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에피소드 대본: 흩어진 풀, 타오르는 들불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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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어둠 속 한 줄기 빛]**
**#1. 컷**
(어둠이 짙게 깔린 산골 마을.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겨울바람에 흔들린다. 저 멀리, 황량한 들판에 간간이 보이는 사람 그림자들이 흙먼지와 함께 움직인다. 희미한 달빛이 그들의 고단한 등에 드리워진다. 마을 전체가 깊은 한숨을 쉬는 듯 고요하다.)
**내레이션 (무명):**
이곳은 천룡 제국의 변방, 달빛 마을.
한때는 달빛처럼 고요하고, 들꽃처럼 평화로운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달빛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들꽃은 시들어 사라졌다.
제국의 그림자가 드리운 이 땅에… 더 이상 빛은 없었다.
**#2. 컷**
(낡은 초가집 마루에 쭈그려 앉아, 맨손으로 흙바닥을 헤집는 소년의 뒷모습.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손가락 사이로 거친 흙이 스르륵 흘러내린다. 소년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 어깨에 얹힌 세상의 무게가 느껴진다. 옆에는 헐렁한 옷을 입은 어린아이 하나가 흙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아이:**
아저씨… 흙 말고, 밥은 언제 먹어요? 배고파요…
**#3. 컷**
(소년, 무명(無名)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스무 살 남짓한 얼굴에는 때 묻은 먼지와 피로가 가득하다. 굳게 다문 입술, 그러나 흔들리는 눈빛. 그는 아이의 질문에 답할 수 없다. 그저 고개를 숙일 뿐.)
**무명 (속마음):**
밥이라니… 이 흙으로, 어떻게 밥을 만든단 말이냐…
어미 잃은 저 아이에게… 난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4. 컷**
(마을 어귀, 낡은 우물가. 늙은 할머니 한 분이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우물물을 길어 올리다,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쓰러진다. 곁에 있던 젊은 여인이 놀라 달려가 할머니를 부축한다. 물동이가 깨져 물이 흙바닥에 스며든다.)
**여인:**
할머니! 괜찮으세요? 정신 좀 차려 보세요!
**할머니 (힘없이):**
콜록… 콜록… 으으… 힘이… 힘이 없구나…
이놈의 제국… 피를 말려 죽이는구나…
**#5. 컷**
(마을을 가로지르는 비포장도로. 황량한 풍경 위로, 수레에 실린 곡식 가마니들이 끝없이 이어져 간다. 수레를 끄는 것은 말 대신 지친 마을 사람들. 그들 뒤를 관군(官軍) 몇 명이 채찍을 휘두르며 감시한다.)
**관군 1:**
어이, 이놈들! 게으름 피울 생각 마라! 황제 폐하께 바칠 진상미가 늦어지면, 네놈들 목이 달아날 줄 알아!
**관군 2:**
더 빨리 움직여! 당장 이 수레를 강하진으로 옮겨야 해!
**내레이션 (무명):**
수확의 계절이 끝나고 겨울이 오면, 우리는 제국에 모든 것을 바쳐야 했다.
어떤 해에는 곡식을, 어떤 해에는 가족의 팔다리를 바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숨 쉬는 노예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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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제국의 폭력]**
**#6. 컷**
(갑자기 멀리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쿵, 쿵, 쿵… 그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마을 사람들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마을 주민 1:**
또… 또 왔는가…
**마을 주민 2:**
제발… 제발 오늘은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7. 컷**
(흑영(黑影)이라는 깃발을 단 관군 무리가 먼지를 일으키며 마을 어귀에 들이닥친다. 말을 탄 장교가 제일 앞에 서 있다. 그의 얼굴은 차가운 강철 가면처럼 무표정하다. 눈빛은 사납다. 붉은색 갑옷이 섬뜩하게 빛난다.)
**흑영 장교:**
달빛 마을 이장! 당장 나와라!
**#8. 컷**
(덜덜 떨며 앞으로 나서는 늙은 이장. 그는 이미 허리가 굽어 땅만 쳐다본다.)
**이장:**
네, 네… 소인이옵니다… 흑영 장군님…
**흑영 장교:**
(말에서 내려서며)
이번 달 공물은 왜 이리 적으냐? 고작 이 정도 양으로 황궁의 진상미를 채우겠다더냐? 네놈들이 감히 황실을 기만하는 것이냐!
