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둠이 지배하는 이 행성에서, 제국은 태양 그 자체였다. 거대한 도시들은 하늘을 꿰뚫는 첨탑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그림자는 지상의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평민들의 삶은 언제나 그 그림자 아래였다. 허락된 자원, 허락된 숨결. 모든 것이 제국의 자비 아래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그 틈새에서 피어나는 작은 불꽃들이 있었다. 바로 우리, 민초의 반란군이었다.

“재하, 응답하라. 목표 지점까지 3분 남았다. 제국군 정찰기는 탐지되지 않지만, 경계 태세는 유지해.”

낡은 통신 장치를 통해 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 차분하고 정확한 그녀의 음성은, 이 망가진 세상 속에서 유일한 나침반 같았다. 내 기체 ‘바람칼’의 콕핏 안은 좁고 답답했지만,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건 비좁은 공간 탓만은 아니었다.

“알았다, 미나. 이쪽은 이상 무. ‘사냥개’들도 준비 완료다.”

나는 조종간을 꽉 쥐었다. 바람칼은 제국군의 최신 기체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구형 모델이었다. 십 년도 더 된 산업용 굴착기를 개조하고, 낡은 장갑판을 덧대어 겨우 전투형으로 탈바꿈시킨 녀석. 하지만 내 손끝에서 이 녀석은 어떤 제국군 기체보다도 빠르게 반응했다. 녀석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구형 동력로는 쇠를 깎아내는 듯한 거친 소리를 내며 전신으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주변의 어둠 속에서는 내 소대원들의 기체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었다. ‘들개’라고 불리는 그들의 기체들 역시 바람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박하고, 낡았지만, 그 안에는 꺼지지 않는 불꽃을 품은 조종사들이 타고 있었다. 우리는 오늘, 제국의 심장을 긁어내기 위해 나섰다.

목표는 제국군 제3수송대의 에너지 셀 보급 행렬이었다. 이 행성 중심부의 고원 지대에서 채굴된 고순도 에너지 셀은 제국군의 주력 메카들의 동력원이었다. 그 보급로를 끊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목표 확인. 이동 경로에 진입했다.”

미나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서렸다. 전방의 스크린에 희미하게 점멸하는 제국 수송대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거대한 수송 메카 세 대를 중심으로, 전투형 기체 두 대가 호위하고 있었다. 예상보다 적은 숫자였다. 그들은 우리가 이 정도로 깊숙이 침투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제국은 우리를 항상 ‘하찮은 벌레’로 취급했으니까.

“이봐, 재하. 이건 쉬운 싸움이 될 것 같은데?”

동료 중 한 명, ‘망치’라고 불리는 건장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기체 ‘쇠망치’는 거대한 양손 해머가 특징이었다.

“방심하지 마, 망치. 제국은 언제나 우리 예상을 뛰어넘는 수를 둔다. 계획대로, 기습 공격에 집중한다. 수송 메카의 후미를 노려.”

나는 냉철하게 지시했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잠복해 있었다. 고원 지대의 울퉁불퉁한 바위 틈새는 완벽한 은신처가 되어주었다. 제국 수송대가 충분히 가까워지기를 기다렸다.

때는 왔다.

“지금이다! 전원 돌격!”

내 외침과 함께 바람칼이 튀어나갔다. 낡은 동력로가 한계까지 굉음을 내며 질주했다. 스크린 너머로 제국군 호위 메카들이 뒤늦게 우리를 인지하고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바람칼의 왼팔에 달린 개조된 고속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타타타타탕!’ 붉은 섬광이 어둠을 갈랐고, 선두에 서 있던 제국군 호위 메카의 다리 관절부에 정확히 명중했다. 금속 파편이 튀고, 불안정하게 비틀거렸다. 망치와 다른 소대원들도 각자의 무기를 들고 돌격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수송 메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빌어먹을 반란군 놈들! 감히!”

제국군 조종사의 격앙된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들의 기체는 매끄럽고, 강력했다. 우리 기체보다 두 배는 큰 덩치에 빛나는 합금 장갑은 총알을 튕겨낼 듯했다. 하지만 우리는 숫자가 적어도 집요했다.

나는 첫 번째 호위 메카가 비틀거리는 틈을 타 옆을 스쳐 지나가며 재빨리 수송 메카의 후미로 파고들었다. 내 목표는 수송 메카 자체였다. 바람칼의 오른팔에 장착된 굴착용 드릴이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금속을 뚫는 섬뜩한 소리가 전장을 채웠다.

“재하, 제국군 증원 병력이 감지됐다! 예상보다 빠르다! 후방에서 세 기체가 접근 중!” 미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역시나 제국은 만만치 않았다.

나는 드릴을 수송 메카의 약한 장갑판에 깊숙이 박아 넣었다. ‘끼이이익!’ 굉음을 내며 장갑이 찢어지고 내부의 전선들이 끊어졌다. 거대한 수송 메카가 비명을 지르듯 주춤거렸다. 에너지 셀이 들어있는 격납고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 등 뒤에서 거대한 충격이 느껴졌다. ‘콰아앙!’ 바람칼이 휘청거렸다. 스크린에는 선명한 제국군의 문양이 박힌, 거대한 전투 메카의 모습이 들어왔다. 최신예 ‘제국 기사’ 모델이었다. 순식간에 나타난 증원 병력이었다.

