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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오페라 – 황폐해진 세계에서 살아남기】**
**에피소드 1: 붉은 사막의 속삭임**
**[장면 1]**
**[배경]**
별똥호(彗星號)의 낡은 조종석. 금속 부식 흔적이 역력한 패널들은 희미한 비상등 불빛 아래 겨우 제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메인 스크린 너머로는 붉고 황량한 행성의 지표면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모래폭풍이 행성 전체를 집어삼킬 듯 맹렬하게 휘몰아치고 있다.
**[내레이션 (강하준)]**
이 망할 붉은 모래는 몇 년째 똑같은 핏빛만 토해내고 있었다. 숨 쉬는 것조차 사치인 곳. 살아남는다는 건, 그저 이 지옥 같은 공간에서 한 줌의 먼지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과 다름없었다. 우리의 모함, 별똥호는 그런 삶의 유일한 증거이자 마지막 안식처였다. 닳고 닳아 너덜너덜해진, 고작 수송선에 불과했지만, 우리에겐 우주 그 자체였다.
**[등장인물]**
* **강하준 (30대 초반, 별똥호의 함장이자 파일럿. 냉정하고 현실적이지만 내면에 뜨거운 의지를 숨기고 있다.)**
* **유미나 (20대 초반, 별똥호의 기술자이자 통신병. 활발하고 영리하며 뛰어난 기계 수리 능력을 지녔다.)**
**[대사]**
**유미나**: (콘솔 앞에서 무언가를 두드리다 깊은 한숨을 쉬며) 하준 오빠, 마지막 수분 필터도 완전히 고장 났어요. 비상 식수 저장고도 바닥이에요. 이대로라면… 산소 농도도 곧 위험 수준에 도달할 거예요.
**강하준**: (낡은 조종간을 만지작거리며 굳은 표정으로) 젠장. 어딘가 있을 거야. 폐광 시설 스캔 결과는? 뭔가 잡히는 게 있어야 해.
**유미나**: (스크린을 조작하며) 미약한 에너지 반응이 감지되긴 하는데… 거의 유령 행성이나 다름없어요. 마지막 탐사팀이 전멸한 지 벌써 5년이 넘었잖아요. 분명 위험할 거예요.
**강하준**: (차가운 눈으로 스크린을 노려본다) 위험? 우리가 언제 위험하지 않은 적이 있었나. 이 우주 전체가 우리에게는 거대한 함정이자 덫이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서며) 출동 준비해. 직접 내려가 봐야겠어.
**유미나**: (놀란 눈으로 하준을 올려다본다) 오빠 혼자요? 안 돼요! 저도 같이 가요!
**강하준**: (미나의 어깨를 툭 치며) 네가 여기 없으면 누가 함선을 지키고, 누가 이 망할 필터를 수리해? 넌 내 후방을 맡아야 해. (잠시 망설이다 말을 고쳐) …아니, 같이 가자. 혼자 가기엔 너무 위험하다. 둘이 가면 그만큼 돌아올 확률이 높아지겠지. 방호복 챙겨.
**[내레이션 (강하준)]**
나지막한 탄식처럼 별똥호의 엔진이 울었다. 붉은 모래 행성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죽음이 아닌, 살아갈 이유를 찾아야 했다.
**[장면 2]**
**[배경]**
행성 표면. 붉은 모래폭풍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굉음을 내며 몰아친다. 과거 거대한 도시였을 잔해들이 황폐하게 널려 있다. 날카롭게 부서진 건물 파편들이 칼날처럼 솟아 있고, 그 아래에는 끝없는 모래 언덕이 이어진다. 방호복을 입은 강하준과 유미나의 모습은 이 광활한 죽음의 땅에서 점 하나에 불과하다. 그들의 방호복에는 흙먼지가 두껍게 내려앉아 있다.
**[지문]**
강하준은 전방을 경계하며 선두에 서고, 유미나는 휴대용 스캐너로 주변을 탐색하며 뒤를 따른다. 둘의 통신 장비에서 찢어지는 듯한 바람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온다.
**[내레이션 (강하준)]**
방호복 안에서도 모래바람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뼈를 시리게 파고드는 듯했다. 이곳은 죽은 자들의 무덤. 발밑의 모든 것이 과거의 흔적이며, 동시에 미래의 위험이었다. 한 발자국을 내디딜 때마다 모래가 발목을 붙잡았다. 마치 이 행성이 우리를 영원히 붙들어 두려는 듯이.
