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심연의 속삭임

어둠 속을 헤치며, 강철과 황동으로 주조된 거대한 심장, ‘천공의 방랑자호’는 유성우의 먼지를 가르며 나아갔다. 수억 년 전 폭발했던 거대 항성의 잔해들이 미세한 모래알처럼 흩뿌려진 ‘황혼의 띠’를 횡단하는 지루하고도 위험한 항해는 벌써 3개월째 접어들고 있었다. 함교는 낮게 울리는 에테르 엔진의 맥동과 수많은 태엽장치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적인 웅웅거림으로 가득했다. 번뜩이는 증기압계와 섬세한 압력 밸브들이 정교한 춤을 추듯 끊임없이 움직였고, 굵은 동관을 따라 흐르는 에테르 증기는 창문 너머의 무한한 암흑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선장님, 6분 후 황혼의 띠를 이탈합니다. 경로는 이상 없음.”

항해사 박다솜 준위의 맑은 목소리가 적막을 깨트렸다. 그녀는 거대한 황동제 항해판 위에 꽂힌 수많은 지침들을 능숙하게 조작하며 복잡한 별들의 지도를 훑고 있었다.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우주를 향한 순수한 열망이 가득했다.

“수고했어요, 다솜 준위.”

이지혜 선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시선은 조타석 앞, 거대한 진공관 디스플레이에 펼쳐진 푸른빛 성운 너머에 닿아 있었다. 30년 가까이 우주를 유랑하며 셀 수 없이 많은 위험과 경이로움을 목도해 온 베테랑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지만, 강철 같은 의지는 여전했다.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수석 엔지니어 강우진은 습관처럼 증기압계를 한 번 더 확인하며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그의 굵은 손에는 기름때가 지워지지 않는 공구 자국이 선명했다.

“젠장, 지겨워 죽겠군. 이 황혼의 띠만 벗어나면 잠시 정비라도 할 수 있으려나.”

강우진이 투덜거렸다. 거친 외모와는 달리, 그는 누구보다 함선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인물이었다. ‘천공의 방랑자호’의 모든 나사와 기어, 밸브 하나하나가 그의 손을 거쳐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걱정 마세요, 강 엔지니어님. 보급 기지에 도착하면 넉넉히 휴가를 신청해 드릴 테니까요.” 이지혜 선장이 작게 웃었다. “그때까진 이 지루함도 즐겨야 할 겁니다.”

그 순간, 함교 한쪽 구석에 자리한 과학 분석실에서 ‘삐빅’ 하는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복잡한 에테르 동력 분석 장치들과 천체 망원경, 그리고 수많은 증기 컴퓨터 단말기로 가득 찬 그곳에서, 김민준 박사가 벌떡 일어섰다. 그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경이와 혼란으로 번뜩였다.

“선장님! 저… 뭔가 이상합니다!”

김민준 박사의 목소리는 평소의 차분함을 잃고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섬세한 태엽장치로 연결된 분석 패널을 두드리며 데이터를 확인했다.

“무슨 일이죠, 김 박사?” 이지혜 선장이 그의 쪽으로 몸을 돌렸다. 강우진과 박다솜의 시선도 일제히 김 박사에게 향했다.

“제 에테르 스펙트럼 분석 장치가… 아주 미세하지만, 지금까지 저희가 발견했던 어떤 물질과도 다른 특이한 에너지 서명을 감지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먼 곳에서요. 이 황혼의 띠 너머, 미지의 영역에서.”

김민준 박사는 빠르게 진공관 디스플레이의 이미지를 전환했다. 희미한 점 하나가 검은 우주 공간에 떠 있었다. 너무나 작고 흐릿해서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우주 먼지처럼 보였다.

“그게 전부입니까? 단순한 운석이나 미탐사된 소행성일 수도 있지 않나요?” 강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아닙니다! 이건… 이건 달라요. 스펙트럼이 매우 특이합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물질에서는 나올 수 없는 패턴이에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시간 동안 정지해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모순된 신호입니다. 게다가…” 김민준 박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공간 왜곡 현상도 함께 감지되고 있습니다. 아주 미세하지만, 중력 렌즈 효과와 유사한 것이 주변에 감지돼요.”

이지혜 선장의 표정이 진지하게 굳어졌다. 공간 왜곡은 쉬이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질량이나,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에너지가 개입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다솜 준위, 항해 경로를 확인해 보세요. 방금 감지된 신호가 있는 곳까지의 최단 거리를 계산하고, 주변의 위험 요소를 파악합니다.”

“네, 선장님!” 박다솜은 재빨리 태엽식 항해 장치를 조작했다.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며 지도가 빠르게 재계산되고, 붉은색 점선이 미지의 지점을 향해 뻗어나갔다.

