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천하대회(天下大會) 제11장: 핏빛 운명(運命)의 서막(序幕)

광활한 옥룡대비무장(玉龍大比武場)은 수십만 인파의 숨죽인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거대한 돌기둥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고, 그 사이를 잇는 붉은색 비단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이며 마치 핏빛 용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보였다. 중앙의 비무대(比武臺)는 오랜 전투의 흔적이 역력한 굳건한 흑요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위로 쏟아지는 한낮의 햇살은 차갑도록 날카로워, 곧 펼쳐질 결전의 서막을 알리는 듯했다.

수많은 강호의 고수들과 각 문파의 장문인, 그리고 천하의 운명을 좌우할 권력을 지닌 자들이 저마다의 긴장된 표정으로 비무대를 주시하고 있었다. 비록 모두가 침묵하고 있었으나, 그들의 시선이 뿜어내는 열기와 압력은 거대한 폭풍처럼 경기장을 휘감고 있었다.

그 폭풍의 중심에 두 인영이 마주 서 있었다.

한 명은 강우(姜雨). 이세계에서 넘어온 존재, 한때 무의미한 삶을 살던 그였으나, 이 땅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피와 땀으로 새로운 자신을 깎아내고 무림의 정점에 다가선 이방인. 그의 얼굴은 차분하고,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 같았다. 허리춤에는 아무런 장식 없는 검 한 자루가 묵묵히 매달려 있었다.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청년이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비무장 전체를 휘감고 있는 묵직한 기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그의 맞은편에 선 이는 철권문(鐵拳門)의 문주, 백호(白虎)였다. 압도적인 근육으로 다져진 육체, 그 어떤 공격도 부술 수 없다는 듯한 강철 같은 피부, 그리고 상대를 꿰뚫어 볼 듯 번득이는 맹수의 눈빛. 그는 천하 오대 강문(強門) 중 하나인 철권문을 이끄는 절대자로, 그의 주먹은 수많은 강적들의 명줄을 끊어왔다. 그의 주변 공기는 마치 용광로처럼 뜨겁게 일렁였고, 불길한 붉은 기운이 은은하게 감돌았다.

“…드디어, 이 순간이 왔다.”

백호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며 웅장한 비무장을 울렸다. 그의 눈빛은 강우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방인. 네 놈의 어설픈 술수가 어디까지 통할지, 내가 직접 시험해 주마. 너 같은 하찮은 존재가 감히 천하의 운명에 개입하려 드는가?”

강우는 아무런 대꾸 없이 조용히 백호를 응시했다. 그의 심장은 평온했지만, 온몸의 감각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백호의 기운은 거대한 산과 같았고, 그의 살기는 날카로운 얼음칼처럼 강우의 피부를 스쳤다.

‘하찮은 존재라… 그래, 이들에게 나는 그저 듣도 보도 못한 이방인일 뿐이겠지.’

강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이미 검자루에 살짝 닿아 있었다. 이 한 번의 대결에 수많은 이들의 희망과 절망이 걸려 있었다. 그가 만약 패배한다면, 백호가 이끄는 어둠의 세력이 천하를 핏빛으로 물들일 것이 자명했다.

심판 역할을 맡은 노승(老僧)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천하대회, 준결승 마지막 경기! 강우 대 백호! 양 선수는… 준비되었는가!”

백호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섰다. 그의 발걸음 한 걸음마다 비무장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거대한 황소 같으면서도 맹렬한 표범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는 첫 일격부터 모든 것을 쏟아부을 작정인 듯, 온몸의 기운을 오른팔에 집중시켰다. 팔뚝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마치 거대한 바위를 부술 듯이 부풀어 올랐다.

“강철 폭풍권(鋼鐵暴風拳)!”

백호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그의 주먹이 강우를 향해 쇄도했다. 주먹이 일으킨 바람의 압력은 마치 거대한 파도와 같았고, 주먹 끝에는 희미한 붉은 기운이 소용돌이쳤다. 단순한 권격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단련된 내공과 육체의 정수가 담긴, 가히 산을 쪼개고 강을 가를 만한 위력을 지닌 일격이었다.

강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사아아앙! 청아한 검음이 비무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의 움직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뽑아든 검은 마치 그의 신체의 일부인 양 매끄럽게 호를 그렸다.

