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3화: 그림자 속 장난과 반짝이는 함정

“크윽… 젠장, 이건 또 무슨 장난질이야!”

유하는 잔뜩 들뜬 표정으로 흙먼지 폴폴 날리는 벽화를 향해 손을 뻗었다. 거미줄과 이끼로 뒤덮여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낡은 돌덩이 위에는, 기묘한 상형문자와 함께 알 수 없는 형상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흡사 거대한 뱀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우주선처럼 각진 형태를 띠기도 하는 모호한 존재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벽화는,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그녀의 흥미를 단단히 붙들었다.

“유하 씨, 제발 아무거나 만지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합니까.”

뒤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유하의 귀에는 닿지 않는 듯했다. 그녀의 눈은 이미 벽화 속 미지의 존재와 소통하고 있었다.

“강율 씨, 이건 단순한 벽화가 아니에요. 보세요! 이 선들의 규칙적인 배열! 그리고 이 점선들! 마치… 길을 안내하는 것 같지 않아요?”

손전등 빛을 벽화에 이리저리 비추며 유하가 호들갑을 떨었다. 그녀의 앞에는 고고학계의 젊은 피이자, 이번 탐사대의 실질적인 리더인 강율이 서 있었다. 늘 말쑥한 차림을 고수하는 그의 옷에는 지금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에 가까웠다. 다만, 미간에 살짝 잡힌 주름이 그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렸다.

“그 ‘길’이라는 게, 우리를 더 깊은 함정으로 이끌지 않을까요? 이미 충분히 깊이 들어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함정이 지천에 깔려있다는 걸 잊었습니까?”

강율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그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들은 잊혀진 고대 유적의 지하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었다. 며칠 전, 폐허가 된 옛 신전의 잔해 아래에서 우연히 발견된 비밀 통로를 따라 내려온 지 벌써 닷새째. 캄캄한 어둠 속에서 오직 손전등 불빛에 의지한 채 움직이는 그들의 여정은 늘 위험으로 가득했다. 어딘가에서 훅 하고 튀어나올 것 같은 독거미,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천장, 그리고… 유하 같은 예측 불가능한 인물까지.

“함정이라뇨! 이건 분명 메시지예요! 이 문양들을 보세요. 다른 벽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섬세함이라고요! 게다가 이 돌의 재질… 여기만 달라요.”

유하는 벽화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귓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콰드드드득!

“유하 씨!”

강율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그들이 서 있던 발아래의 돌바닥이 굉음을 내며 아래로 꺼지기 시작했다. 유하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눈앞이 아찔해지는 동시에, 등 뒤에서 강하게 잡아끄는 힘이 느껴졌다.

강율이었다. 그는 한쪽 팔로 유하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른 손으로는 간신히 무너지지 않은 바닥의 튀어나온 돌기둥을 움켜쥐었다. 바닥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그들은 순식간에 수십 미터 아래로 추락할 뻔했다.

“괜… 괜찮아요?”

유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의 품에 안겨 중얼거렸다. 강율의 단단한 팔 근육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감각이 생생했다. 흙먼지 냄새 사이로 은은하게 풍기는 그의 체향이 묘하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젠장! 말 좀 들으라고 했잖아요!”

강율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당황스러움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금 한 손으로 성인 여성의 체중을 지탱하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미끄러운 돌기둥을 붙들고 버티고 있었다. 팔의 힘줄이 불거질 정도로 그는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튼튼하시네요?”

긴장감 넘치는 상황 속에서도 유하는 엉뚱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의 눈은 강율의 불거진 팔 근육을 힐끗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닙니다! 어떻게든 올라가야 해요. 발을 딛을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강율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더 높아졌다. 유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발아래를 살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겨우 그의 손전등 불빛이 희미하게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까마득한 심연 아래,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잠깐만요! 저기 뭔가 반짝이는 게 보여요!”

유하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바닥 아래 깊은 곳이었다. 강율은 재빨리 손전등 빛을 그곳으로 향했다. 빛이 닿자,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푸른빛이 반짝였다. 흡사 하늘의 별이라도 떨어져 박힌 듯한 영롱한 빛이었다.

“뭐… 뭐죠? 광석인가요? 아니면… 보석?”

유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입술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강율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그의 눈은 빛을 쫓아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곧, 그의 눈이 한 지점에 멈췄다.

“아니, 함정입니다.”

