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틀린 나락 (Twisted Aby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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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검은 맹세]**
**장면 1. 서진의 지옥**
**[스토리보드 지시]**
* **ANGLE:** 낡고 습기 가득한 지하방의 전경. 창문은 없고, 천장에서 물이 새어 시멘트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다. 방 한구석에는 곰팡이 핀 매트리스와 낡은 이불이 구겨져 있다.
* **SHOT:** 어둠 속에 웅크린 한서진의 뒷모습. 뼈만 앙상하게 남은 어깨가 눈에 띄게 드러난다. 주변에 버려진 컵라면 용기들과 약봉지들이 널려있다.
* **CLOSE UP:** 서진의 손. 종이처럼 얇아진 손가락이 떨리는 손전등을 쥐고 있다. 빛은 그녀 앞에 놓인 스케치북을 비춘다.
**서진 (N):** (속삭이듯, 건조하게)
어둠은 나를 삼키려 들었다. 아니, 이미 삼켜진 지 오래였을지도 모른다.
내 안의 모든 것이 썩어 문드러지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할 때까지.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오직 하나의 이름만을 되뇌었다.
**[스토리보드 지시]**
* **CLOSE UP:** 스케치북. 과거 서진이 그린 듯한 생기 넘치고 독창적인 드로잉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림들 속에는 젊고 웃는 서진과 태준의 모습이 함께 있다.
* **TRANSITION:** 갑자기 스케치북 페이지들이 휙휙 넘어가며, 그림들이 점점 어둡고 뒤틀린 형상으로 변한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검은색 물감으로 덧칠된, 알아볼 수 없는 추상화가 그려져 있다.
**서진 (N):** (목소리에 분노와 체념이 뒤섞여)
강태준.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간 이름. 나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고, 영혼을 나락으로 밀어 넣은 이름.
그때, 나는 믿었다. 우리가 함께라면, 세상의 어떤 벽도 넘을 수 있을 거라고.
내 예술은 너의 것이고, 너의 예술은 나의 것이라고.
우리의 꿈은 하나라고.
**[스토리보드 지시]**
* **FLASHBACK MONTAGE:**
* **SHOT 1:** 낡은 작업실. 젊은 서진과 태준이 웃으며 서로의 그림에 대해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모습. 서진의 눈은 반짝이고, 태준은 그녀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 **SHOT 2:** 서진이 캔버스 앞에서 밤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녀의 얼굴은 피곤하지만, 눈빛은 강렬한 창작열로 불타오른다. 그녀의 손에서 경이로운 그림이 완성되어간다.
* **SHOT 3:** 태준이 완성된 그림 앞에서 감탄사를 내뱉는다. 서진은 수줍게 웃으며 “어때? 네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았어.”라고 말한다. 태준은 그녀를 껴안으며 “서진아, 넌 천재야!”라고 외친다.
* **SHOT 4:** 갤러리 개막식. 태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서 있다. 그의 옆에는 서진이 밤새워 그린 그 그림이 걸려있다. 태준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 **SHOT 5:** 군중 속에 섞인 서진의 모습. 그녀의 얼굴은 환한 미소가 아닌, 혼란과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다. 태준의 연설이 그녀의 귀에는 칼날처럼 박힌다.
* **ANGLE:** 태준의 입이 움직이는 것을 클로즈업.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마치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하다.
**태준 (FLASHBACK, OFF-SCREEN, 에코):**
“…이 작품은 저의 모든 고뇌와 영혼을 담아낸 결과입니다. 제 예술 철학의 정수죠.”
**서진 (N):** (점점 더 격앙된 목소리)
내 고뇌? 내 영혼? 네가 말하는 ‘너의 것’은, 전부 나의 것이었잖아!
내 그림, 내 아이디어, 내 모든 꿈과 열정! 네가 훔쳐 간 나의 모든 것들!
**[스토리보드 지시]**
* **BACK TO PRESENT:** 서진이 스케치북을 덮고 손전등을 던진다. 방 안은 다시 깊은 어둠에 잠긴다.
* **SOUND:** 서진의 거친 숨소리, 떨리는 몸.
