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잿빛 먼지가 가득한 하늘 아래, 무너진 고층 건물들이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낸 채 침묵하고 있었다. 바람은 찢겨진 현수막 조각들을 휘감아 올리며 기이한 울음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폐허가 된 도시의 모든 빈 공간을 채우고도 남았다. 이곳은 죽은 세계였다. 우리가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그야말로 죽은 세계.

도현은 녹슨 철근 조각들을 피해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낡은 방독면 안으로 들이쉬는 공기는 여전히 텁텁하고 거칠었다. 옆에서 서연이 낡은 지도를 펼쳐 들고 희미한 전등에 의지해 방향을 살폈다. 전등의 빛은 손톱만큼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 어둠 속에서는 그것마저도 사치였다.

“이쪽이 맞아? 며칠째 똑같은 건물들만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서연의 목소리는 방독면 필터를 거쳐 나와 웅얼거리는 듯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맞아. 지도에 따르면 이 블록 어딘가에 예전 약국이 있었어. 지도에선 ‘생존 보급지’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지.” 도현은 폐허의 가장자리, 과거의 ‘번화가’였을 법한 곳을 가리켰다. 이제는 그저 쓰레기와 부서진 잔해들로 가득한 길이었다.

희망은 늘 이런 식이었다. 멀리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다가,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허무하게 사라지는. 하지만 우리는 그 헛된 희망마저 붙들지 않으면 이 지옥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하… 그냥 물이라도 한 모금 시원하게 마셨으면 좋겠다.” 서연이 마른 입술을 쩝 다시며 중얼거렸다. 우리는 이틀째 식수는 물론, 어떤 식량도 찾지 못했다. 배고픔과 갈증은 이미 익숙한 고통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뎌지는 것은 아니었다. 매 순간 몸의 세포들이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그때였다.
도현의 귀에 날카로운 소리가 스쳤다. 바람 소리와는 다른, 뭔가 긁히는 듯한 소리.

“쉿.” 도현은 손을 들어 서연을 멈춰 세웠다. 서연의 눈이 묻는 듯 도현을 향했지만, 도현은 대답 대신 귀를 기울였다.
‘긁적… 긁적…’
분명했다. 그것은 금속이 긁히는 소리였다. 아주 느리고 불규칙하게. 마치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듯한 불쾌한 소리였다.

서연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녀도 들은 모양이었다.
“저, 저것들이야?” 서연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조용히 해. 아직은 몰라.” 도현은 칼날이 부러진 녹슨 단도를 꽉 쥐었다. 이 무기가 얼마나 쓸모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맨손보다는 나았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건물 잔해 뒤에 몸을 숨겼다. 깨진 유리 조각들이 박힌 낡은 외벽은 먼지에 덮여 있었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골목 끝, 부서진 상점 간판 아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긁적… 긁적… 끼익…’

그리고 그 너머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형태는 불분명했다. 마치 얇은 천 조각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어둠이 뭉쳐진 것 같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저것들은 ‘틈’이 열리면서 나타난 존재들이었다. 형체가 없는 그림자 같으면서도, 때로는 기괴하게 뒤틀린 육신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저 ‘저것들’이라고 부르는 존재들.

도현은 숨을 죽였다. 저것들은 소리에 민감했다. 특히 인간의 목소리나 절규에 비정상적으로 반응했다. 그래서 우리는 방독면을 쓰고,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 그림자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뼈가 마찰하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뒤따랐다. 그것은 길거리의 부서진 구조물들을 훑고 지나갔다. 손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길고 가는, 여러 개의 가지 같은 것이 벽을 더듬고 있었다.

서연은 겁에 질린 듯 도현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도현은 고개를 저어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

그 순간, 우리가 숨어있던 건물 내부에서 ‘콰앙!’ 하는 굉음이 울렸다.
낡은 철문이 바람에 크게 흔들리며 벽에 부딪힌 소리였다.
도현의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서연의 입에서 얕은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림자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우리가 숨어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것에게 ‘고개’라는 것이 있을 리 없었지만, 도현은 분명히 그렇게 느꼈다.
차갑고 텅 빈 시선이 우리를 향하는 듯했다.

‘끼이이이익…’

금속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멀리서부터 가까워졌다. 그것은 마치 여러 마리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였다. 하나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젠장…!” 도현이 이를 악물었다. 들켰다.

“어떡해, 도현아…!” 서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도현은 주변을 살폈다. 낡은 상점의 간판 아래쪽으로 겨우 몸을 웅크릴 만한 틈이 보였다. 그러나 너무 좁았고, 자칫하면 더 큰 소리를 낼 수도 있었다.

그때, 그림자 중 하나가 완전히 우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녀석의 형태가 더 선명해졌다. 검고 축 늘어진 옷을 걸친 듯했지만, 그 속은 텅 비어 있었다. 단지 희미하게 움직이는 그림자 같은 실루엣일 뿐. 녀석의 길고 가는 팔 같은 것이 우리 쪽으로 서서히 뻗어왔다.

도현은 서연의 손을 잡아끌었다. “뛰어! 저쪽으로!”
그가 가리킨 곳은 낡은 창고 건물로 이어지는 어두운 골목이었다. 위험한 곳이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는 전속력으로 달렸다. 발 밑의 잔해들이 ‘와르르’ 소리를 내며 무너졌고, 그 소리는 저것들을 자극하는 듯했다. 뒤에서 ‘끼이이익!’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하나가 아니었다. 이제 여러 개의 그림자들이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다.

“흐읍… 흐읍…!” 서연은 이미 숨이 턱까지 차올랐는지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도현 역시 폐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끝이었다.

우리는 어두운 골목 안으로 뛰어들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부패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골목은 미로처럼 얽혀 있었고, 부서진 상자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그것들’의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끼이이익… 끼이이익… 긁적… 긁적…’
마치 우리의 등 뒤에 바싹 붙어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현은 낡은 철제 선반을 넘어 벽에 기댔다. “여기 잠시 숨어…!”
그가 서연을 선반 뒤로 밀어 넣는 순간, 골목 입구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나가 아니었다. 두 개, 세 개… 점점 더 많은 그림자들이 골목 안으로 기어들어 오고 있었다.

도현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저것들의 시선이 골목 안을 샅샅이 훑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이제 어떤 선택지도 없었다.
들키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때, 서연이 낡은 선반 위쪽을 가리켰다.
선반 위에는 닳아빠진 천 조각들이 쌓여 있었다. 그 아래로, 빛바랜 표지로 덮인 낡은 노트가 보였다. 평범한 노트였다.
하지만 그 순간, 노트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을 도현은 보았다. 아주 작고 희미한, 하지만 분명히 감지되는 빛.
동시에, 저것들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것을 느꼈다.

도현은 숨을 죽인 채 서연과 눈을 마주쳤다.
저 빛은 무엇일까?
이 끔찍한 어둠 속에서,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저것들이 그것에 반응하고 있었다. 그것은 희망일까, 아니면 더 깊은 절망의 시작일까.

그림자 하나가 선반을 향해 느리게 팔을 뻗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