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독립적인 단편 소설

삭막한 붉은 황야 위로, 해가 핏물처럼 번지며 지평선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지훈은 녹슨 기둥처럼 서 있는 낡은 송전탑 아래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며칠 전 폐허가 된 도시 외곽에서 찾아낸 깡통 하나가 들려 있었다. 내용물은 굳어버린 정체불명의 농축 식량이었다. 플라스틱 스푼으로 겨우 한 덩이를 떠 입에 넣자, 짠맛과 씁쓸한 금속 맛이 혀를 강하게 강타했다.

“젠장, 또 이거군.”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지난 몇 년간 그의 식사는 늘 이런 식이었다. 대붕괴 이후, 세상은 거대한 쓰레기장이자 붉은 먼지 폭풍이 지배하는 지옥으로 변했다. 푸른 하늘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땅은 흉터처럼 갈라져 있었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대부분은 살아남지 못했다. 지훈은 그 소수의 생존자 중 하나였다. 그의 유일한 생존 동기는 여동생, 지아였다.

대붕괴가 시작되던 그날, 패닉에 휩싸인 인파 속에서 어린 지아의 손을 놓쳤었다. 그 이후로 그는 지아를 찾아 이 황량한 땅을 헤매는 유령처럼 살았다. 지아는 살아 있을까? 어쩌면 이미… 하지만 그 생각은 언제나 머릿속에서 강제로 지워버렸다. 살아있을 거야. 분명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해가 완전히 기울고 어둠이 지평선을 덮치자, 지훈은 낡은 방수포를 꺼내 몸을 덮었다. 스캐빈징 중에 얻은 낡은 단파 라디오의 다이얼을 천천히 돌렸다.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 어딘가에서 들려올 사람의 목소리. 잡음뿐인 주파수들을 이리저리 오가던 그의 귀에 아주 희미한 소리가 잡혔다.

—…여기… 에덴… 생존자 거점… 동부… 좌표…—

지직거리는 잡음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린 단어는 ‘에덴’, ‘생존자 거점’이었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에덴? 그 이름은 폐허가 된 도시의 오래된 낙서에서, 그리고 떠도는 소문 속에서 종종 들었던 이름이었다. 동부에 그런 곳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말인가? 지훈은 몸을 일으켜 라디오에 귀를 바짝 대었다. 신호는 너무 약했고, 좌표는 불완전하게 들렸다. 하지만 방향은 확실했다. 동쪽.

“지아… 어쩌면 거기에 있을지도 몰라.”

그는 다음 날 동이 트자마자 동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가진 것이라고는 등에 짊어진 낡은 배낭, 녹슨 칼,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물통이 전부였다. 발밑의 붉은 흙은 걷는 내내 먼지를 뿜어냈고, 뜨거운 바람은 끊임없이 그의 피부를 때렸다.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는 휴대용 측정기는 삐익거리는 소리를 간헐적으로 내며 특정 지역의 위험을 알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방사능 농도가 높은 지역을 피해 움직였다.

며칠이 지났다. 지훈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갈증과 허기가 온몸을 갉아먹었고, 환영이 아른거렸다. 폐허가 된 고속도로를 따라 걷던 그는 길가에 쓰러진 낡은 차량 안에서 바싹 마른 미라처럼 변해버린 시신을 발견했다. 그의 손에는 빛바랜 가족사진이 쥐여 있었다. 지훈은 잠시 멈춰 서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행복해 보이는 미소, 따뜻한 햇살.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과거의 모습이었다. 그는 조용히 사진을 시신 옆에 놓아주었다.

“편히 쉬어요.”

그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지치고 피곤했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지아를 찾아야 했다. 그 생각만이 그를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원동력이었다.

사흘째 되던 날, 거대한 모래폭풍이 몰아쳤다. 지훈은 간신히 낡은 지하철역 입구로 몸을 피했다. 모래와 흙먼지가 모든 시야를 가렸고, 굉음이 지하철역 내부를 가득 채웠다. 몇 시간을 웅크리고 앉아 폭풍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목마름이 극에 달했지만, 물통의 물은 한 모금밖에 남지 않았다.

