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브라스턴의 기계장치 수수께끼

**시놉시스:**
증기와 톱니바퀴가 지배하는 도시, 브라스턴. 그곳에서 가장 명망 높은 발명가 중 한 명인 알베르트 경이 자신의 저택 서재에서 살해당한다. 사건 현장은 완벽한 밀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유일한 단서는 피해자의 목에 박힌 정교한 금속 다트뿐.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절규할 때, 브라스턴의 그림자 속에 숨겨진 천재 탐정, 율리안 카이가 등장한다. 그는 특유의 냉철한 시선과 기계적인 통찰력으로 이 불가능한 살인 사건의 톱니바퀴를 하나하나 맞춰나가기 시작한다. 과연 율리안은 증기와 강철로 엮인 이 미스터리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장면 1: 브라스턴의 심장 박동**

**[오프닝 크레딧]**
* 증기 기관의 웅장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 화면 가득 채워진다.
* 황동과 강철로 지어진 마천루들이 안개 속에서 솟아오르고, 건물 사이를 잇는 복잡한 파이프 라인에서는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 하늘에는 거대한 비행선들이 유유히 떠다니고, 지상에서는 증기 마차가 굉음을 내며 질주한다.
* 곳곳에 설치된 가스등이 도시의 밤을 주황빛으로 물들인다.
* ‘율리안 카이: 증기 미스터리’라는 타이틀이 톱니바퀴와 함께 나타났다 사라진다.

**[SCENE 01: 율리안의 작업실]**

**[시간]** 늦은 오후, 해질녘
**[장소]** 브라스턴 뒷골목, ‘카이 기계 공방 겸 탐정 사무소’

**[FADE IN]**

**[화면]**
고풍스러운 황동색 작업등 아래, 톱니바퀴, 스프링, 정체불명의 금속 부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작업대 한가운데에는 섬세한 기계장치 하나가 해체된 채 놓여있고, 한 남자가 작은 돋보기를 눈에 박고 부품 하나하나를 응시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날카로운 턱선과 높은 콧대를 가졌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 눈빛은 기계의 움직임처럼 정확하고 냉철해 보인다. 낡았지만 잘 정돈된 코트에는 여러 개의 작은 톱니바퀴 장식이 달려있고, 손가락에는 닳고 닳은 가죽 장갑이 끼워져 있다. 그의 이름은 율리안 카이.

**[화면]**
율리안의 맞은편, 조그만 의자에 앉아 지루한 표정으로 펜을 돌리고 있는 젊은 여성이 보인다. 그녀는 필기구를 든 채 율리안을 힐끗거린다. 그녀의 이름은 레나. 신문사 견습 기자이자 율리안의 유일한 조수다.

**레나 (독백, 나레이션)**
(지루한 듯 한숨을 쉬며)
오늘도 그랬다. 브라스턴의 새벽을 깨우는 증기기관의 굉음과 함께 율리안 카이 씨의 하루는 시작된다. 그리고 나의 하루도. 내 주된 임무는 이 괴짜 탐정님의 기상천외한 발상들을 글로 옮기는 것이지만… 때로는 이게 일인지 고행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SOUND]**
작은 톱니바퀴가 ‘딸깍’ 하고 맞춰지는 소리.
증기기관의 멀리서 들려오는 웅장한 ‘쉬이이익, 쿵-!’ 소리.

**율리안**
(돋보기를 내리고 해체된 장치를 조립하기 시작하며)
레나, 오늘 브라스턴 항구에 입항할 예정이던 에어십 ‘천공의 비둘기’ 호가 예정 시간보다 세 시간 늦어진 이유를 알고 있나?

**레나**
(펜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
글쎄요? 안개 때문에 시계탑 측량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던데요? 신문에도 그렇게 실렸고요.

**율리안**
(피식 웃으며)
신문은 언제나 진실의 절반만을 보여주지. 아니, 때로는 그 절반조차도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일 때가 많아. ‘천공의 비둘기’ 호의 지연은 기계식 항해 시스템의 아주 미세한 오작동 때문이었어. 수압 계기판의 연결 부품 하나가 마모되어 발생한 압력 손실. 그로 인해 속도가 미세하게 줄었고, 그 미세한 오차가 누적되어 세 시간이라는 지연으로 이어진 거지.