* **CLOSE UP:** 서진의 눈.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광기에 가까운 증오심.
**서진:** (이빨을 갈며)
죽어도 잊히지 않아. 아니, 잊을 수 없어.
그 고통은, 내 살을 파고드는 가시 같아서, 매 순간 나를 찔러댔어.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나날들 속에서, 나는 네가 승승장구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 잘난 미소, 그 거짓된 영광.
더 이상은… 안 돼.
**[스토리보드 지시]**
* **FULL SHOT:** 서진이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그녀의 그림자가 벽에 길게 드리워진다. 그림자는 왜곡되어 괴물의 형상처럼 보인다.
* **SOUND:** 웅장하고 불길한 현악기 소리.
**서진 (N):**
이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나를 이 지옥으로 밀어 넣은 너를… 끌어내려야 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어떤 금기를 깨더라도.
지옥 밑바닥까지, 함께 가자. 강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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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그림자 속으로**
**[스토리보드 지시]**
* **MONTAGE:**
* **SHOT 1:** 서진이 낡은 전단지 더미를 뒤지다가 찢어진 종이 한 조각을 발견한다. 종이에는 알아볼 수 없는 문자와 기호, 그리고 희미한 주소 한 글귀가 적혀 있다.
* **SHOT 2:** 비 오는 밤거리. 서진이 낡은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걷는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고 결의에 차 있다.
* **SHOT 3:** 도시의 외곽, 인적이 드문 골목길. 낡고 허름한 건물이 나타난다. 간판은 떨어져 나가고, 창문은 먼지로 뒤덮여 있다. 건물의 문은 삐걱거리는 나무로 되어 있다.
* **CLOSE UP:** 서진의 손. 망설임 없이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스토리보드 지시]**
* **ANGLE:** 어둡고 기묘한 물건들로 가득 찬 가게 내부. 천장에는 말린 약초 다발이 걸려 있고, 선반에는 기이한 형상의 인형, 뼈 조각, 알 수 없는 액체가 담긴 유리병들이 즐비하다. 코를 찌르는 퀴퀴한 냄새와 알 수 없는 향 냄새가 섞여 공기를 채운다.
* **SOUND:** 문이 닫히는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정적.
**서진:** (나지막이)
…누구, 계세요?
**[스토리보드 지시]**
* **SHOT:**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희미한 형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쭈글쭈글한 얼굴, 깊게 패인 주름, 그리고 형형하게 빛나는 눈을 가진 노파. 그녀는 서진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 **CLOSE UP:** 노파의 손. 길고 앙상한 손가락이 탁자 위에 놓인 타로 카드 한 장을 뒤집는다. 카드에는 끔찍하게 뒤틀린 형상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노파:** (쉰 목소리로)
기어이 여기까지 왔군.
너의 발걸음에서, 죽음의 냄새가 진동한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러 왔느냐?
아니면, 빼앗긴 것을 돌려받으러 왔느냐?
**서진:** (목이 메어)
…둘 다요. 저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앗아간 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습니다.
**노파:**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대가는… 언제나 치러야 하는 법이지.
너의 소망은, 세상의 균형을 거스르는 일.
죽음과 삶의 경계를 허물고, 복수의 불꽃을 피우려는가?
**서진:** (두려움에 떨지만, 결의에 찬)
네.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습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습니다.
그 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노파:** (탁자 위에서 작은 뼈 조각을 집어 들며)
피의 맹세를 해야 할 것이다.
너의 영혼을 담보로, 금지된 힘을 빌리려는 것이니.
일단 발을 들이면, 되돌릴 수 없어.
너의 삶은 더 이상 너의 것이 아니게 될 테니…
**[스토리보드 지시]**
* **CLOSE UP:** 노파의 눈. 그 안에 알 수 없는 어둠과 지혜가 공존한다.
* **CLOSE UP:** 서진의 얼굴. 망설임과 두려움,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증오와 복수심이 교차한다.
* **SOUND:** 낮게 울리는 주술적인 주문 소리.
**서진:**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단호하게)
상관없습니다.
이 영혼,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자가… 나의 모든 것을 망가뜨린 순간부터.
