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하수호의 사랑 방정식
**시놉시스:** 광활한 심우주를 탐사하던 우주선 ‘은하수호’의 승무원들은 전례 없는 발견을 맞닥뜨린다. 정체불명의 외계 유물, 마치 살아있는 보석처럼 빛나는 그것은 승무원들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감정들을 증폭시키는 알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냉철한 이성을 자랑하던 일등 항해사 한가람과 카리스마 넘치는 함장 류진호 사이에서는 이 유물로 인해 달콤살벌한 로맨틱 코미디가 펼쳐지는데… 과연 ‘은하수호’는 이 미지의 유물의 정체를 밝히고, 이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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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장면 1] 심우주, ‘은하수호’ 내부 – 함교**
**#시각:** 우주선 ‘은하수호’의 거대한 원형 함교. 전면의 투명한 대형 스크린 너머로 무수히 박힌 별들이 은빛으로 쏟아진다. 고요하고 장엄한 심우주의 풍경. 함교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미래적인 디자인이지만, 곳곳에 놓인 개인 물품들이 승무원들의 인간적인 체취를 느끼게 한다.
**#음향:** 우주선의 낮고 일정한 기계음, 간간이 들리는 키보드 소리, 차분한 대화 소리.
**한가람** (20대 후반, 여성. 단정하게 묶은 머리, 안경 너머로 지적인 눈빛이 빛난다. 약간 피곤한 듯 미간을 찌푸린 채 홀로그램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
(속마음) 젠장, 또 놈의 오차. 3광년 밖에서 포착된 미약한 중력 이상이라면… 대체 뭘까?
**류진호** (30대 초반, 남성. 삐딱하게 앉아있음에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함장. 검은 제복이 잘 어울린다. 가람을 흘긋 본다.)
(피식 웃으며) 한가람 일등 항해사, 미간에 주름이 또 한 줄 늘겠군. 이번에도 ‘미지의 힘’에 대한 논문이라도 쓰고 싶어?
**한가람** (고개를 돌려 진호를 노려본다. 평소라면 차분하게 응수했겠지만, 오늘은 유독 신경이 곤두선 모양이다.)
함장님, 제 논문 이야기는 업무 외 사적인 영역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농담을 할 상황이 아닙니다. 궤도 안정성에 미약한 이상 징후가 포착됐습니다.
**류진호** (의자를 뒤로 젖히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아, 미안. 하지만 자네가 평소보다 1.7배는 더 심각해 보이는군. 밥은 먹었나?
**한가람** (깊은 한숨을 쉰다.)
점심시간 15분 전에 에너지 바 하나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함장님의 이런 농담 때문에 스트레스 수치가 0.5% 증가했습니다.
**오선우** (30대 초반, 남성. 함교 한쪽에서 복잡한 기기 패널을 조작하던 수석 기관사. 텁수룩한 머리에 늘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 고개를 내민다.)
(건조한 목소리로) 함장님, 일등 항해사님의 스트레스 수치가 1% 증가하면 우주선 메인 엔진이 과열될 수도 있습니다. 이성적인 판단 능력에 악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그만 놀리시죠.
**류진호** (선우를 흘긋 본다.)
오 수석 기관사, 요즘은 함교 감시도 하나? 그리고 자네는 1%도 안 되는 수치에 과열된다니, 우리 은하수호호의 엔진을 너무 과소평가하는군.
**서다희** (20대 중반, 여성. 통신 및 의료 담당. 밝고 명랑한 표정으로 캡슐 커피를 들고 나타난다.)
(생기발랄하게) 짜잔! 함장님, 기관사님, 일등 항해사님! 다희표 비타민 충전 커피입니다! 한가람 박사님, 안색이 많이 안 좋으시네요. 혹시 함장님 괴롭히셨어요?
**한가람** (다희의 말에 눈썹을 찡긋한다. 다희는 진호를 일컫는 ‘함장님’과 자신을 일컫는 ‘박사님’을 섞어 부르곤 했다.)
(어색하게 웃으며) 서다희 통신관, 내가 함장님을 괴롭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진호를 슬쩍 곁눈질하는데, 진호는 흥미롭다는 듯 팔짱을 끼고 가람을 보고 있다.)