“하찮은 벌레 놈들. 감히 제국의 자산에 손을 대다니. 여기서 너희의 반란은 끝이다!”

저음의, 오만함이 가득한 목소리가 통신망을 지배했다. 그들의 기체는 은빛으로 빛나며 위압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미나, 시간 얼마나 벌 수 있지?”

“최대한 버텨야 해! 격납고 해제까지는 적어도 2분! 동료들은 호위 메카들을 붙잡고 있지만, 제국 기사 모델은 너 혼자 감당해야 할 거야!”

2분. 그 짧은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제국 기사는 거대한 칼날을 휘두르며 맹렬히 공격해왔다. ‘쉭!’ 바람칼은 간발의 차이로 칼날을 피했지만, 강력한 에너지가 주변 공기를 갈랐다. 오래된 장갑판이 그 충격에 미세하게 진동했다.

“재하! 왼쪽 팔, 약점 노출!” 망치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그는 이미 첫 번째 호위 메카를 박살 내고 새로운 적과 맞서고 있었다.

나는 망치의 조언대로 제국 기사의 공격 틈새를 노려 왼팔의 에너지 방출구를 향해 고속 기관포를 쏘아댔다. ‘타타타타탕!’ 섬광이 터졌지만, 두꺼운 장갑은 흠집 하나 내지 못했다. 씨발, 역시 안 통하나!

하지만 포탄은 그의 왼팔 방어 시스템을 순간적으로 과부하 시켰다. 방어막이 미세하게 깜빡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좋아!”

나는 바람칼을 맹렬히 전진시켰다. 제국 기사는 당황한 듯 잠시 주춤했다. 그 순간, 나는 바람칼의 어깨에 숨겨진 작은 로켓 추진기를 점화했다. ‘퓨우우우웅!’ 낡은 기체가 예상치 못한 속도로 튀어 올라, 제국 기사의 거대한 몸통에 그대로 부딪혔다.

‘꽝!’

충격파가 주변을 흔들었다. 바람칼은 제국 기사의 단단한 장갑 위를 미끄러지듯 올라타, 그대로 그 기체의 어깨 부위에 장착된 고출력 레이저 포대를 향해 드릴을 꽂아 넣었다.

‘위이이이잉! 뿌드드득!’

금속이 비명을 지르며 찢어졌다.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고, 제국 기사는 비명을 질렀다.

“이 비겁한 놈이! 당장 떨어져!”

제국 기사는 미친 듯이 몸을 흔들었다. 나는 조종간을 꽉 쥐고 드릴을 놓지 않았다. 제국 기사의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레이저 포대가 무력화되는 순간이었다.

“재하! 격납고 해제 완료! 에너지 셀 확보 중! 후퇴 준비해!” 미나의 기쁜 외침이 들렸다.

나는 재빨리 드릴을 뽑아내고 제국 기사의 어깨에서 뛰어내렸다. 제국 기사는 한쪽 어깨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휘청거렸다. 격분한 조종사는 이성을 잃고 맹렬히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감히 내 기체에 상처를 내다니!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

나는 그의 거친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미 에너지 셀은 확보되었다. 더 이상 싸울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생존이 우선이었다.

“전원, 에너지 셀 확보! 후퇴한다! 집결 지점으로!”

내 명령에 동료들도 일제히 제국군으로부터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제국군은 당황한 듯했지만, 우리는 이미 승기를 잡고 물러나는 중이었다.

어둠 속으로 우리는 다시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뒤에서는 제국군 기체들의 격렬한 포격 소리가 울렸지만, 이미 거리는 충분히 벌어져 있었다.

***

안전 구역에 도착했을 때, 바람칼은 여기저기 긁히고 찌그러져 있었다. 동력로는 간신히 버티고 있었고, 장갑판 곳곳에서는 식지 않은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모두 수고했다. 큰 피해 없이 임무 완수야.” 미나가 우리를 맞이하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안도의 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확보한 에너지 셀들이 격납고로 옮겨지는 것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임무로 우리는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간을 버는 일일 뿐이었다.

“제국 기사, 생각보다 강력하더군. 다음엔 더 힘들겠어.” 나는 콕핏에서 내려와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온몸이 쑤셨다.

“그들도 학습하겠지. 하지만 우리도 매번 강해지고 있어, 재하.” 미나가 말했다. 그녀는 확보한 에너지 셀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이 에너지 셀이 우리의 빛이 되기를.”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간절함과 함께 굳건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우리가 탈취한 제국의 에너지는 마치 작은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거대한 제국은 여전히 우리를 짓누르지만, 우리는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다. 이 작은 불꽃이 언젠가 거대한 불길이 되어 제국의 그림자를 태워버릴 그날까지.

“그래. 언젠가는.”

나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잿빛 지평선 너머의 어둠을 응시했다. 우리 앞에는 여전히 험난한 길이 놓여 있었지만, 내 가슴속에서는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제국의 심장에 박힌 작은 가시, 그것이 바로 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