그러니, 이 몸과 영혼을 바치겠습니다.
**[스토리보드 지시]**
* **FULL SHOT:** 노파가 탁자 위에 정교하게 조각된 검은 나무 상자를 연다. 그 안에서 어둠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서진은 눈을 감고 심호흡한다.
* **SOUND:**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속삭임들,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
**노파:** (상자를 내밀며)
그렇다면, 이 안의 피에 손을 담그고 맹세하라.
너의 모든 증오를 담아, 이 어둠에 맹세하라.
피는 피를 부르고, 영혼은 영혼을 찾을지니…
네가 얻는 힘은, 너의 살과 피를 먹고 자랄 것이다.
**[스토리보드 지시]**
* **CLOSE UP:** 검은 나무 상자 안. 붉고 검은 액체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 위로 희미하게 핏빛 연기가 피어오른다.
* **CLOSE UP:** 서진의 손이 망설임 없이 그 피 속으로 들어간다. 액체가 서진의 손가락을 감싸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 극심한 고통이 스쳐 지나간다.
* **SOUND:** 서진의 짧고 날카로운 신음, 그리고 이어진 정적.
**서진 (N):** (새롭게 변한, 차갑고 단단한 목소리)
그 순간, 나는 태어났다.
오직 복수를 위해 존재하는, 새로운 존재로.
나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고, 나의 심장은 얼어붙었다.
나는 알았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기꺼이 그 길을 걸을 것이다.
강태준, 네 지옥의 문이 열렸다.
**[스토리보드 지시]**
* **FULL SHOT:** 서진이 피 묻은 손을 들어 올린다. 그녀의 눈은 이제 어둠 속에서도 더욱 강렬하게 빛나고, 이전에 보였던 망설임이나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진 채, 차갑고 냉혹한 광기만이 남아있다.
* **FADE OUT:** 화면이 천천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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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균열의 시작**
**[스토리보드 지시]**
* **ANGLE:** 화려한 현대 미술 갤러리. 강태준의 개인전이 한창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와인 잔을 들고 그의 작품 앞에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 **SHOT:** 태준의 그림. 이전에 서진의 것과 유사한,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깊이 없는, 모방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추상화들이 걸려있다.
* **SOUND:** 경쾌한 갤러리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림, 칭찬하는 목소리.
**갤러리 관장:** (태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태준 씨, 역시 당신은 시대의 아이콘입니다! 이번 작품들도 정말… 놀랍습니다. 독창성이 흘러넘쳐요!
**강태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과찬이십니다, 관장님. 그저 제 영혼을 캔버스에 담으려 했을 뿐입니다. 예술은 결국 영혼의 기록이니까요.
**[스토리보드 지시]**
* **CLOSE UP:** 태준의 미소. 자신감과 성공에 대한 만족감이 가득하다. 그의 눈에는 일말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는다.
* **SOUND:** 갑자기 갤러리 한구석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린다.
**[스토리보드 지시]**
* **SHOT:** 한 관람객이 들고 있던 와인 잔을 놓쳐 깨뜨린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 **OTHER SHOT:** 깨진 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흩뿌려지고, 그 위로 태준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그림자는 찰나의 순간, 끔찍하게 일그러진 형상으로 변하는 듯하다.
* **CLOSE UP:** 태준의 얼굴.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리지만, 이내 다시 여유로운 미소를 되찾는다.
**강태준:** (태연하게)
괜찮습니다. 작품에 집중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스토리보드 지시]**
* **FULL SHOT:** 갤러리 한쪽 구석, 어둠 속에 그림자처럼 서 있는 서진의 모습. 그녀는 검은 옷을 입고, 깊게 눌러쓴 모자 아래로 얼굴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태준에게 고정되어 있다.
* **CLOSE UP:** 서진의 입술.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싸늘하게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 **SOUND:** 갤러리 음악이 점차 불길한 저음으로 변해간다.
**서진 (N):** (냉소적으로)
그래, 계속 웃어라.
너의 영혼이 갈가리 찢겨 나갈 그 순간까지.
독창성? 너의 영혼?