**[대사]**
**유미나**: (스캐너를 응시하며) 이 망할 모래바람 때문에 시야 확보도 어렵고, 스캔도 제대로 안 돼요. 겨우 잡히는 신호는 300미터 전방의 폐쇄된 채굴 시설 쪽인데…
**강하준**: (고개를 끄덕이며) 그쪽으로 가자. 어차피 잃을 것도 없어. 폐시설 잔해라도 뒤지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이런 곳에서 너무 오래 노출되어 있으면 방호복 배터리도 못 버텨.
**유미나**: (갑자기 스캐너 화면에 무언가 잡히자 눈을 크게 뜬다) 오빠! 저기, 스캐너가 뭔가를 잡았어요! 이전 탐사팀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전력 공급 시설의 흔적이에요! 아주 미약하지만, 아직 작동하는 것 같아요!
**강하준**: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작동한다고? 그건… 의외인데.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좋아, 서둘러. 오래 있을수록 이곳의 모든 것들이 우릴 잡아먹으려 들 거야.
**[지문]**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붉은 모래폭풍을 뚫고 폐시설을 향해 걷는다. 그들의 발걸음은 왠지 모를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장면 3]**
**[배경]**
낡은 채굴 시설 내부. 콘크리트와 철골 구조물은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천장에는 금이 가 있다. 먼지가 겹겹이 쌓여 마치 고요한 무덤과 같은 분위기다. 어둠 속에서 하준과 미나의 손전등 불빛만이 흔들리며 전진한다. 습기 대신 건조한 모래먼지 냄새가 진동한다. 바닥에는 부서진 파편들과 잊힌 기계 잔해들이 널려있다.
**[지문]**
강하준은 레이저 소총을 단단히 쥐고 주위를 경계하고, 유미나는 작은 탐사 드론을 날려보내며 길을 살핀다. 드론의 낮은 윙윙거림만이 침묵을 깬다.
**[내레이션 (유미나)]**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 거대한 죽은 공간은 마치 숨을 쉬고 있는 듯했다. 폐허가 된 기계들은 우리를 향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비명 속에서, 우리는 한 줄기 희망을 찾아야 했다.
**[대사]**
**유미나**: (드론이 보낸 영상을 확인하며) 여기, 이쪽으로 쭉 들어가면 예전 정수 시설 구역이 나와요. 스캐너가 부품들을 감지하고 있어요!
**강하준**: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 조심해. 이런 곳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어.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본다) 뭔가 이상해. 너무 조용해.
**유미나**: (한참을 뒤지던 유미나가 환한 표정으로 외친다) 찾았어요! 오빠! 여기, 작동은 안 하지만, 필터 부품이 몇 개 남은 것 같아요! 완벽한 건 아니어도 별똥호의 필터를 수리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강하준**: (가까이 다가와 부품들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래, 덕분에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거야. 서둘러 챙겨.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여기 있었어.
**[지문]**
강하준이 부품들을 챙기는 동안, 유미나의 휴대용 스캐너가 갑자기 격렬한 경고음을 울린다. 스캐너 화면에는 거대한 진동 패턴이 감지되고 있다.
**유미나**: (경악한 얼굴로 스캐너를 쳐다본다) 오빠! 바닥 진동 감지! 저 아래에… 뭔가 거대한 게 움직이고 있어요! 아주 빠르게!
**강하준**: (즉시 레이저 소총을 겨누며) 젠장, 놈들이 여기까지 왔나! 이 바닥을 뚫고 올라오기 전에 튀어야 해!
**[장면 4]**
**[배경]**
채굴 시설 내부, 더욱 깊은 곳. 굉음과 함께 바닥의 콘크리트가 터져 오르고, 거대한 땅벌레 형태의 괴물이 튀어나온다. 놈은 붉은색 갑피와 수많은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무수한 눈을 가지고 있다. 끔찍한 울음소리가 시설 전체를 뒤흔든다. 괴물 주변에는 자갈과 부서진 금속 파편들이 흩날린다.
**[내레이션 (유미나)]**
그 끔찍한 울음소리가 방호복 너머로도 들려왔다. 죽음의 노래. 놈들은 이 죽은 행성의 진정한 주인들이었다. 진동에 반응하는 사막의 포식자들.
**[지문]**
괴물이 끔찍한 속도로 덤벼들고, 강하준과 유미나는 재빨리 회피하며 레이저 소총을 꺼낸다. 총구가 번쩍이며 괴물의 갑피에 붉은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놈은 끄떡없다.
