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고요한 우주. 검은 벨벳 위에 수억 개의 다이아몬드를 흩뿌려 놓은 듯, 별들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인간의 눈으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광대한 어둠 속을, 인류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우주선, ‘아레스 호’가 유유히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깊은 고독과 경외감이 교차할 풍경이었으나, 지금 아레스 호의 함교에는 어딘가 미묘한 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함장님, 재차 확인했지만, 여전히 동일한 신호입니다. 비정상적인 에너지 패턴이구요. 자연 발생 현상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완벽한 규칙성을 띠고 있습니다.”

과학 담당 한지아 박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함교 중앙의 홀로그램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스크린에는 기하학적인 도형처럼 정확하고 반복적인 에너지가 심우주의 한 지점에서 발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프가 파동치고 있었다.

“완벽한 규칙성이라… 음.”

강하준 함장은 턱을 쓸었다. 그의 표정은 좀처럼 읽히지 않았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아레스 호의 함장을 맡았을 정도로 유능하지만, 원칙과 규율을 중시하는 그의 성정은 때때로 주변 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들곤 했다. 특히 자유분방한 한지아 박사와는 상극에 가까웠다.

“규칙성을 띠는 에너지 패턴은 인공적인 것일 확률이 높습니다, 함장님. 그것도 우리 인류의 기술로는 감히 흉내 내기 어려운 수준의….” 지아는 흥분으로 들뜬 목소리를 애써 가라앉히며 말했다.

그때, 조종석에 앉아 있던 이현우 대원이 나른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외계 문명일까요? 드디어 저도 외계인과 셀카 찍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건가요?”

현우는 아레스 호의 조종사이자 엔지니어였다. 타고난 낙천주의자에 능글맞은 성격은 딱딱한 함교 분위기를 종종 환기시키곤 했지만, 하준 함장에게는 그저 ‘불필요한 사담’일 뿐이었다.

“이현우 대원, 불필요한 사담은 금지다.” 하준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앗, 죄송합니다, 함장님. 하지만 ‘우주선 승무원의 정신 건강을 위한 즐거운 상상’은 허용 범위 내 아닌가요?” 현우는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지아는 현우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하준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한 박사, 해당 에너지원의 위치까지 얼마나 걸리지?” 하준은 현우의 말을 무시하고 지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 속도로… 약 3시간 27분 예상됩니다.” 지아는 재빨리 계산했다.
“3시간… 현우 대원, 해당 좌표로 이동 준비해라. 접근은 신중하게, 비상 상황에 대비한 전력 충전은 필수다.” 하준은 단호하게 명령했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드디어 지루한 우주 여행에 액션 블록버스터 한 편 찍는 건가요?” 현우는 흥얼거리며 조종간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아레스 호는 조용히 방향을 틀었다. 미지의 신호를 향해 나아가는 우주선 안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한 경계심과,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발견에 대한 기대감이 뒤섞여 승무원들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었다.

***

3시간여의 비행 끝에, 아레스 호는 마침내 미지의 에너지원이 발산되는 지점에 도착했다. 함교의 모든 스크린에는 경계 경보가 깜빡이고 있었다.

“함장님, 예상했던 지점입니다. 시야 확보.” 지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인 스크린에 ‘외부 카메라’를 띄우도록 지시했다.

화면 가득 펼쳐진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세상에….” 지아의 입에서 넋 나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현우는 휘파람을 길게 불었다. “와우… 이건 정말… 외계인 예술 작품인가요?”