그것은 이제 모두 나의 것이 될 테니.
**[스토리보드 지시]**
* **SHOT:** 태준이 관람객들과 이야기하며 웃고 있을 때, 그의 어깨 너머로 걸려있던 그림 속 형상이 찰나의 순간 일그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 속 눈동자가 그를 향해 섬뜩하게 움직이는 듯하다.
* **CLOSE UP:** 태준이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림을 보지만, 그림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사람들과 대화한다.
* **CLOSE UP:** 서진의 손. 그녀의 손바닥에서는 아까 노파의 가게에서 묻혔던 핏자국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이자, 갤러리 전체의 공기가 차갑게 내려앉는 듯하다.
* **SOUND:** 서늘한 바람 소리, 갤러리 안의 조명이 깜빡거린다.
**강태준:** (문득 몸을 떨며)
으음… 갑자기 왜 이렇게 으스스하지? 에어컨이 너무 센가?
**갤러리 관장:** (웃으며)
하하, 태준 씨는 감성이 예민하시니! 다 작품에 대한 열정 때문일 겁니다.
**서진 (N):** (차가운 비웃음)
그래, 계속 모른 척해라.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너의 감각을 하나씩 갉아먹고, 너의 영혼을 잠식해 들어갈…
나의 복수의 서곡.
**[스토리보드 지시]**
* **FULL SHOT:** 서진이 천천히 갤러리를 나선다. 그녀의 뒤로, 갤러리 안의 모든 그림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 섬뜩하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여전히 태준을 칭송하며 그 이변을 눈치채지 못한다.
* **FADE OUT:** 서진의 뒷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갤러리 안의 불빛들이 불안하게 깜빡이다가, 완전히 꺼져 암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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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악몽의 시작**
**[스토리보드 지시]**
* **ANGLE:** 태준의 화려한 아파트. 밤늦은 시간. 태준은 침대 위에서 뒤척이며 잠 못 이루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드리워져 있다.
* **CLOSE UP:** 태준의 눈. 천장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천장 벽지가 흐릿한 형상으로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 **SOUND:** 귀뚜라미 소리,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속삭임.
**강태준:** (혼잣말, 잠꼬대처럼)
…뭐지? 누가… 누구 없나?
**[스토리보드 지시]**
* **SHOT:** 태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거실로 향하는데, 거실 한가운데 놓인 자신의 최신작 그림이 흔들리는 것을 본다.
* **SOUND:** 그림이 흔들리는 ‘달그락’ 소리.
**강태준:** (경계하며)
누구야! 거기 누구 있어?!
**[스토리보드 지시]**
* **SHOT:** 아무도 없다. 그림은 멈춰 있다. 태준은 한숨을 쉬며 그림 앞으로 다가간다.
* **CLOSE UP:** 그림. 정면에서 보면 평범한 추상화지만, 태준이 가까이 다가가자 그림 속 색채가 미묘하게 어두워지고,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형상들이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강태준:** (초조하게)
젠장… 잠을 제대로 못 잤나. 헛것이 보이네.
**[스토리보드 지시]**
* **SHOT:** 태준이 그림을 만지려는 순간, 그림 속 한가운데에서 검은 액체가 스며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액체는 빠르게 번져 그림 전체를 뒤덮는다.
* **SOUND:** 스멀스멀 스며드는 액체 소리, 기분 나쁜 끈적한 소리.
**강태준:**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물러나며)
흐읍! 뭐야, 이거!
**[스토리보드 지시]**
* **FULL SHOT:** 검은 액체로 뒤덮인 그림이 서서히 붓글씨처럼 변형된다. 액체 속에서 희미하게 ‘한서진’이라는 세 글자가 드러났다 사라진다.
* **CLOSE UP:** 태준의 얼굴. 공포와 함께, 기억 저편에서 떠오르는 죄책감이 스쳐 지나간다.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강태준:** (떨리는 목소리로)
서… 서진이? 설마…
**[스토리보드 지시]**
* **SHOT:** 갑자기 그림이 거울처럼 변한다. 그림 속에는 태준의 얼굴이 비치는데, 그의 얼굴은 점차 일그러지고 늙어가며, 끔찍하게 변형된다. 그의 입에서는 검은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인다.