**레나**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방금… 항구에 갔다 오신 것도 아니잖아요?

**율리안**
(새로운 부품을 끼워 넣으며)
브라스턴의 모든 기계는 마치 거대한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지. 기계 공학과 역학의 원리만 정확히 이해한다면, 멀리서도 도시의 맥박을 읽을 수 있지. 오늘 오후, 북서풍의 미묘한 변화와 항구 증기 타워에서 평소와 다른 간헐적인 증기 방출음을 감지했지. 그리고 그것이 ‘천공의 비둘기’ 호의 항로와 겹쳤을 때…

**레나**
(입이 떡 벌어진다)
말도 안 돼… 그저 소리만 듣고 그걸 다 아셨다는 말씀이세요?

**율리안**
(어느새 복잡한 장치 하나를 완성하고 시험 가동시킨다. 장치에서 ‘왱-!’ 하는 정교한 소리와 함께 작은 프로펠러가 돌아간다)
아니, 말 되는 소리다. 이제 됐군.

**[SOUND]**
사무실 문이 ‘쾅쾅’ 요란하게 두드려지는 소리.

**레나**
(깜짝 놀라며)
누구… 누구세요!

**[화면]**
문이 거칠게 열리고, 헉헉거리는 한 남자 경위가 급히 들어선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고, 제복은 먼지로 얼룩져 있다.

**경위 (헐떡이며)**
율리안… 율리안 카이 씨! 드디어 찾았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율리안**
(차분하게 작업등을 끄고 경위를 바라본다)
큰일이라… 자네의 맥박이 평소보다 분당 20회 이상 빠르게 뛰고, 땀샘이 과도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큰일이 아니라 자네의 경위 생활 중 가장 난감한 사건이 발생했음이 틀림없군. 무슨 일인가?

**경위**
(숨을 고르며)
알베르트 경… 알베르트 드 브라스턴 경이 살해당했습니다! 저… 저택에서!

**레나**
(소리 없이 경악하며 입을 가린다)
알베르트 경이요? 브라스턴 최고의 발명가이자… 시의원까지 지낸 그분이요?

**율리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여민다)
알베르트 경이라… 흥미롭군. 기계공학의 대가답게, 자신의 죽음마저도 하나의 정교한 기계장치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겠지. 서재겠군.

**경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맞습니다! 서재입니다! 완벽한 밀실에서…

**율리안**
(경위의 말을 끊고 레나에게 손짓한다)
레나, 필기 도구를 챙겨. 이제부터 신문에 실릴 아주 흥미로운 기사를 쓰게 될 테니.

**레나**
(황급히 수첩과 펜을 챙기며)
네, 율리안 씨!

**[FADE OUT]**

**장면 2: 기계 장치 저택의 비극**

**[SCENE 02: 알베르트 경의 저택 외부]**

**[시간]** 밤
**[장소]** 브라스턴 귀족 지구, 알베르트 경의 저택

**[FADE IN]**

**[화면]**
어둠 속에서 웅장하게 솟아오른 알베르트 경의 저택이 보인다. 고풍스러운 고딕 양식에 증기 파이프와 톱니바퀴 장식들이 곳곳에 박혀있어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인상을 준다. 저택 주변에는 경찰 병력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가스등 불빛 아래로 불안한 그림자들이 길게 늘어져 있다. 저택 위로는 거대한 증기 시계탑이 우뚝 솟아있고,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딸깍, 딸깍’ 소리가 밤의 정적을 가른다.

**[SOUND]**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증기 파이프에서 간헐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증기 소리.
경찰들의 부산한 발자국 소리.

**레나 (독백)**
알베르트 드 브라스턴 경. 브라스턴 발전의 초석을 다진 위대한 발명가이자, 도시의 기계 문명을 한 단계 끌어올린 천재. 그의 저택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기계 장치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거대한 기계의 심장이 지금 멈춰버린 것이다.

**[화면]**
율리안과 레나가 경위를 따라 저택의 정문으로 향한다. 율리안은 주변을 훑어보며 미세한 기계 소리나 공기 흐름의 변화를 감지하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경위**
(안절부절못하며)
피해자는 알베르트 경입니다. 오늘 저녁 8시경, 저택 사용인인 메리 부인이 서재에서 발견했습니다.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율리안**
(시계탑을 올려다보며)
8시라… 자정까지 아직 네 시간 남았군. 메리 부인은 무엇을 하러 서재에 갔는가?