**류진호** (능글맞게 웃으며)
음, 사실은 반대지. 가끔 내가 한가람 일등 항해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녀의 학술적인 열정은 가끔… 음…
**한가람**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함장님! 그런 농담은 좀…!
**서다희** (눈을 반짝이며)
오오, 뭔가 있었네요? 말씀해보세요, 함장님! 제가 상담해 드릴게요! 혹시 한 박사님이 함장님께 너무 깐깐하게 굴어서 힘드셨던 적이 있으세요?
**류진호** (장난스럽게 턱을 괴고 가람을 보며)
글쎄, 서다희 통신관. 이건 함장으로서의 고충이랄까? 내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 고집한다거나… 가끔 내가 하는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그 눈빛이라던가…
**한가람** (진호의 시선에 당황하며 시선을 회피한다. 그의 눈빛이 평소보다 더 깊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속마음) 저 능글맞은 얼굴! 분명 나를 놀리려는 수작이야. 그래도… 그 눈빛은 좀 위험해.
**[클로즈업] 한가람의 미묘하게 붉어진 얼굴.**
**서다희**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본다.)
(속마음) 음~ 이거 심상치 않은데요? 썸인가? 썸인가!
**[장면 2] ‘은하수호’ – 함교. 텐션이 감도는 대화 중.**
**#시각:** 함교 중앙 홀로그램 스크린에 미지의 에너지 패턴이 깜빡인다.
**한가람** (황급히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린다.)
함장님, 농담은 그만하시죠. 지금 중요한 신호가 감지됐습니다!
**류진호** (표정을 바꾸며 진지해진다. 함장으로서의 냉철한 모습.)
(스크린을 보며) 무슨 신호인가?
**한가람** (손가락으로 홀로그램 화면을 확대하며)
이것 보세요. 미지의 행성계 너머, 지금까지 탐사된 적 없는 심우주 영역에서 미약하지만 특이한 에너지 스펙트럼이 감지됩니다. 이전에 관측된 적 없는 패턴입니다. 자연적인 현상과는 다릅니다.
**오선우** (스크린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인공물일 가능성이 있습니까? 이 정도로 먼 거리에서 포착될 정도면… 꽤 크거나 강력한 것이겠군요.
**한가람** (눈을 빛내며)
네, 그렇습니다. 기존의 어떤 문명권과도 일치하지 않는 에너지 프로필입니다. 마치… 숨을 쉬고 있는 듯한 유기적인 에너지 흐름을 보입니다. 이건 분명…
**류진호** (가람의 흥분한 눈을 보며 살짝 미소 짓는다.)
…인류가 처음 접하는 외계 문명의 흔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군.
**한가람** (고개를 끄덕인다. 들뜬 목소리.)
네! 제 계산이 맞다면, 이 유물의 존재는 우주 물리학의 모든 가설을 뒤집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접근해야 합니다, 함장님!
**류진호**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명령한다.)
항로를 수정한다. 목표는 ‘코드명: 에어리얼 시그널’. 오 수석 기관사, 최대 추진력으로. 서 통신관, 전 방향 스캔 유지. 이상 징후 감지 시 즉시 보고.
**오선우 / 서다희**
예, 함장님!
**한가람** (진호를 올려다본다. 그의 신뢰에 찬 눈빛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속마음) 역시 함장님은… 내 말을 믿어주시는구나.
**[클로즈업] 한가람의 살짝 붉어진 뺨. 류진호는 그런 가람을 잠시 응시하다가 이내 시선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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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심우주, ‘은하수호’ 근방 – 소행성대**
**#시각:** 수많은 소행성과 성운이 뒤섞인 아름답고도 위험한 우주 공간. ‘은하수호’가 서서히 그 중심을 향해 나아간다.
**#음향:** 우주선의 엔진음이 더욱 커진다. 가끔 소행성이 스치는 듯한 미세한 진동음.
**류진호** (함교 중앙에 서서 전면 스크린을 응시한다.)
전방 상황 보고.