* **SOUND:** 태준의 비명. 날카로운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
**강태준:** (비명)
크아악!
**[스토리보드 지시]**
* **FULL SHOT:** 그림이 산산조각 나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거실의 모든 불이 동시에 꺼지며 암전.
* **SOUND:** 태준의 거친 숨소리, 떨리는 몸짓.
* **P.O.V SHOT:** 어둠 속에서 태준의 시점. 희미하게 서 있는 어떤 형체가 보인다. 그것은 검은 베일에 싸여 있어 정체를 알 수 없다. 형체에서 차갑고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서진 (N):** (차가운 속삭임)
이제부터, 너의 세상은… 악몽이 될 거야.
나처럼.
**[스토리보드 지시]**
* **CLOSE UP:** 태준의 눈. 완전히 공포에 질려 동공이 확장되어 있다.
* **FADE OUT:** 화면이 다시 암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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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미쳐가는 영혼**
**[스토리보드 지시]**
* **MONTAGE:**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짧고 강렬한 이미지들.
* **SHOT 1:** 며칠 뒤, 태준의 작업실. 태준은 캔버스 앞에서 붓을 쥐고 있지만, 그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다. 그의 얼굴은 피곤과 광기로 가득하다.
* **SHOT 2:** 그가 그린 그림. 이전의 추상화가 아닌, 검은색과 핏빛 붉은색으로 범벅된, 끔찍하고 기괴한 형상의 그림들. 고통받는 얼굴들, 찢겨진 육체들이 그의 캔버스를 채운다.
* **SHOT 3:** 태준이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다. 그의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깊게 패였고, 눈은 충혈되어 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찰나의 순간, 썩어가는 시체처럼 변형되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 **SHOT 4:** 태준이 밤중에 잠 못 이루고 거실을 서성인다. 집 안 곳곳에서 희미한 환영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벽에서 손이 튀어나오려 하고, 천장에서 핏물이 새어 나오는 듯하다.
* **SHOT 5:** 갤러리 관장과 투자자들이 태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그들은 태준의 새로운 그림들을 보고 경악한다. “이게… 태준 씨의 새로운 작품이라고요?” “제정신이 아니잖아!” 등의 대화가 들린다.
* **SHOT 6:** 태준이 광기 어린 눈으로 그들을 노려본다. “이게 진짜 예술이야! 너희가 뭘 알아?!” 그는 붓을 휘두르며 소리를 지른다.
* **SHOT 7:** 태준의 명성이 추락하고, 그의 전시회는 취소되고, 언론에서는 그를 “천재에서 광인으로 전락한 예술가”라고 비난한다. 그의 재산도 점차 줄어든다.
**서진 (N):** (점점 더 강렬하고 만족스러운 목소리)
그의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았다.
찬란했던 명성이 흙먼지처럼 흩어지고, 사람들의 손가락질 속에 홀로 남겨지는 것을.
내가 겪었던 모든 고통을, 그는 이제야 느끼기 시작했다.
아니, 아직 부족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스토리보드 지시]**
* **SHOT:** 서진이 낡은 지하방에서 태준에 대한 뉴스를 보며 차가운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눈빛은 이전보다 더욱 깊어진 어둠을 담고 있다. 그녀의 주변에는 이제 기괴한 문양들이 그려진 촛불들이 켜져 있다.
* **CLOSE UP:** 서진의 손. 그녀의 손톱은 길고 날카롭게 변했고, 피부는 마치 도자기처럼 창백하다.
**서진:** (흐느적거리며 웃으며)
강태준… 아직 멀었어.
내가 너 때문에 겪은 고통의 만 분의 일도 안 돼.
이제, 마지막을 장식할 시간이야.
우리의 마지막 작품을.
**[스토리보드 지시]**
* **FULL SHOT:** 서진의 그림자가 방 안 가득 채워진다. 그림자는 춤을 추듯 일렁이며, 그녀의 뒤로 거대한 어둠의 형상이 드리워지는 것처럼 보인다.