**경위**
저녁 식사 준비 때문에 여쭤볼 말씀이 있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서재 문을 잠그지 않으셨는데, 오늘은 잠겨 있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율리안**
(흥미로운 듯 눈썹을 살짝 올린다)
잠겨 있었다…

**[화면]**
저택의 넓은 홀로 들어선다. 홀은 거대한 톱니바퀴 문양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웅장한 증기 오르간으로 장식되어 있다. 계단 위쪽에서는 두 명의 남녀가 불안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경위**
(계단을 가리키며)
저기… 저분들이 용의자… 아니, 참고인들입니다. 알베르트 경의 조카 엘리자베스 양과, 알베르트 경의 수석 조수였던 빅토르. 그리고 사용인 메리 부인은 주방에 있습니다.

**[화면]**
엘리자베스가 차가운 눈빛으로 율리안 일행을 응시한다. 그녀는 고풍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경직된 분위기를 풍긴다. 그녀 옆의 빅토르는 다소 초조한 표정으로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 그의 옷차림은 작업복 차림으로, 기름때가 묻어 있다.

**레나**
(엘리자베스와 빅토르를 번갈아 보며 속삭인다)
저 사람들이… 범인일까요?

**율리안**
(피식 웃으며)
범인이라면… 저렇게 대놓고 불안감을 드러내지 않겠지. 최소한 내가 기대하는 수준의 지능범이라면 말이야. 아직은 단순히 불안한 증인들일 뿐이다.

**[SOUND]**
복도 끝에서 ‘철컥’ 하는 문 여는 소리.

**[화면]**
경위가 복도 끝 서재 문을 열자, 희미한 가스등 불빛이 새어 나온다. 안에서는 수사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위**
들어오시죠. 현장입니다.

**[FADE OUT]**

**장면 3: 완벽한 밀실**

**[SCENE 03: 서재 내부]**

**[시간]** 밤
**[장소]** 알베르트 경의 서재

**[FADE IN]**

**[화면]**
서재 내부는 온통 기계장치와 책, 그리고 희귀한 발명품들로 가득 차 있다. 한쪽 벽면에는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책장들이 빼곡하고, 다른 쪽 벽면에는 복잡한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거대한 세계 지도가 걸려 있다. 책상 위에는 증기 압력으로 작동하는 듯한 필기구와 정교한 망원경이 놓여 있다. 가스등이 어스름하게 비추는 가운데, 알베르트 경이 책상에 엎드린 채 미동도 없다. 그의 목에는 작고 날카로운 금속제 다트 하나가 박혀 있다.

**[SOUND]**
조용한 서재 안, 수사관들의 낮은 발자국 소리.
율리안이 숨을 들이쉬는 미세한 소리.
가스등의 미약한 ‘쉬익’ 하는 소리.

**레나 (독백)**
서재는 마치 발명가의 거대한 머릿속과 같았다. 무수한 아이디어와 지식, 그리고… 죽음.

**율리안**
(문턱에 서서 서재 안을 조용히 응시한다. 그의 시선은 문에서부터 창문, 천장, 그리고 바닥까지 훑어 내려간다)
문은?

**경위**
(율리안의 뒤에서 조심스럽게 설명한다)
안에서 이중으로 잠겨 있었습니다. 육중한 황동 빗장이 걸려 있었고, 열쇠는… 피해자의 주머니에서 나왔습니다.

**[화면]**
율리안이 문 안쪽의 황동 빗장을 확대해서 본다. 빗장은 굳게 걸려 있고, 그 옆의 열쇠 구멍은 텅 비어 있다.

**율리안**
창문은?

**경위**
모두 안에서 걸쇠로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밖에서 침입한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깨진 유리 조각도 없고, 틈도 없습니다. 환풍구도 사람이 드나들기에는 턱없이 작습니다. 굴뚝은 아예 존재하지 않고요.

**[화면]**
율리안이 창문으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창틀을 쓰다듬는다. 창문은 안에서 쇠창살이 박혀 있고, 그 안쪽으로 걸쇠가 굳게 잠겨 있다. 창문에는 미세한 먼지조차 흐트러진 흔적이 없다.

**율리안**
(천천히 방 중앙으로 걸어간다. 그의 눈은 마치 기계처럼 모든 것을 스캔한다)
살인 시각은?

**경위**
검시관의 소견으로는 대략 저녁 7시에서 7시 30분 사이로 추정됩니다.

**율리안**
(알베르트 경의 시신 앞에 선다. 죽은 알베르트 경의 얼굴은 평온해 보이지만, 목에 박힌 다트가 끔찍한 진실을 말해준다)
피해자는 무엇으로 살해당했지?

**[화면]**
율리안의 시선이 알베르트 경의 목에 박힌 다트에 고정된다. 다트는 손가락 한 마디 길이의 정교한 금속 공예품처럼 보이며, 끝은 날카로운 뾰족이 달려있다. 미세한 톱니바퀴 문양이 새겨져 있다.

**경위**
이 금속 다트입니다. 검시 결과, 독극물이 발라져 있었고… 순식간에 효과를 발휘한 것 같습니다. 외부에서 던져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트가 박힌 각도도 그렇고…

