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잿빛 낙원: 틈새의 속삭임**

**장르:**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금지된 사랑

**핵심 줄거리:** 멸망한 세계, 서로를 증오하고 피해야 할 존재로 규정된 인간과 ‘적막자’. 그 금기를 넘어선 두 존재의 치열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 **등장인물**

* **서윤 (Seo-yun)**: (20대 초반, 여성) 잿빛으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홀로 살아남은 인간 생존자. 민첩하고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지녔으며,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감수할 줄 안다. 차갑고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인간적인 온정과 고독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짧게 잘라 실용성을 강조한 머리카락과 닳고 닳은 전투복 차림. 무기는 날카롭게 갈린 투박한 나이프와 임시방편으로 개조한 석궁.

* **카이 (Kai)**: (20대 중반 추정, 남성) 인간에 의해 ‘적막자’라 불리는 이종족. 극도로 창백한 피부와 밤하늘처럼 깊은 사파이어색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눈을 가졌다.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 능력과 감각을 지녔으나, 본능적으로 인간과의 접촉을 피한다. 평소에는 과묵하고 차분하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복장 또한 간결하고 어두운 톤의 재질로, 주변 환경에 쉽게 동화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 **프롤로그: 잿빛 환영 (Ashy Mirage)**

**SCENE 1**
**장면:** 황량한 도시 외곽, 폐허가 된 슈퍼마켓

**#1. EXT. 도시 외곽 – 폐허가 된 슈퍼마켓 – 낮 (황혼 무렵)**

**[SHOT 1-1]**
WIPE IN: 잿빛 하늘 아래, 무너진 고층 빌딩들의 실루엣이 음울하게 솟아 있다. 붉은색 먼지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며 폐허를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화면 중앙에는 ‘마트’라고 겨우 읽을 수 있는 간판이 훼손된 채 흔들리는 낡은 슈퍼마켓 건물이 보인다. 건물 외벽은 기이한 균류와 알 수 없는 식물들로 뒤덮여,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형상이다.

**[SHOT 1-2]**
CLOSE UP: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 위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낡은 부츠. 먼지가 잔뜩 묻어 있는 바지가 이어진다.

**[SHOT 1-3]**
WIDE SHOT: 서윤이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 실내는 천장이 일부 무너져내려 빛이 희미하게 쏟아져 들어오고, 그 빛줄기 속에서 먼지 입자들이 무수히 춤추고 있다. 뻥 뚫린 선반들, 뒹구는 상품 잔해들이 멸망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윤은 허리를 숙여 이동하며, 손에 든 나이프를 경계하듯 쥐고 주변을 끊임없이 살핀다.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고 예민하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지겹다.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줄기 기대를 놓을 수 없는 게 인간이지.
나는 인간이 아니었던가.

**[SHOT 1-4]**
MEDIUM SHOT: 서윤이 무너진 진열대 사이를 지나가며 낡은 비닐봉투 더미를 발로 툭 건드린다. 썩은 냄새가 올라오자 미간을 찌푸린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썩은 건 널렸는데. 쓸모 있는 건 왜 이렇게 귀한지.

**[SHOT 1-5]**
CLOSE UP: 서윤의 손이 낡은 종이상자를 조심스럽게 뒤진다. 빈 캔들이 굴러떨어지고, 먼지투성이의 찢어진 책자가 발견된다. 그녀는 무심하게 털어버리고 다시 탐색을 이어간다.

**[SHOT 1-6]**
MEDIUM SHOT: 서윤이 한참을 뒤지다 마침내 먼지가 뽀얗게 쌓인, 작은 비닐 랩에 싸인 건조 육포 조각을 발견한다. 육포는 딱딱하게 굳어 있지만, 온전해 보인다. 그녀의 입가에 피식, 작은 미소가 번진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그래, 이런 걸로도 충분해.
이런 작은 기쁨이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는 거지.

**[SHOT 1-7]**
CLOSE UP: 서윤이 육포를 조심스럽게 허리춤 주머니에 넣는 순간, 바닥에 뒹굴던 캔 하나가 “텅” 소리를 내며 굴러간다. 서윤의 표정이 굳어지며 나이프를 꽉 움켜쥔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귓가에 울리는 심장 소리)
왔나.

