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대본 & 스토리보드: 잿빛 세상, 핑크빛 생존 (The Ash-Gray World, Pink-Tinted Survival)
**장르:** 로맨틱 코미디,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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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화면:**
* (FADE IN)
* 황폐해진 도시의 전경. 콘크리트 건물들은 앙상한 뼈대만 남았고, 유리창은 대부분 깨져나가 텅 빈 눈처럼 보인다. 도심 한복판에 우뚝 솟아있던 빌딩은 마치 칼에 베인 듯 위쪽 절반이 사라져 있다.
* 거리에 즐비했던 자동차들은 모두 녹슬고 뒤집혀 있거나, 거대한 덩굴 식물에 휘감겨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변해버렸다.
* 회색빛 안개가 지면을 낮게 깔고 흐르며, 그 위로 가끔 기형적으로 자라난 식물들의 그림자가 흔들린다.
* 태양은 늘 구름에 가려져 있어 빛이 희미하고, 세상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채도가 낮은 느낌이다.
* (SOUND) 바람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기이한 동물의 울음소리, 건물 파편이 무너져 내리는 둔탁한 소리.
**내레이션 (아린의 목소리 – 건조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내면에 깃든 피로감이 느껴진다):**
“세상이 이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 ‘잿빛 안개’가 모든 걸 집어삼키고, 남은 건 폐허와…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들의 더러운 욕망뿐이었다.”
“나는 그저 하루하루 숨 쉬고,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칠 뿐이다. 다른 건 사치야. 감정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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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예상 밖의 만남]**
**장면 1**
**장소:** 폐허가 된 대형 마트 내부
**시간:** 낮, 희미한 빛
**화면:**
* 깨진 유리창 틈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먼지 쌓인 마트 내부를 비춘다. 선반들은 대부분 텅 비어있고, 상품들은 엉망진창으로 흩어져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통조림 캔, 찢어진 과자 봉지, 녹슨 카트가 보인다.
* 아린(20대 중반, 키 165cm 정도, 날렵하고 단단한 체구. 짙은 회색 후드티에 낡은 카고 바지, 튼튼한 워커를 신고 있다. 등에 메고 있는 큼지막한 배낭에는 여러 도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옆구리에는 허름한 권총집이, 손에는 끝이 날카로운 금속 파이프를 들고 있다. 얼굴은 먼지로 얼룩져 있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살아있다.)이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이며 마트 안을 살핀다. 그녀의 눈은 주변을 끊임없이 스캔하며 위험을 감지한다.
* 이따금 삐걱거리는 금속음이나, 어딘가에서 쥐가 스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아린은 잠시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인다.
* 한쪽 구석, 무너진 선반 더미 뒤에서 뭔가 번쩍이는 것을 발견한 아린. 그녀는 파이프를 쥔 손에 힘을 주고 천천히 다가간다.
* 더미를 헤치자, 녹슬지 않은 통조림 몇 개가 굴러 나온다. 아린의 입가에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즉시 사라지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친다. 그녀는 통조림들을 능숙하게 배낭에 넣는다.
* (SOUND) 갑자기, 위쪽에서 ‘콰앙!’ 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아린은 본능적으로 파이프를 들어 올리며 소리가 난 천장을 올려다본다. 천장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거대한 덩굴 줄기가 아래로 뚝 떨어진다.
**아린 (독백, 낮게 읊조리듯):**
“젠장… 또 시작이네.”
**화면:**
* 천장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덩굴이 마치 살아있는 촉수처럼 마트 내부를 휘젓기 시작한다. 덩굴의 끝에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돋아나 있고, 축축한 액체가 묻어 있다.
* 아린은 재빠르게 몸을 숙여 덩굴을 피한다. 덩굴이 지나간 자리의 바닥 콘크리트가 패인다.
