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흐음….”

유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강태한 특유의 콧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낡았지만 장엄한 대저택의 거실. 한때는 부유함과 품격의 상징이었을 공간은, 지금은 불길한 침묵과 함께 냉기마저 감도는 듯했다. 창밖으로는 해 질 녘의 붉은 노을이 음산하게 스며들고 있었지만, 집 안의 공기는 이미 깊은 밤처럼 차가웠다.

“선배, 뭐 감 잡았어요?” 유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품 안의 작은 수첩과 펜을 꽉 쥐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언제나 익숙지 않았다. 아니,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잡았지.” 태한은 대답하면서도 시선을 천장의 샹들리에에서 떼지 않았다. 수십 개의 크리스털 조각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희미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이 집, 원래 이렇게 음기가 강했나?”

유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음기라니요. 그냥 오래된 집이라 싸늘한 거지, 설마 유령이라도 나온답니까?”

태한은 드디어 고개를 돌려 유이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언제나처럼 무심했지만, 그 속에는 유이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심연이 담겨 있었다. “유령이라… 글쎄. 하지만 이 집의 터가 좋지 않은 건 분명해. 마치 모든 불행을 빨아들이려고 입을 벌린 거대한 아귀 같군.”

그는 마치 이 건물이 살아있는 존재인 양 이야기했다. 유이는 그런 태한의 말을 믿으면서도, 동시에 과학적인 사고를 잃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는 경찰에서 보내온 브리핑 자료를 다시 확인했다.

피해자는 정기준 씨. 70대 초반의 은둔형 미술품 수집가. 지병 없이 건강했으며, 최근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던 예술가들을 후원해왔다고 했다. 발견 당시, 그는 자신의 개인 서재에서 사망한 상태였다. 문제는, 서재가 완벽한 밀실이었다는 점이었다.

“일단 서재로 가시죠.” 유이가 안내했다.

경찰 통제선 안으로 들어서자, 복도에 서 있던 담당 형사, 박 형사가 그들을 맞았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짙은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강 탐정님, 유이 씨.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사건, 정말 골치 아픕니다. 역대급 밀실이에요. 부디 강 탐정님의 기괴한… 아니, 특별한 통찰력으로 해결해주시길 바랍니다.”

태한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이미 서재의 문에 고정되어 있었다. 육중한 오크나무 문에는 고급스러운 황동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서재 문은 안에서 걸쇠까지 잠겨 있었습니다. 창문도 마찬가지였고요. 모든 통로가 완벽하게 폐쇄되어 있었죠.” 박 형사가 설명했다. “침입 흔적은 전혀 없고, 외부에서 들어올 방법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죽어 있었죠.”

그들이 서재 안으로 들어서자, 싸늘한 공기가 유이의 뺨을 스쳤다.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으스스한 한기였다. 서재는 생각보다 넓었고, 벽면 가득 오래된 책들과 기묘한 조각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원목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책상에 엎어져 있는 정기준 씨의 시신.

“정기준 씨는 심장마비로 추정됩니다.” 박 형사가 말했다.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해봐야 알겠지만, 외상은 전혀 없었습니다. 주변에는 독극물 흔적도 없고요. 그냥… 잠자듯이, 아니, 앉아서 책을 읽다가 갑자기 픽 쓰러진 것 같아요.”

하지만 유이의 눈에는 ‘그냥’이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정기준 씨의 오른손은 책상 위에 펼쳐진 두꺼운 고서적을 움켜쥐고 있었는데, 그 책은 낡고 바랜 양피지로 만들어진 듯했다. 그리고 더 기묘한 것은, 그의 왼손이었다. 왼손은 마치 무언가를 향해 뻗으려다 굳어버린 듯, 손바닥을 위로 한 채 허공에 멈춰 있었다. 손바닥 중앙에는 작은 조약돌 하나가 놓여 있었다. 매끄럽고 검은, 흔치 않은 돌이었다.

“강 탐정님?” 박 형사가 태한을 불렀다.

태한은 이미 방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 있었다. 그는 허리를 숙여 책상 위의 고서와 돌을 유심히 살폈다. 그의 손은 시신에 닿지 않았지만, 그의 시선은 마치 살아있는 촉수처럼 그 모든 것을 탐색하는 듯했다.

“이 책…” 태한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흔한 물건이 아니로군. 오래된 주술서인가.”

유이는 놀랐다. “주술서요? 설마요, 선배. 그냥 오래된 책이겠죠.”

“아니.” 태한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 책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아. 마치… 누군가의 절규가 활자 속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군.”