**율리안**
(무릎을 꿇고 알베르트 경의 손과 주변 바닥을 면밀히 살핀다)
주변에 다른 단서는? 흉기는?

**경위**
전혀 없습니다. 이 다트 외에는 말이죠. 방을 샅샅이 뒤졌습니다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화면]**
율리안이 바닥에 엎드려 먼지를 자세히 관찰한다. 그의 돋보기가 바닥의 미세한 흠집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비춘다. 그는 아주 작은,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금속 파편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집어 올린다.

**율리안**
(손바닥 위의 파편을 응시하며 중얼거린다)
흠… 이건…

**레나**
(율리안의 옆에 쪼그려 앉아 그가 발견한 것을 보려 한다)
그게 뭐예요, 율리안 씨?

**율리안**
(대답 없이 파편의 미세한 톱니를 손가락으로 만져본다)
이 방은 완벽한 밀실이군. 범인은 이 방에 들어와 알베르트 경을 살해했고,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방을 나갔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도 안에서 잠겨 있었다. 마치… 유령이 이 모든 것을 저지른 것 같군.

**경위**
(난감한 표정으로)
그래서 저희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체 어떻게…

**율리안**
(자리에서 일어나 방 전체를 한 번 더 훑어본다. 그의 눈이 책장 사이의 거대한 시계, 천장의 복잡한 환기 시스템, 그리고 벽에 걸린 장식품들을 응시한다)
유령은 없어, 경위. 이 방에는 오직 증기와 강철로 만들어진 메커니즘만이 존재할 뿐이지. 그리고 그 메커니즘을 움직인 건… 인간이다.

**[화면]**
율리안의 시선이 방 한가운데 놓인, 증기 압력으로 작동하는 듯한 거대한 천문 시계에 고정된다. 시계는 복잡한 황동 톱니바퀴들과 유리 구슬들로 장식되어 있고, 그 안에서는 작은 증기들이 ‘쉬이익’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다.

**율리안**
(시계로 다가가 그 표면을 손으로 쓸어본다. 그의 얼굴에 미세한 미소가 떠오른다)
정교하게 만들어졌군. 하지만… 모든 기계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지.

**레나 (독백)**
그때 율리안 씨의 눈빛은 마치 거대한 미궁의 입구를 발견한 탐험가 같았다. 그는 이미 이 완벽해 보이는 밀실의 어디선가, 아주 작은 톱니바퀴 하나가 어긋나 있음을 직감한 것 같았다.

**[FADE OUT]**

**장면 4: 용의자들의 톱니바퀴**

**[SCENE 04: 저택 거실]**

**[시간]** 밤, 자정 무렵
**[장소]** 알베르트 경의 저택 거실

**[FADE IN]**

**[화면]**
웅장하지만 어딘가 으스스한 분위기의 거실. 증기 오르간이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고, 벽난로에서는 불꽃이 희미하게 타오른다. 엘리자베스, 빅토르, 메리 부인이 따로 떨어져 앉아 초조한 표정으로 율리안을 기다리고 있다. 레나는 테이블에 앉아 그들의 표정을 살피며 필기를 준비한다.

**[SOUND]**
벽난로의 ‘타닥타닥’ 불꽃 소리.
증기 시계의 ‘째깍째깍’ 소리.

**율리안**
(서재에서 나와 거실로 들어선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하지만, 눈빛은 예리하다)
세 분이 알베르트 경과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이겠군요.

**엘리자베스**
(차가운 목소리로)
가까웠다고 말하기는 어렵겠군요. 그저… 혈연 관계일 뿐입니다. 저택에 방문한 건 오랜만이었어요. 유산 문제로 잠시 들렀다가… 이런 일을 당하다니.

**율리안**
(엘리자베스를 바라보며)
유산 문제라.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엘리자베스**
(경멸하는 듯 혀를 찬다)
알베르트 경은 생전 자신의 모든 재산과 발명 특허를 브라스턴 시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의 유일한 혈육입니다. 그분은 가족에게 마땅히 돌아갈 몫을 무시하려 했죠. 저는 오늘 그 문제로 그와 논쟁하기 위해 왔습니다.

