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겨진 진동』 (Hidden Vibration)
**장르:** 대체 역사 스릴러
**컨셉:** 현대 도시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 잊혀진 역사의 파편이 현대의 삶을 침범한다.
**대상:** 15세 이상 (한국 웹툰/웹소설 주 독자층)
**등장인물:**
* **이수진 (29세):** IT 기업 신입 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성격. 최근 혼자 살게 된 새 아파트에서 기이한 현상을 겪는다.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한 현대인.
* **박선우 (29세):** 수진의 대학 동창이자 절친. 다소 엉뚱하지만 언제나 수진의 편. 영적인 현상이나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으며, 촉이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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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장소:** 밤. 고층 아파트 단지 외경. (수진의 동)
**시간:** 늦은 밤
**[화면]**
**EXT. APARTMENT – NIGHT**
수많은 고층 빌딩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울의 야경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차가운 강철과 유리,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거대한 숲. 건물들의 창문마다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불빛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카메라**는 그중에서도 유독 한 건물, 가장 최근에 지어진 듯한 매끈한 고층 아파트의 꼭대기 층을 향해 천천히 줌인한다. 그 아파트의 한 창문만이 어두컴컴한 채로 클로즈업된다.
불빛 없는 창은 마치 거대한 도시의 눈처럼, 아무것도 비추지 않고 그저 침묵하고 있다.
**[NARRATION – 이수진 (V.O.)]**
그날 밤, 나는 몰랐다. 내가 꿈꾸던 완벽한 ‘내 공간’, 이 견고하고 현대적인 콘크리트 상자가, 잊혀진 역사의 가장 깊은 파편을 품고 있을 줄은. 모든 것이 논리적이고, 모든 것이 합리적이라고 믿었던 내 세상이, 얼마나 위태로운 모래성 위에 지어져 있었는지.
**(음악: 낮고 불안한 현악기 소리, 마치 땅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미세한 진동음과 함께 천천히 고조된다. 현대적이고 차가운 분위기에서 점차 스산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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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장소:** 수진의 아파트 거실.
**시간:** 자정 무렵
**[화면]**
**INT. SUJIN’S APARTMENT – LIVING ROOM – NIGHT**
**수진의 아파트 거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 대리석 바닥, 무채색 계열의 가구, 벽면에는 대형 스마트 TV가 걸려 있다. 거실은 어두컴컴하고, 주방 쪽에서 새어 나오는 간접 조명만이 실루엣을 겨우 드러낸다.
**이수진 (29세)**, 고급스러운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닫는다. 그녀의 표정은 마감 업무에 지쳐 보이는 피곤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성취감이 뒤섞여 있다.
**카메라**는 그녀의 등 뒤에서 어깨 너머로 그녀를 따라간다. 그녀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지끈거리는 어깨와 목을 스트레칭한다.
**수진**
(작게 혼잣말, 한숨 섞인)
…젠장, 마감 지옥 탈출. 이제야 좀 살겠네.
**[화면]**
수진이 부엌으로 향한다. 대리석 상판 위에는 아무것도 없이 말끔하다. 물 한 잔을 마시려 정수기를 켠다. 정수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가 그녀의 얼굴을 잠시 비추고, 그녀의 눈가에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와 함께 깊은 피로감이 드러난다.
물을 한 컵 따른 뒤, 그녀는 식탁 위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화면에는 00:17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떠 있다.
**[SFX]** 냉장고 문 닫히는 소리, 정수기 물 채워지는 소리.
**수진**
(하품하며, 눈을 비빈다)
흐암… 내일은 좀 일찍 퇴근해서 동네 헬스장이라도 가야지.
**[화면]**
수진이 물컵을 들고 거실을 가로질러 침실로 향한다. 거실 한복판, 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작은 유리 오브제, 완벽하게 정지되어 있어야 할 그것이 아주 미세하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흔들린다. 아주 희미한 떨림.
**카메라**는 유리 오브제를 잠시 클로즈업한다. 그 흔들림은 마치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저음의 진동처럼, 거의 착각에 가까울 정도로 미약하다.
**[SFX]** (아주 희미하게,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기계음인지 아니면 땅속에서 울리는 소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낮은 ‘웅–‘ 하는 소리가 깔린다.)