‘정면 돌파는 어리석은 짓. 백호의 권법은 파괴 그 자체.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읽고 부러뜨려야 한다.’

강우의 검은 번쩍이는 섬광처럼 백호의 주먹을 향해 뻗어 나갔다. 칼날이 직접 주먹과 부딪치는 대신, 강우는 백호의 팔뚝 안쪽, 근육의 흐름이 집중되는 지점을 노렸다. 그 순간, 강우의 검에서 푸른 기운이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그것은 단순히 예리한 검기가 아니었다. 백호의 무지막지한 권압(拳壓)을 순간적으로 갈라내고 흐트러뜨리는, 정교하고 섬세한 파동이었다.

콰앙!

금속이 부딪치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백호의 주먹이 강우를 스쳐 지나갔다. 엄청난 풍압이 강우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했지만, 그의 몸은 단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백호의 주먹이 만들어낸 거대한 파괴력을 강우는 오직 검 한 자루와 절묘한 타이밍, 그리고 그만의 독특한 운기법(運氣法)으로 튕겨낸 것이었다.

백호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자신의 필살을 이토록 가볍게 흘려낸 상대는 없었다.

“흥, 제법이군.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이 백호를 상대할 순 없다!”

백호는 후퇴하는 대신, 더욱 맹렬하게 강우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주먹은 폭우처럼 쏟아졌고, 매번 다른 각도와 위력으로 강우를 압박했다. 하나하나의 주먹이 묵직한 돌덩이처럼 비무대를 강타했고, 흑요석 바닥에 깊은 균열을 만들어냈다. 비무장이 굉음으로 가득 찼다.

강우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폭풍 속에서 한 송이 연꽃처럼 고요했다. 그의 검은 때로는 유연한 버들가지처럼 백호의 공격을 흘려보냈고, 때로는 예리한 독침처럼 백호의 틈을 노렸다. 단순한 방어가 아니었다. 모든 회피와 반격에는 백호의 힘을 역이용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강(强)함에는 강(强)함으로 맞설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강함을 이용해 허점을 만들고, 그 허점을 파고들어 약점을 찌르는 것이 진정한 강함이지.’

강우의 검 끝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백호의 강철 같은 주먹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강우는 미세한 발걸음으로 그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었다. 마치 물결처럼 움직이는 그의 몸놀림은 백호의 시야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어디냐!”

백호가 크게 외치며 주변을 향해 무차별적인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등 뒤에서 번뜩이는 차가운 기운을 느낀 순간, 이미 늦은 후였다.

강우의 검이 백호의 어깨 근육을 스치듯 베어냈다. 깊지는 않았으나, 치명적인 일격을 위한 정교한 예고편이었다. 백호의 강인한 육체도 순식간에 날카로운 검기에 베여 피 한 줄기가 솟아올랐다. 붉은 피가 흑요석 바닥에 떨어져 섬뜩한 얼룩을 만들었다.

비무장 전체가 술렁였다. 철권문의 문주, 백호가 피를 흘렸다! 그것도 대회 초반, 첫 상대와의 격전에서 말이다. 사람들은 강우의 예상치 못한 기량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백호는 자신의 어깨에서 흐르는 피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의 맹수 같은 눈빛에 분노와 살기가 번뜩였다. 그 순간, 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기운이 더욱 짙어지며 비무장 전체를 집어삼킬 듯 맹렬하게 타올랐다.

“건방진… 이 이방인 놈이… 감히 이 백호의 피를 보게 하다니!”

백호의 목소리는 맹렬한 포효와 같았다. 그의 육체는 한층 더 부풀어 오르는 듯했고, 피부 위로 붉은 빛의 문양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철권문의 비전, ‘혈강패체술(血鋼覇體術)’의 발동이었다.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힘을 끌어내는 금기된 무공.

강우의 표정에도 미세한 변화가 스쳤다. 백호의 기세는 방금 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끓어오르는 듯한 열기와 파괴적인 에너지가 그의 주변 공간을 뒤틀었다.

‘역시. 이대로는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군.’

강우는 검을 고쳐 잡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 안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의지가 서려 있었다. 핏빛 운명의 서막이, 비로소 활짝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