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23층의 톱니바퀴

**1화. 금속 심장의 박동**

레드스톤 스카이뷰 23층. 김민준은 익숙한 기계음과 함께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정확히는,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자신의 손가락 소리였다. 이 밤늦도록 깨어 있는 버릇은 그의 밥벌이와 직결된 것이었다.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르스름한 빛이 유일한 동반자였다. 밖은 고요했다. 간혹 저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올 뿐, 이 거대한 도시는 잠시 숨을 죽인 듯했다.

삐빅.

갑자기 모니터가 일순간 깜빡였다. 민준은 눈을 찡그렸다.
“젠장, 또 전압 불안정이야?”
최근 들어 전등이 깜빡이거나 가전제품이 오작동하는 일이 잦았다. 오래된 아파트도 아닌데 말이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시 코드에 집중했다. 마감 기한이 코앞이었다.

다시 한 번, 이번엔 좀 더 길게, 거실의 스탠드 조명이 깜빡였다. 그리고 그 순간, 아주 희미하게, 마치 낡은 증기 기관차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듯, 묵직하고 나직한 ‘쉬이이이익…’ 하는 소리가 벽 속에서 울렸다.
민준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인지 특정하기 어려웠다. 마치 건물 전체가 깊은 숨을 내쉬는 듯한 느낌. 그는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소리는 이내 사라졌다.
“환청인가… 너무 피곤했나 보네.”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피로가 쌓이면 종종 이런 일이 있었다.

다시 작업에 몰두하려는데, 이번에는 주방 쪽에서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민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음?”
누가 들어온 건가? 아니, 문은 잠겨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섰다.
주방으로 향하는 복도는 어두웠다. 거실의 흐린 불빛이 겨우 그 길을 비추고 있었다. 민준은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조용히 주방으로 걸어갔다.
싱크대 위에는 찻잔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가 늘 차를 마시던 방식 그대로. 하지만 한 잔이 아주 미세하게, 본래 있던 자리에서 비틀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건드린 것처럼.
“뭐지?”
민준은 찻잔을 들었다 놨다 반복했다.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컵 안쪽도 깨끗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아마도 지반이 흔들렸거나, 아니면… 그냥 착각이었을 것이다.

그때였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작은 탁자 위, 그가 아끼는 앤티크 황동 나침반이 ‘덜컥’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나침반의 덮개가 스스로 열리는가 싶더니, 안쪽의 바늘이 미친 듯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보통 북극을 가리키며 고정되어 있어야 할 바늘이 마치 거대한 자석에 이끌린 듯 격렬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민준은 숨을 헙 들이켰다.
“이게… 뭐야.”
그는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앤티크 나침반은 자성이 강한 물체 근처에 두지 않는 이상 저렇게 반응할 리 없었다. 게다가 덮개가 저절로 열리다니?

공포는 순식간에 현실이 되어 그의 목덜미를 휘감았다. 그는 얼어붙은 채 나침반을 응시했다. 바늘의 움직임은 점점 더 격렬해지더니, 갑자기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나침반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은… 그의 침실 벽이었다.

그리고 다시, 벽 속에서 그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훨씬 더 선명하게, 그리고 가깝게.
‘쉬이이이익… 촤르르륵… 퉁… 퉁…’
마치 거대한 금속 덩어리들이 서로를 스치고,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며, 이따금씩 증기가 분출되는 듯한 소리였다. 오래된 공장 기계가 살아 움직이는 소리 같기도 했다.
민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심장이 불안정하게 뛰기 시작했다. 환청이 아니었다. 주방의 찻잔도, 나침반도, 이 소리도, 모두 현실이었다.

그는 천천히 침실로 향했다. 침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방 안은 어두웠지만, 저절로 열린 문틈으로 희미한 달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소리는 침실 안쪽 벽에서 더욱 크게 울리고 있었다. 마치 벽 자체가 거대한 기계 장치인 양.
민준은 주저하며 문을 완전히 열었다. 침실 안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침대, 옷장, 책상…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침대 머리맡 벽에서 나오는 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방 안의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냉기가 벽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쉬이이익… 촤르르륵… 퉁! 퉁! 퉁!’
소리는 이제 확신에 찬 박동처럼 느껴졌다. 벽 안에서 뭔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침대 옆 벽면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벽지의 가장자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벽 안에서 진동이 전해지는 것처럼. 그리고 그 떨림이 점점 격렬해지더니, 마침내 벽지 한 부분이 불룩 솟아올랐다.
“흐읍…!”
민준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벽지 아래에서, 마치 살덩어리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무언가가 벽지를 밀어내고 있었다.
곧이어, 벽지의 팽창된 부분이 ‘쫙!’ 하는 소리와 함께 길게 찢어졌다.
찢어진 틈새로 보이는 것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금속 조각들과, 쉴 새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들의 그림자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뜨거운 증기가 ‘쉬이이익…’ 하고 새어 나오며 묘한 유황 냄새를 풍겼다.
그것은 벽 안에 숨겨진, 살아 있는 듯한 거대한 기계의 일부였다.

민준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그의 눈은 찢어진 벽지 틈새로 보이는 광경에 완전히 고정되었다.
금속. 증기. 그리고 움직이는 톱니바퀴들.
그것들은 마치 태엽 인형의 심장처럼 쉴 새 없이 뛰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 찢어진 틈새에서 번개처럼 빠른 금속 촉수가 튀어나왔다.
새까만 기름때가 묻어 있고, 관절마다 증기가 희미하게 뿜어져 나오는, 낡고 기괴한 형태의 촉수였다. 그 촉수는 망설임 없이 민준의 발목을 낚아챘다.

“으아악!”
민준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차가운 금속 촉수의 악력이 그의 발목을 파고들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민준의 다리를 휘감더니, 그를 벽 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놓아! 놓으라고!”
그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촉수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낡은 금속의 마찰음이 온몸의 신경을 긁어댔다.
벽 속에서 들려오던 금속 심장의 박동은 이제 그의 귓가에서 거대한 망치질 소리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찢어진 벽지 틈새 너머의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붉은 빛이 일렁였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기계 장치의 눈동자 같았다.

그리고 민준의 몸이 서서히, 벽의 찢어진 틈새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낡은 금속과 뜨거운 증기, 그리고 알 수 없는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그 순간, 그의 시야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은, 침실의 벽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하며… 수많은 톱니바퀴와 금속 부품들이 얽히고설켜 움직이는 듯한 환각이었다.

벽은 살아 있었다.
아니, 벽 안에 잠들어 있던 거대한 기계가, 드디어 깨어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