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흑월 비무제: 제1장 – 망자의 속삭임

어둠이 내렸다. 그것은 해가 저물어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어둠이 아니었다. 강호 전체를 집어삼키려는 듯, 시꺼먼 먹물처럼 번져나가는 기이하고 불길한 그림자였다.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무림의 고수들은 각자의 은거지에서 불안한 기운을 느꼈고, 어린 무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밤하늘을 드리운 검은 장막에 압도당했다.

수 년 전, 천하의 패권을 두고 벌어진 잔혹한 무림 대전 이후로 강호는 한동안 침묵에 잠겨 있었다. 피와 광기가 휩쓸고 지나간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사람들은 겨우 평화라는 덧없는 환상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환상은 너무나도 쉽게 부서져 버렸다.

밤마다 들려오는 기괴한 속삭임. 꿈속에서 펼쳐지는 끔찍한 연회.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모든 무림인의 가슴속에 울려 퍼지는 하나의 부름이었다.

*오라. 흑월이 뜨는 밤, 망자의 비무가 시작되리니.*
*오라. 천하의 운명은 너희의 손에 달렸으니.*
*오라. 죽음과 영광이 너희를 기다리리니.*

무영(無影). 그림자 없이 유랑하는 검객으로 알려진 그는 깊은 산중, 버려진 암자의 처마 밑에 앉아 있었다. 낡은 도포 자락 위로 차가운 밤공기가 스며들었지만, 그의 심장은 더욱 시리게 얼어붙는 듯했다. 그의 옆에 기댄 검집 속, ‘월영검’이라 불리는 그의 보검은 평소와 달리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공포에 질린 짐승처럼.

“흥, 천하의 운명이라.”

무영은 나직이 읊조렸다. 그의 잿빛 눈동자에는 냉소가 스쳤다. 그는 과거의 영광에도, 미래의 패권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길을 갈 뿐. 그림자처럼, 홀로.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며칠 전부터 무영의 주변에서는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졌다. 밤마다 숲의 짐승들이 비명을 질렀고, 나무들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기형적으로 비틀렸다. 가장 끔찍한 것은, 시체 썩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암자까지 밀려들어왔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죽은 지 오래된 망자들이 되살아나, 한밤중에 비무를 벌인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들은 살아있는 자의 피를 탐했고, 그들의 눈은 텅 비어 있었으나 묘한 광기를 담고 있었다.

“결국 올 것이 왔군.”

무영은 검집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나무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그는 무림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저 여느 때와 같은 권력 다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기이한 전조들은 평범한 인간의 욕망을 넘어선 무엇인가가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순간, 암자 안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무영은 소리 없이 고개를 돌렸다. 텅 비어 있어야 할 암자 깊숙한 곳에서, 희미하지만 분명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툭, 툭, 툭.* 규칙적이지만 마치 뼈가 바닥에 부딪히는 듯한 건조한 소리였다.

무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이 암자에 홀로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심지어 산짐승조차도 이 암자 안으로는 쉽게 들어오지 못했다. 그의 검기가 암자 전체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둑.*
이번에는 발자국 소리 대신, 무언가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손톱으로 바닥을 긁는 것 같은 섬뜩한 소리였다. 무영의 손가락이 월영검의 손잡이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흐릿한 형체가 나타났다.

“누구냐.” 무영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형체는 아무 말 없이 한 발짝 더 다가왔다. 그리고 달빛이 그 형체에 스며들자, 무영은 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더 이상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었다.

피부가 찢겨나가고 뼈가 드러난 손. 썩어 문드러진 살점 사이로 희끗한 근육이 보였다. 눈은 텅 비어 있었으나, 그 안에선 옅은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마치 심해의 물고기 눈처럼. 그 형체는 한때 사람이었던 것의 잔해였다. 도포 자락은 찢어지고 넝마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넝마 사이로, 붉은색 글씨가 기이한 문양과 함께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초대장’이었다.

망자의 손에 들린 초대장. 무영은 그 끔찍한 광경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헛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목구멍에서 걸렸다.

“날 부르는 건가.”

망자는 아무 대답 없이 찢어진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가락 사이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은 두루마리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무영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천천히 손을 뻗어 두루마리를 잡았다. 망자는 그것을 건네주자마자,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무영은 뻣뻣하게 굳은 손으로 두루마리를 펼쳤다. 먹으로 쓰인 글씨는 핏빛처럼 붉었고, 기괴한 서체로 휘갈겨져 있었다.

*흑월 비무제.*
*장소: 검은 숲, 고룡산 기슭.*
*시간: 칠야(七夜) 후, 자정(子正).*
*자격: 무(武)를 숭상하는 모든 자.*
*승리자에게는 천하의 운명이 주어질 것이다.*
*패배자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문장을 읽어 내려갈수록 무영의 얼굴은 굳어졌다. 그가 겪었던 그 모든 기이한 일들이, 이 끔찍한 초대장을 통해 비로소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기분이었다. 망자들이 걸어 다니고, 숲이 비틀리는 현상.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정점에는 ‘흑월 비무제’라는 이름의 광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천하의 운명. 그리고 죽음보다 더한 고통.
확실히, 이것은 단순한 무림 대회가 아니었다.

무영은 두루마리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밤의 정적을 갈랐다. 그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냉소가 없었다. 대신, 깊은 번뇌와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결국, 피할 수 없는 길이군.”

월영검이 맑게 울렸다. 마치 주인의 결의를 확인하려는 듯이.
무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그림자는 달빛 아래 더욱 길고 짙게 드리워졌다. 그러나 그는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제 흑월 비무제가 열리는 어둠 속으로, 천하의 운명을 걸고 나아가야 할 한 명의 검객이었다.

그의 발걸음이 암자를 나섰다. 어둠 속으로.
피비린내 나는 비무를 향해.
그리고, 망자의 속삭임이 그를 부르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