* 아린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다. 저 덩굴은 햇빛을 찾아 위에서 내려온 돌연변이 식물이다. 위험하지만, 움직임이 둔해서 잘 유인하면 빠져나갈 수 있다.
* 아린이 마트 출구 쪽으로 몸을 날려 달리기 시작한다. 덩굴은 그녀를 쫓아 휘두르지만, 아린은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 출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아린 (독백, 미간을 찌푸리며):**
“…저 멍청이는 또 뭐야?”
—
**장면 2**
**장소:** 폐허가 된 대형 마트 출구 바로 앞 (건물 외부)
**시간:** 낮
**화면:**
* 마트 출입구가 있어야 할 자리에 거대한 철제 셔터가 찌그러진 채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 옆으로는 역시 거대한 덩굴이 건물 외벽을 휘감고 있다.
* 그 덩굴의 가장 굵은 줄기 위에, 한 남자(지훈, 20대 후반, 키 180cm 정도, 단정하지만 약간 헐렁한 셔츠와 면바지 차림. 흙먼지로 뒤덮였지만, 안경 너머로 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등에 멘 작은 배낭과 한 손에 든 삽, 다른 손에 든 작은 식물 화분이 눈에 띈다.)가 위태롭게 서 있다.
* 지훈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지만, 그의 시선은 덩굴 줄기 어딘가에 박혀 있는 작은 균열에 고정되어 있다. 그는 조심스럽게 삽 끝으로 균열을 건드려보려 한다.
* (SOUND) 마트 내부에서 ‘쉬이익-!’ 하는 덩굴의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아린이 뛰쳐나온다. 그녀는 지훈과 마주치는 순간, 잠시 멈칫한다.
* 마트 내부에서 쫓아오던 덩굴 줄기가 출입구를 향해 거세게 휘둘러진다.
**아린 (버럭):**
“거기! 비켜요! 죽고 싶어요?!”
**지훈 (아린의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본다. 휘두르는 덩굴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 어어? 저, 저건…!”
**화면:**
* 지훈이 너무 놀란 나머지, 덩굴 위에서 중심을 잃고 비틀거린다. 손에 들고 있던 화분이 바닥으로 떨어지려 한다.
* 그 순간, 아린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져 지훈을 밀쳐낸다. 지훈은 휘청거리며 옆으로 나자빠지고, 아린은 덩굴의 공격을 대신 막아낸다.
* ‘콰앙!’ 덩굴의 끝이 아린이 서 있던 자리를 강타하고, 그녀는 날카로운 가시에 팔을 스치며 바닥으로 굴러떨어진다.
* 아린의 팔에 깊지 않지만 선명한 붉은 줄이 생긴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듯 이를 악물고 팔을 움켜쥔다.
* 지훈은 바닥에 엎어진 채 놀란 눈으로 아린과 덩굴을 번갈아 본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삽이 굴러떨어진다.
* 덩굴은 한번 공격에 실패하자, 다시 한번 아린을 향해 돌진한다.
**지훈 (황급히 외친다):**
“안돼요! 위험해요!”
**화면:**
* 아린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파이프를 쥔 채 덩굴을 응시한다. 그녀는 덩굴이 다시 공격하는 타이밍을 정확히 읽어낸다.
* 덩굴이 휘둘러지는 순간, 아린은 그 틈을 파고들어 덩굴의 가장 약한 부분, 즉 줄기가 건물 외벽과 연결된 부분의 ‘뿌리’ 같은 곳을 파이프 끝으로 힘껏 내리찍는다.
*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덩굴에서 푸른색 액체가 터져 나오며, 덩굴 전체가 크게 한번 경련하더니 움직임을 멈춘다. 가늘게 떨리던 덩굴은 이내 힘을 잃고 축 늘어진다.
* 아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팔의 상처를 확인한다. 독성은 없는 것 같지만, 꽤 깊게 베였다.
* 지훈은 그 광경에 넋이 나간 듯 아린을 쳐다본다. 그의 얼굴에는 경외감과 죄책감이 뒤섞여 있다.