**수진**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고요한 거실을 다시 침묵하게 만든다.
**[화면]**
침실 문이 닫히고, 거실은 다시 어둠 속에 잠긴다. 유리 오브제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아주 미미하게 흔들리고 있다. 흔들림의 진폭이 아주 조금, 아주 느리게 커지는 것 같다. 그것은 단순한 진동이라기보다, 무언가가 숨 쉬는 듯한 규칙성을 띠기 시작한다.
**(음악: 불안한 현악기 소리가 더욱 미세하게 고조되며, 저음의 진동음이 더욱 뚜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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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3**
**장소:** 수진의 아파트 침실.
**시간:** 새벽
**[화면]**
**INT. SUJIN’S APARTMENT – BEDROOM – DAWN**
**침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수진이 침대 위에서 뒤척인다. 잠이 깊게 들지 못한 듯, 잠결에도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이리저리 돌린다.
**[SFX]** (아주 작게, 마치 불안정한 전파가 잡혔다 끊기는 듯한 ‘삐익-‘, ‘치지직-‘ 하는 소리가 침실 공기를 가른다.)
**[화면]**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스마트 스탠드가 갑자기 ‘띠링’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최대 밝기로 켜진다. 새하얀 불빛이 순식간에 침실을 환하게 비춘다.
**수진**
(눈을 가늘게 뜨며,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
으음…? 으읍! 뭐야?
**[화면]**
수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갑자기 켜진 스탠드를 바라본다. 불규칙한 전자음이 잠시 들리다가 사라진다.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찝찝한 기분에 스탠드의 전원 버튼을 눌러 끈다.
**수진**
(혼잣말, 잠이 덜 깬 목소리)
고장 났나? 아니, 산 지 얼마나 됐다고.
**[SFX]** (아주 작게,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듯한 ‘긁는’ 소리. 마치 손톱으로 벽지를 긁는 듯, 혹은 아주 작은 짐승이 벽 속을 기어가는 듯한 소리.)
**[화면]**
수진이 다시 침대에 눕는다. 하지만 아까의 소리가 신경 쓰여 잠이 오지 않는다. 그녀는 천장을 응시한다.
**카메라**는 수진의 시선을 따라 천장을 비춘다. 아무것도 없다. 깨끗한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평범한 천장.
**[SFX]** (희미하게, 마치 낡은 나무가 뒤틀리는 듯한 ‘끼이이익-‘ 소리. 콘크리트 아파트에서는 들릴 리 없는 소리다.)
**수진**
(몸을 뒤척인다, 잠결에 불쾌한 기분)
아… 잠 다 깼네. 피곤해 죽겠는데.
**[화면]**
그녀가 눈을 감으려고 애쓴다. 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차갑게 식는 느낌이 든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오한이 스쳐 지나간다.
**수진**의 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린다.
**(음악: 더욱 긴장감 있게 변한다. 낮고 음산한 톤의 금관악기 소리와 함께, 스산하고 고립된 분위기가 형성된다. 차가운 공기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미세한 바람 소리가 배경에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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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4**
**장소:** 수진의 아파트 거실/주방.
**시간:** 다음 날 아침.
**[화면]**
**INT. SUJIN’S APARTMENT – LIVING ROOM/KITCHEN – MORNING**
**아침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수진의 아파트 거실.** 어제 밤의 기이하고 섬뜩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평화로운 아침의 활기가 가득하다.
**수진**은 부엌에서 자동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다. 그녀는 여전히 살짝 피곤해 보이지만, 어젯밤 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냥 잠을 못 자서 그래’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듯하다.
**수진**
(핸드폰에 대고, 밝게)
응, 선우야. 나 지금 출근 준비. 어제 밤에 좀 이상하긴 했지. 스마트 스탠드가 갑자기 켜지더라니까. 내가 자다가 건드렸나 싶기도 하고.
**[화면]**
**EXT. CAFE – MORNING**
**박선우 (29세)**, 아기자기한 동네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귀여운 앞머리와 발랄한 옷차림. 수진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운다.