**율리안**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 저택에 도착했습니까?

**엘리자베스**
오후 6시경. 식사 전까지 서재에서 알베르트 경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7시쯤, 언쟁이 길어져서 저는 제 방으로 돌아와 쉬고 있었습니다. 메리 부인이 부르러 오기 전까지요.

**[화면]**
율리안이 이번에는 빅토르를 바라본다. 빅토르는 안절부절못하며 시선을 피한다.

**율리안**
빅토르 씨, 알베르트 경의 수석 조수였다고 들었습니다.

**빅토르**
(어깨를 움츠리며)
네… 저는 그의 모든 프로젝트를 보좌했습니다. 그의 천재성을 가장 가까이서 본 사람이죠.

**율리안**
살인 시각 추정인 7시에서 7시 30분 사이,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빅토르**
(말끝을 흐리며)
저는… 저는 지하실 작업실에 있었습니다. 신형 증기 터빈 모델의 미세 조정 작업을 하고 있었죠. 소음이 심해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율리안**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하실 작업실은 방음 시설이 완벽합니까?

**빅토르**
아, 아니요… 하지만… 저는 헤드폰을 착용하고 있었고, 작업에 몰두해서… 정말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엘리자베스**
(비웃듯이)
흥, 그럴듯한 변명이군요. 자네, 알베르트 경의 발명 특허들을 늘 탐냈었지 않나? 그분은 자네에게 단 하나도 넘겨주지 않았고.

**빅토르**
(화들짝 놀라며)
그건…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그분을 존경했습니다!

**메리 부인**
(조용히 앉아 있던 메리 부인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존경이… 언제나 사랑의 형태로만 나타나는 건 아니지요.

**[화면]**
율리안이 메리 부인에게 시선을 돌린다. 메리 부인은 잿빛 머리에 단정한 옷차림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깊은 슬픔이 서려 있는 듯하다.

**율리안**
메리 부인, 알베르트 경을 처음 발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메리 부인**
(차분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네. 8시 정각에 저녁 식사를 준비하러 갔습니다. 서재에 계셨을 테지요. 늘 그 시각에는 서재에 계셨으니까요. 그런데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잠그지 않으셨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요. 여러 번 불러도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스터 키로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열었을 때… 알베르트 경은 이미…

**율리안**
마스터 키가 있었군요.

**메리 부인**
네. 오래된 집이니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제가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평생 이 저택에서 알베르트 경을 모셨습니다. 제가 그분을 해칠 이유가 없습니다.

**레나**
(수첩에 빠르게 필기하며)
모두 알리바이가 불확실한데다 동기도 확실하네요… 율리안 씨, 누가 범인일까요?

**율리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 한쪽에 놓인 거대한 증기 오르골을 응시한다)
흥미로운 진술들이로군. 하지만 알리바이라는 것은 잘 만들어진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법이지. 그중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전체 기계는 오작동을 일으킨다.

**[화면]**
율리안이 오르골의 섬세한 기계장치를 손으로 만져본다. 오르골의 금속 기둥에는 작은 구멍들이 나 있고, 그 안으로 미세한 증기 압력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율리안**
이 오르골의 설계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알베르트 경의 초기 발명품 중 하나였죠. 특이하게도… 특정 주파수의 소리에 반응하여 작동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

**[SOUND]**
갑자기 거실 전체에 미묘한 ‘윙-‘ 하는 진동음이 울려 퍼진다.
모두가 놀라 진동의 근원을 찾는다.

**[화면]**
율리안은 진동의 근원을 쫓아 시선을 돌린다. 그의 시선은 서재로 향하는 복도 끝, 서재 문 상단에 미세한 균열이 가 있는 것을 포착한다. 그리고 그 균열 너머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약한 증기.

**율리안**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역시… 브라스턴의 기계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FADE OUT]**

**장면 5: 깨진 톱니바퀴**

**[SCENE 05: 서재 재수색]**

**[시간]** 새벽
**[장소]** 알베르트 경의 서재

**[FADE IN]**

**[화면]**
율리안과 레나가 다시 서재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율리안이 손에 작은 기계식 손전등을 들고 구석구석을 비춘다. 레나는 긴장한 채 율리안의 뒤를 따른다.

**[SOUND]**
손전등의 ‘딸깍’ 하는 소리.
율리안의 신발이 바닥을 스치는 미세한 소리.

**레나 (독백)**
율리안 씨는 그 미세한 진동음에서 무엇을 들었을까? 나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이 밀실의 퍼즐은 너무나 복잡했고, 범인은 너무나 완벽했다. 하지만 율리안 씨의 눈빛은 확신으로 가득했다.