**지훈 (더듬거리며):**
“저… 저기… 괜찮으세요? 제가… 제가 너무 놀라서… 죄송합니다!”
**아린 (차가운 눈빛으로 지훈을 훑어본다):**
“당신… 여기서 뭐 하는 짓이에요? 죽으려고 환장했어요?”
**지훈 (작은 목소리로):**
“아, 그게… 이 덩굴에 혹시 어떤 식물의 씨앗이 맺혀 있을까 해서요… 이 덩굴, 다른 것들과는 조금 달라 보여서요.”
**아린 (기가 막힌다는 듯 한숨을 쉰다):**
“씨앗? 지금 목숨 걸고 씨앗 따위나 찾고 있었다고요? 이 세상에 그런 한가한 인간이 아직도 있었네.”
**지훈 (상처받은 표정으로):**
“한가한 게 아니에요! 이 식물은… 어쩌면 이 황폐한 땅을 다시 살릴 수 있는 실마리가 될지도 몰라요!”
**아린 (코웃음):**
“헛소리도 정도껏. 지금 당장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해요. 그 씨앗인가 뭔가가 밥 먹여 줘요?”
**지훈 (주저하며):**
“아직은 아니지만… 미래에는….”
**아린 (지훈의 말을 잘라먹는다):**
“미래? 미래는 없어. 오늘만 있어.”
**화면:**
* 아린은 더 이상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팔의 상처를 대충 헝겊으로 싸맨다. 그리고 배낭을 고쳐 메고 떠나려 한다.
* 지훈은 그런 아린의 뒷모습을 보며 초조한 표정을 짓는다.
**지훈:**
“잠깐만요! 저…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혼자 다니는 건 너무 위험해요. 그리고 제가… 제가 의학 지식도 좀 있고, 식물에 대해서는 아주 박식합니다!”
**아린 (멈춰서지 않고 걸으며):**
“그 의학 지식으로 당신 팔이나 치료하시죠. 아까 보니 넘어져서 무릎도 다친 것 같던데.”
**지훈 (뒤늦게 자신의 무릎을 본다. 바지가 찢어져 있고 피가 살짝 배어 나온다):**
“아…!”
**화면:**
* 아린이 마트 건물 코너를 돌아 사라지려 한다.
* 지훈은 망설이다가, 문득 바닥에 떨어져 있던 화분을 발견한다. 그 안에는 갈색 흙과 함께 아까 덩굴 속에서 간신히 구해낸 듯한, 작고 초록색인 묘목이 심겨 있다. 그는 조심스럽게 화분을 집어 든다.
* 그리고는 아린의 뒤를 쫓아간다.
**지훈:**
“저기요! 기다려주세요! 제가 짐도 날라드릴 수 있어요! 힘도 꽤 세다고요!”
**화면:**
* 아린이 한숨을 쉬며 잠시 멈춰 선다. 그녀는 여전히 지훈을 돌아보지 않는다.
**아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따라오려면 따라와요. 대신 발목 잡으면 죽여 버릴 줄 알아요.”
**지훈 (환하게 웃으며, 하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네! 감사합니다! 걱정 마세요! 절대 발목 잡지 않을게요!”
**화면:**
* 지훈은 아린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그의 발걸음은 아린보다 훨씬 경쾌하고, 표정에는 희망이 엿보인다.
* 아린은 그를 곁눈질하며 미간을 찌푸린다.
**아린 (독백):**
“하… 저 녀석 때문에 내 수명이 단축될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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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장소:** 폐허가 된 주택가, 아린의 은신처 (허름한 주택 지하)
**시간:** 밤
**화면:**
* 낡은 주택의 지하실 문을 아린이 능숙하게 열고 들어선다. 지훈이 어색하게 뒤를 따른다.