* **SOUND:** 섬뜩한 웃음소리, 악마적인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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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6. 지옥의 캔버스**
**[스토리보드 지시]**
* **ANGLE:** 폐허가 된 태준의 작업실. 모든 것이 부서지고 찢겨 있다. 캔버스들은 찢어지고, 물감은 바닥에 흩뿌려져 말라붙어 있다.
* **SHOT:** 태준이 작업실 한가운데 웅크리고 앉아있다. 그의 얼굴은 완전히 미쳐버린 광인의 그것이다. 그는 찢어진 캔버스 조각들을 손에 쥐고 중얼거리고 있다.
* **SOUND:** 태준의 중얼거림, 끅끅거리는 울음소리,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웃음소리.
**강태준:** (혼잣말, 횡설수설)
내 그림… 내 모든 것… 누가… 누가 앗아갔어?
서진이… 서진아… 네가… 네가 그랬어?
아니, 아니야… 넌 이미 죽었잖아…
죽은 사람이 어떻게… 크흐흐…
**[스토리보드 지시]**
* **SHOT:** 작업실 문이 천천히 열린다. 그 문틈으로 서진의 실루엣이 나타난다. 그녀는 이전에 비해 훨씬 더 창백하고, 길어진 손톱과 어둠으로 빛나는 눈을 가졌다. 그녀의 발걸음은 소리 없이 작업실 안으로 들어선다.
* **SOUND:** 서진의 발소리, 단 한 걸음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태준의 중얼거림만이 공간을 채운다.
**서진:** (낮고 차가운 목소리)
죽었다고 생각했니?
그래, 난 죽었었지. 네가 나의 영혼을 찢어 발기던 그날, 난 죽었어.
하지만, 복수심은… 죽지 않아.
**[스토리보드 지시]**
* **CLOSE UP:** 태준의 얼굴. 서진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본다. 그의 눈이 크게 뜨인다.
* **SHOT:** 서진의 얼굴. 그녀의 눈은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고, 입가에는 섬뜩한 미소가 걸려 있다.
**강태준:** (공포에 질려 기어가는 목소리로)
서… 서진아… 아니야… 너는… 귀신…
악마야… 물러가…
**서진:** (천천히 태준에게 다가가며)
악마? 그래, 내가 악마가 되었다면… 그건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날 이 나락으로 밀어 넣었잖아.
네가 나의 모든 것을 빼앗고, 나를 버렸잖아!
**[스토리보드 지시]**
* **FULL SHOT:** 서진이 태준의 앞에 선다. 태준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 그녀를 올려다본다.
* **CLOSE UP:** 서진의 그림자가 태준을 완전히 뒤덮는다. 그림자 속에서 수많은 손들이 뻗어 나와 태준을 붙잡으려는 듯 꿈틀거린다.
* **SOUND:** 수많은 손들이 바닥을 긁는 듯한 섬뜩한 소리.
**서진:** (목소리가 더욱 강렬해지며, 주변의 어둠이 그녀의 말을 따라 흔들린다)
기억나? 우리가 함께 꾸던 꿈?
우리의 영혼을 캔버스에 담아 세상을 바꾸자고 했었지.
이제… 그 꿈을 이루어줄게.
나와 너의 영혼을 담은… 마지막 작품을.
**[스토리보드 지시]**
* **SHOT:** 서진의 손이 태준의 얼굴로 뻗어간다. 그녀의 길고 날카로운 손톱이 태준의 뺨을 스치는 순간, 태준의 얼굴에 검은 핏줄이 돋아나는 것처럼 보인다.
* **SOUND:** 태준의 고통스러운 신음.
**강태준:** (몸부림치며)
흐읍… 안 돼… 제발… 서진아… 내가 잘못했어…
다 돌려줄게… 네 그림… 네 명성…
**서진:** (냉정하게)
늦었어.
그건 이미 너의 것이 아니야. 나의 것도 아니지.
이제 그것은… 우리의 대가가 될 거야.
너의 영혼으로 채워질 대가.
**[스토리보드 지시]**
* **CLOSE UP:** 서진의 눈. 검은 눈동자 속에서 핏빛 섬광이 번뜩인다.