**율리안**
(책상에 놓여있던 알베르트 경의 필기구를 들어 올린다. 필기구는 복잡한 밸브와 파이프로 연결된, 증기 압력으로 작동하는 만년필이다)
알베르트 경은 생전에 자신의 발명품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지. 특히 이 서재는 그의 모든 아이디어가 시작된 장소였을 테고.

**[화면]**
율리안이 필기구를 분해하기 시작한다. 작은 톱니바퀴들이 튕겨 나오고, 미세한 증기 압력 게이지가 드러난다.

**율리안**
모두가 완벽한 밀실이라고 말했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열쇠는 피해자의 주머니에 있었지. 창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범인은 어떻게 이 방을 나갔을까?

**레나**
아무런 흔적도 없었어요. 벽도, 바닥도…

**율리안**
(바닥에 엎드려 아까 발견한 미세한 금속 파편을 다시 꺼내든다)
아무런 흔적도 없다면… 보이지 않는 흔적이 존재한다는 뜻이지. 이 파편은 단순한 금속 조각이 아니다. 아주 미세하게 연마된 황동 합금. 이런 정교함은 알베르트 경의 발명품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지.

**[화면]**
율리안이 서재의 거대한 천문 시계로 다시 다가간다. 시계는 복잡한 행성 모형들과 황동 톱니바퀴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계의 유리면에는 미세한 흠집 하나조차 없다.

**율리안**
(시계의 표면을 조심스럽게 만지며)
이 시계는 알베르트 경의 초기 걸작 중 하나. 하지만… 뭔가 이상하지 않나?

**레나**
(고개를 갸웃)
글쎄요. 너무… 완벽해서요.

**율리안**
(피식 웃으며)
완벽함 속에 숨겨진 빈틈이야말로 진정한 미스터리의 시작이지. 이 시계는 매 시간 정각, 미세한 증기압으로 작동하는 작은 종을 울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은 8시 30분이 넘었는데도 아무런 소리가 없지. 알베르트 경은 자신의 발명품에 대한 애착이 대단했네. 고장 난 시계를 방치했을 리가 없어.

**[화면]**
율리안이 시계 하단의 작은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안쪽에서 미세한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손전등을 안쪽으로 비춘다. 그 안에서 녹슨 듯한 작은 철사가 보인다.

**율리안**
(철사를 조심스럽게 꺼내며)
이것은… 시계의 작동을 멈추게 하는 장치였군. 살인 시각인 7시에서 7시 30분 사이, 알베르트 경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렇다면… 누가 이 시계를 멈추었을까? 그리고 왜?

**레나**
(숨을 삼키며)
어쩌면… 범인이 시계를 멈춰서 시간을 조작하려 한 걸까요?

**율리안**
(고개를 젓는다)
아니. 이건 단순한 시간 조작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 이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 방의 특정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핵심 장치일 가능성이 높다.

**[화면]**
율리안이 시계 뒤편의 벽을 유심히 살핀다. 시계는 벽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율리안의 손이 시계와 벽 사이의 아주 미세한 틈새를 찾아낸다. 그 틈새 안에서 희미한 황동색 광택이 번뜩인다.

**율리안**
(피식 웃으며)
찾았다.

**[SOUND]**
율리안이 시계의 특정 부분을 조작하자, ‘덜커덩!’ 하는 웅장한 기계음이 서재 전체에 울려 퍼진다.
벽 전체가 흔들리고, 거대한 천문 시계가 서서히 벽 안쪽으로 회전하기 시작한다.

**레나**
(눈을 휘둥그레 뜨며 뒷걸음질 친다)
세상에! 비밀 통로였어요?

**[화면]**
천문 시계가 완전히 회전하자, 그 뒤편에 숨겨져 있던 어두운 통로가 드러난다. 통로 안쪽은 황동으로 마감되어 있고, 바닥에는 닳은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통로의 끝은 어둠 속으로 이어진다.

**율리안**
(통로 안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완벽한 밀실은 없다. 오직 완벽하게 숨겨진 출구만이 존재할 뿐이지. 이 통로는 특정 주파수의 소리에 반응하여 열리도록 설계되었을 거야. 그리고 그 소리의 주파수를 정확히 알고 있던 범인이… 이 시계를 멈춘 이유도 알겠군. 시계의 종소리가 통로를 열어주는 소리와 겹치면 안 되니까.