그는 조심스럽게 고서에 손을 댔다. 그의 손끝이 닿는 순간, 고서의 양피지 표면에서 희미한 검은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유이는 똑똑히 보았다. 마치 책이 숨을 쉬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게… 뭐죠?” 유이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태한은 고서에서 손을 떼고는, 이번에는 정기준 씨의 왼손에 놓인 검은 조약돌을 응시했다. “이 돌… 보통 돌이 아니군. 마치 이 공간의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저울의 추처럼 말이지.”

그는 서재의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완벽하게 닫힌 창문, 내부에서 걸쇠가 걸린 문, 그리고 빼곡한 책장들. 다른 형사들이 이미 모든 틈새를 조사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밀실… 확실히 밀실이군.” 태한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 밀실은 물리적인 조건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박 형사가 다급하게 물었다.

태한은 천천히 몸을 돌려 박 형사와 유이를 번갈아 보았다. 그의 눈빛은 평소보다 훨씬 깊고, 묘한 확신에 차 있었다.

“피해자는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이 맞겠지. 하지만 그 심장마비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야.” 태한이 말했다. “이 밀실은 외부의 침입을 막는 동시에, 이 안에 있는 어떤 것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었어.”

그는 한 손을 들어 올려 허공을 짚었다. 그의 손이 가리키는 곳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었다. 하지만 유이는 태한의 손끝에서 희미한 푸른색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소름이 돋았다.

“이 밀실은… 이 방 안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완벽하게 가두기 위한 장치였다.” 태한의 목소리가 서재의 싸늘한 공기를 갈랐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피해자의 심장을 멎게 할 만큼 강력한 존재였다.”

유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성을 놓지 않으려 애썼지만, 태한의 말은 언제나처럼 기괴하면서도 납득할 만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선배, 그럼… 범인은 없다는 거예요? 유령이 죽였다는 말이에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태한은 픽 웃었다. 그 웃음은 차가웠다. “물론 범인은 있지. 하지만 그 범인은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어. 적어도 육신은.”

그는 시선을 다시 고서와 검은 조약돌로 옮겼다. “피해자는 이 책을 읽고 있었을 거야. 그리고 이 돌은… 일종의 매개체였겠지.”

“매개체라니요?” 박 형사가 물었다.

태한은 한 발짝 더 책상에 다가섰다. 그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 책은 망자를 소환하는 주술서였다. 정확히는, 망자의 *악의*를 소환하는 주술서였지.”

유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악의를… 소환해요?”

“그래. 피해자는 이 책을 통해, 아마도… 죽은 누군가의 원한을 불러들이려 했던 것 같아.” 태한은 검은 조약돌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렸다. 조약돌에서 순간적으로 차가운 기운이 확 퍼져 나왔다. “하지만 그 원한은 너무나 강했고, 피해자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했지.”

“그럼 밀실은요? 밀실 트릭은 대체 뭐죠?” 박 형사가 다급하게 물었다.

태한은 서재의 중앙에 서서, 마치 모든 벽과 천장, 그리고 바닥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밀실 트릭은… 이 공간 자체가 만들어낸 환상이었다.” 태한의 목소리가 낮게 속삭였다. “혹은, 이 공간을 장악한 *무언가*가 외부의 시선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낸 보호막이었지.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에너지의 벽 말이야.”

유이와 박 형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태한의 설명은 비현실적이었지만, 이 비현실적인 밀실 살인 사건에는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설명으로 들렸다.

“범인은 이 집 안에 있었다.” 태한이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피해자가 이 주술을 행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이용해 망자의 악의가 피해자의 심장을 멎게 할 것이라 확신한 자. 그리고… 그 주술을 완성시키기 위해 이 밀실에 마지막 매개체를 놓아둔 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서재의 문을 응시했다. 문밖, 복도 저편에 서 있는 세 명의 용의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피해자의 조카, 집사, 그리고 사업 파트너.

“진범은 이 방에 들어오지 않고도,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어.” 태한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 “정확히는… 밀실을 유지하는 동시에, 피해자를 죽일 수 있는, 또 다른 ‘문’을 열어젖혔지.”

그의 말이 끝나자, 서재 안을 감싸고 있던 기묘한 냉기가 더욱 짙어지는 듯했다. 유이는 품에 쥐고 있던 수첩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 밀실의 비밀은 풀렸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진실은 오히려 더욱 오싹한 공포를 선사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보이지 않는 문을 열어젖힌 자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자는, 분명 이 어둠 속에서 자신을 숨기고 있을 터였다.