게 푸른빛을 띠는 투명한 결정체는 마치 깊은 바다의 심연에서 막 건져 올린 조개껍데기처럼 오묘하고 영롱했다. 내부에서는 미세한 광선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체적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빛은 희미했지만, 작업장의 모든 가스등을 합친 것보다도 강렬하게 카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카인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결정체를 만졌다. 차가우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결정체는 미지근했다. 그의 손가락이 표면에 닿는 순간, ‘쉬이이이잉-‘ 하는 귓가를 울리는 고주파음이 들렸다. 동시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기묘한 전율이 사지를 타고 흘렀다. 전기의 흐름과는 달랐다. 마치 영혼이 잠시 육체를 떠나 아득한 옛 시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온 듯한 감각이었다.

그의 눈앞에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들이 있었다. 잊혀진 언어로 새겨진 고대의 문양, 거대한 석상들이 늘어선 황량한 평원, 그리고 그 모든 것 위를 부유하는 알 수 없는 에너지의 흐름… 짧은 찰나였지만, 그 광경은 카인의 머릿속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마치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난 것 같았다.

카인은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결정체는 잠시 더욱 강렬하게 푸른빛을 뿜어내더니, 이내 다시 은은한 상태로 돌아갔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황동 판을 닫으려 했지만, 이내 멈췄다. 호기심이 두려움을 압도했다.

“이건… 대체 뭐지?”

그는 작업대 한구석에 놓인 에테르 반응 측정기를 가져왔다. 에테르, 즉 ‘마력’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이 시대의 최첨단 기계였다. 카인은 조심스럽게 결정체를 측정기 위에 올려놓았다.

‘삐이이익- 삐이이익- 삐이이익-!’

측정기는 미친 듯이 경고음을 내뱉었다. 바늘은 눈금을 넘어선 지 오래였고, 액정 화면에는 알 수 없는 숫자와 기호들이 뒤섞여 번개처럼 빠르게 깜빡였다. 측정기는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를 뿜어내며 작동을 멈췄다.

“망가뜨려 버렸군…” 카인은 황당한 표정으로 고장 난 측정기를 바라봤다. “아니, 망가뜨린 게 아니라… 이걸 감당할 수 없었던 건가?”

그 순간,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이익… 척, 척, 척…’ 작업대 위에 눕혀져 있던 태엽 인형의 몸에서 나는 소리였다. 인형의 낡은 황동 관절들이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나는 듯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인은 천천히 인형을 돌아보았다. 결정체가 박힌 가슴팍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인형의 눈동자, 텅 비어 있던 유리구슬이 아까 그 결정체와 똑같은 푸른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천천히, 너무나도 느리게, 인형의 목이 카인을 향해 돌아갔다. 삐걱이는 금속음이 작업실의 정적을 갈랐다.

그때, 등 뒤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끼이익…’ 작업장 문이 아주 살짝 열리는 소리였다. 문틈으로 어두운 복도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누군가… 아니면 무언가…가 그곳에 서 있었다.

카인은 손에 쥔 푸른 결정체를 꽉 움켜쥐었다. 손바닥 안에서 결정체가 맥박치듯 뜨거워지고 있었다. 태엽 인형의 푸른 눈동자가 그를 똑바로 응시했고, 문밖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다.

“이건…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어.” 카인의 심장이 격렬하게 울렸다. “이건… 심장이야. 고대의, 금지된 마법의 심장!”

그리고 그 심장은 지금, 막 깨어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