“선장님, 저 지점까지는 현재 속도로 약 32시간이 소요됩니다. 주변에 알려진 위험은 없습니다만, 항성 지도에 등록되지 않은 미개척 지역입니다.”

“32시간이라… 그 정도면 그리 길지 않은 거리군.” 이지혜 선장이 턱을 쓰다듬었다. “김 박사, 그 신호의 강도가 얼마나 되죠?”

“아주 미약합니다. 저희 탐지 범위의 거의 한계 지점이에요. 하지만 꾸준히 감지되고 있습니다.”

강우진이 한숨을 쉬었다. “미지의 영역에서, 미약한 신호? 이건 우리 ‘천공의 방랑자호’에 고철 덩어리 하나 더 얹히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입니다. 괜히 기름만 낭비하는 거 아닙니까?”

“새로운 발견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하는 법입니다, 강 엔지니어님.” 이지혜 선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저 신호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든, 우리는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화물선이 아니니까요.”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경로를 수정합니다. 목표 지점은 김 박사가 감지한 신호의 발원지. 최대 항해 속도로 접근합니다.”

“네, 선장님!” 박다솜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복명하며 조타 키를 틀었다. 거대한 함선이 둔중한 금속성 마찰음을 내며 서서히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에테르 엔진의 맥동이 더욱 강해지고, 함교 전체에 진동이 느껴졌다.

***

밤과 낮이 없는 우주에서 32시간은 인내의 연속이었다. ‘천공의 방랑자호’는 미지의 영역을 향해 맹렬히 나아갔고, 그들의 앞에는 오직 어둠만이 가로놓여 있었다. 김민준 박사는 쉬지 않고 신호를 분석하며 함선이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명확해지는 데이터를 이지혜 선장에게 보고했다.

“선장님, 신호의 강도가 급격히 증폭되고 있습니다! 공간 왜곡 현상도 더욱 뚜렷해졌어요. 단순한 운석 따위가 아닙니다!” 김민준 박사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역력했다.

이지혜 선장은 조타석에 앉아 직접 조타 키를 잡았다. 수십 년간 그녀의 손에 익숙한 키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함선을 미세하게 조정했다.

“속도 감속, 최종 접근 모드. 모든 시스템 이상 여부 확인.”

“주 엔진 출력 70%로 감속, 보조 스팀 추진기 가동 중. 모든 에테르 동력 시스템 정상입니다.” 강우진이 침착하게 보고했다. 그의 얼굴에는 아까의 불만이 사라지고, 대신 베테랑 엔지니어 특유의 진지함이 깃들어 있었다.

함교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다솜은 거대한 황동제 천체 망원경의 렌즈를 조작하며 전방의 미지를 응시했다. 진공관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어둠만을 비추고 있었지만, 김민준 박사의 분석 패널에서는 강렬한 붉은색 파동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박다솜의 입에서 억눌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선장님! 전방 1만 킬로미터 지점… 육안으로 확인됩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진공관 디스플레이와 전면의 관측창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검은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그림자 같았다. 하지만 ‘천공의 방랑자호’가 더욱 가까이 다가가자, 그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하지만 지구상의 어떤 건축물과도 달랐다. 거대한 고대 도시의 잔해처럼 보이기도 했고, 동시에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유골처럼 보이기도 했다. 표면은 칠흑 같은 암흑 물질로 뒤덮여 있었는데, 간간이 푸르스름하고 희미한 빛이 맥동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크기는 ‘천공의 방랑자호’의 수십 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였다.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함교 안의 모든 승무원들은 숨을 죽였다.

“이게… 대체… 뭐지?” 강우진의 목소리가 넋을 잃은 듯 흘러나왔다.

김민준 박사는 감탄과 경외심이 뒤섞인 표정으로 자신의 분석 패널을 응시했다. “에너지 서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거대한 물체에서는 인공적인 추진력이나 통신 신호가 전혀 감지되지 않아요. 마치…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죽어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이지혜 선장은 굳은 표정으로 거대한 미지의 유물을 바라봤다. 그 칠흑 같은 표면은 주변의 별빛마저 집어삼키는 듯했다. 형태는 기괴하고 불규칙적이었으나,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품고 있었다. 마치 우주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곳에 존재했던 것처럼, 시간을 초월한 듯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더 접근합니다. 최대한 근접해서 외형을 상세히 분석할 수 있도록.” 이지혜 선장이 명령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호기심과 함께 미지의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스며 있었다.