* **FULL SHOT:** 서진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른다. 안개는 빠르게 태준을 감싸고, 태준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른다. 그의 몸이 서서히 뒤틀리고, 그의 피부에 그림 속 괴물들의 형상이 새겨지는 것처럼 보인다.
* **SOUND:** 태준의 길고 처절한 비명,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 알 수 없는 주술적인 읊조림.
**서진 (N):** (차가운 승리감)
이것이 너의 죄에 대한 대가.
네가 훔쳐 간 나의 영혼 조각들,
네가 짓밟은 나의 꿈의 파편들.
이제, 너의 영혼을 먹고 자랄 나의 예술이 될 것이다.
**[스토리보드 지시]**
* **SHOT:** 태준의 몸이 점차 희미해진다. 그의 형상은 마치 검은 물감처럼 캔버스 위로 흡수되는 듯하다.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거대한 캔버스가 놓여 있다.
* **CLOSE UP:** 캔버스. 이전의 기괴한 그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어둠과 고통, 그리고 절망이 담긴 거대한 작품이 완성되어 있다. 그림 속에는 고통에 일그러진 태준의 얼굴이 수없이 박혀 있고, 그림의 깊은 곳에서는 서진의 과거 작품들이 섬뜩하게 왜곡되어 꿈틀거리는 듯하다.
**서진 (N):**
완성되었다.
나의, 그리고 너의… 마지막 작품이.
어둠 속에서 피어난, 지옥의 캔버스.
**[스토리보드 지시]**
* **FULL SHOT:** 서진이 완성된 그림 앞에 서 있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는다. 오직 깊은 공허함과, 광기 어린 승리감만이 서려 있다. 그녀의 주변에는 여전히 검은 안개가 자욱하다.
* **SOUND:** 길게 울리는 비명, 그리고 정적.
—
**[에필로그: 영원한 어둠]**
**[스토리보드 지시]**
* **ANGLE:** 수십 년이 흐른 후. 낡고 먼지 쌓인 지하방.
* **SHOT:** 방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캔버스. 그것은 서진이 태준을 흡수하여 완성한 그 그림이다. 그림에서는 여전히 어둡고 불길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 **SOUND:** 바람 소리, 낡은 건물이 삐걱거리는 소리.
**서진 (N):** (더욱 건조하고, 영혼 없는 목소리)
복수는 끝났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바쳐, 나의 복수를 이루었다.
그는 사라졌고, 그의 명성도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스토리보드 지시]**
* **SHOT:** 그림 앞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한서진의 뒷모습. 그녀의 몸은 이전보다 더욱 앙상하고, 머리카락은 길게 자라 바닥에 닿아있다. 그녀는 그림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다.
* **CLOSE UP:** 서진의 손. 여전히 창백하고 길어진 손톱은 괴기스럽게 변해있다. 그녀의 손이 그림을 천천히 어루만진다.
**서진 (N):**
그가 사라졌지만… 나는 홀로 남았다.
복수의 불꽃은 나의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내 안에는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오직 이 그림과… 끝없는 어둠만이.
**[스토리보드 지시]**
* **CLOSE UP:** 그림 속 태준의 얼굴들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다. 그 얼굴들 사이로 희미하게 서진의 젊은 시절 얼굴이 비치는데, 그 얼굴 또한 고통과 절망으로 뒤틀려 있다.
* **SOUND:** 그림 속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속삭임, 태준과 서진의 과거 목소리가 뒤섞여 울리는 듯하다.
**서진:** (아주 희미하게, 울음 섞인 목소리로)
…태준아.
우리는… 왜 이렇게 된 걸까.
**[스토리보드 지시]**
* **FULL SHOT:** 서진이 그림을 끌어안는다.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린다. 그림에서 검은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올라 그녀를 감싼다.
* **FADE OUT:** 서진과 그림이 어둠 속으로 완전히 잠긴다. 마지막으로, 그림 속 한가운데에서 섬뜩한 핏빛 눈동자 하나가 깜빡이는 것을 클로즈업하며 암전.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