**[SHOT 1-8]**
FULL SHOT: 서윤이 몸을 낮춰 주변을 경계한다. 먼지로 가득 찬 공기 속에서 그녀의 숨소리만이 들리는 듯하다.

**[SHOT 1-9]**
ZOOM IN: 어둠이 짙게 깔린 슈퍼마켓 구석, 무너진 천장 틈새로 보이는 희미한 실루엣. 그림자 속에서 뭔가가 빠르게 움직인다.

**SFX:** (웅- 하는 낮은 진동음, 발톱이 바닥을 긁는 소리)

**[SHOT 1-10]**
FAST CUT: 서윤의 얼굴. 동공이 확장되고 긴장감이 극도로 치솟는다.

**#2. INT. 슈퍼마켓 – 깊숙한 곳 – 계속**

**[SHOT 2-1]**
WIDE SHOT: 거대한 갈퀴수(Claw-beast)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여섯 개의 다리로 바닥을 짚고, 등에는 날카로운 갈퀴들이 솟아 있으며, 머리에는 세 개의 붉은 눈이 섬뜩하게 빛난다. 입에서는 녹색 액체가 흘러내린다. 괴물은 서윤을 향해 낮게 으르렁거린다.

**SFX:** (갈퀴수의 위협적인 포효)

**서윤:** (낮게 읊조리듯)
젠장… 이런 빌어먹을.

**[SHOT 2-2]**
ACTION SHOT: 갈퀴수가 엄청난 속도로 서윤을 향해 돌진한다. 서윤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려 피하지만, 갈퀴수의 발톱이 지나간 자리에 콘크리트 벽이 길게 찢겨나간다.

**[SHOT 2-3]**
MEDIUM SHOT: 서윤이 숨을 헐떡이며 몸을 가다듬는다. 나이프를 든 손에 힘줄이 돋아 있다. 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지형지물을 이용할 방법을 모색한다.

**[SHOT 2-4]**
ACTION SHOT: 서윤이 무너진 선반 위로 뛰어올라 갈퀴수의 시야에서 벗어나려 한다. 갈퀴수는 분노한 듯 선반을 부수며 서윤을 쫓는다.

**[SHOT 2-5]**
CLOSE UP: 서윤의 날카로운 눈이 갈퀴수의 약점을 찾는다. 그녀는 재빨리 나이프를 던져 갈퀴수의 눈을 노리지만, 괴물은 노련하게 피하고 오히려 속도를 높인다.

**[SHOT 2-6]**
PANNING SHOT: 서윤이 폐기된 카트들을 넘어 도망치다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한다. 갈퀴수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거대한 발톱을 휘두른다.

**[SHOT 2-7]**
ACTION SHOT: 서윤이 간발의 차이로 몸을 숙여 피하지만, 그녀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간 갈퀴수의 발톱에 옷이 찢어지고 살짝 피가 배어 나온다. 서윤은 고통에 짧게 신음한다.

**서윤:** (이를 악물며)
크윽… 망할!

**[SHOT 2-8]**
FULL SHOT: 서윤이 무너진 벽에 등을 기댄 채 갈퀴수에게 포위된다. 그녀는 남은 힘을 쥐어짜 나이프를 다시 쥐고 절망적인 싸움을 준비한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여기서 끝인가…
이런 식으로 죽고 싶진 않았는데.

**[SHOT 2-9]**
HIGH ANGLE SHOT: 갈퀴수가 서윤을 향해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 앞발을 높이 든다. 서윤은 눈을 질끈 감는다.

**[SHOT 2-10]**
SLOW MOTION: 바로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푸른 섬광이 번뜩인다.
갈퀴수의 등 뒤에서 나타난 검은 형체가 경이로운 속도로 움직인다.
그는 마치 그림자처럼 유연하게 갈퀴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르고, 손에 든 간결하고 날렵한 검은색 막대기 같은 무기(혹은 단단한 팔)로 갈퀴수의 약점, 즉 목덜미를 정확히 꿰뚫는다.

**SFX:** (콰아앙! – 뼈와 살이 찢어지는 둔탁한 소리, 갈퀴수의 고통스러운 비명)

**[SHOT 2-11]**
ACTION SHOT: 갈퀴수가 엄청난 충격과 함께 몸부림치다 거대한 덩치로 바닥에 쓰러진다. 붉은 눈동자의 빛이 서서히 꺼진다. 괴물의 몸에서 녹색 피가 흘러나와 폐허 바닥을 흥건히 적신다.

**[SHOT 2-12]**
FULL SHOT: 갈퀴수의 시체 위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카이. 그의 창백한 피부와 밤하늘처럼 깊은 사파이어색 눈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난다. 그의 움직임은 물 흐르듯 우아하고 조용하다. 그는 시체에서 무기를 회수하며, 서윤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SHOT 2-13]**
CLOSE UP: 서윤의 얼굴. 눈은 경악과 혼란으로 가득하다. 그녀의 시선은 카이에게 고정된다.
‘적막자’… 그들이었다. 인간들의 공포의 대상이자, 멸종시켜야 할 존재.
왜… 나를 구한 거지?