‘천공의 방랑자호’는 조심스럽게 거대한 유물에 다가갔다. 함선의 육중한 금속성 선체가 유물의 그림자에 완전히 잠식되자, 그들의 앞에는 오직 검은 벽만이 펼쳐지는 듯했다. 유물의 표면에는 톱니바퀴나 레버, 혹은 다른 어떤 기계적인 장치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자연적으로 형성된 암석 같으면서도, 동시에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정교하게 조각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칠흑 같은 표면을 따라 흐르는 푸른빛 맥동은 마치 심장 박동처럼 느리고 불규칙했다.

그때, 김민준 박사가 경악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선장님! 방금… 방금 제 감지기가 강력한 정신파 에너지를 감지했습니다! 아주 미세하지만, 저희 함선을 향해 직접적으로 발사되고 있어요!”

“정신파라고요? 김 박사, 그게 무슨 말이죠?” 이지혜 선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그런 종류의 에너지를 탐지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고 알고 있었다.

“저도 이런 현상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분명해요! 제 특수 에테르 파동 분석 장치가 뚜렷한 패턴을 읽고 있습니다! 이 유물이… 살아있는 것 같아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공의 방랑자호’ 전체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거대한 진공관 디스플레이가 일순간 지지직거리며 정지했고, 함교의 조명들이 깜빡였다. 에테르 엔진의 맥동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수많은 증기압 밸브에서 김이 뿜어져 나왔다.

“젠장! 무슨 일이야!?” 강우진이 급히 계기판을 확인했다. “에테르 반응이 불안정합니다! 주 동력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어요!”

“다솜 준위, 통제권을 되찾으세요! 함선을 유물에서 멀어지게 해요!” 이지혜 선장이 소리쳤다.

하지만 박다솜의 손은 조타 키 위에서 굳어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공포에 질려 있었고,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허공을 바라보는 듯했지만, 동시에 무엇인가에 홀린 듯한 표정이었다.

“다솜 준위! 듣고 있습니까!” 이지혜 선장이 그녀를 흔들었다.

그 순간, 거대한 관측창 너머의 칠흑 같은 유물에서, 수많은 푸른빛 맥동들이 일제히 강렬하게 번쩍였다. 동시에 ‘천공의 방랑자호’의 모든 승무원들의 머릿속에, 차갑고도 섬뜩한, 수억 년 된 듯한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울려 퍼졌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태엽들… 환영한다.—*

그것은 어떤 언어로도 정의할 수 없는, 의식 그 자체에 직접적으로 각인되는 듯한 음성이었다. 목소리는 고통스러운 저음으로 시작했지만, 곧 수천 개의 다른 주파수로 나뉘어 모든 이의 정신을 동시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지혜 선장의 눈앞에는, 난생 처음 보는 환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태엽장치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무한한 공간, 그 안에서 수많은 별들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장대한 광경…

그것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이 우주의 모든 지식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폭풍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듯한, 압도적인 경험이었다.

“선장님…!” 김민준 박사의 비명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강우진 역시 주저앉아 신음하고 있었다. 박다솜은 여전히 멍하니 유물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뺨에는 소리 없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지혜 선장은 필사적으로 의식을 붙잡으려 했다. 그녀의 정신은 거대한 정보의 파도에 휩쓸려 휘청거렸지만, 그녀의 의지만큼은 굳건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 속에서 한 줄기 의문을 찾았다.

**저것은… 무엇인가?**

그녀의 정신 속에서, 칠흑 같은 유물의 심연으로부터, 하나의 단어가 천천히, 그리고 명확하게 떠올랐다.

*—기억의 수집가.—*

동시에, ‘천공의 방랑자호’의 모든 진공관 디스플레이에 알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붉은색 섬광처럼 번쩍이며 나타났다. 그리고 그 문자들이 모두 사라진 후, 오직 하나의 기호만이 남았다.

**거대한 톱니바퀴 모양의 기호.**

그 기호는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부에서 섬뜩할 정도로 아름다운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지혜 선장은 고통과 혼란 속에서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다.

이것은, 살아있는… 그리고 너무나도 거대한, 어떤 존재다.

그녀의 심장이, 에테르 엔진의 맥동처럼 격렬하게 울렸다. 미지의 존재가 던진 환영과 정보의 파도 속에서, 이지혜 선장은 다음 순간 무엇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천공의 방랑자호’와 그 승무원들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미지의 심연 속으로 발을 들여놓았다는 사실뿐이었다.

***

**다음 챕터 미리보기:**

혼란스러운 환상에서 깨어난 승무원들. ‘기억의 수집가’라는 알 수 없는 존재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이 갑자기 습득하게 된 ‘지식’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천공의 방랑자호’는 이 미지의 유물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유물 내부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그들은 새로운 위험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