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차가운 카페 라떼 잔을 쥔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옅은 얼음이 녹아내리며 유리잔 표면에 맺힌 물방울은, 마치 내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찢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모든 것을 잃고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 나는 기적처럼 과거로 돌아왔다. 정확히 10년 전. 지옥의 서막이 오르기 직전의 그 시점으로.

창밖으로는 희미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갓 내린 비에 젖은 아스팔트가 반짝였다. 평범하고 아름다운 풍경. 그러나 내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위선적인 가면처럼 보였다. 세상은 예전과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속에서 순진한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 내 안에는 오직 얼어붙은 분노와 뜨거운 복수심만이 존재했다.

“이지혁?”

익숙한 목소리. 소름 끼치도록 다정하고, 역겨울 정도로 친근한 그 한마디에 심장이 멎는 듯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김태준이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하얀 셔츠가 잘 어울리는 말끔한 차림, 주변의 시선을 끄는 서글서글한 인상. 그의 가면 뒤에 숨겨진 악마의 얼굴을 아는 이는 이 세상에 나, 이지혁 뿐이었다.

“어, 김태준. 웬일이야, 여기도 오고?”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경멸과 역겨움으로 얼룩진 미소. 놈은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것에 더 익숙할 것이다. 태준은 제 발로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나를 유인하기 위한 함정, 바로 그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온 셈이었다.

“갑자기 네 생각 나더라. 마침 근처인데 연락해 볼까 하다가, 그냥 불쑥 찾아왔지.” 태준은 아무렇지 않게 내 옆자리 빈 의자에 앉았다. 그의 몸에서 나는 값비싼 향수 냄새가 역했다. “요즘 바쁘게 지낸다며? 그 ‘아이템’ 말이야. 잘 되고 있어?”

그 ‘아이템’. 그래, 그게 시작이었다. 내가 밤낮없이 매달려 개발했던 아이디어, 태준이 접근하기 위해 던져준 가장 달콤한 미끼. 나는 그 미끼를 덥석 물었고, 놈은 내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내 꿈, 내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사람들의 신뢰까지. 나는 바닥까지 추락했고, 태준은 그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가족처럼 믿었던 친구. 함께 꿈을 키우고, 미래를 약속했던 유일한 존재. 그 모든 것이 거대한 사기극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세상의 끝에 서 있었다. 절벽 끝에서 뛰어내리기 직전, 간신히 붙잡은 과거라는 동아줄이 아니었다면, 나는 영원히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뭐, 그냥저냥. 너도 잘 지내는 것 같네.” 나는 최대한 감정을 숨기며 대답했다. 가슴속에서는 뜨거운 용암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놈의 잘생긴 얼굴을 한 대 갈겨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 위에서, 가장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놈의 가면을 벗겨내야 했다. 놈은 나의 죽음을 통해 성공의 정점에 도달했지만, 이번 생은 다를 것이다. 나는 놈의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내고, 놈이 겪었던 고통의 백 배를 돌려줄 것이다.

“야, 너 그거 아냐? 우리 동기 중에 김민철이라고. 걔 이번에 엄청 좋은 회사 들어갔더라? 대박이야.” 태준은 신이 난 듯 떠들었다. 예전과 다름없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마치 세상의 모든 좋은 소식을 독점한 사람처럼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항상 그랬다. 남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척하면서 은근히 자신을 띄우고, 자신도 그 성공의 일부인 것처럼 포장하는 데 능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놈의 말을 들어주었다. 놈의 허황된 자랑이 아니라, 놈이 나락으로 떨어질 미래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너도 그 아이템 성공하면,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려줘야 한다? 내가 옆에서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태준의 말속에는 미묘한 뉘앙스가 숨어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저 친절한 친구의 응원으로 들렸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도와주겠다’는 말은 ‘빼앗아 가겠다’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나는 그 놈의 더러운 속셈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럼 당연하지. 제일 먼저 너한테 연락할게.” 나는 싱긋 웃어 보였다. 가식적인 웃음. 놈은 내 미소 뒤에 숨겨진 차가운 칼날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나를 너무나도 만만하게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예전처럼, 내가 놈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날 줄 알았겠지.

놈은 아무런 의심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이제 가봐야겠다.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조만간 밥이라도 같이 하자!”

“그래, 조심히 가.”

태준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놈이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에는 복잡한 표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김태준, 네가 나를 짓밟고 올라서기 위해 썼던 모든 수법, 그 놈들의 약점, 그리고 그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나의 무기들.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오늘, 태준과의 우연한 만남은 계획의 일부였다. 놈의 경계심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나를 여전히 만만한 ‘친구’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이제, 그의 첫 번째 복수극이 시작될 참이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움직임이 거대한 파장을 일으킬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나는 노트북 화면 속의 한 셀을 클릭했다. 그 셀에는 태준이 미래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될 첫 번째 ‘계약’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계약을 따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놈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작은 변수’에 대한 정보도 함께였다.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그 ‘작은 변수’의 연결을 끊는 코드 몇 줄을 입력했다. 놈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겠지. 자신이 성공의 길을 걷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놈이 쌓아 올린 모래성을, 그 가장 중요한 기반부터 조금씩 무너뜨릴 것이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 강물처럼,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강의 흐름을 바꿀 것이다. 차가운 라떼 잔을 다시 쥐었다. 손끝의 냉기는 잃었던 과거의 자신을 향한 위로가, 그리고 다가올 잔혹한 미래를 향한 다짐이 되었다.

이제 게임은 시작되었다. 김태준,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내가 만들어 줄 지옥은 네가 내게 주었던 그 어떤 고통보다 더 처절하고 잔혹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