**서윤 (내레이션/독백)**
적막자… 그들이었어.
내 평생 본 적 없는…
그들은… 인간을 증오한다고 했는데.

**[SHOT 2-14]**
MEDIUM SHOT: 서윤이 몸을 겨우 일으켜 비틀거린다. 아픔을 잊은 듯 나이프를 다시 쥐고,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카이를 노려본다. 그녀의 몸은 공포와 경계심으로 잔뜩 굳어있다.

**서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뭐야, 너.
왜… 왜 여기 있어?

**[SHOT 2-15]**
CLOSE UP: 카이의 얼굴.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는 듯한 무표정. 하지만 그의 사파이어 눈동자는 서윤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다.

**SFX:** (침묵 속, 찢어진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

**[SHOT 2-16]**
FULL SHOT: 카이가 서윤을 향해 천천히 한 발짝 내딛는다. 서윤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다, 어깨의 상처 부위가 찢어지며 통증에 휘청거린다.

**서윤:** (떨리는 목소리로)
가까이 오지 마.
더 이상 다가오면… 널…

**[SHOT 2-17]**
CLOSE UP: 카이의 시선이 서윤의 찢어진 어깨에 머문다. 그의 눈동자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인다.

**[SHOT 2-18]**
SOUND ONLY: 저 멀리서 들려오는 여러 마리의 괴물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 갈퀴수의 죽음이 더 많은 위험을 불러온 것이다.

**SFX:** (멀리서 들려오는 여러 마리 괴물들의 으르렁거림, 발소리)

**[SHOT 2-19]**
WIDE SHOT: 서윤과 카이가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는 모습. 갈퀴수의 시체와 폐허가 된 슈퍼마켓이 배경이다. 그들의 뒤편 어둠 속에서 더욱 많은 괴물들의 실루엣이 나타나고, 그들의 붉은 눈들이 번뜩인다. 두 존재는 이제 공통의 위협 앞에 놓여있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젠장… 더 왔어.
저 망할 것들…

**[SHOT 2-20]**
FAST CUT:
1. 서윤의 불안한 눈빛.
2. 카이의 변함없는 표정, 하지만 그의 눈은 주변의 위협을 주시하고 있다.
3. 점점 다가오는 괴물들의 무리.

**[SHOT 2-21]**
FULL SHOT: 카이가 돌아서서 서윤의 손목을 잡는다. 서윤은 깜짝 놀라 뿌리치려 하지만, 카이의 손아귀는 단단하다.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폐허의 깊은 곳으로 서윤을 끌고 달리기 시작한다.

**서윤:** (당황하며)
야! 이봐! 어디로 가는 거야!
놓으라고! 이… 적막자… 새끼!

**[SHOT 2-22]**
PANNING SHOT: 카이가 서윤을 이끌고 좁고 어두운 통로를 빠르게 통과한다. 괴물들이 그들을 쫓아오지만, 카이의 속도는 월등하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놈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인간을 증오하는 적막자가… 왜 나를 살렸고… 왜… 구해주려는 거지?
이해할 수 없어… 아무것도…

**FADE OUT.**

**SCENE 3**
**장면:** 폐허 속 은신처, 작은 틈새 동굴

**#3. INT. 폐허 속 틈새 동굴 – 밤**

**[SHOT 3-1]**
WIDE SHOT: 좁고 어두운 틈새 동굴. 밖에서 스며들어오는 희미한 달빛만이 내부를 어렴풋이 비춘다. 동굴 안은 눅눅하고 축축하다. 카이가 동굴 입구를 막는 듯한 자세로 앉아있고, 서윤은 그와 떨어진 반대편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SFX:** (밖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괴물들의 울음소리, 바람 소리)

**서윤 (내레이션/독백)**
젠장, 갇혔어.
놈과 함께… 여기서.

**[SHOT 3-2]**
MEDIUM SHOT: 서윤이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있다. 그녀의 어깨에서 흘러나온 피가 찢어진 옷에 얼룩져 있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린다.

**[SHOT 3-3]**
CLOSE UP: 서윤의 어깨 상처. 깊지는 않지만, 이 척박한 환경에서 상처는 치명적일 수 있다.

**[SHOT 3-4]**
MEDIUM SHOT: 카이가 동굴 입구를 등지고 앉아있다. 그는 서윤을 직접적으로 보지 않지만, 그의 시선은 동굴 입구와 주변을 끊임없이 스캔하는 듯하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그림자 같다.