폭풍이 지나간 후, 세상은 더욱 붉고 황량해져 있었다. 하지만 멀리 지평선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거대한 그림자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낡은 고층 빌딩들의 잔해 같기도 했고, 거대한 구조물 같기도 했다. 에덴일까?

그는 모든 기력을 쥐어짜 그곳을 향해 걸었다. 몇 시간 후, 그 거대한 그림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과거의 거대 복합 연구 단지였다. 높은 철조망과 부서진 감시탑들이 늘어서 있었고, 녹슨 강철 문에는 ‘PROJECT EDEN’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지훈은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찾았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에덴. 이곳에 지아가 있을까? 이곳이 정말 안전한 곳일까?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부서진 철조망을 넘어 내부로 진입했다. 건물들은 텅 비어 있었고, 바람 소리만이 으스스하게 울려 퍼졌다. 곳곳에 버려진 물품들과 장비들이 보였다. 마치 사람들이 급하게 떠난 듯한 흔적들이었다.

“아무도 없는 건가?”

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복도는 어두웠고, 그의 발소리만이 고요를 깨뜨렸다. 먼지 쌓인 연구실을 지나, 생활관으로 보이는 곳에 이르렀을 때, 그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생활관 침대 위에는 여러 구의 시신들이 누워 있었다. 모두 잠이 든 것처럼 편안한 모습이었지만, 이들의 피부는 창백했고, 곳곳에 알 수 없는 붉은 반점들이 퍼져 있었다. 마치 곰팡이처럼.

“이게… 뭐야.”

공포감이 지훈의 심장을 짓눌렀다. 이곳은 생존자 거점이 아니었다. 죽음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시신들 사이를 지나갔다. 그러다 한 시신 옆에서 익숙한 물건을 발견했다. 낡은 곰 인형이었다. 지아가 어릴 적 가장 아끼던 곰 인형. 잃어버렸다고 슬퍼했던 그 인형.

“지아…?”

그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 시신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아니었다. 지아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곰 인형은? 지아의 것이 분명했다.

지훈은 주변을 더욱 필사적으로 수색했다. 그리고 마침내, 폐허가 된 통제실에서 낡은 데이터 패드를 발견했다. 전원을 켜자, 희미한 빛과 함께 마지막 기록이 재생되었다.

—…날짜: 2147년 10월 23일. 에덴 프로젝트는 실패했다. 외부의 방사능 오염은 예측보다 심각했고, 내부 정화 시스템은 한계에 달했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변이된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시작했다. 이 바이러스는 세포를 서서히 파괴하며…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약물을 모든 생존자에게 배포했다. 마지막 생존자들도 곧 잠들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하지만 외부에서 온 어린이 생존자 그룹이 있었다. 그 아이들은 아직 감염되지 않았고, 마지막 희망을 찾아 서쪽으로 향했다… —

음성은 거기서 끊겼다. 지훈은 데이터 패드를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에덴은 생존자 거점이 아니라 죽음을 택한 자들의 무덤이었다. 그리고 지아는… 지아는 이곳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서쪽으로 향했다는 기록.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서쪽. 지아는 살아 있었다. 그리고 서쪽으로 갔다.

그는 곰 인형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이곳에 더 오래 머물다가는 그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지훈은 에덴을 뒤로하고 다시 붉은 황야로 나섰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뜨거운 바람이 그의 뺨을 스쳤지만, 더 이상 그의 발걸음은 절망에 묶여 있지 않았다. 곰 인형을 든 그의 손에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서쪽. 지아가 향한 곳. 그곳에 희망이 있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방향을 잃은 떠돌이가 아니었다. 새로운 목적지가, 그리고 그곳에 있을지 모르는 지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끝없는 황야 위로, 지훈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그의 여정은 이제 막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