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찬 바람이 날카롭게 뺨을 스쳤다. 창문이란 창문은 두터운 합판과 천 조각으로 봉쇄했지만, 빌어먹을 이 고층 아파트의 틈새는 귀신같이 냉기를 토해냈다. 지영은 손가락 끝으로 팔뚝의 소름을 문지르며 몸을 잔뜩 웅크렸다. 밤이 깊어질수록 외부의 소음은 더 선명하게 들렸다. 멀리서 울리는 비명소리, 그리고 그 비명을 집어삼키는 듯한 끔찍한 울부짖음. 저것이 바로 세상의 끝을 알리는 자장가였다.

한 달.
벌써 한 달 하고도 일주일째였다. 고립된 아파트. 그녀의 좁은 세계는 31층, 3105호가 전부였다. 초기에는 외부와 연결을 시도했지만, 통신망은 일찌감치 끊겼고, 전기도 이제는 가끔씩 들어오는 사치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뉴스에서는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라는 희미한 단어만 겨우 기억할 뿐이었다. 좀비. 그래, 결국은 좀비였다.

까아악-!
갑자기 등 뒤에서 끔찍한 쇳소리가 났다. 지영은 온몸을 뒤덮는 소름에 어깨를 움츠렸다. 녹슨 경첩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 심장이 발끝까지 곤두박질쳤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뭐… 뭐야?”
손에 쥔 쇠파이프를 꽉 움켜쥐었다. 바닥에 놓아둔 컵이 흔들렸다.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맞춰 심장도 격렬하게 울렸다.
저 소리는… 분명히 현관문 소리였다.
고장 난 에어컨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겠거니 애써 자신을 다독였다. 아니, 분명히 현관문이었다. 누군가 밖에서 문을 흔드는 소리, 혹은… 안에서?

그녀는 침묵 속에서 숨을 죽였다. 쥐죽은 듯 고요한 아파트. 밖에서는 여전히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렸지만, 바로 코앞에서 들리는 듯한 현관문 소음은 없었다. 착각이었을까? 정신이 피폐해져 환청이라도 들은 걸까?

몇 분간 그렇게 굳은 채로 벽에 기대어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지영은 깊은 숨을 내쉬며 쇠파이프를 움켜쥔 손에 힘을 풀었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신줄을 꽉 잡아야 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순간, 그게 곧 죽음이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며칠 전 겨우 끓여둔 죽이 조금 남아있었다. 허기를 채우려 냄비째 들고 스푼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거실 쪽에서 “쿵!” 하고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지영은 화들짝 놀라 죽을 흘릴 뻔했다.
이번엔 환청이 아니었다. 명백하고 또렷한 소리. 마치 무언가 무거운 것이 바닥에 떨어진 것 같았다.
쿵!
또다시. 이번엔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 거실 한복판에서 울린 소리 같았다.

지영은 죽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쇠파이프를 양손으로 고쳐 잡았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밖에서 들어온 건가? 아니, 그럴 리 없었다. 현관문은 안쪽에서 철저히 잠가두었다. 베란다 문도 마찬가지. 31층까지 좀비가 기어 올라올 리도 만무했다.

“누구… 누구세요?”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정적은 더욱더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좁은 복도를 지나 거실 입구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얼어붙었다.

거실 한가운데 놓여있던 커피 테이블이 뒤집혀 있었다. 낡은 원목 테이블의 다리가 천장을 향해 삐죽 솟아있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잡지들은 바닥에 흐트러져 있었고, 작은 화분은 깨져 흙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지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명백히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저지른 짓이었다.
“말도 안 돼….”
그녀는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손안의 쇠파이프가 무겁게 느껴졌다.

그때, 등 뒤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났다.
지영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등 뒤. 그것은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분명히 닫아두었던 문이었다. 잠금쇠까지 걸어두었다.
하지만 지금, 침실 문이 삐걱거리며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어둠에 잠긴 침실 안쪽은 그 어떤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칠흑 같은 공간만이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누구야…! 당장 나와…!”
지영은 쇠파이프를 앞으로 내밀며 악을 썼다. 하지만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공포가 그녀를 집어삼켰다.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령? 설마. 좀비가 유령 행세를 할 리도 없었다.

침실 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그저 그 틈새로 검은 기운 같은 것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바로 그때, 침실 안에서 “슥… 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낡은 천이 바닥에 쓸리는 소리 같았다. 혹은… 누군가 질질 끌려오는 소리.

지영은 뒷걸음질 쳤다. 공포는 이제 고통이 되어 그녀의 목을 조르는 듯했다.
“나가… 나가라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텅 빈 공간을 가르는 허망한 쇳소리.
그러자 침실 안에서 “크르르륵…” 하는 끔찍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분명 좀비의 소리였다. 하지만 동시에, 마치 짐승이 분노에 찬 것처럼 깊고 끈적했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침실 안의 어둠 속에서 붉은 두 점이 번쩍 하고 빛났다.
두 개의 눈동자.
그것은 분명히, 지영을 응시하고 있었다.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히익!”
지영은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깨진 화분 파편에 손바닥이 긁혔지만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눈앞에서 침실 문이 다시 한번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문이 거의 닫힐 무렵, 닫히는 문틈 사이로 희미하게 무언가 스치는 것이 보였다.
너무나 빠르게 지나쳐서 형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지영은 분명히 보았다.
시퍼런 손가락. 그리고 그 손가락에 매달린, 길고 검붉은 손톱.

문이 닫히는 순간, 쾅! 하고 거대한 충격음이 아파트 전체를 흔들었다.
지영은 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덜덜 떨었다. 쿵, 쿵, 쿵!
닫힌 침실 문 안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 마치 거대한 짐승이 벽을 들이받는 듯한 울림이었다.
벽이, 벽 자체가 흔들렸다. 균열이 가는 듯한 끔찍한 소리도 함께 들렸다.
지영은 숨도 쉬지 못했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그녀의 아파트가, 순식간에 가장 위험한 감옥으로 변해버렸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좀비가 아니었다.
무언가 훨씬 더 기괴하고, 훨씬 더 *지독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벽 속에서 그녀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벽이, 곧 터져나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