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환호성이 귓가를 때렸다. ‘아크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런칭을 알리는 대형 스크린에는 내가 몇 년 밤낮으로 매달렸던 코드와 디자인이 아름다운 영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가슴이 벅차올라 터질 것만 같았다.

“민준아! 해냈어, 우리가!”

옆에서 내 어깨를 껴안으며 기쁨에 겨워 소리치는 이선우. 그의 눈가에도 촉촉하게 물기가 어려 있었다. 그래, 해냈지. 우리가 해냈어. 초등학교 때부터 늘 붙어 다녔던 소꿉친구. 서로의 집에서 밥을 먹는 게 더 익숙했고, 꿈을 이야기할 때면 눈을 반짝이던, 그 오랜 시간 동안 한 번도 틀어진 적 없었던 나의 유일한 벗. 그가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내가 주도했지만, 투자 유치부터 홍보, 그리고 늘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던 정신적인 지주까지, 선우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우리는 건배를 했다. 투명한 잔에 담긴 샴페인 기포처럼 우리의 미래도 찬란하게 빛날 거라 믿었다.
행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찬사가 쏟아졌고, 나는 그 모든 순간이 꿈만 같았다. 취기가 돌고 온몸의 긴장이 풀리자 노곤함이 밀려왔다.

“선우야, 나 잠깐 바람 좀 쐴까? 머리가 좀 어지럽네.”

“그래, 그럼 나랑 같이 옥상 정원이라도 갈까? 여기보다 훨씬 조용하고 시원할 거야. 마침 할 이야기도 있고.”

선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이야기일까? 아마 미래에 대한 청사진 같은 것이리라. 또 다른 프로젝트 구상이나, 어쩌면 이번 성공을 기념하는 우리만의 특별한 계획 같은 것. 나는 기대감에 부풀어 선우를 따라 나섰다.

옥상 정원은 예상대로 고요했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도시의 불빛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뜨거웠던 머리를 식혀주었다. 나는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까마득한 높이, 하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나는 지금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었으니까.

“선우야, 무슨 할 말 있는데?”

“응, 아주 중요한 이야기야.”

선우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게 깔렸다. 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 절반쯤 가려져 있었지만, 번쩍이는 눈빛만은 선명했다. 평소의 장난기 넘치던 미소가 아니었다. 어딘가 차갑고, 날카로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불길한 예감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애써 무시했다. 설마.

“민준아, 네가 아크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을 개발했지.”

“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물론 내가 주도했지만, 네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어. 네가 없었으면 이 자리에 오지도 못했을 거고.”

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선우는 내게 단순한 친구 이상의 의미였다. 그는 나의 반쪽이었다.

“그래. 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는 네가 없는 게 더 나아.”

선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하하, 무슨 농담을… 야, 오늘 같은 날은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다.”

“농담 아니야, 민준아.”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차분해서 오히려 섬뜩했다. 나는 선우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그의 눈빛은 낯설게 번뜩였다. 친근했던 미소는 간데없고, 그 자리에 잔인한 승자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내가 왜 너 따위랑 평생 같이 가야 하는데? 네가 천재인 건 인정해. 하지만 결국 가장 빛나는 건 나여야 해. 네 덕분에 내가 이렇게 빛나는 게 아니라, 오직 나 혼자서 빛나야 한다고.”

“선우야, 너 지금 무슨 말을… 정신 차려! 너 지금 취한 거야?”

나는 그의 어깨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선우는 내 손을 거칠게 쳐냈다. 그의 얼굴에는 경멸감이 가득했다.

“멍청한 새끼. 내가 널 얼마나 이용해 먹었는지 알기나 해? 네가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바보 병신인 줄 알았지. 응? 네 등 뒤에서 내가 얼마나 힘들게 줄을 대고, 얼마나 애원하면서 투자를 유치했는지 알아? 그 모든 노력의 결실을, 너 같은 놈이랑 절반씩 나눠 가져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은 비수처럼 날아와 내 가슴을 꿰뚫었다. 내가 아는 선우는 어디에도 없었다. 내 눈앞의 그는 악마였다.

“너… 너 제정신이야? 우리가 쌓아온 시간이 얼만데…!”

“시간? 웃기지 마. 그 시간이 날 더 비참하게 만들었어. 언제나 네 그림자 속에 가려져야 했잖아! 하지만 이젠 달라. 네가 사라지면, 이 모든 영광은 오롯이 내 것이 된다. 완벽하게!”

선우는 마치 내가 짐이라도 되는 양, 거침없이 몰아붙였다. 그의 광기 어린 눈빛은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순간, 섬뜩한 한기가 등골을 타고 흘렀다.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진심은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것이었다.

“안 돼… 선우야…!”

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선우는 내 어깨를 잡아채며 그대로 밀어버렸다.

“잘 가라, 강민준.”

그의 마지막 말은 싸늘한 조롱 같았다.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점멸하는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거대한 블랙홀처럼 나를 빨아들이는 듯했다. 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믿을 수 없었다. 평생을 함께 했던 친구에게, 가장 빛나는 순간에, 배신당하고 버려지다니. 내 머릿속에는 오직 선우의 비열한 웃음만이 가득했다.

*선우야, 너는… 너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추락하는 몸뚱이와 함께, 내 안의 모든 분노와 절망, 그리고 복수심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간 저 악마에게, 반드시 피눈물을 흘리게 해줄 것이다.

강력한 충격과 함께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듯했다.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옥상 난간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승리에 찬 미소를 짓는 이선우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이 내 시야에서 멀어지면서, 모든 것이 암전되었다.

***

차가운 공기가 폐 속으로 스며들었다.
고통스러웠다. 온몸이 찢겨나간 듯한 격통이 밀려왔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고통이 느껴지지?

“으윽…”

억지로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에 보인 것은 익숙한 내 방 천장이 아니었다. 거친 흙벽, 그리고 낡고 빛바랜 나무 기둥들. 코끝을 스치는 퀴퀴한 흙냄새와 축축한 공기. 여기가 어디지?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사지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은 기이한 감각에, 나는 간신히 손을 들어 올렸다.

파리한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작고 마른 손. 내 손이 아니었다. 분명히 훨씬 더 작고, 힘이 없어 보이는 어린아이의 손이었다.

혼란이 밀려왔다. 나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선우. 배신. 추락. 그리고 그 끝없는 증오.

모든 것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래, 나는 죽었다. 이선우에게 살해당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살아있다. 이 알 수 없는 곳에서, 알 수 없는 몸으로.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올랐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죽음도 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선우. 그 이름을 되뇌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내가 어디로 떨어졌든, 어떤 몸으로 다시 태어났든 상관없었다.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이 낯선 세상에서 반드시 강해져서, 그 녀석에게 똑같이 갚아줄 것이다.
네가 내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갔듯이, 나도 네 모든 것을 빼앗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 잔혹한 복수의 끝에, 너를 끌어내 처참하게 찢어 죽일 것이다.

나직한 목소리가, 폐허 같은 이 공간에 울려 퍼졌다.

“이선우… 반드시 너를 찢어 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