**한가람** (데이터 패드를 든 채 스크린을 주시한다.)
예. 중력 이상 지점 도달 2분 전. 소행성 밀집 구역 진입 중. 충돌 위험도는 낮습니다.
**오선우** (계기판을 조작하며)
엔진 출력 정상. 쉴드 완벽합니다.
**서다희** (헤드셋을 착용한 채)
주변 공간에서 특이 신호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약한 에너지 파동이 지속적으로 감지됩니다.
**류진호**
좋아. 긴장 늦추지 마라. 미지의 존재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니까.
**[와이드 샷] ‘은하수호’가 거대한 소행성 구역을 헤치고 나아가자, 그 중심부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시각:** 거대한 소행성들이 원형으로 펼쳐진 공간 한가운데, 눈부신 빛을 내뿜는 거대한 결정체 하나가 홀로 유영하고 있다. 마치 수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거대한 보석처럼, 주변의 별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영롱하고 신비로운 자태. 투명하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오묘한 색채가 끊임없이 변한다. 크기는 ‘은하수호’만 하다. 표면에는 고대 문자가 새겨진 듯한 문양들이 흐릿하게 보인다.
**한가람** (입을 다물지 못한다. 경외감에 휩싸인 표정.)
말도 안 돼… 이런 크기의 결정체가 자연적으로 생성될 리가 없어…
**류진호** (스크린에 거의 코를 박을 듯 다가가서 응시한다.)
이건… 예술 작품인가? 아니면… 생명체인가?
**오선우** (휘파람을 분다.)
세상에, 저걸 보고도 제가 평생 우주선 엔진만 만질 수 있을까요?
**서다희** (탄성을 지른다.)
너무 예뻐요! 보석 같아요! 함장님, 혹시 제가 저거 만져볼 수 있을까요?
**류진호** (다희를 쳐다본다.)
서 통신관, 정신 차려. 저게 뭔 줄 알고 함부로 만져.
**한가람** (황급히 조작 패널을 두드린다.)
에너지 스캔! 모든 센서를 동원해 유물을 분석하세요! 최대한 근접해서 상세 이미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클로즈업] 한가람의 눈빛은 호기심과 흥분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
**#시각:** ‘은하수호’가 서서히 유물에 다가간다. 유물의 영롱한 빛이 함교 내부로 스며든다.
**[사운드 효과] 띠리리리-! 경고음이 울린다.**
**오선우** (놀라서 외친다.)
이게 뭐야! 유물 주변 공간에서 미지의 파동이 감지됩니다! 함선 내부에 이상 현상이…
**한가람** (데이터 패드를 들여다본다.)
에너지 필드가… 우리 함선 내부로 침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공격이 아닙니다! 생체 반응에 영향을 주는 파동…
**류진호** (미간을 찌푸린다.)
생체 반응?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준다는 건가?
**한가람** (얼굴이 점점 붉어진다.)
체내 호르몬 수치… 특히… 도파민과 옥시토신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장 박동도…
**[클로즈업] 한가람의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얼굴은 이미 사과처럼 빨개져 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진호를 곁눈질한다. 진호는 여전히 함장으로서의 냉철한 표정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서다희**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팔을 본다.)
어? 저 갑자기 몸이 막 간질간질해요! 막… 막… 누구한테 확 안기고 싶고… 막… 고백하고 싶고…
**오선우** (인상을 찡그린다.)
저도 갑자기 옛날에 짝사랑했던 옆집 순이 누나가 생각나네요. 아… 그땐 고백할 용기가 없었는데…
**류진호** (눈을 가늘게 뜨고 상황을 파악한다. 자신은 아직 별다른 감정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게 대체… 무슨…
**한가람** (숨을 헐떡이며 진호를 똑바로 본다. 평소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
함장님… 함장님은… (목소리가 떨린다.) 함장님은… 정말… 멋있으세요…
**[모두 정지] 함교의 모든 승무원들이 한가람을 일제히 돌아본다. 류진호는 굳어진 표정으로 가람을 응시한다. 정적이 흐른다.**
**[클로즈업] 류진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가람**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깨닫고 온몸이 굳어진다. 얼굴은 터질 듯이 붉다.)