* 지하실 내부는 작지만 나름대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캔들 몇 개가 놓여 있고, 한쪽 벽에는 세계 지도가 아닌, 주변 폐허 지도가 그려져 있다. 한쪽에는 간이 침대, 다른 쪽에는 작은 작업대와 몇 가지 도구들이 보인다.
* 아린은 캔들에 불을 붙인다. 희미한 불빛이 지하실을 밝힌다.
**아린 (어두운 얼굴로 작업대에 앉으며):**
“여기서 하룻밤만. 내일 아침 해 뜨면 각자 갈 길 가요.”
**지훈 (어색하게 화분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아… 네. 알겠습니다.”
**화면:**
* 아린은 배낭을 내려놓고 팔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한다. 낡은 의료용 키트를 꺼내 소독약과 붕대를 능숙하게 사용한다.
* 지훈은 그녀를 힐끗 보다가, 자신의 작은 묘목 화분을 조심스럽게 꺼내든다.
* 그는 묘목의 흙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건드려 보다가, 작은 물통에 남아 있던 물을 몇 방울 뿌려준다. 그의 표정은 애틋하다.
**지훈:**
“이 아이… 꼭 살려야 하는데.”
**아린 (상처를 치료하다가 지훈을 흘끗 보며):**
“그 조그만 풀떼기 하나가 그렇게 중요해요? 지금 당장 배를 채우는 게 먼저 아니에요?”
**지훈 (묘목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는다):**
“물론 중요하죠. 이 세상에 아직 푸른 생명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될 수 있잖아요.”
“예전에는… 제가 식물학자였거든요. 이런 세상이 오기 전에는요. 제 이름은 지훈입니다.”
**아린 (말없이 치료를 마친다. 지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는 아린. 그리고 그런 희망 따위, 개나 줘 버려요. 살아남는 데는 아무 도움도 안 돼.”
**화면:**
* 지훈은 아린의 싸늘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어깨는 살짝 처진다.
* 그는 다시 묘목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지훈:**
“그래도… 살아남는 것과 희망을 버리는 건 다르지 않나요?”
**아린 (캔들 불빛에 비친 그림자처럼 차가운 얼굴로):**
“희망은… 사람을 약하게 만들 뿐이야.”
**화면:**
* 갑자기, 지하실 문 밖에서 ‘긁적긁적’ 하는 소리가 들린다. 철제 문을 무언가 날카로운 것으로 긁는 듯한 소리.
* 아린의 얼굴에서 순간적으로 모든 표정이 사라진다. 그녀는 손을 뻗어 캔들 불빛을 끈다.
* 지하실은 순식간에 암흑에 잠긴다.
**아린 (나지막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숨어.”
**지훈 (숨을 들이켜며):**
“뭐… 뭐죠?”
**아린:**
“닥치고 숨으라고.”
**화면:**
* 어둠 속에서 아린이 권총을 뽑아 드는 소리가 ‘찰칵’ 하고 들린다.
* 지훈은 잔뜩 겁먹은 채, 묘목 화분을 품에 안고 간이 침대 아래로 몸을 숨긴다.
* 밖에서 들려오는 ‘긁적긁적’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이윽고 ‘쿵! 쿵!’ 하고 문을 부수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뒤따른다.
* 작은 지하실 문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흔들린다.
**아린 (어둠 속에서, 차갑고 침착한 목소리):**
“젠장… 밤에만 움직이는 변이체인가.”
**지훈 (침대 아래에서 잔뜩 웅크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저… 저게 뭔가요?”
**아린:**
“몰라도 돼. 넌 거기서 가만히 있어. 소리 내지 말고.”
**화면:**
* 지하실 문이 결국 ‘콰앙!’ 소리와 함께 안쪽으로 부서져 열린다.
* 문 틈새로 검고 거대한 그림자가 비틀거리며 들어서려고 한다. 그림자의 끝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보인다.