**[화면]**
율리안이 통로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통로 바닥에는 미세한 압력판이 희미하게 보인다.

**율리안**
(압력판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이 압력판은 통로의 문을 다시 닫는 역할을 했을 테지. 범인이 이 통로로 나가고, 문은 자동적으로 닫히고 잠겼을 거야. 그리고 이 방의 완벽한 밀실은 완성되는 거지.

**레나**
(경악한 표정으로 통로를 바라본다)
그럼… 범인은 알베르트 경이 죽은 후에 이 통로로 도망쳤다는 건가요? 그런데… 다트는? 대체 저 다트는 어떻게 박힌 거죠? 범인이 안에 숨어 있다가 쏘고 도망간 건가요?

**율리안**
(통로 안에서 다시 서재를 바라본다. 그의 시선은 아까 레나가 보지 못했던, 책상 옆 화병 안의 섬세한 기계식 꽃 장식에 고정된다)
아니. 다트는… 범인의 손에 의해 직접 발사된 것이 아니야.

**[화면]**
율리안이 서재로 다시 돌아와 화병 안의 기계식 꽃 장식을 꺼낸다. 꽃잎은 정교한 황동으로 만들어져 있고, 꽃봉오리 중앙에는 아주 작은 구멍이 나 있다. 그는 꽃 장식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율리안**
(꽃 장식 안에서 작은 스프링과 발사 장치를 찾아낸다)
이것이 진정한 흉기다. 알베르트 경은 자신의 발명품을 맹신했고, 때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위험을 두었지. 이 다트 발사기는 특정 시간, 혹은 특정 행동에 반응하여 자동으로 다트를 발사하도록 설계되었을 거야.

**레나**
(입을 가리며)
그럼… 범인은 이 장치를 미리 서재에 설치해 두고, 알베르트 경이 서재로 들어와 앉았을 때… 다트가 발사되도록 한 건가요?

**율리안**
(고개를 끄덕이며)
정확하다. 알베르트 경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지. 범인은 교묘하게 시계를 조작하여 통로를 열고, 이 발사 장치를 설치한 후, 유유히 통로를 통해 서재를 빠져나간 것이다. 그리고 알베르트 경이 서재에 들어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이 장치가 작동하여…

**레나**
(소름이 끼친 듯 팔을 감싼다)
정말… 완벽한 함정이네요. 하지만 누가… 누가 이런 복잡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요? 알베르트 경의 발명품과 저택의 비밀 통로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

**율리안**
(미소 지으며)
이제 범인의 윤곽이 뚜렷해지는군. 엘리자베스 양의 유산에 대한 탐욕, 빅토르의 발명 특허에 대한 집착, 그리고 메리 부인의 오래된 비밀. 이 모든 톱니바퀴들이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는군.

**[FADE OUT]**

**장면 6: 진실의 톱니바퀴**

**[SCENE 06: 범인의 정체]**

**[시간]** 새벽, 동틀 녘
**[장소]** 알베르트 경의 저택 거실

**[FADE IN]**

**[화면]**
거실에는 경위를 포함한 모든 용의자들이 다시 모여 있다. 모두 지쳐 보이지만, 율리안의 침묵에 긴장감이 감돈다. 창밖으로는 희미한 새벽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율리안은 아까 발견한 기계식 꽃 장치와 다트, 그리고 미세한 황동 파편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SOUND]**
새벽의 고요함 속, 모든 이들의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율리안**
(세 사람을 차례로 응시한다)
이 살인 사건은 겉으로는 완벽한 밀실 살인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계는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인간의 손에 의해 조작되지요. 이 서재의 모든 기계장치는 범인의 의도를 드러내는 증거였습니다.

**[화면]**
율리안이 기계식 꽃 장치를 들어 올린다.

**율리안**
이것은 살인 도구였습니다. 알베르트 경의 작업실에 흔히 있던, 평범한 장식품처럼 보였지만… 이 안에 정교한 다트 발사 장치가 숨겨져 있었죠. 범인은 이 장치를 서재에 설치해두고, 알베르트 경이 서재에서 특정 행동, 예를 들어 필기구를 들었을 때 작동하도록 설정했습니다. 다트에 발라진 독극물은 순식간에 알베르트 경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화면]**
율리안이 황동 파편을 들어 올린다.

