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천무대(天武臺). 천하제일무도회의 마지막 전장이자, 모든 이들의 운명이 걸린 단 하나의 심판대였다. 겹겹이 둘러싸인 거대한 원형 경기장은 수만 명의 함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니, 함성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굉음에 가까웠다. 공기는 팽팽한 활시위처럼 긴장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경기장 한가운데, 깎아지른 듯 솟아오른 흑색 비석 앞에는 두 명의 무인이 서 있었다. 한 명은 젊었다. 칠흑 같은 장포를 걸쳤으나,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사나운 들불처럼 거침없었다. 그의 이름은 강휘. 중원 변방에서 홀연히 나타나 파죽지세로 전국의 강자들을 꺾어온 이 시대의 이단아였다. 그의 손에는 어떤 병장기도 들려있지 않았으나, 그의 눈빛은 그 어떤 신검보다도 날카롭게 빛났다.

그의 맞은편에는 중년의 사내가 서 있었다. 피로 물든 듯 붉은 검을 허리에 찬 채, 온몸에서 살벌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무진. ‘혈검(血劍)’이라는 별호답게 수많은 피를 보고, 또 흘려온 강호의 거인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풍파가 새겨져 있었고, 강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가운 조소가 깃들어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무대 위가 아니었다. 지난 수백 년간 갈라져 싸워온 제국과 맹(盟)의 운명을 결정할, 최종 담판의 장이었다. 여기서 승리하는 자가 천하의 향방을 결정할 권능을 쥐게 될 터였다.

관람석 최고 상석에는 황금빛 용포를 입은 제국의 여황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맹의 맹주(盟主)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무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두 거대 세력의 수장들마저 숨을 죽인 채, 오직 강휘와 이무진의 움직임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어린 놈이 여기까지 기어 올라오다니, 제법이군.”
이무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굵었지만, 경기장 전체를 울리는 듯한 위압감이 있었다.
“하지만, 네놈의 그 건방진 기세도 여기까지다.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강휘는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오만함이라기보다는, 비웃음과 다소의 피곤함이 섞인 듯했다.
“끝나는 것은 당신의 시대일 겁니다, 혈검.”
그의 음성은 이무진보다 작았지만, 그 안에 담긴 단호함은 강철 같았다.
“오래된 썩은 질서는, 새로운 피 앞에서 무너져야 마땅하니까.”

이무진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였다. 그것은 폭풍 전야의 고요와 같았다.
“건방진!”
분노가 터져 나오는가 싶더니, 이무진의 허리춤에서 붉은 검이 번개처럼 뽑혀 나왔다. ‘촤아악!’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붉은 검날이 강휘의 목을 노리고 내리꽂혔다. 그 속도는 인간의 눈으로 쫓기 어려울 정도였다.

강휘는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수 없었다. 대신 그의 두 눈에서 푸른빛이 번뜩이더니, 온몸에서 연한 푸른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붉은 검이 그의 목에 닿기 직전, 그의 왼손이 번개처럼 뻗어나가 이무진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콰드득!’

뼈가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이무진의 맹렬한 검격이 공중에서 멈춰 섰다. 강휘의 손아귀는 강철 집게 같았다. 이무진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자신의 검술에 이런 방식으로 맞선 자를 본 적이 없었다.

“이런 무모한 짓을!”
이무진은 소리치며 팔에 힘을 주어 검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강휘의 손은 미동도 없었다. 오히려 강휘의 손아귀에서 푸른빛이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무모한 건, 과거에 갇힌 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당신입니다.”
강휘의 눈빛은 칼날 같았다. 그가 그대로 이무진의 손목을 잡은 채 몸을 틀었다. 이무진의 거대한 몸이 순식간에 휘청거렸다.

‘휙!’

강휘는 이무진을 휘두르며 마치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수십 년 강호에서 쌓아 올린 혈검의 위명이 무색하게, 그는 강휘의 손에 매달린 인형처럼 허공을 맴돌았다.
관중석에서는 경악과 흥분 어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예상치 못한 광경이었다.

“이게… 이게 무슨!”
이무진은 혼란스러웠다. 강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단순히 육체의 힘이 아니었다. 마치 거대한 기(氣)의 소용돌이가 자신을 휘감아 돌리는 듯했다.

강휘의 푸른 기운이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더니, 그가 이무진을 힘껏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콰아앙!’
천무대의 단단한 바닥이 거미줄처럼 균열하기 시작했다. 이무진의 몸에서 둔탁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혈검 이무진은 결코 쉬이 쓰러질 상대가 아니었다. 바닥에 내리꽂히면서도, 그의 붉은 검은 강휘를 향해 거꾸로 치솟아 올랐다. 검날에서 피비린내 나는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피의 뱀처럼 강휘의 심장을 노렸다.

강휘는 손목을 잡고 있던 것을 놓았다. 그의 몸이 뒤로 크게 물러섰다. 동시에 그의 양손에서 푸른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천광멸도(天光滅道)!”
강휘의 외침과 함께 그의 양손에서 쏘아져 나온 푸른빛이 이무진의 붉은 검기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크아아아앙!’

세상을 찢어발기는 듯한 거대한 폭발음이 천무대를 뒤흔들었다. 두 이질적인 기운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고, 거대한 충격파가 관중석까지 몰아쳤다. 수많은 관중들이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가렸다. 경기장 바닥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공기는 뜨겁게 타올랐다.

연기가 걷히자, 처참하게 파괴된 무대 위로 두 그림자가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
이무진은 피투성이였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붉은 검은 반쯤 부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광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강휘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의 장포는 갈가리 찢겨 있었고, 몸 곳곳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푸른 눈동자는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이무진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네놈… 제법이군.”
이무진은 헐떡이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악과 함께 알 수 없는 희열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나의 혈혼도법(血魂刀法)은… 네놈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무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기운이 더욱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부러진 검에서 피 냄새가 더욱 역하게 풍겨왔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가 완전히 붉게 물들었다. 마치 수라(修羅)의 눈처럼 섬뜩하게 빛났다.

제국의 여황은 자리에서 스르르 일어섰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미한 긴장감이 스쳤다.
“혈혼도법의 최종결(最終訣)을 쓰는가… 이무진이 저토록 몰릴 줄이야.”
맹주 역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이무진의 마지막 기술은, 수백 년간 감춰져 온 절대 무공이었다.

강휘는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섰다. 그의 얼굴에도 서서히 굳은 결의가 떠올랐다.
“좋습니다, 혈검.”
강휘가 낮게 읊조렸다. 그의 손이 천천히 허공을 향해 뻗어 올라갔다.
“그대 역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 자리에서 소멸해야 할 것입니다.”

강휘의 손끝에서 푸른 기운이 용솟음치더니, 하늘을 향해 거대한 빛의 기둥을 쏘아 올렸다.
‘쉬이이익!’
그것은 마치 하늘의 문을 여는 듯한 웅장한 광경이었다.

이무진은 붉게 물든 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포효했다.
“끝을 내주마! 혈혼참(血魂斬)!”

강휘는 그의 기세에 밀리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온몸의 모든 기운을 끌어모아 그의 손에 집중했다. 그의 온몸에서 마치 수만 개의 별이 폭발하는 듯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천극쇄혼(天極碎魂)!”

두 절대 무인이 모든 것을 걸고 부딪히는 순간, 천무대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세상은 숨을 죽였다.
그리고, 천하의 운명을 결정할 마지막 검결이, 마침내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