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프롤로그: 검은 하늘 아래에서**

진우는 익숙한 쇳내와 잿가루 냄새를 들이마셨다. 돔 형태의 상층도시를 지탱하는 거대한 강철 기둥들 사이로, 그들의 주거지인 하층 구역은 늘 어둠에 잠겨 있었다. 태양 빛은 먼지와 스모그로 가득한 대기를 뚫지 못했고, 그 대신 천장에 박힌 인공 조명들이 푸른색과 오렌지색의 기괴한 빛을 내뿜으며 칙칙한 풍경을 더 음울하게 만들 뿐이었다. 진우는 허리까지 오는 폐기물 더미 속에서 낡은 전선 뭉치를 끌어냈다. 그의 손은 기름때와 굳은살로 범벅되어 있었지만, 미세한 금속 조각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움직임은 정교했다.

“진우, 그거 쓸모 있냐?”

뒤에서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에 진우는 고개를 돌렸다. 가람이었다. 동갑내기 친구이자 몇 안 되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존재. 가람의 얼굴 역시 먼지와 땀으로 얼룩져 있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언제나 불꽃처럼 살아 있었다.

“이 정도면 쓸만하지. 회로 하나만 건져도 오늘 저녁은 걱정 없겠어.” 진우는 희미하게 웃었다. “너는?”

가람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의 낡은 작업복 주머니를 툭툭 쳤다. “꽝이다. 이젠 찌꺼기조차 찾기 힘들어. 제국놈들이 바닥까지 긁어가는군.”

‘제국놈들’. 아스텔라 제국. 광활한 우주를 지배하는 거대한 철권. 그들의 눈에는 하층민들은 그저 소모품이거나, 아니면 없는 존재나 다름없었다. 제국은 드높은 상층 도시에서 황금빛 비단에 싸여 유유자적하는 귀족들과 기사들의 땅이었고, 하층민들의 삶은 닳고 닳은 강철과 부식된 회로, 그리고 끝없는 노동으로 이루어진 지옥이었다.

그때였다. 웅장한 굉음이 진우와 가람의 귓가를 강타했다. 멀리서부터 제국 순찰대 드론의 묵직한 프로펠러 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소리가 커질수록 하층 구역의 모든 움직임이 얼어붙었다. 아이들의 시끄러운 재잘거림도, 낡은 기계들의 삐걱거림도 멈췄다. 오직 굉음만이 거대한 폐허 속을 울렸다.

“또 뭐야?” 가람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지고 경계심이 스쳤다.

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 요즘 들어 순찰이 더 잦아졌어.”

회색빛 철골 구조물 사이를 가르며 거대한 순찰 드론 한 대가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제국 기사들이 착륙했다. 그들의 갑옷은 하층 구역의 칙칙한 배경과 대비되어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 다섯 명의 기사들이 아무런 감정 없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들의 손에는 번개처럼 푸른빛을 내뿜는 에너지 소총이 들려 있었다.

선두에 선 기사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작업 중지! 신원 스캔을 실시한다!”

공포가 퍼져나갔다. 신원 스캔은 늘 불길한 징조였다. 누군가는 끌려갔고, 누군가는 사라졌다. 이유를 묻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진우는 가람과 함께 몸을 숙여 폐기물 더미 뒤에 숨었지만, 그들의 존재는 이미 드론의 열 감지기에 포착된 지 오래였다.

“나와라! 반항 시 현장에서 즉결 처형이다!”

진우는 가람의 팔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숨어봐야 소용 없어.”

결국 그들은 다른 하층민들과 함께 공터로 끌려 나왔다.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대부분 진우와 가람처럼 폐기물을 뒤지거나 낡은 기계를 수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공포와 불안이 그들의 얼굴에 역력했다.

기사들이 뿜어내는 위압감 속에서, 한 기사가 조그만 단말기를 들고 사람들의 정보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이름, 직업, 거주지 확인. 거부 시 처벌 대상이다.”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순순히 스캔을 받았다. 제국에 반항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으니까. 그때,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인이 기사에게 애원했다.

“저, 제발… 제 아이가 너무 아파서… 약을 구하러 가야 합니다.”

여인의 목소리는 간절했지만, 기사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기사는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여인을 응시할 뿐이었다.

“제국 법규에 따라, 모든 하층민은 지정된 구역 밖으로 이동할 수 없다. 스캔을 거부하면 구금 조치될 것이다.”

여인은 울먹였지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이는 기침을 하며 축 늘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가람이 참지 못하고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저기요! 애가 죽어가잖아요! 제발 좀…”

가람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사 중 한 명이 잽싸게 에너지 소총을 겨누며 가람을 바닥에 쓰러트렸다. “닥쳐라! 제국 법규를 모욕하는 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는다!”

강렬한 에너지 충격이 가람의 옆구리를 강타했고,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쓰러졌다. 진우는 분노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의 눈동자에 붉은 불꽃이 일렁였다. 저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제국의 법규를 읊는 기계에 불과했다.

“가람아!” 진우는 달려가려 했지만, 옆에 있던 노인이 급하게 그의 팔을 붙잡았다.

“안 돼! 죽고 싶으냐! 참아야 한다…!”

노인의 눈빛은 비참할 정도로 공허했다. 수십 년간 제국의 억압 속에서 살아온 이들의 체념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아까 아이를 안고 있던 여인 옆에 서 있던 한 남자가 조용히 손에 쥐고 있던 낡은 도구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둔탁한 금속 소리가 침묵을 깼다. 기사들이 그 남자를 노려봤다.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노인의 그것과는 달랐다. 체념이 아닌, 끓어오르는 분노가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우리도… 인간이다.” 남자가 쥐어짜듯 말했다. “숨만 쉬고 사는 짐승이 아니야.”

기사들은 남자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들에게 하층민의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선두에 섰던 기사가 단말기를 다시 들어 올렸다.

“불법 무기 소지 및 제국 기사에게 위협을 가한 죄로… 즉결 처형한다.”

남자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검은 스모그로 뒤덮인, 상층 도시의 화려한 빛조차 가려버린 암흑의 하늘을.

푸른 섬광이 번쩍였다.

진우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남자는 그 자리에서 소멸했다. 흔적도 없이,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람들의 비명조차 터져 나오지 못했다. 공포가 목구멍을 짓눌렀다.

“이것이 제국의 법이다. 명심하도록.” 선두 기사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캔을 재개한다. 다음은 누구냐.”

기사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스캔을 계속했다. 진우는 쓰러져 신음하는 가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방금 전 사라진 남자가 서 있던 자리의, 검게 그을린 바닥을.

그는 무릎을 꿇은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는 한 남자의 마지막 얼굴, 그리고 그 남자가 말했던 한 마디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우리도 인간이다.*

그것은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억압받는 모든 하층민들의 피 속에서 잠자고 있던 불씨였다. 진우의 심장 속에서 그 불씨가 격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제국의 철권 아래 짓밟혀도 사라지지 않는, 작은 불꽃.

검은 하늘 아래, 또 한 번의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밤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었다. 진우는 고개를 들어 상층 도시를 올려다봤다. 그곳에는 탐욕과 거짓으로 쌓아 올린 찬란한 성이 빛나고 있었다.

그 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순간을, 진우는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