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청운학원 지하, 금단의 심연

청운학원, 그 이름만으로도 천하의 모든 영기(靈氣)가 모여든다는 찬란한 명문. 수많은 수련자들이 이곳에서 도(道)를 닦고, 신선의 경지를 꿈꿨다. 하지만 스물다섯 번째 학년, 류진에게 청운학원은 그저 끝없는 과제와 시험, 그리고 지독한 영기 감별 훈련의 연속이었다.

“젠장, 또 틀렸어! 이 정도 영기 응집도면 분명히 상급 영초(靈草)여야 하는데 왜 자꾸 하급으로 뜨는 거지?”

류진은 코앞에 놓인 수정구슬을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한밤중, 학원 도서관 구석에 자리 잡은 고문헌 열람실. 낡은 탁자 위에는 정체불명의 영초 샘플들이 널려 있었고, 그의 손에는 온갖 영초의 효능과 특성이 빼곡히 적힌 두꺼운 고서가 들려 있었다. 내일 오전까지 이 영초들의 정확한 등급을 판별해 제출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였다.

“후으… 머리 식힐 겸 좀 걸어야겠어.”

류진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길고 긴 복도 끝, 늘 잠겨 있던 낡은 문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오래된 자물쇠와 거미줄이 잔뜩 엉켜 있어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곳. 학원 측에서도 ‘오래된 창고이니 접근 금지’라고만 했을 뿐, 딱히 감시하는 사람도 없었다. 류진은 호기심에 이끌려 조용히 문에 다가섰다. 손잡이를 잡자, 예상치 못한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녹슨 자물쇠가 툭, 하고 떨어져 나갔다.

“어… 열려 있네?”

등골에 한기가 스쳤지만, 알 수 없는 끌림에 그는 문 안쪽으로 발을 디뎠다. 오래된 곰팡이 냄새와 눅눅한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좁고 어두운 통로. 손바닥에 희미한 영기를 모아 작은 빛을 만들었다. 빛이 닿는 곳마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고서들과 낡은 수련 기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게 뭐야, 도서관 지하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그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통로를 따라 한참을 걷자, 거대한 석문이 나타났다. 육중한 문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문자들이 음각되어 있었다. 손으로 문자를 훑자, 싸늘한 기운이 손끝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졌다. 단순한 문자가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기묘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때였다. 류진의 발밑에서 ‘삐그덕’ 하는 소리와 함께 낡은 마루판이 아래로 꺼지는 것이 느껴졌다. “흐읍!” 짧은 비명과 함께 몸의 균형을 잃고 아래로 추락했다. 다행히 깊지 않은 곳이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일어나보니, 그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에 떨어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 영기가 주변을 감쌌다. 눅진한 공기, 희미하게 들려오는 낮고 규칙적인 ‘쉬이이익, 쉬이이익’ 하는 소리.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가 숨 쉬는 소리 같았다.

“여긴 대체… 어디지?”

류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공간은 지하 동굴 같은 모습이었다. 천장과 벽은 투박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곳곳에 알 수 없는 문양들이 섬뜩하게 새겨져 있었다. 바닥에는 푸른 영기가 흐르는 수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그 수로를 따라 기이한 형태의 제단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제단들 위에 놓인 것이었다. 투명한 수정관들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었고, 그 안에는… 액체에 잠긴 무언가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거대한 벌레나 기이한 영수(靈獸)의 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류진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건… 사람…?”

수정관 안에 있는 것은 분명 사람의 형상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핏기 없는 얼굴, 축 늘어진 사지. 그리고 그들의 가슴팍에는 거대한 바늘 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바늘 끝에서부터 희미한 빛의 실타래가 이어져 수정관 아래의 수로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쉬이이익… 쉬이이익….’

그 소리는 수정관 안의 존재들이 내쉬는 마지막 숨결이자, 동시에 그들의 영기가 뽑혀 나가는 소리였다. 수정관 안의 사람들은 모두 젊은 남녀였다. 그들의 표정에는 고통과 체념이 뒤섞여 있었고, 류진은 그들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살아있었다. 의식은 없지만, 분명 살아있는 생명체들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류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청운학원 지하에 이런 끔찍한 곳이 존재할 줄이야. 이들은 도대체 누구이며, 무엇 때문에 이토록 잔혹하게 영기를 착취당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발걸음을 떼어 다른 수정관으로 향했다. 가장자리에 놓인 한 수정관 안의 사람은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여윈 몸, 창백한 얼굴. 하지만 그녀의 가슴팍에는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빛의 실타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류진은 그녀의 얼굴이 낯익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연화 선배…?”