어둠 속, 아레스 호의 전방에는 지름이 약 2미터쯤 되어 보이는 거대한 구(球) 형태의 물체가 정지해 있었다. 그것은 금속도, 암석도 아닌, 투명한 듯 불투명한 미묘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표면은 끊임없이 다채로운 빛깔로 일렁였는데, 마치 살아 숨 쉬는 유기체 같기도 했고, 우주를 압축해 놓은 작은 결정체 같기도 했다. 주변의 별빛을 빨아들이는 듯했다가도, 이내 찬란한 무지갯빛을 뿜어내며 보는 이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에너지 패턴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아는 경고했다. 그녀의 데이터 패드가 요란하게 경보음을 울렸다.
“접근 금지! 현우 대원, 즉시 후진해!” 하준은 급박하게 명령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구형 물체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의 파동이 갑자기 강렬하게 번쩍이더니, 아레스 호를 향해 순식간에 뻗어 나왔다. 마치 실크 같은 부드러운 빛의 줄기가 우주선 선체를 감싸는 듯했다.

“젠장! 실드 올려! 전력 최대치로!” 하준은 소리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빛의 파동에 의해 흔들리는 함교의 진동에 묻혀버렸다.

“안 됩니다, 함장님! 실드가 반응하지 않아요! 마치… 무해한 빛처럼 통과해 버려요!” 현우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선체는 크게 한번 흔들렸고, 동시에 함교 내부의 모든 전등이 순간적으로 깜빡였다. 그리고 그 빛의 줄기가 아레스 호를 감싼 직후,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구형 물체는 여전히 그 자리에 고요히 떠 있었고, 빛의 파동도 사라진 뒤였다.

“무슨… 무슨 일이야?” 하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함장님. 모든 시스템 정상….” 현우는 당황한 얼굴로 보고했다.

지아는 자신의 데이터 패드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에너지 패턴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하준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함선 내부 스캔! 혹시 침입 흔적은 없는지 확인해!”

그때였다. 함교 중앙의 메인 스크린에, 난데없이 알림창이 팝업되었다.
새로운 메시지: [미지의 언어] 번역 중… [번역 완료]
메시지 내용: **’인류의 후손들이여, 드디어 만났군! 첫 만남을 기념하여,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

승무원들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외계 문명의 인사치레인가? 아니면… 낚시인가?

그리고 그 순간, 함교 스크린이 다시 한번 번쩍이더니, 화면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스크린에는 우주선의 내부 카메라 영상이 떠올랐는데, 가장 먼저 비춰진 곳은 바로… 아레스 호의 함장실이었다.

함장실의 깔끔한 침대 위에는, 분홍색 리본으로 예쁘게 포장된, 손바닥만 한 상자가 놓여 있었다. 상자 옆에는 반짝이는 카드가 놓여 있었는데, 확대된 화면으로 보니 카드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솔로 탈출을 위한 인류 최종병기, 로맨스 지침서! 부디 당신의 외로움을 치유해 주기를!’**

함교 안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건 현우의 참지 못하는 웃음소리였다. “푸하하하! 함장님, 이거 대박인데요? ‘솔로 탈출 최종병기’라니! 이거 함장님 맞춤 선물 아닌가요?”

현우는 웃겨 죽겠다는 듯 배를 잡았다. 하준의 얼굴은 토마토처럼 새빨개졌다.
“이현우 대원! 지금 당장 함장실로 가서 저 물건을 회수해 와! 그리고… 당장 정지하지 못하나!”
지아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어깨는 이미 들썩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함장님… 저 유물… 어쩌면 저희의… 연애 세포를 깨우러 온 걸지도 모르겠네요.” 지아가 간신히 웃음을 참고 말했다.

하준은 이를 악물었다. 심우주에서 발견한 외계 유물이라니, 인류사에 길이 남을 발견이 아닌가! 그런데 그 첫 메시지가 ‘솔로 탈출 최종병기’라니! 게다가 그걸 자신의 함장실에 ‘배송’해놨다니!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너무나도 불쾌하고,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기묘하게 로맨틱한(?) 상황이었다.
과연 아레스 호는 이 ‘외계인 로맨스 지침서’ 때문에 어떤 우주적 로맨틱 코미디를 펼치게 될 것인가? 하준 함장의 이마에는 핏줄이 섰다. 이제 막 서막이 오르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