**선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살짝 목소리를 낮춰)
헉, 수진아! 그거 진짜 폴터가이스트 아니야? 너 새로 이사 간 아파트라며! 혹시 집터가 안 좋거나… 음기가 강한 자리거나… 아니면 옛날에 흉가가 있었던 자리에 지었거나!
**수진**
(피식 웃으며, 어이없다는 듯)
무슨 폴터가이스트야, 헛소리 마. 딱 봐도 최첨단 아파트인데. 그냥 스마트 기기 오류였겠지. 아니면 내가 너무 피곤해서 헛것을 봤거나. 그런 거 믿는 시대는 아니잖아, 우리.
**선우**
(진지하게, 미스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표정)
아니야, 수진아. 너도 참. 이쪽 세계가 원래 그래.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해서 그렇지. 옛날에 그… 뭐였지? ‘백호대지’ 위에 아파트 지으면 안 된다고 그런 미신도 있었잖아. 기운이 너무 세서 사람 사는 곳으로는 적합지 않다는 말이야. 요즘엔 다들 그런 거 잊고 살지만, 역사는… 땅에 남는다고!
**[화면]**
**INT. SUJIN’S APARTMENT – LIVING ROOM/KITCHEN – MORNING**
**수진**, 커피잔을 들고 거실로 나온다. 그녀는 티 테이블 위에 놓인 유리 오브제를 힐끗 본다. 어제 밤 흔들렸던 것과는 달리, 컵은 제자리에 멀쩡히 놓여 있다. 그 어떤 미동도 없다.
**수진**
(시니컬하게, 한심하다는 듯 웃으며)
백호대지 같은 소리 하네. 여기가 한복판 강남인데. 그런 미신이 통할 것 같아? 그냥 잠을 못 자서 그래. 걱정 마. 나 멀쩡하니까.
**선우**
(한숨 쉬며)
에휴, 너도 참. 너무 이성적이라 가끔은 답답하다니까. 아무튼,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내가 부적이라도 들고 달려갈 테니까. 염주라도 던져줄게!
**수진**
(웃음, 부드러운 목소리)
그래, 알았어. 우리 선우는 늘 든든하네. 이제 나 진짜 늦는다. 끊어.
**[SFX]** 통화 종료음.
**[화면]**
수진이 가방을 챙겨 현관으로 향한다. 그녀가 문을 닫고 나간 뒤, 거실은 다시 고요해진다.
**카메라**는 거실 티 테이블 위, 어제 밤 흔들렸던 그 유리 오브제를 비춘다.
아무도 없는 거실, 햇살이 쏟아지는 유리 오브제.
아주 미미하게, 컵 속의 물이 파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아주 작은 진동이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것처럼. 육안으로는 거의 포착할 수 없는 섬세한 떨림.
**카메라**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물 표면을 클로즈업한다. 그 속에서 빛이 일렁이며, 마치 어두운 심연을 엿보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음악: 잠시 끊겼던 불안한 현악기 소리가 아주 작게 다시 시작되며, 저음의 진동음이 다시금 고요한 아파트 안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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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5**
**장소:** 수진의 아파트 거실/주방.
**시간:** 저녁.
**[화면]**
**INT. SUJIN’S APARTMENT – LIVING ROOM/KITCHEN – EVENING**
**밤.** 수진이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식탁에 앉아 혼자 저녁을 먹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면서 무덤덤하게 젓가락질을 한다. 화면 속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SFX]**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 (잔잔하게).
**[화면]**
거실 한쪽 벽에 걸린,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스마트 시계가 갑자기 ‘삐빅!’ 하는 소리를 내며 화면이 꺼진다. 19:47이라는 숫자가 마지막으로 깜빡이다 사라진다.
**수진**은 고개를 들고 시계를 본다.
**수진**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 섞인 목소리)
또? 벌써 고장 났나? 뭐야, 이 아파트.
**[SFX]** (아주 작게, 벽 안에서 ‘툭’, ‘툭’ 하고 무언가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린다. 마치 콘크리트 벽이 숨 쉬는 듯한 소리.)
**[화면]**
수진이 젓가락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 소리가 너무 작아서 착각인 것 같다.