**이장:**
장군님… 송구하오나… 올해는 날씨가 가물어… 수확량이 절반도 되지 못했사옵니다… 마을 백성들이 모두 굶주리고 있어…
**#9. 컷**
(말이 끝나기도 전에 흑영 장교가 손에 든 채찍을 휘둘러 이장의 뺨을 후려친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이장은 바닥에 고꾸라진다. 붉은 피가 입가에 번진다.)
**흑영 장교:**
시끄럽다! 핑계는!
날씨 탓을 하면 황궁의 어르신들이 밥을 먹여주기라도 한단 말이냐?
당장 부족한 양을 채워 넣어라! 없으면 집을 뒤져서라도 찾아내라!
**#10. 컷**
(관군들이 마을 사람들의 집으로 들이닥친다. 문이 부서지는 소리, 그릇이 깨지는 소리,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뒤섞여 아비규환을 이룬다. 무명은 숨어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주먹을 꽉 쥐어 손톱이 살을 파고든다.)
**무명 (속마음):**
저 개만도 못한 놈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우리는… 우리는 그저 살아남고 싶었을 뿐인데…!
**#11. 컷**
(관군 하나가 무명 곁에 있던 어린아이의 엄마에게 달려든다. 그녀가 겨우 숨겨둔 낡은 보따리를 빼앗으려 한다.)
**아이 엄마:**
안 돼요! 이건… 이건 저희 아이가 먹을… 남은 식량이에요! 제발!
**관군 3:**
시끄러워! 네놈들이 식량을 숨겨놓으니 공물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
(그녀를 거칠게 밀쳐낸다. 아이 엄마가 쓰러지며 흙바닥에 머리를 찧는다. 아이가 놀라 울음을 터뜨린다.)
**#12. 컷**
(무명의 눈이 크게 뜨인다. 그의 머릿속에서 뭔가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무명 (이를 악물고):**
크으으…
**#13. 컷**
(무명이 앞으로 뛰쳐나가 관군 3의 팔을 붙잡는다. 어설프지만 온 힘을 다한 몸부림이었다.)
**무명:**
이 더러운 놈아! 당장 그 손 떼라!
**관군 3:**
(황당한 듯 무명을 쳐다본다)
뭐야, 이 시골뜨기 놈은? 감히 관군에게 대들어?
**#14. 컷**
(관군 3이 무명의 뺨을 세게 때린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무명이 나가떨어진다. 입술이 터지고 핏물이 배어 나온다. 무명은 쓰러진 채로도 아이 엄마와 아이를 노려보는 관군을 향해 주먹을 든다.)
**무명:**
너 같은 놈들 때문에…! 너희 같은 제국의 개돼지들 때문에…! 우리가… 우리가 죽어가고 있다고!
**#15. 컷**
(흑영 장교가 이 광경을 보고 비웃음 섞인 표정으로 다가온다. 그에게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흑영 장교:**
하! 고작 일개 평민 주제에 감히 황실에 대들다니.
네놈의 용기가 가상하구나. 허나, 그 용기는 네놈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손짓하자, 관군들이 무명에게 달려들어 그를 꿇어앉힌다.)
**#16. 컷**
(흑영 장교가 무명의 머리채를 잡아 올린다. 무명의 눈은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하다. 흑영 장교는 싸늘하게 웃으며 무명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흑영 장교:**
명심해라. 이 제국의 주인은 황실이요, 너희는 그저 황실의 발밑을 기는 개미떼일 뿐이다.
네놈들의 비참한 목숨은 언제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짓밟아버릴 수 있지.
(그의 손에서 날카로운 비수가 번개처럼 튀어나와 무명의 뺨을 스친다. 피가 주르륵 흐른다.)
**흑영 장교:**
오늘의 교훈을 잊지 마라. 미천한 것들은 감히 발톱을 드러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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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절망 속 한 조각 희망]**
**#17. 컷**
(관군들이 약탈한 곡물과 재물을 싣고 마을을 떠난다. 그들의 뒤에는 폐허가 된 집들, 울부짖는 아이들, 쓰러진 노인들이 남았다. 무명은 흙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다. 그의 눈은 텅 비어 있다.)