그의 낮은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차분했다. 유하가 그제야 강율의 시선을 따라가자, 빛나는 조각들 사이에 얇고 투명한 실 같은 것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이 보였다. 실들은 바닥 전체를 뒤덮고 있었고, 그 끝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빛나고 있었다.

“저 실에 닿는 순간, 우리는 토막 날 겁니다.”

강율의 설명에 유하는 숨을 꿀꺽 삼켰다. 아름다운 푸른빛은 순식간에 섬뜩한 죽음의 그림자로 변했다.

“그럼… 이대로 여기서 떨어지면… 끝인가요?”

유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의 눈이 다시 강율을 향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서려 있었지만, 그가 자신을 붙들고 있는 팔에는 변함없이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묘하게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아니요, 제가 유하 씨를 이끌고 올라갈 겁니다.”

그의 말에 유하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과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저기, 벽에 있는 작은 틈을 보세요. 발을 딛을 만한 공간이 있습니다.”

강율은 손전등으로 유하의 머리 위쪽 벽을 가리켰다. 과연, 벽에는 손가락 두께 정도의 틈이 일렬로 길게 나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한 형태였다.

“이제부터 제 지시에 따르세요. 절대로 제 허락 없이 손이나 발을 움직이지 마세요.”

“네… 네!”

강율은 힘을 주어 유하의 몸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리고 유하의 발이 벽의 틈새에 닿자마자, 그는 재빨리 자신의 발도 그 틈새에 끼워 넣었다. 그들은 서로의 몸을 의지하며, 마치 거대한 암벽을 타는 등반가들처럼 위로, 위로 기어 올라갔다.

몇 분이 마치 몇 시간처럼 느껴지는 고된 과정이었다. 유하는 강율의 허리를 붙든 채, 그의 등 뒤에 바싹 몸을 밀착시켰다. 그의 넓은 어깨와 단단한 등 근육이 느껴질 때마다, 그녀는 묘한 안정감과 함께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드디어, 그들은 무너진 바닥 바로 아래까지 도달했다. 강율은 있는 힘껏 몸을 밀어 올리며 무너진 틈을 비집고 상체부터 올라갔다. 그리고 유하의 손을 잡아끌어 그녀를 안전한 곳으로 올려주었다.

털썩.

유하는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강율 역시 한숨을 쉬며 옆에 앉았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유하가 넋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강율은 그녀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요. 여기는 놀이공원이 아닙니다.”

“흐음… 그래도 덕분에 재미있는 구경 했잖아요? 저 빛나는 함정이라니! 정말 신기했어요!”

유하는 씩 웃으며 답했다. 강율은 헛웃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유하의 눈에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스쳐 지나가는 듯 보였다.

그들이 앉은 곳은 아까 그 벽화가 있던 통로와 연결된 또 다른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공간은 앞서 지나온 곳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벽에는 기묘한 문양 대신 매끄러운 검은 돌이 박혀 있었고, 바닥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마치 누군가 최근까지 관리라도 한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은… 또 다른 입구인가?”

강율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예리하게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유하의 시선은 정면을 향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석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석문 위에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거대한 새와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문양의 눈 부분에서는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강율 씨, 저것 좀 봐요! 저 문양… 꼭 살아있는 것 같아요!”

유하가 석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다시금 흥분이 서려 있었다.

강율은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석문을 응시했다. 석문의 푸른빛은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깜빡거렸다. 그리고 문양을 따라 흐르는 섬세한 조각들 사이에서는, 고대어로 보이는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석문에 손을 뻗었다. 손끝이 닿자, 문양의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지며 공간 전체를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익…

그리고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묘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희미한 바람 소리와 함께, 석문 뒤편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열리는 건가요?”

유하가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석문을 바라보았다. 강율의 표정은 경계심으로 가득했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석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크르르르르릉…!

석문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묵직한 돌이 마찰하는 소리가 온 공간을 울렸다. 석문 너머의 어둠 속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공간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공간 한가운데, 거대한 기둥 위에 놓인 듯한, 영롱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유하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오래된 전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숨겨진 심연의 문이 열리면, 세상의 진실이 깨어나리라.’*

그것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었다. 분명, 이 유적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체… 저 안에는 뭐가 있는 걸까요?”

유하의 목소리가 전율했다. 강율은 아무 말 없이 석문 너머를 응시했다. 그의 입술이 굳게 다물려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경이롭고, 동시에 알 수 없는 위압감으로 가득했다.

거대한 어둠 속에서, 그 영롱한 빛은 마치 그들을 유혹하는 미지의 손길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