그녀가 다시 식사에 집중하려 한다.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순간.
그때, 주방 선반에 놓여 있던, 수진이 아끼는 작은 세라믹 접시가 갑자기 ‘쨍그랑!’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난다.
**[SFX]** 접시 깨지는 소리 (크게, 날카롭게).
**수진**
(놀라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짧은 비명)
악!
**[화면]**
수진의 얼굴이 공포에 질려 새하얗게 질린다. 깨진 접시 파편들이 대리석 바닥에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본다. 모든 창문은 굳게 닫혀 있고, 바람이 불 리도 없다. 방금 전까지 아무도 그릇 근처에 간 적이 없다.
**수진**
(떨리는 목소리로)
뭐야…? 누가… 누구 있어?
**[화면]**
정적이 흐른다. 답은 없다.
그 순간, 거실의 대형 스마트 TV 화면이 갑자기 ‘지지직!’ 하는 거친 소리와 함께 노이즈로 가득 찬다. 화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흑백의 노이즈가 마치 폭풍처럼 몰아친다.
그리고 노이즈 사이로, 섬뜩한 정지 화면이 아주 짧게, 찰나처럼 스쳐 지나간다.
**카메라**는 TV 화면에 클로즈업. 아주 희미하게, 마치 오래된 영상 기록을 찍은 사진처럼, 흙먼지 가득한 황량한 평원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의 옷차림은 현대가 아니다. 낡고 해진, 색이 바랜 의복. 서로를 향해 칼과 창을 휘두르는 혼돈스럽고, 폭력적인 순간이 찰나에 스쳐 간다. 그들의 표정은 고통과 분노로 일그러져 있다.
**[SFX]** TV 지지직거리는 노이즈 (강렬하게), 짧고 섬뜩한 비명 소리 (TV 노이즈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인 듯한 효과).
**수진**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친다, 목소리에 공포가 가득)
끄, 꺼져! 끄라고!
**[화면]**
수진이 황급히 리모컨을 찾아 TV를 끄려고 하지만, 리모컨은 아까 접시가 깨질 때의 충격으로 식탁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다.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테이블을 잡으려 손을 뻗는 순간,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커피잔과 다른 접시들이 한꺼번에 ‘와장창’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SFX]** 유리 깨지는 소리, 그릇 떨어지는 소리 (동시에, 격렬하게), 수진의 짧고 절박한 비명.
**[화면]**
수진은 이제 완전히 패닉에 빠진다. 눈앞에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을 틀어막는다.
그때, 현관문이 ‘쾅!!!’ 소리를 내며 거칠게 닫힌다. 문이 부서질 듯한 충격음.
**[SFX]** 현관문이 쾅 닫히는 소리 (강렬하게, 아파트 전체가 울리는 듯한).
**수진**
(숨을 헐떡이며, 공포에 질려)
으읍… 으으…
**[화면]**
수진은 벽에 기대어 몸을 웅크린 채 현관문을 바라본다.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흐른다.
아파트 전체의 전등이 ‘파바박!’ 하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꺼진다. 전력 과부하로 인한 정전인 듯하다.
**[SFX]** 전등 꺼지는 소리, ‘파바박’ 하는 스파크 소리 (연쇄적으로).
**[화면]**
**어둠 속.** 창밖의 도시 불빛만이 희미하게 아파트 안을 비춘다. 하지만 그 빛마저 어둠을 몰아내기엔 역부족이다.
그 속에서, 수진의 눈동자가 좌우로 빠르게 흔들린다.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힌 그녀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난다.
어딘가에서, 아주 낮고 기분 나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흐느끼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 소리 같기도 하다.