(속마음) 맙소사! 내가 무슨 말을! 내가 왜 지금…! 아니, 이건 내 의지가 아니야! 저 유물 때문이야! 분명 저 유물 때문이라고!
**서다희** (입을 틀어막고 눈을 반짝인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다.)
(속마음) 꺄악! 드디어! 드디어 한 박사님이! 이게 무슨 일이야!
**오선우** (헛기침을 한다.)
(속마음) 음… 역시 인간의 감정은 기계보다 복잡하군.
**류진호** (당황스러움을 수습하고 애써 평정을 되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의 귓가도 살짝 붉어졌다.)
(어색하게 웃으며) 하하… 한가람 일등 항해사, 갑자기 무슨… 피곤한가? 아니면 혹시… 유물 파동이 감정에 영향을 주는 건가?
**한가람** (고개를 푹 숙인다. 죽을 맛이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그… 그런 것 같습니다… 분석 결과… 이 파동은 인간의 뇌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영역에… 비정상적인 활성화를…
**류진호** (한숨을 쉬며 가람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너무 당황하지 마. 일단… (자신도 모르게 가람의 어깨를 토닥인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다정한 제스처.) 우리가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가람의 붉어진 귀와 어색하게 움츠러든 어깨를 본다. 자신도 심장이 이상하게 뛰는 것을 느낀다.)
(속마음) 내가 왜 이 아이 어깨를 토닥이고 있지? 그리고 왜 이렇게… 귀엽게 보이지?
**[클로즈업] 류진호의 손이 가람의 어깨에 얹혀져 있고, 가람은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움츠리고 있다. 유물의 영롱한 빛이 두 사람을 감싼다.**
**서다희** (방금 전의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옆자리의 오선우에게 속삭인다.)
기관사님, 봤어요? 봤어요? 함장님이 한 박사님 어깨에 손을! 이건 그린라이트예요! 완전 그린라이트!
**오선우** (담담하게)
그린라이트 이전에 함선 내 이상 현상에 대한 보고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 서 통신관.
**서다희** (씨익 웃으며)
아, 몰라요! 일단 이건… 은하수호호의 로맨틱 코미디 대 서막이에요!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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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은하수호’ – 연구실**
**#시각:** 어수선하지만 체계적으로 정돈된 연구실. 각종 홀로그램 스크린과 실험 장비들이 가득하다. 한가람은 안경을 벗고 이마를 짚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옆에는 유물에서 채취한 것으로 보이는 미세한 결정 조각이 투명한 돔 안에 놓여 빛을 발하고 있다.
**#음향:** 기계음, 한가람의 짧은 한숨 소리, 펜이 종이에 부딪히는 소리.
**한가람** (속마음)
미쳤어… 미쳤어, 한가람! 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함장님이 멋있다고? 내가? 공적인 자리에서? 심지어 그 능글맞은 함장님 앞에서? 아아악! 생각만 해도 이불킥 백만 번감이다!
**류진호** (예고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손에는 캡슐 커피 두 잔을 들고 있다.)
(가벼운 목소리로) 아직도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있으면 머리 빠진다, 한가람 일등 항해사.
**한가람**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든다. 그의 등장에 또다시 얼굴이 붉어진다.)
함… 함장님! 여긴 무슨…
**류진호** (의자를 끌어와 가람 옆에 앉는다. 캡슐 커피 한 잔을 내민다.)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마. 여긴 함교가 아니잖아. 연구실에선 좀 편하게 있어도 된다고.
**한가람** (커피를 받아 들지만,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컵만 만지작거린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한가로이 커피를 마실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유물 파동에 대한 분석을 끝내야…
**류진호** (부드러운 목소리로)
알아. 하지만… 잠시 쉬는 시간도 필요해. 특히 지금처럼 정신적인 혼란이 가중될 때는. 아까 그 파동의 영향은 어때? 아직도… 나한테 고백하고 싶은가?
