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제1장: 망각의 서고에서 깨어난 그림자

대학 도서관 별관의 최상층, 그곳은 시간마저 잊힌 듯 멈춰버린 공간이었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은 발걸음마다 불안한 울음을 토해냈고, 창문 없는 벽은 고독한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해체 작업이 시작되기 전, 폐기될 자료들을 분류하는 것이 내 아르바이트였다. 김준호, 스물한 살의 평범한 역사학과 학생인 나는 이곳에서 오늘도 고문서의 먼지를 들이키며 콜록거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거 정말 끝이 없는 건가.”

허리가 뻐근했다. 대충 쌓아 올린 책 더미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웠고, 내 시선은 그 너머, 한때는 견고했을 나무 벽 한구석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부분만 벽지가 희미하게 뜯어져 있었고, 그 틈으로 어둡고 깊은 틈새가 얼핏 보였다. 도서관 측에서는 이 별관이 건축 당시부터 빈틈없이 지어졌다고 했었다. 저 틈은 뭐지?

호기심은 위험을 부르는 법이다. 하지만 역사학도에게 ‘미지의 공간’이란 유혹을 떨쳐낼 수 없는 존재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책 더미를 밀어냈다. 낡은 책등들이 무너져 내리며 ‘퍽’, ‘퍽’ 하는 소리를 냈지만, 개의치 않았다. 마침내 벽의 일부가 드러났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틈이었다. 아니, 틈이 아니었다. 낡은 나무판자로 위장된 작은 문이었다. 손잡이도, 경첩도 없는, 마치 벽의 일부처럼 보이도록 고의로 만들어진 문.

먼지를 털어내자, 얇은 홈이 보였다. 나는 손가락을 넣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뻑뻑한 소리와 함께 문이 안쪽으로 밀려들어갔다.

그 안은 칠흑 같았다. 손전등을 켜자, 좁고 낮은 공간이 드러났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 그리고 그 안에는, 놀랍게도 단 하나의 물건이 놓여 있었다.

책.

하지만 평범한 책이 아니었다.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더 두꺼웠고, 낡고 검은 가죽으로 엮여 있었다. 가죽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피부처럼 울퉁불퉁했고, 표면에는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문양들이 음각되어 있었다. 제목도, 저자도 없었다. 그저 새까만 어둠만이 그 책을 감싸고 있었다.

“이게 뭐야…”

나는 홀린 듯 책에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에 닿는 촉감은 차가웠다. 마치 금속 같기도 하고, 혹은… 차갑게 식어버린 살덩이 같기도 했다. 묘한 불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내 손은 책을 집어 들었다.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다. 마치 돌덩이 같았다.

나는 책을 들고 좁은 공간에서 나왔다. 별관의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 책은 더욱 기묘한 존재감을 뽐냈다. 표면의 문양들은 어두운 빛 속에서도 희미하게 반짝이는 듯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책의 앞면을 살펴보았다. 중앙에는 다른 문양들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상징이 새겨져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선들이 얽히고설켜 하나의 거대한 원형을 이루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그 상징에 손을 대야 할 것 같은 충동이 들었다. 마치 책이 나를 유혹하는 것처럼. 망설임 끝에, 나는 엄지손가락을 그 거대한 상징 위에 얹었다.

그 순간, 온몸에 소름 돋는 한기가 덮쳤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시작된 차가운 기운이 혈관을 타고 순식간에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숨이 턱 막혔다. 동시에, 책의 표면에 새겨진 모든 문양들이 섬뜩한 붉은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희미한 붉은빛은 점차 강렬해지며 내 손을, 내 몸을 감쌌다.

*쉬이이익…*

귓가에 알 수 없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마치 수천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 언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 소리는 내 정신을 뒤흔들었다. 두려움과 혼란, 그리고 알 수 없는 낯선 힘이 뒤섞인 감정이 머릿속을 폭풍처럼 휘저었다.

“흐읍… 으윽!”

나는 무의식적으로 책을 놓치려 했지만,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책이 내 피부에 달라붙기라도 한 것처럼. 붉은빛은 점점 더 강렬해져 이제는 눈을 뜨기 힘들 지경이었다. 별관 전체가 핏빛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책이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리고 흔들림 없이.

그리고 책장이 스스로 펼쳐졌다.

책 안의 페이지는 일반적인 종이가 아니었다. 얇고 누런, 마치 오래된 가죽과도 같은 질감. 그 위에는 역시나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 문자들 역시 표지의 문양처럼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한 글자 한 글자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는 듯했다.

내 눈앞에서 펼쳐진 것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었다. 환영이었다.

어둡고 거대한 공간이 펼쳐졌다. 깎아지른 듯한 검은 바위산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 너머로는 심연과도 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하늘에는 기괴한 형태로 뒤틀린 붉은 달이 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인간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형태의 존재들이 그림자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붉게 빛났고,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저주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환영은 찰나에 불과했지만, 너무나도 생생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한기, 귀를 찢는 듯한 비명 소리, 눈을 태우는 붉은빛. 이 모든 것이 마치 실제처럼 나를 덮쳤다.

“안 돼… 젠장…!”

나는 이를 악물고 책에서 손을 떼어내려 발버둥 쳤다. 공포가 목을 조여왔다. 이건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었다. 이건… 감히 인간이 다뤄서는 안 될 미지의 존재였다.

마침내, 손가락이 책에서 떨어져 나갔다. 마치 뜨거운 불에 데인 것처럼, 손가락 끝이 얼얼했다. 책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공중에 떠 있었다. 붉은빛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책은 다시 새까만 어둠을 머금은 채 조용히 그 자리에 정지했다. 그리고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나는 주저앉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고, 식은땀이 온몸을 적셨다. 머릿속에는 방금 본 환영이 잔상처럼 남아 나를 괴롭혔다. 그 암흑의 세계, 기괴한 존재들, 그리고 귀를 맴도는 알 수 없는 속삭임.

그때였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내 손등이었다. 방금 책의 표면에 닿았던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의 손등에, 희미하게 빛나는 붉은색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책 표지의 중앙에 있던 그 복잡한 상징과 똑같은 문양이었다. 마치 낙인처럼, 내 피부에 영구적으로 새겨진 것처럼.

“이… 이게 뭐야…?”

떨리는 손으로 문양을 만졌다. 차갑고 이질적인 감각. 마치 내 살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문양은 희미하게 맥동하는 듯했다. 내 심장 박동과 함께.

별관의 어두운 구석에서 그림자가 짙어졌다. 어둠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나는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책이 단순히 오래된 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방금, 무언가 엄청나고도 끔찍한 것을 깨워버렸다는 것을.

내 안의 무언가가, 책의 힘과 연결된 것처럼 느껴졌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등의 문양이 은은하게 빛을 뿜어냈다. 그리고 그 빛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미지의 존재와 연결된 내 손등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평범한 일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 고대의 숨겨진 마법의 힘이, 나 김준호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시작된 것은, 공포와 광기가 뒤섞인 길고 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