**카메라**는 수진의 얼굴 클로즈업. 공포에 질린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얼굴의 땀방울이 조명에 반사되어 번뜩인다.
**(음악: 최고조로 치닫는 공포스러운 불협화음의 현악기, 드럼의 불규칙한 심장 박동 소리,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낮은 ‘흐느낌’ 같은 소리가 뒤섞여 혼돈에 빠진다. 소름 끼치는 피리 소리가 짧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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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6**
**장소:** 수진의 아파트 거실.
**시간:** 저녁.
**[화면]**
**INT. SUJIN’S APARTMENT – LIVING ROOM – EVENING**
**어둠 속.** 수진은 벽에 기대어 주저앉아 있다. 손에 든 스마트폰의 플래시만이 유일한 빛이다. 그마저도 불안하게 흔들린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선우에게 전화를 건다. 손가락이 미끄러져 번호를 제대로 누르지 못한다.
**[SFX]** (수진의 거친 숨소리, 떨리는 손으로 번호 누르는 소리, 불안정한 전파음)
**수진**
(울먹이며, 겨우 목소리를 짜낸다)
선우야… 선우야! 나… 나 지금 죽을 것 같아!
**선우 (수화기 너머)**
(다급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
수진아? 왜 그래? 목소리가 왜 이래?! 무슨 일이야?!
**수진**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지금… 지금 이상해… 집에… 집에 뭔가 있어! 모든 게 다 떨어지고… TV도… TV에서 이상한 게 나왔어! 사람들… 사람들이 싸우는… 그런…
**선우 (수화기 너머)**
(충격받은 듯)
뭐?! 수진아, 진정하고! 지금 어디야?! 빨리 그 집에서 나와!
**[화면]**
수진이 플래시로 주변을 비춘다. 깨진 그릇 파편, 엎어진 가구들, 엉망이 된 식탁. 참혹한 난장판이다.
그녀의 시선이 거실 한쪽 벽에 고정된다. 벽지가 원래는 무채색의 매끈한 벽지였지만…
**카메라**는 수진의 시선을 따라 벽을 비춘다.
희미한 플래시 불빛 아래, 벽지가 미세하게 부풀어 오르고, 그 안에서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한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벽지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시 현상.
**[SFX]** (벽지 안에서 ‘흐물흐물’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 플래시 빛에 비춰진 그림자 효과. 낮게 깔리는 기이한 숨소리.)
**수진**
(경악하며, 목소리가 완전히 갈라진다)
벽… 벽이 움직여… 벽 속에…
**선우 (수화기 너머)**
(절규하듯이)
수진아! 당장 그 집에서 나와! 빨리 나와! 문 잠그지 말고, 그냥 열어두고 뛰쳐나와! 당장!
**[화면]**
그녀가 벽에서 시선을 떼려 하지만, 눈을 뗄 수 없다. 극심한 공포가 그녀의 시선을 붙든다.
벽지의 부풀어 오른 부분이 서서히, 아주 섬뜩하게 찢어지기 시작한다. 마치 피부가 찢어지는 것처럼.
**카메라**는 찢어지는 벽지를 클로즈업한다. 그 안에서 검붉은 액체가 스며 나오는 듯한 섬뜩한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마치 굳어버린 피 같기도 하고, 끈적하고 오래된 흙먼지로 뒤덮인 무언가 같기도 하다. 벽의 심연에서 솟아나는 악몽의 조각처럼.
**[SFX]** 벽지가 ‘찌이익’ 하고 찢어지는 소리 (점점 크게), 낮게 울리는 ‘끙’ 하는 듯한 비명 소리 (벽 안에서, 고통스러운).
**수진**
(비명을 지르며 핸드폰을 떨어뜨린다)
아아악!!!
**[화면]**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져 플래시 불빛이 옆으로 향한다. 화면에는 선우의 당황하고 절박한 얼굴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다.
수진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다, 깨진 유리 파편 위로 넘어지고 만다.
벽지 안에서 스며 나오던 형체는 이제 어둠 속에서 불분명한 실루엣을 이룬다. 그것은 마치 고통받는 사람의 형상 같기도 하고, 동시에 거대한 덩어리 같기도 하다.
그 실루엣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바닥에 쓰러진 수진을 향해 다가오는 듯하다.