**한가람** (컵을 놓쳐버릴 뻔하며, 거의 비명에 가깝게 소리친다.)
하… 함장님! 무슨 말씀을…! 그건…! 그건 제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절대…!
**류진호** (피식 웃는다.)
진심이 아니었다? 글쎄. 서다희 통신관은 그게 자네의 오랜 고백이었다고 확신하던데.
**한가람**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다. 어제 함교에서의 자신의 행동과 다희의 표정을 떠올린다.)
(더듬거리며) 서… 서 통신관은… 원래… 좀… 과장이 심합니다!
**류진호** (가람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정말인가? 그런데 왜 그렇게 얼굴이 빨개지지? 혹시… 설마 내가 정말 싫은 건가? 그래서 그렇게 격하게 부정하는 건가?
**한가람** (그의 시선에 온몸의 세포가 얼어붙는 느낌이다. 싫냐는 질문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속마음) 싫을 리가 없잖아! 아니, 싫은 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문제지! 이 바보야! (자신도 모르게 진심이 튀어나올 것 같아 입술을 꽉 깨문다.)
**류진호** (가람의 그런 반응에 살짝 당황한다. 자신의 농담이 너무 지나쳤나 싶기도 하다.)
어… 미안하다. 너무 놀렸나? 그게… 솔직히… 자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걸 처음 봐서… 나도 모르게…
**한가람** (고개를 살짝 들어 그의 표정을 살핀다. 그의 얼굴에도 미묘한 당황스러움과 함께… 무언가 다른 감정이 엿보인다.)
(속마음) 어? 함장님도 조금… 얼굴이 붉어진 것 같은데? 나만의 착각인가?
**류진호** (일부러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어쨌든, 그 유물 말인데… 한가람 일등 항해사의 분석 결과는 어떤가? 왜 그런 감정적인 파동을 일으키는 거지? 생명체인가?
**한가람** (다시 이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목소리와 시선에 신경이 쓰인다.)
아… 예. 제가 분석해본 결과, 이 유물은 일종의… ‘감정 촉매제’인 것 같습니다. 주변 생명체의 뇌파를 감지하고, 그중 가장 강렬한 감정을… 특히 긍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키는 경향을 보입니다. 아마도… 인간의 ‘사랑’과 유사한 감정에 반응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류진호** (눈썹을 치켜올린다.)
사랑? 그럼… 아까 서 통신관이 고백하고 싶다고 하고, 오 수석 기관사가 옛사랑을 떠올린 것도…
**한가람** (고개를 끄덕인다.)
네. 함장님께서 저에게 ‘귀엽다’고 생각하신 것도…
**류진호** (움찔하며 가람을 쳐다본다. 아까 속마음으로 생각했던 것을 그녀가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언제…!
**한가람** (입술을 삐죽 내밀며)
함장님 귓가가 아까부터 붉어지셨습니다. 제 눈은 과학자의 눈입니다.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죠.
**류진호** (당황해서 자신의 귀를 만져본다. 뜨겁다.)
(속마음) 젠장, 이건 또 뭐야. 이 유물이 남의 속마음까지 읽나? 아니면… 진짜 이 아이가…
**한가람**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이어간다.)
아마도… 그 유물은… 사랑이나 긍정적인 애정 같은 강렬한 감정의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아니면 방출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것 같습니다. 마치… 감정의 발전소 같달까요.
**류진호**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유물 조각을 응시한다.)
감정의 발전소라… 그럼 이 유물을 계속 연구하는 한… 우리는…
**한가람** (진호를 올려다본다.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자 또다시 가슴이 두근거린다.)
네. 우리는… 어쩌면… 계속해서… 서로의 숨겨진 감정을… 폭로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클로즈업] 유물 조각이 영롱하게 빛나고, 그 빛이 두 사람의 얼굴을 은은하게 비춘다. 한가람은 붉어진 얼굴로 진호를 바라보고, 진호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묘한 기대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가람을 응시한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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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은하수호’ – 식당 겸 휴게실**
**#시각:** 식사가 끝난 후, 몇몇 승무원들이 카드 게임을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도 미묘한 핑크빛 기류가 흐른다. 다희는 진호와 가람을 주시하고 있고, 선우는 묵묵히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음향:** 접시 부딪히는 소리, 사람들의 대화 소리, 웃음소리, 카드 섞는 소리.