연화. 청운학원 최고 수재로 꼽히던, 신선의 경지에 가장 가깝다는 평을 듣던 선배였다. 몇 년 전, 연화 선배는 돌연 학원에서 사라졌다. 학원 측에서는 ‘선계로의 승천을 시도하다 실패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공표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이곳에서 끔찍하게 영기를 착취당하고 있었다.

류진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승천은 거짓말이었다. 학원은 연화 선배를 비롯한 수많은 재능 있는 수련자들을 이곳으로 끌고 와 영기를 뽑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왜? 무엇을 위해서?

그때, 저편 어둠 속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까지 내려올 줄은 몰랐군, 청운학원의 미약한 영혼이여.”

몸이 굳어버렸다. 류진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에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섬뜩한 목소리의 주인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 그의 얼굴은 주름져 있었지만, 눈빛은 형언할 수 없는 차가움과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그는 류진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학원의 그 어떤 스승보다도 강한 영기(靈氣)를 뿜어내고 있었다.

“너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

노인이 손을 들자, 공간 전체의 영기가 일렁였다. 류진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이 노인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지하 공간의 모든 끔찍한 일의 배후일 터였다. 그는 이대로 이곳에서 죽음을 맞을 수는 없었다. 연화 선배와 다른 모든 이들의 희생이, 이 모든 끔찍한 진실이 영원히 묻히게 할 수는 없었다.

“이… 이 악마 같은 짓을…!” 류진은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노인은 싸늘하게 웃었다. “악마? 아니,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선(仙)의 경지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금기라고? 어리석은 자여. 이 세상 모든 위대한 업적은 금기를 깨부수는 것에서 시작되는 법.”

그의 말에 류진은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꼈다. 영혼을 착취하는 것을 두고 ‘선의 경지’라니. 광기였다.

노인의 손에서 검은 영기 덩어리가 뿜어져 나와 류진을 향해 날아들었다. 류진은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뒤이어 폭발음과 함께 그가 서 있던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이대로는 죽을 뿐이었다.

“젠장…!”

류진은 이를 악물고, 아까 자신이 떨어진 구멍을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렸다.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이곳을 벗어나, 이 끔찍한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청운학원의 감춰진, 금단의 심연을!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노인의 목소리가 등 뒤를 쫓아왔다.

류진은 구멍으로 몸을 던졌다. 쿵! 몸이 아까 떨어진 지점의 바닥에 부딪혔다. 위에서 무언가 쫓아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자, 그는 뒤돌아볼 새도 없이 다시 도서관 지하의 낡은 통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심장은 터질 듯이 울렸고, 폐는 찢어질 듯 아팠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문득, 류진의 눈에 섬광처럼 떠오른 것은 학원 지하 지도를 만들 때 보았던 오래된 기록이었다. 도서관 지하 창고 깊숙한 곳에 ‘봉인된 구역’이라는 표기가 희미하게 남아있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때는 그저 낡은 장부 속 잊힌 공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의 등 뒤에서 쫓아오는 그림자와, 수정관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까 그가 떨어지기 전 보았던 거대한 석문이었다. 석문 전체에서 희미하게 고동치는 듯한 영기가 느껴졌다. 노인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저곳을 이용해야 했다. 그는 무작정 석문을 향해 돌진했다. 손을 뻗어 석문에 새겨진 고대 문양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을 강하게 밀었다.

“으아아악!”

그의 영기가 문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격통이 온몸을 휩쓸었다. 동시에 ‘쿠우우우우웅!’ 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육중한 석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으로 뿜어져 나오는 더욱 강력하고 섬뜩한 영기에 류진은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이곳은… 또 다른 심연이었다.

석문이 완전히 열리자, 안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어둡고 거대한 동굴 형태의 공간. 그리고 그 중앙에는…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거대하고 검붉은 무언가가 끊임없이 박동하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수십 개의 수정관들이 마치 꽃잎처럼 둘러싸여 있었고, 각 수정관 안에는 방금 보았던 영기 착취의 흔적이 그대로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가장 큰 충격은, 그 거대한 심장 같은 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운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영기가 아니었다. 생명과 죽음을 초월한, 금기의 존재가 뿜어내는 기운이었다.

“안 돼! 그곳은…!” 노인의 다급한 외침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함께 경악이 서려 있었다.

류진은 이 기회뿐이라 생각하고, 거대한 석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노인은 순간 망설이는 듯했으나, 이내 류진을 쫓아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닫히는 순간, 류진은 마지막으로 노인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더욱 끔찍한 금기의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청운학원 지하, 그 어둠 속에서 잠들었던 고대의 금기가 다시 한번 깨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류진은 이제 그 금기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의 운명은, 그리고 이 학원의 진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의 심장이, 마치 그 거대한 검붉은 심장처럼, 미친 듯이 고동치고 있었다. 이곳은 지옥의 입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