**(음악: 최고조로 치닫는 공포스러운 불협화음, 귀를 찢을 듯한 수진의 비명 소리, 모든 사운드가 뒤섞여 극도의 혼돈에 빠진다. 웅장하면서도 불안한 전통 악기 소리가 짧게 스쳐 지나가며 이질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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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7**
**장소:** 수진의 아파트 현관문 앞 복도.
**시간:** 저녁.
**[화면]**
**INT. APARTMENT HALLWAY – EVENING**
**선우**가 헐레벌떡 수진의 아파트 현관문 앞으로 달려온다. 숨을 헐떡이며 격렬하게 문을 두드린다. 그녀의 얼굴은 잔뜩 겁에 질려 있지만, 친구를 구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그녀를 움직이게 한다.
**선우**
(목이 터져라 외친다)
수진아! 수진아! 괜찮아?! 문 열어! 수진아!
**[SFX]** 선우의 거친 숨소리,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 (격렬하게, 쾅쾅!).
**[화면]**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선우의 다급한 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만이 복도를 채운다.
선우가 문고리를 잡아 돌려보지만, 잠겨 있다. 잠금장치가 무언가에 의해 완전히 뒤틀려버린 듯,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의 얼굴에 불안감이 절망감으로 변해간다.
**선우**
(절박하게, 눈물이 그렁그렁)
수진아! 대답 좀 해봐! 제발!
**[화면]**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수진에게 전화를 걸지만, 수진의 핸드폰은 아파트 내부 어딘가에 떨어진 채 신호음만 갈 뿐 받지 않는다.
선우의 등 뒤로, 복도 저편, 희미한 비상등 불빛 아래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SFX]** (선우의 심장 소리 (크게), 아주 희미하게 멀리서 들려오는 ‘쿵, 쿵’ 하는 발소리. 맨발로 바닥을 걷는 듯한 소리.)
**[화면]**
선우가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본다.
복도 끝 어둠 속에서, 아주 오래된 듯한, 낡고 해진 한복을 입은 희미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다. 그것은 마치 현실이 아닌, 투영된 이미지처럼 흐릿하고 왜곡되어 있다. 형체가 뚜렷하지 않지만, 고통과 원한이 서린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음악: 갑자기 낮게 깔리는 전통 악기 소리 (피리, 해금, 대금 등), 공포와 신비로움, 그리고 슬픔이 뒤섞인 기이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서서히 멀어지는 발소리와 함께 음악이 고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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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8**
**장소:** 수진의 아파트 내부 (거실).
**시간:** 저녁.
**[화면]**
**INT. SUJIN’S APARTMENT – LIVING ROOM – EVENING**
**SLOW MOTION.**
벽에서 찢겨 나온 검붉은 형체는 이제 공중에서 서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그것은 온몸이 흙먼지와 오래된 섬유 조각으로 뒤덮인, 마치 고통받는 듯한 사람의 형상이다.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늘어져 있고, 얼굴이 있어야 할 곳은 텅 빈 구멍만 있을 뿐이다. 그 안에서 어둠이 소용돌이친다.
**카메라**는 그 형상의 움직임을 느리게 따라간다. 그것은 바닥에 쓰러진 수진에게 다가간다. 공포에 질린 수진은 눈을 감고 몸을 웅크린다. 그녀의 입술은 미약하게 떨린다.
**[NARRATION – 이수진 (V.O.)]**
그것은 형체가 없으면서도,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내가 살던 세상의 모든 논리와 이성을 조롱하듯이.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아파트가, 이 도시가, 결코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잊으려 애썼던 역사는… 죽지 않고 우리 곁에서,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속 깊은 곳에서, 숨 쉬고 있었다.
**[화면]**
그 형상이 수진의 바로 위까지 다가온다. 그 텅 빈 얼굴이 수진을 내려다보는 듯하다.
그 순간, 형상에서 마치 수천 년 묵은 먼지가 뿜어져 나오듯, 검붉은 기운이 솟구쳐 오른다. 그 기운은 수진의 몸을 마치 안개처럼 감싸고, 그녀의 눈동자가 서서히, 불안하게 흑백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마치 오래된 필름처럼, 색채가 사라지는 듯하다.