* 어둠 속에서 아린의 권총이 번쩍하고 섬광을 뿜어낸다. ‘탕! 탕!’ 총성이 두 번 울린다.
* 괴물의 끔찍한 울음소리가 지하실을 가득 채운다.
**화면:**
*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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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화면:**
* 다음 날 아침, 동이 트기 시작하는 폐허의 도시.
* 아린이 부서진 지하실 문을 수습하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하지만, 밤새 잠 못 이룬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 지훈은 어색하게 그녀 옆에 서서, 부서진 문틈을 바라본다. 그의 품에는 여전히 작은 묘목 화분이 안겨 있다.
* 부서진 문 밖에는 밤새 습격했던 변이체의 시체가 쓰러져 있다. 거대하고 징그러운 모습이다.
**지훈 (조심스럽게):**
“밤새…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아린 (시큰둥하게):**
“고생? 익숙해.”
**지훈:**
“저는…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린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낡은 배낭을 메고, 떠날 준비를 한다):**
“이제 당신도 갈 길 가.”
**지훈 (망설이는 표정으로 아린을 본다. 그리고 묘목을 한번 쓰다듬더니 결심한 듯 아린에게 다가간다):**
“아린 씨. 저….”
**화면:**
* 지훈이 아린에게 뭔가 건넨다. 그것은 밤새 그가 품에 소중히 안고 있던 묘목이 아니다. 그의 작은 배낭에서 꺼낸, 잘 포장된 듯한 낡은 씨앗 봉투와 몇 개의 흙 알갱이가 든 작은 병이다.
**지훈 (진지하게):**
“이건 제가 정말 어렵게 구한 씨앗이에요. ‘생명 복원 연구소’에서 가져온 마지막 씨앗이라고요. 그리고 이건… 오염되지 않은 토양 샘플입니다. 혹시… 아린 씨가 갈 곳 중에, 이 씨앗을 심을 만한 안전한 곳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린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훈과 씨앗 봉투를 번갈아 본다):**
“…나한테 이런 걸 주면 뭐해요? 나는 당신처럼 식물학자도 아니고… 저런 걸 키울 시간도 없어.”
**지훈 (부드럽게 웃으며):**
“아니요, 아린 씨는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어제 밤에 제가 봤어요. 아린 씨는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혼자보다 둘이 더 낫지 않겠어요?”
**화면:**
* 아린은 씨앗 봉투를 받아들지 않고,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지만, 그 안에 아주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것 같다.
* 지훈은 그런 아린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씨앗 봉투를 그녀의 손에 살포시 쥐여준다. 그의 손은 따뜻하다.
**지훈 (싱긋 웃으며):**
“아, 그리고… 아린 씨 팔 치료, 제가 좀 더 잘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제 급하게 하셔서… 염증 생기면 곤란하잖아요. 제가 비록 체력은 딸려도, 의학 상식은 좀 있습니다.”
**화면:**
* 아린은 자신의 손에 들린 씨앗 봉투와, 앞에 서 있는 지훈을 번갈아 본다.
* 그녀의 입가에 묘한 표정이 스친다. 짜증, 의구심,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어쩌면 예상치 못한 웃음기.
* 두 사람의 뒤로, 잿빛 하늘에 조금씩 푸른빛이 번져오고 있다.
**아린 (작게 한숨을 쉬며):**
“하… 알았어요. 딱 오늘 하루만 더. 그리고… 진짜 각자 갈 길 가는 거예요.”
**지훈 (얼굴에 화색이 돈다):**
“네! 물론이죠! 그럼요!”
**화면:**
* 지훈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의 품에 있던 묘목을 번쩍 들어 올린다.
* 아린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젓는다.
**아린 (독백, 마지못한 듯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미소가 번지는):**
“젠장… 정말 골치 아픈 녀석을 만났네. 저 ‘희망’이라는 것 때문에, 내 생존에 혹시… ‘변수’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
**화면:**
*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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