**[SHOT 3-5]**
CLOSE UP: 카이의 옆모습. 희미한 달빛이 그의 창백한 피부에 반사되어 더욱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그의 사파이어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미묘하게 빛나며, 주변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듯하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저 자식… 뭐 하는 거지?
날 죽일 생각이었다면 아까도 충분히 가능했을 텐데…
아니, 오히려 구해줬잖아.
그럼 납치라도 하려는 건가?
적막자들은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SHOT 3-6]**
ACTION SHOT: 서윤이 고개를 돌려 카이를 힐끗 본다. 카이는 여전히 미동도 없다. 서윤은 조용히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낸다. 아까 발견했던 그 육포다.

**[SHOT 3-7]**
CLOSE UP: 서윤이 육포를 먹으려던 순간, 손에 묻은 피를 보고 잠시 멈칫한다. 아픔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SHOT 3-8]**
MEDIUM SHOT: 서윤이 마지못해 육포를 한 입 베어 문다. 질기고 딱딱한 육포를 힘겹게 씹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다.

**[SHOT 3-9]**
CLOSE UP: 카이의 시선이 아주 미묘하게, 서윤의 육포에 머무르는 듯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동굴 밖으로 향한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뭐지? 날 보나?
아니… 착각이겠지.
저런 괴물 같은 것들이 감정 같은 걸 느낄 리 없잖아.
우리 인간을 그저 먹이나… 박멸해야 할 존재로 볼 뿐이겠지.

**[SHOT 3-10]**
ACTION SHOT: 갑자기 카이가 몸을 돌려 서윤을 향해 손을 뻗는다. 서윤은 화들짝 놀라 나이프를 꺼내 방어 자세를 취한다.

**서윤:** (날카롭게)
뭐야! 덤비지 마!

**[SHOT 3-11]**
CLOSE UP: 카이의 손에 들린 것은 작은 풀잎 뭉치였다. 희미한 달빛 아래서도 그 풀잎에서 연한 초록빛이 감돈다. 그는 말없이 그 풀잎을 서윤에게 내민다.

**[SHOT 3-12]**
CLOSE UP: 서윤의 눈이 흔들린다. 저 풀잎… 본 적 있다.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약초. 어째서…

**서윤:** (경계하며)
이게… 뭔데?

**[SHOT 3-13]**
CLOSE UP: 카이의 손짓이 서윤의 어깨 상처를 가리킨다. 그의 눈동자 속 사파이어 빛이 일렁인다. 그 시선은 무심한 듯하지만, 어딘가 미묘한 걱정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상처를… 치료하라고?
날 죽이려는 게 아니었어…?
어째서?

**[SHOT 3-14]**
MEDIUM SHOT: 서윤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조심스럽게 풀잎을 받아든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낯선 감촉이 손끝에 닿는다. 그녀는 풀잎을 으깨어 상처에 바르기 시작한다. 쓰라린 통증이 스쳐 지나가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속의 긴장감은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서윤:** (작은 목소리로)
고마워…

**[SHOT 3-15]**
CLOSE UP: 카이의 얼굴.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 아주 희미한 변화가 스친다. 그것이 만족인지, 안도인지, 아니면 그저 무관심의 표현인지 서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서윤에게 고정되어 있다.

**[SHOT 3-16]**
WIDE SHOT: 좁은 동굴 속, 두 이종족이 나란히 앉아있다. 밖에서는 여전히 위험한 소리들이 들려오지만, 동굴 안은 묘한 침묵과 함께 안정감이 감돈다. 서윤은 풀잎을 바르며 카이를 곁눈질한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처음으로 ‘적막자’에 대한 정의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우리가 배운 적막자들은…
이런 존재가 아니었어.
잔혹하고, 무자비하며,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그런 존재라고 배웠는데.

**[SHOT 3-17]**
CLOSE UP: 서윤의 어깨 상처에 발라진 풀잎이 희미하게 빛나며, 찢어졌던 살갗이 서서히 아물어가는 기색을 보인다.

**[SHOT 3-18]**
FULL SHOT: 카이가 조용히 몸을 돌려 다시 동굴 입구를 바라본다. 서윤은 풀잎을 바르다 문득 고개를 들어 카이의 뒷모습을 본다. 그 넓은 어깨가, 한없이 외롭고 강인해 보인다. 이 낯선 존재와 자신 사이에 피어난 작은 유대가, 이 잿빛 세계의 유일한 빛처럼 느껴진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이 금지된 만남이…
어디로 이끌게 될지…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SHOT 3-19]**
CLOSE UP: 서윤의 눈. 두려움과 경계심 너머로, 묘한 끌림과 혼란스러운 감정이 교차한다. 그녀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방금 풀잎을 만졌던 자리를 톡톡 두드린다.

**서윤 (내레이션/독백)**
이 밤이…
길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FADE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