**[SFX]** (낮게 울리는, 마치 수많은 사람들의 한숨이 모인 듯한 ‘쉬이익’ 하는 소리. 수진의 흐느낌이 점점 잦아들다가 완전히 사라진다.)
**(음악: 고요해지지만, 더 깊은 공포를 자아내는 낮은 앰비언스 사운드. 가끔씩 섞이는 전통 악기 소리, 특히 처절한 해금 소리가 잊혀진 시대를 상기시킨다. 점차 모든 소리가 먹먹해진다.)**
—
**SCENE 9**
**장소:** 수진의 아파트 내부. (플래시라이트로 비춰지는 시점)
**시간:** 저녁.
**[화면]**
**POV 샷.** 누군가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 플래시라이트가 어둠 속을 흔들리며 비춘다.
그것은 선우의 플래시다. 현관문은 완전히 부서진 채 안쪽으로 꺾여 열려 있다. (선우가 어떻게든 문을 부수고 들어온 듯하다.)
선우가 조심스럽게,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아파트 안으로 들어선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범벅되어 있지만, 친구를 찾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그녀를 움직이게 한다.
**선우**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수진아…? 수진아!
**[SFX]** (선우의 떨리는 발소리, 거친 숨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사이렌 소리. 깨진 유리 파편을 밟는 ‘사각’거리는 소리.)
**[화면]**
플래시 불빛이 거실을 비춘다. 깨진 그릇 파편, 엎어진 가구들, 찢겨진 벽지… 모든 것이 엉망이다.
하지만 수진은 보이지 않는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듯하다.
**선우**
(점점 더 공포에 질리며, 목소리가 떨린다)
수진아! 어디 있어! 대답 좀 해봐!
**[화면]**
그녀가 플래시를 천천히 옮긴다.
**카메라**는 선우의 시선으로 거실 벽을 비춘다.
아까 찢겨 나갔던 벽지는 다시 제자리를 찾은 듯 말끔해 보인다.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자세히 보면, 벽지 안쪽에서 아직 마르지 않은 검붉은 얼룩이 희미하게 배어 나오고 있다. 마치 벽지가 피를 흡수한 듯이.
그리고 그 얼룩진 부분에, 마치 지문처럼, 흙먼지가 잔뜩 묻은 듯한 아주 오래된 손자국 하나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그 손자국은 마치 고통에 몸부림치는 듯한 형상으로, 벽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음악: 점점 희미해지는 불안한 앰비언스 사운드, 낮은 진동음. 마지막으로 들리는 것은 고독하고 스산한 해금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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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0**
**장소:** 아파트 외경.
**시간:** 저녁.
**[화면]**
**EXT. APARTMENT BUILDING – EVENING**
**수진의 아파트 건물.** 어둠 속에 우뚝 솟아 있다. 주변의 모든 건물이 불을 밝히고 있지만, 유독 수진의 아파트 층에서 불빛이 불안하게 깜빡거린다. 마치 건물 자체가 숨을 쉬는 것처럼,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그 위로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이 펼쳐진다. 무수한 별들은 고요하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인간의 존재를 압도하는 광대한 침묵을 담고 있다.
**카메라**가 하늘로 PAN UP 한다. 도시의 불빛과 별빛이 대비를 이룬다.
**[NARRATION – 박선우 (V.O.)]**
경찰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수진은 그저 ‘실종’ 처리되었을 뿐이다. 아파트는 말끔하게 정리되었고, 벽의 흔적은 그저 ‘오래된 얼룩’으로 치부되었다.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벽에서 피가 흘렀다는 내 증언도… 그저 정신이 혼미한 친구의 헛소리로 치부되었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과거가, 잊혀진 과거가, 이렇게나 생생하게 우리 곁에,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속 깊은 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도시의 콘크리트 아래, 우리가 잊으려 애쓴 수많은 ‘진동’들이 여전히 울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진동은, 언젠가… 다시 터져 나올 것이다.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그곳에서.
**(음악: 낮고 길게 이어지는 전통 악기 소리 (해금과 피리), 그리고 현대 도시의 소음 (자동차 경적, 멀리서 들리는 사이렌)이 섞이며 불협화음을 이룬다. 모든 사운드가 서서히 페이드아웃되며, 차가운 공포와 알 수 없는 미스터리가 남는다.)**
**[화면]**
**FADE OUT.**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