**[대사]**
**강하준**: (괴물의 공격을 피하며) 미나! 약점은 눈이야! 이 놈들은 진동으로 유인당한 거야! 정신 차려!
**유미나**: (공격하는 괴물을 향해 정확히 레이저를 발사하며) 알겠어요! 저 덩치에 비해 엄청 빨라요!
**[지문]**
유미나가 재빠르게 여러 발을 쏘아 괴물의 복합적인 눈 중 하나를 명중시킨다. 괴물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고 바닥에 쓰러진다. 하지만 그 진동에 반응하여 사방에서 더 많은 괴물들의 울음소리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강하준**: (경악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본다) 안 되겠어! 너무 많아! 부품은 챙겼지? 당장 퇴각한다!
**유미나**: (재빨리 필터 부품이 든 가방을 움켜쥐며) 네!
**[지문]**
둘은 뒤돌아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뒤에서는 수많은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쫓아오고, 시설 전체가 무너져 내릴 듯 격렬하게 흔들린다.
**[장면 5]**
**[배경]**
별똥호의 낡은 조종석. 강하준과 유미나는 겨우 함선에 올라탔다. 방호복을 벗어 던진 그들의 얼굴에는 땀과 먼지가 뒤섞여 있다. 유미나가 허둥지둥 필터 부품을 교체하고, 강하준은 조종간을 잡아 함선을 이륙시킨다.
**[지문]**
필터가 작동하며 삐걱이는 소리를 낸다. 정화된 공기가 조종석에 퍼져나가고, 강하준과 유미나는 겨우 숨을 돌린다.
**[대사]**
**유미나**: (깊게 숨을 들이쉬며 안도한다) 휴… 겨우 살았네. 필터 작동해요! 산소 농도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어요!
**강하준**: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그래, 덕분에 한동안은 버틸 수 있겠지. (필터에서 정화된 물을 받아 단숨에 마신다) 젠장, 목구멍에 모래가 가득한 것 같군.
**[지문]**
유미나가 채굴 시설에서 가져온 부품들을 정리하다가, 작은 데이터 칩 하나를 발견한다. 그것은 일반적인 부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검고 매끈한 재질에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칩이었다.
**유미나**: (데이터 칩을 들고 하준에게 보여준다) 어? 오빠, 이거 좀 봐요. 부품들 사이에 이런 게 있었는데… 이건 뭔지 모르겠어요. 장비 부품 같지는 않은데.
**강하준**: (데이터 칩을 받아들며 유심히 살핀다) 이건… 채굴 시설 장비 부품은 아니군. 꽤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일반적인 재질도 아니야. 한번 콘솔에 연결해봐. 조심스럽게.
**[장면 6]**
**[배경]**
별똥호의 조종석 메인 스크린. 유미나가 데이터 칩을 콘솔에 연결하자, 화면에 알 수 없는 고대 문자와 함께 흐릿한 홀로그램 지도가 나타난다. 지도는 이전에 스캔했던 행성들과는 완전히 다른 별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내레이션 (강하준)]**
황량한 붉은 사막 속에서, 우리는 한 줄기 빛을 찾았다. 죽음 속에서 건져 올린 희망. 하지만 그 빛이 진정한 희망일지, 아니면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 넓고 죽어가는 우주에서, 우리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미지 속으로 발을 내디뎌야 했다.
**[대사]**
**유미나**: (화면을 응시하며) 이, 이게 뭐죠? 고대 문자인 것 같은데… 해석이 안 돼요. 우리가 아는 언어 체계가 아니에요.
**강하준**: (화면 속 지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 지도는… 우리가 있는 곳과는 완전히 다른 은하계를 가리키고 있어. 그리고 저 표시… 저 별 주변에 있는 기이한 형태의 건축물들은…
**[지문]**
화면 속 지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 하나가 깜빡인다. 그 별 주변에는 정교하고 신비로운 형태의 거대한 건축물이 그려져 있다. 그 빛은 마치 오래된 전설처럼 화면을 채운다.
**강하준**: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이건… 설마 ‘낙원’의 흔적일까? 전설 속의… 살아있는 행성.
**[내레이션 (유미나)]**
미지의 문명. 미지의 지도. 우리는 다시, 죽음의 모래바람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해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또다시, 더 거대한 미지의 항해를 시작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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