**율리안**
그리고 이 미세한 파편은, 살인 도구의 일부가 아닙니다. 이것은 이 방에 숨겨진 또 다른 메커니즘, 즉 범인이 탈출하는 데 사용된 비밀 통로의 부품이었습니다. 서재의 거대한 천문 시계는 단순한 시계가 아니었습니다. 특정 주파수의 소리에 반응하여 비밀 통로를 여는 장치였죠. 범인은 시계의 작동을 멈춰 종소리가 나지 않게 함으로써, 자신의 통로 사용을 은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이 모든 걸 어떻게 알 수 있었단 말입니까? 누가… 누가 이런 교묘한 짓을…

**율리안**
(세 사람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본다. 그의 시선이 메리 부인에게서 멈춘다)
이 모든 계획은 알베르트 경의 발명품에 대한 깊은 이해, 저택의 구조에 대한 완벽한 지식, 그리고 그의 습관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화면]**
메리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녀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지만, 눈빛만은 강렬하게 빛나고 있다.

**율리안**
엘리자베스 양은 유산 문제로 그와 언쟁을 벌였고, 빅토르 씨는 그의 특허에 대한 욕망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두 분 모두, 알베르트 경의 발명품에 대한 깊은 이해는 부족했습니다. 특히 비밀 통로의 정교한 작동 방식, 그리고 살인 도구로 사용된 장식품의 숨겨진 기능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조작할 수 있었던 사람은… 단 한 명뿐입니다.

**[화면]**
메리 부인의 얼굴이 확대된다. 그녀의 눈에 회한과 체념이 스쳐 지나간다.

**율리안**
메리 부인. 당신은 알베르트 경을 평생 모셨고,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죠. 그의 습관, 그의 발명품, 그리고 이 저택의 모든 비밀까지. 비밀 통로의 존재와 작동 방식을 알고 있었고, 살인 도구로 쓰인 기계식 꽃 장식 또한 당신이 직접 서재에 설치할 수 있었을 겁니다. 알베르트 경이 저녁 식사 전 서재로 들어와 필기구를 들었을 때…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루어졌겠죠. 그리고 당신은 비밀 통로를 통해 유유히 빠져나왔습니다. 8시 정각, 태연히 마스터 키로 서재 문을 열어 알베르트 경의 죽음을 ‘발견’했고요.

**메리 부인**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어떻게… 어떻게 아셨습니까?

**율리안**
(메리 부인에게 다가간다)
결정적인 단서는 당신의 알리바이에서 발견되었죠. 당신은 8시 정각에 마스터 키로 문을 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서재 안의 벽시계는 7시 30분에 멈춰 있었습니다. 알베르트 경의 마지막 행적을 조작하기 위함이었을까요? 아니. 당신은 그 시계가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비밀 통로를 여는 핵심 장치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통로를 이용한 후, 자신의 발각을 막기 위해 시계 작동을 의도적으로 멈추려 한 겁니다. 하지만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죠. 시계는 7시 30분에서 멈추어 당신의 거짓말을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화면]**
메리 부인의 어깨가 크게 흔들린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메리 부인**
(흐느끼며)
그분은… 그분은 제 아들을… 제 아들을 그의 발명품 실험에 이용했습니다! 사고로 제 아들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됐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그저 또 다른 발명품처럼… 취급했습니다! 저는… 저는 그분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위대한 유산이 아닌… 그가 얼마나 잔혹했는지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화면]**
경위가 메리 부인에게 다가가 수갑을 채운다. 메리 부인은 저항하지 않고, 그저 허망한 눈빛으로 율리안을 바라본다.

**레나 (독백)**
이토록 정교한 기계 장치처럼 완벽했던 살인. 그 뒤에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분노와 슬픔이 숨어 있었다. 율리안 씨는 그 모든 톱니바퀴들을 맞춰 진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그 진실은… 때로는 너무나도 잔혹했다.

**율리안**
(창밖의 동트는 하늘을 바라본다. 새벽빛이 도시의 증기 안개를 붉게 물들인다)
모든 기계는 완벽하게 작동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언제나 미세한 오작동을 일으키는 법이지. 그것이 기계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화면]**
율리안이 돌아서서 거실을 나선다. 그의 뒤를 레나가 따른다. 서재 문이 닫히고, 다시 한번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이 저택의 비밀들이 잠긴다. 브라스턴의 거대한 시계탑이 ‘딩-!’ 하는 소리와 함께 새로운 새벽을 알린다.

**[FADE OUT]**

**[엔딩 크레딧]**
* 브라스턴의 전경이 다시 나타나고, 율리안과 레나가 도시를 걷는 뒷모습이 보인다.
* 증기 기관의 소리, 톱니바퀴의 움직임이 배경 음악과 어우러진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