**무명 (속마음):**
이게…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인가?
매번 이렇게 당하고… 매번 이렇게 빼앗기고…
과연… 이 비참한 삶이 끝나는 날은 올까…?
어쩌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평민인 우리는…
그저 죽어가는 것이 맞는 건지도 모른다…
**#18. 컷**
(누군가 무명의 곁에 다가온다. 부드럽고 잔잔한 향내가 느껴진다. 매화 가지를 꽂은 비녀를 한 여인의 손이 무명의 어깨에 닿는다. 그녀는 고요하고 깊은 눈빛으로 무명을 내려다본다. 그녀의 얼굴은 주름졌지만, 지혜와 평온함이 서려 있다. 그녀는 마을의 현자, 매화(梅花) 할머니였다.)
**매화:**
(나지막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진정 그리 생각하느냐, 아이야.
**#19. 컷**
(무명이 고개를 들어 매화를 바라본다. 그의 눈에 처음으로 작은 빛이 스며든다.)
**무명:**
할머니… 저희는… 저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제국은 거대한 산과 같고… 저희는 그 산 아래의 먼지보다도 미약합니다…
어떻게… 어떻게 저들을 이길 수 있단 말입니까…
**#20. 컷**
(매화가 무명의 상처 난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그녀의 손길은 따뜻하다.)
**매화:**
거대한 산이라…
하하… 그래, 너희는 지금 한 줌의 흙처럼 미약하겠지.
하지만… 이 산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아느냐?
바로, 수억만 개의 작은 흙과 돌멩이가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21. 컷**
(매화가 자신의 품에서 낡고 해진 천 조각을 꺼낸다. 천에는 먹으로 그려진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단순하지만 어딘가 굳건한 형상이었다.)
**매화:**
너는 지금 그저 한 줌의 흙일 뿐이다.
홀로 흩어져 있으면 바람에도 쉽게 날아가 버릴 약한 존재.
하지만 그 흙들이 모여 단단한 땅이 되고…
그 땅 위로 뿌리내린 풀들이 서로를 지탱하면…
**#22. 컷**
(매화가 천 조각을 무명의 손에 쥐여준다. 무명의 눈빛이 점점 강렬해진다. 천 조각에 그려진 문양이 마치 그의 심장처럼 두근거리는 듯하다.)
**매화:**
흩어진 풀처럼 보일지라도…
모이면… 거대한 들불이 되어 산을 태울 수도 있는 법.
네 안에 타오르는 분노의 불씨가… 언젠가 제국을 삼킬 들불이 될지 누가 알겠느냐.
**#23. 컷**
(무명의 얼굴 클로즈업. 그의 눈은 더 이상 절망에 물들지 않았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뜨거운 결의가 깃들어 있다. 굳게 다문 입술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무명 (속마음):**
들불…
그래… 흩어진 풀…
우리가… 우리가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들불이 될 수 있단 말인가…?
**#24. 컷**
(매화가 멀리 황량한 산맥 너머를 가리킨다. 그곳에는 희미하게 보이는 봉우리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매화:**
저곳, 천비봉(天飛峰)에 가면…
너와 같은 마음을 품은 이들이 모여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있단다.
가거라, 무명. 너는 더 이상 이름 없는 자가 아니다.
네 안에 싹튼 그 작은 불씨를… 들불로 키워낼 기수가 될지니.
**#25. 컷**
(무명이 매화 할머니가 준 천 조각을 굳게 쥐고 일어선다. 그의 등 뒤로 해가 떠오르며 그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강철 같았다. 어제의 나약했던 무명은 사라졌다. 이제 그는, 들불의 시작이다.)
**내레이션 (무명):**
나는 더 이상 흩어지는 풀잎이 아니다.
이름 없는 백성들의 고통을 등에 지고, 제국의 어둠에 맞서 싸울…
들불의 시작이 되리라.
**#26. 컷**
(어두운 하늘 아래, 홀로 서 있는 무명의 실루엣. 그 위로 ‘흩어진 풀, 타오르는 들불’이라는 제목이 강렬하게 떠오른다.)
**— 1화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