**서다희** (자기 자리에서 혼자 웃음이 터져 킥킥거린다.)
(속마음) 세상에, 어떡해! 한 박사님 너무 귀여워! 함장님도 얼굴 빨개진 거 봤어! 이건 우주선판 ‘러브 액츄얼리’야!
**오선우**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다희를 본다.)
서 통신관, 요즘 너무 감정 기복이 심한 것 같군. 유물 파동 때문인가?
**서다희** (활짝 웃으며)
물론이죠! 덕분에 함장님과 한 박사님 로맨스 직관하게 생겼잖아요! 이건 역대급 탐사 결과라구요!
**[와이드 샷] 진호와 가람이 멀찌감치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어색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둘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한가람** (포크로 샐러드를 꾹꾹 누른다. 힐끔 진호를 본다. 진호는 묵묵히 스테이크를 썰고 있다.)
(속마음) 대체 이 유물의 파동은 언제쯤 멈추는 거지? 이러다간 진짜 함장님한테 내 속마음 전부 다 들키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아까… 아… 생각하기도 싫다!
**류진호** (나이프를 내려놓고 가람을 본다.)
한가람 일등 항해사.
**한가람**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린다.)
네, 네? 함장님!
**류진호** (진지한 표정으로)
아까 연구실에서 내가 자네에게… 귀엽다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혹시… 기분 나빴나?
**한가람** (눈을 크게 뜬다. 그가 자신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아… 아니요! 절대요! 저는… 저는 그저… (말을 얼버무린다.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류진호** (미소 짓는다. 그 미소가 평소보다 훨씬 부드럽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다행이다. 사실… 나도 그 유물의 파동 때문인지… 자네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자꾸만 시선이 가고…
**한가람** (숨을 들이킨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전류처럼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함… 함장님…
**류진호** (테이블 너머로 가람의 손을 덮친다. 가람의 손이 차가웠던 것과 달리, 그의 손은 따뜻하다.)
왠지 모르게… 자네가 자꾸만 신경 쓰이는군. 이게 유물의 장난인지… 아니면…
**한가람** (그의 따뜻한 손길에 온몸이 얼어붙는다. 눈물까지 핑 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가람을 응시한다. 그 속에는 낯선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속마음) 함장님… 지금… 이건… 고백이야? 설마…
**[클로즈업] 류진호의 손이 한가람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쥔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감돌고, 식당의 소란스러운 배경이 흐려지며 두 사람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켜진 듯하다.**
**[사운드 효과] 심장 박동 소리가 점점 커진다.**
**서다희** (기어코 비명을 지른다.)
꺄아아악! 함장님! 한 박사님! 어머나! 어떡해!
**오선우** (다희의 소리에 깜짝 놀라 샌드위치를 떨어뜨린다.)
서 통신관! 그렇게 소리 지르다간 심장 터진다!
**[와이드 샷] 다희의 비명에 식당 안의 모든 시선이 진호와 가람에게로 향한다. 진호는 황급히 가람의 손을 놓는다. 가람은 얼굴이 터질 듯이 빨개진 채 고개를 푹 숙인다. 진호의 얼굴도 붉어진 것은 마찬가지다.**
**류진호** (당황해서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아… 아하하… 이건… 유물 파동 때문이야! 다들 착각하지 마! 어… 다들 식사 맛있게 하고! 나는… 나는 다시 함교로…!
**[진호, 식당을 뛰쳐나가듯 급히 사라진다.]**
**한가람**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든다.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속마음) 함장님… 뛰… 뛰어가셨어…
**서다희** (진호가 사라진 문 쪽을 보며 흥분한다.)
꺄아아악! 저것 좀 보세요! 함장님 도망가셨어! 이 정도면 빼박캔트! 그린라이트 아니라 무조건 직진이야!
**한가람** (다희를 째려본다.)
서다희 통신관! 조용히 좀 하세요!
**서다희** (환하게 웃으며 가람에게 달려온다.)
한 박사님! 축하드려요! 드디어 마음이 통한 거 아니겠어요? 흐흐흐…
**한가람** (고개를 푹 숙인다.)
(속마음) 마음이 통한 게 아니라… 망했어! 완벽하게 망했어!
**[클로즈업] 테이블 위, 영롱한 빛을 내뿜는 유물 조각이 반짝인다. 그 빛은 마치 웃고 있는 듯하다.**
**#시각:** 우주선 ‘은하수호’가 심우주를 유유히 항해한다. 그 안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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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장면 6] ‘은하수호’ – 함교**
**#시각:** 며칠 후, 유물의 감정 촉매 파동은 다행히도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덕분에 승무원들은 어느 정도 유물에 대한 적응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 파동이 나타날 때마다 함교는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음향:** 우주선의 평온한 기계음. 승무원들의 일상적인 대화.
**서다희** (헤드셋을 끼고 밝게 보고한다.)
주변 성단 이상 무. 평화로운 우주입니다!
**오선우** (피곤한 듯 하품을 한다.)
유물 파동은 아직 잠잠하군. 덕분에 몇 시간은 평화롭게 잠들 수 있겠어.
**한가람** (데이터 패드를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주기가 너무 불규칙해… 어떤 변수에 따라 활성화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어.
**류진호** (멀찌감치 떨어진 자기 자리에서 가람을 힐끔 본다. 가람은 여전히 유물 데이터에 몰두하고 있다.)
(속마음) 저 유물의 파동이 꺼져 있어도… 왠지 모르게 한가람 일등 항해사에게는 여전히 마음이 가는군. 이게 유물의 잔상 효과일까? 아니면… 원래 내 마음이었을까?
**한가람**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진호를 본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함장님.
**류진호** (당황하며)
어? 왜?
**한가람** (결심한 듯 진호를 향해 똑바로 걸어온다. 그의 앞에 선다.)
아까… 함장님께서 저를 힐끗 보시면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다시 든다.) …왠지 모르게 저에게 마음이 가는 게 유물의 잔상 효과인지, 아니면 함장님의 진심인지 궁금해하셨죠?
**류진호** (눈을 크게 뜬다. 주변 승무원들도 일제히 두 사람을 바라본다.)
아니… 그건 내가… 속마음으로…
**한가람** (용기를 낸 듯 손을 뻗어 진호의 뺨을 살짝 감싼다. 그의 뺨은 예상대로 뜨거웠다.)
파동이 없어도… 제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함장님.
**[클로즈업] 한가람의 손이 류진호의 뺨을 감싸고, 진호는 얼어붙은 채 그녀를 바라본다. 한가람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고, 류진호의 눈빛은 당황스러움과 함께 깊은 깨달음이 스쳐 지나간다.**
**[사운드 효과] 유물에서 미약한 빛이 깜빡이는 소리, 그리고 함교 내 모든 승무원들의 동시다발적인 ‘헉!’ 소리.**
**서다희** (환희에 찬 표정으로 두 손을 모은다.)
(속마음) 꺄아아악! 이건… 이건 유물 파동 때문이 아니야! 진짜라고! 진짜!
**오선우** (자신의 머리를 긁적인다.)
(속마음) 음… 우주선 엔진보다 인간의 감정이 더 예측 불가능하군.
**류진호** (얼어붙은 표정으로 가람을 본다. 그의 뺨은 그녀의 손길에 더욱 뜨거워지는 것 같다.)
(속마음) 파동이 없어도… 내 심장이 왜 이렇게 뛰는 거지?
**한가람** (작게 미소 짓는다.)
함장님, 우리… 이 유물의 ‘사랑 방정식’을 함께 풀어볼까요?
**[클로즈업] 류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한가람의 손을 덮는다. 유물은 멀리서 여전히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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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